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13. 우연 그리고 필연 “오늘도 일하는 거야? 기특한데!” “서울에 오니까 딱히 갈 곳도 없고…, 그래서 나왔어요.” “왜 그이가 서울에 있지 않아?” 정후는 현주의 애인을 그이라고 불렀다. 현주는 정후의 말을 흘려 넘기고 “휴가 떠나세요?”하고 물었다. “응.” “산에 가시나 봐요?” 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독일로 떠나기 전에 정후는 꼭 한 번 지리산을 종주하고 싶었다. 입대하기 전, 이틀의 시간을 내어 종주했던 지리산의 추억이 생생했다. 유평 대원사에서 구례 화엄사까지의 횡단은 혼자만의 추억으로 남았었다. 이번엔 그때와 역으로 등반로를 잡았다. 이른바 화대종주,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의 산길을 일컫는다.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토요일 오전, 마무리해놓은 서류를 동남아 각 지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