영하 20도의 혹한에 화사하게 핀 목화송이, 설산 덕유산 종주 예약한 택시를 타고 내린 남덕유산 들머리, 영각사 진입로에 도착했을 때는 정확히 새벽 5시 50분이다. 이제부터 고행일 수 있는 이 산, 아직 어둠에 덮인 이른 새벽, 대략 27km의 눈길, 이 산 들머리, 영각통제소에 들어서며 코끝 찡하고 가슴 저려오는 건 왜일까. 어젯밤 들어본 적도, 와본 적은 더더욱 없는 한적한 시골 바쁘게 지나간 한 주 잠시 돌아볼 겨를 없이 곧바로 고속버스에 몸 실어 세 시간여 밤길 달려 내린 서상이라는 마을 풍경조차 가늠할 수 없는 자정 무렵 선유장, 이름보다 훨씬 빈약한 여관에서 한림청풍 처음처럼 반 병씩에 객잠 청한다. 언제 잠들었나 싶게 알람 울리고 출정하는 군인처럼 등산화 조여 맨다. 깜깜한 어둠, 세찬 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