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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국립공원의 산

단풍산행- 붉은 치마 펄럭이며 고운 자태 드러낸 무주 적상산의 가을

장한림 2022. 10. 19.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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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빠르게 남쪽으로 흘러간다. 가을보다 더 먼저 적상산으로 가서 그 계절을 맞이하자. 그래서 그 산 붉은 치마폭에 마냥 휩싸여보자

 

 

보내는 가을이 불안해서일까, 안 그래도 짧은 가을이 훌쩍 떠날 것만 같아 적상산으로 왔다. 적상산 단풍은 어쩌면 만추의 끄트머리일지도 모른다. 가을은 해마다 그렇다. 늘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고운 여인네의 뒤태가 자꾸 멀어지는 것처럼 말이다.

가을이면 온산이 빨간 치마를 입은 것처럼 단풍이 붉게 물들어 이름 지은 적상산赤裳山은 전북 무주군의 명산인 덕유산의 정상 향적봉에서 북서쪽으로 약 10지점에 있으며 덕유산 국립공원에 해당한다.

 

 

 

국립공원의 산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산들을 찾다 보면 그곳이 국립공원이고,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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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 댐이 들어선 이후 주 등산로가 된 적상면 서창마을은 마을 뒷산에 산신당이 있고 중앙에 당산수가 있는데 마을 앞쪽으로는 고속 할미라는 입석이 있어서 마을 수호신을 암석 신앙으로 하는 제축이 행해진다. 바로 이곳 서창마을을 적상산 들머리로 선택했다.

 

 

 

고려 말 최영 장군이 민란을 평정하고 개선하던 중에 단풍 붉게 물든 적상산의 풍경에 이끌려 이곳을 오르는데 절벽 같은 바위가 길을 막아 더 오를 수 없게 되자 정상까지 가고자 했던 최영은 허리에 차고 있던 장도를 뽑아 바위를 힘껏 내리친다

순간 바위가 양쪽으로 쪼개지면서 길이 열렸다니 대단한 무예가 아닐 수 없다. 하긴 황금 보기를 돌같이 하라던 최영이었으니 황금인들 두 동강이 나지 않았을까

어쨌거나 그렇게 두 동강이 남으로써 장도바위라고 불렸단다. 이성계에 맞서 조선 개국을 저지했던 고려 충신 최영의 다혈질적 기질을 엿보게 된다

 

 

 

용담문龍潭門이라고도 불렸던 서문은 기록에 의하면 23간의 문루가 있었다고 전해진다. 성문 밖 서창에는 쌀 창고와 군기 창고가 있었는데 지형이 험해 성내까지의 운반이 어려워 사고지史庫址 옆으로 옮겼다고 한다. 그 유래로 지금까지도 마을 이름이 서창西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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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당단풍나무가 많아 적상산이 그 이름값을 얼마나 톡톡히 할 것인지 가늠하게 한다. 오랜 옛날부터 군사요충지로 주목받을 만큼 사면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싸여 있음에도 서창마을에서 향로봉까지 오르는 길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편이다

 

 

 

차곡차곡 넓적한 바윗돌을 쌓아 축성한 적산산성 터를 지난다. 지그재그식 나선형으로 길을 내 가파르고 험한 산을 오르내리기 쉽도록 다듬었다. 고속도로나 터널과 달리 등산로를 수월하게 꾸몄다는 건 산길을 길고 멀게 늘려놓았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꾸불꾸불 긴 길을 돌고 돌아 올라서서 산정 능선 향로봉 삼거리에 이른다. 삼거리에서 700m 거리에 있는 향로봉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와야 한다. 향로봉(해발 1024m)에 이르러 누군가를 곁눈질하는데 이미 그 사람이 나를 빤히 보고 있다. 그 사람 눈에 보인 내 모습을 의식하게 된다. 건너편 덕유산을 바라보는데 덕유산에서 이곳 적상산을 바라보는 느낌이 들어 그렇게 표현해 보았다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산들을 찾다 보면 그곳이 국립공원이고,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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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칠봉과 칠봉의 호위를 받는 주봉 향적봉이 우뚝 솟아 이쪽을 마주하고 있는데 그 시선은 전혀 권위적이지 않고 보호 본능 가득한 눈빛처럼 보인다.

붉은 치마 입고 하늬바람에 찬찬히 흔들리듯 한 여인네의 조신한 춤사위에 반하지 않을 이 그 누가 있을까. 덕유산 향적봉이 이 산 향로봉 마주 보며 왜 진한 향 피워대는지 감이 잡히는 것 같다

 

 

 

그랬다. 숱하게 가본 덕유산에 비해 적상산의 이미지는 무척 소박하고 가냘팠지만, 막상 올라와 보니 그런 적상산의 이미지가 장점으로 두드러지는 것이다.

존재감이 약하거나 크게 관심 끌지 못했던 어떤 이가 어느 날 갑자기 강한 이미지로 부각되며 머리에, 가슴에 꽉 들어찬다. 상대가 이성일 때면 흔히 말하는 상사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화중지병이로다. 너무 멀어 만지지도 못하고 입이 열리지 않아 말 걸지도 못하니 덕유산 향적봉은 아린 상사병에 향마저 짙어지는구나.

적상산 향로봉을 사모하며 덕유산에서 피워대는 향내가 예까지 날아와 코로 스미는듯하다. 가을 다시 돌아와 붉은 치마 갈아입으니 고혹적인 매력, 곧은 정열 마주하는 향적봉은 눈길 어디에 둘 거며 그 맘 어찌 추스를 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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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로봉에서 다시 삼거리를 지나 안국사 쪽으로 평평한 능선을 걷다 보면 안렴대를 300m 남겨둔 지점에 적상산이라 적힌 이정목이 세워져 있는데 여기가 정상(해발 1034m)이라 할 수 있다. 적상산의 주봉은 해발 1024m의 향로봉이나 최고봉은 이곳 기봉이다.    

 

 

 

전라도의 산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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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적상산은 역사·문화 그리고 과학이 단풍과 함께, 인문과 자연이 두루 어우러진 산이다  

 

 

송신탑을 지나 안렴대에 이른다. 적상산 남쪽 층암절벽 위에 있는 안렴대는 사방이 낭떠러지이다. 꼭대기 바위 끄트머리로 철제 난간을 둘러 세웠어도 아찔하다.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바위 언저리로 다가서지 말아야 할 것이다. 저 아래로 가늘게 뻗쳐 대전과 통영을 잇는 고속도로가 아득하다.

 

 

 

고려 시대 거란이 침입했을 때 3안렴사가 군사들을 이끌고 이곳으로 들어와 진을 쳐 난을 피한 곳이라 하여 안렴대로 불린다

병자호란 때는 적상산 사고에 보관 중이던 조선왕조실록을 안렴대 바위 밑의 석실로 옮겨 난을 피했다고 하니 적상산이 호국護國의 기운을 지닌 산임엔 틀림없는 것 같다

 

 

 

남덕유산에서 향적봉까지 길게 이어지는 육구 종주의 능선 마루금을 한참 눈에 담다가 걸음을 옮긴다. 안렴대에서 150m 거리의 송신탑에서 안국사 방향으로 내려서면서 다다른 산성 터 아래의 안국사는 꽤 큰 규모이면서도 깔끔하게 보이는 사찰이다.

 

 

 

고려 충렬왕 때 월인 화상이 창건했고 조선 광해군 때 조선왕조실록 봉안을 위한 사고를 설치하여 이를 지키는 수직 승의 기도처로 삼았다그 뒤 영조 때 법당을 다시 짓고 나라를 평안하게 해주는 사찰이라 하여 이름을 안국사安國寺라 부르기 시작했다.

 

 

 

당시의 불교는 구국 또는 호국의 정신이 강해 나라의 안위를 무척 염려했었던 듯하다. 역사적으로도 그러한 자취가 흔하게 나타나기는 한다. 사찰의 명칭을 보면 그 느낌이 밀접하게 다가온다. 나라의 안위를 뜻하는 안국사安國寺, 안녕을 기원하는 영국사寧國寺, 그리고 나라의 부흥을 바라는 흥국사興國寺 .

 

 

 

안국사는 1910년에 적상산 사고가 폐지될 때까지 호국의 도량 역할을 하였다고 한다. 1989년에 적상산 양수발전소 댐 건설로 절이 수몰 지역에 포함되자 호국사지護國寺址였던 현재의 자리로 옮겨 세웠다.

 

 

 

나의 산행기_ 도서 정보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https://www.bookk.co.kr/book/view/135227종이책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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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적상산성은 총길이 8143m의 성으로 산의 지형을 최대한 이용하여 쌓았다. 본래 동서남북으로 네 개의 문이 있었으나 지금은 그 터만 남아 있다. 고려 때 거란군이 침입하였을 때는 마을 사람들이 이곳으로 피난했다고 한다

 

 

 

축성의 형식으로 보아 삼국시대로 추측할 뿐 정확한 축성 시기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안국사 일주문을 나와 적상호를 들러본다. 해발 800m 지대에 인공 조성하여 양수발전에 활용하고 있다

 

 

 

이젠 본격 하산로인 좁은 숲길로 들어서서 편안하게 걷다가 편백나무 숲을 지나고 이어서 층층 몸집 큰 바위에 옅게 흐르는 암반수 앞에서 시선을 멈추게 되는데 여기가 송대 폭포다. 

역사와 문화, 과학이 두루 어우러진 적상산 산행 중 마무리 즈음에 만나게 되는 자연 그대로의 장소이다

객지에 나왔다가 집이 그리워지면 일시에 피로가 몰려오나 보다. 아담한 치목마을로 들어서며 산행을 마무리할 즈음 눅진한 피로감을 느끼면서도 곱게 물든 단풍나무에 눈길을 주니 몸도 마음도 변덕쟁이가 된다.

 

산보다 집이 낫긴 한 거야?”

  

  

                 

때 / 가을

곳 / 적상면 서창마을 – 서창 매표소 - 장도바위 – 서창 고개 - 향로봉 – 서창 고개 - 적상산 - 안렴대 - 안국사 - 적상호 - 송대 폭포 – 치목마을

 

 

 

https://www.youtube.com/watch?v=KBmzv8aAgdc 

 

 

장순영의 부크크 커뮤니티

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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