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머니의 품이다

등산과 여행은 과거와 미래에서 지금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다

등산과 여행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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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글 67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16_ 지옥에서의 조우

https://www.bookk.co.kr/search?keyword=%EC%9E%A5%EC%88%9C%EC%98%81 온라인출판플랫폼 :: 부크크 온라인출판플랫폼, 온라인서점, 책만들기, 에세이, 자서전,무료 출판 www.bookk.co.kr 16. 지옥에서의 조우 올 거야, 틀림없이. 그랜저 승용차 안에서 신문을 뒤적거리다가 뒷좌석에 내던진 가죽점퍼의 사내가 길게 기지개를 켠다. “오셔서 해명할 용기가 있나요? 여기 오셔서 진실을 밝히고 사태를 해결하실 수 있겠습니까?” “…….” 오지 않을 수가 없어. 길게 콧바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의 당혹스러움을 전화상으로도 감지할 수 있었다. 가죽점퍼는 그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다가 오는 쪽으로 결정할 거라고 확신했다. “고개를 뻣뻣이 쳐들면 천정이 ..

창작 글 2022.05.15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15_ 우연 그리고 필연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15. “현주한테 지금까지 느꼈던 분위기와는 다른 멋을 발견했어.” “정말이세요? 그게 어떤 멋이죠? 지금까지 느꼈던 분위기는 또 어떤 거구요?” 현주가 바싹 다가오며 다그쳤다. “오늘 보니까 수수하고 시골스러운 분위기도 있더군.” 정후는 현주의 평소 화려한 분위기를 표현하는 게 낯간지러워 그렇게 말했다. “수수하고 시골스러운 걸 좋아하세요?” “가식 없고 비밀이 없는 걸 더 좋아하지.” “가식이 없어 보여요?” “응! 매우 담백한 성격이란 걸 눈치챘어.” “비밀도 없어 보여요?” “아니! 아직도 베일이 드리워 있어. 크렘린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현주의 얼굴에 엷은 미소가 번졌다.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하산할 때쯤에는 운해를 뚫고 반짝 햇살이 빛났다. 중봉으로 넘어가 유평까지..

창작 글 2022.05.15

열흘 전에 죽은 내 친구가 어제, 단톡 방에서 나갔다

어제, 자정이 훨씬 지났으니까 어제다. 열흘 전에 죽은(굳이 눈을 감았다든가, 저 세상으로 갔다든가, 소천했다는 표현을 골라 쓰고 싶지 않다.) 친구가 어제 단톡방에서 나갔다. 그냥 내 친구 광선이가 그날, 열흘 전에 죽었다. 문상을 갔다. 가깝다 싶은 친구의 영안실에 들어서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다. 막 울 것 같았다. 워낙 눈물이 많은 나인지라 우는 게 익숙하다. 근데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누군가의 결혼식장에 온 것처럼 아무 생각 없이 함께 문상온 친구들과 떠들다가 영안실을 나왔다. - 죽은 건 살아있는 거와 크게 다르지 않구나. 그렇게 담담했다. "박광선 님이 나갔습니다." 근데 어제, 죽은 광선이가 단체 카톡방에서 나갔다. 무슨 글을 올리거나 답글을 다는 친구도 아니었지만 광선이는 그 방에 있..

창작 글 2022.04.27

조선 500년 이슈 1_ 하여가何如歌와 단심가丹心歌(2-2)

나라와 백성을 위해 끊임없이 이어지는 태종의 정치역정 1367년 조선 태조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난 이방원李芳遠, 자는 유덕遺德이고 호가 방원芳遠이다. 맏형인 정종의 양위를 받아 3대 조선 왕으로 즉위하니 그가 4대 세종대왕의 아버지 태종이다. 개국 조선의 부흥에 특히 심혈을 기울인 태종은 그때까지 공신들이 사적으로 소유・관리하던 사병私兵제도를 폐지한다. 혁명으로 나라를 바꾼 이였으니 역시 다른 이들의 혁명을 두려워하지 않을 수 없었을 터. 군대의 위력을 일찌감치 인식한 바 있는 그는 반대론이 없지 않았지만, 강권으로 사병을 나라의 군대로 편입시켜 국방력을 강화하였다. 1404년에 도읍을 한양으로 옮기고 의정부를 설치하였으며 이부, 호부, 예부, 병부, 형부, 공부의 6부를 직접 관리함으로써 국정에..

창작 글 2022.03.29

조선 500년 이슈 1_ 하여가何如歌와 단심가丹心歌(2-1)

하여가何如歌와 단심가丹心歌, 시를 읊어 서로의 속을 주고 받다 http://pf.kakao.com/_xahxdGb 채널 추가하시고 산행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하시기 바랍니다. “하늘이 주신 마지막 기회야. 지금 바로 그들을 쳐야 한다. 벽란도로 가자.” 해주에서 사냥하다가 말에서 떨어진 이성계가 크게 다쳤다. 개경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벽란도에서 요양을 하며 몸을 추스르고 있었다. 정몽주는 천재일우의 기회라 여기며 이성계 일파를 제거하기로 하였다. 마지막까지 고려 왕조를 지키려고 노심초사하던 중에 이성계가 다쳤다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진 거였다. “느낌이 좋지 않다. 아버님이 다친 건 단순히 아버님의 부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 지금 즉시 벽란도로 가자.” 정몽주가 보았던 한줄기 햇빛은 이방원..

창작 글 2022.03.28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14_ 우연 그리고 필연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14. “농주나 한잔할까? 많이 마시면 산행에 지장 있으니까 맛이나 보자.” “그래요.” 노란색의 걸쭉한 농주가 맛깔스러워 보인다. 감자전을 안주 삼아 한 잔씩을 들이켰다. “혼자 오신 것보다 훨씬 낫죠?” “응? 그래….” 늘 혼자였다. 정후는 한동안 외롭고 서글퍼서, 병상에서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워서 시간 날 때마다 어머니 산소를 찾곤 했었다. 어머니를 뵙고 돌아서도 외로움이 가시거나 서글픔이 사라지지 않았다. 어머니의 빈자리를 메워주었던 경화 고모, 정후에게 경화 고모의 결혼식은 두고두고 진한 서글픔으로 기억되는 일 중의 하나였다. 희고도 고운 웨딩드레스로 치장한 천사의 모습, 고모는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정후를 끌어안고 울었다. 닦아도 멈추지 않는 ..

창작 글 2022.03.27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13_ 우연 그리고 필연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13. 우연 그리고 필연 “오늘도 일하는 거야? 기특한데!” “서울에 오니까 딱히 갈 곳도 없고…, 그래서 나왔어요.” “왜 그이가 서울에 있지 않아?” 정후는 현주의 애인을 그이라고 불렀다. 현주는 정후의 말을 흘려 넘기고 “휴가 떠나세요?”하고 물었다. “응.” “산에 가시나 봐요?” 정후가 고개를 끄덕였다. 독일로 떠나기 전에 정후는 꼭 한 번 지리산을 종주하고 싶었다. 입대하기 전, 이틀의 시간을 내어 종주했던 지리산의 추억이 생생했다. 유평 대원사에서 구례 화엄사까지의 횡단은 혼자만의 추억으로 남았었다. 이번엔 그때와 역으로 등반로를 잡았다. 이른바 화대종주,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의 산길을 일컫는다. 여름휴가가 시작되는 토요일 오전, 마무리해놓은 서류를 동남아 각 지사에..

창작 글 2022.03.27

세컨드 레이디second lady 8_ 지존의 죽음

세컨드 레이디second lady https://www.bookk.co.kr/book/view/133094 http://pf.kakao.com/_uLNKb 8. 유현수는 오수연과 현소영의 학과 선배였다. 재학 중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해서는 그녀들이 2학년을 마칠 때 졸업했으며 곧바로 모교 대학원에 입학했다. 유현수는 J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영화광이었는데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시나리오작가로서 성공하고 싶은 욕구가 대단히 강했고 재능 또한 탁월했다. 거기에 더해 기회가 되면 자기 작품을 직접 연출하려는 포부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 비전이 있었기에 현장 감각을 수월하게 익히려고 어문 계열의 학과가 아닌 연극영화과를 택했다. 막연히 연극 혹은 영화나 방송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어 입학한 다른 친구들과 달리 ..

창작 글 2022.03.27

세컨드 레이디second lady 7_ 지존의 죽음

세컨드 레이디second lady https://www.bookk.co.kr/book/view/133094 7. 현소영이 단번에 예쁘고 아름답다고 느낄 정도로 선이 뚜렷한 서양 미인의 전형이라면, 오수연은 은은히 매력을 느끼게 하는 동양의 미인 스타일로 비견할 수 있었다. 누가 더 낫다고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수연 역시 보면 볼수록 이지적이고 세세한 아름다움이 눈에 띄었다. 한 듯 만 듯 엷은 화장기의 미인을 마주 앉혀놓은 이규태 형사는 그녀의 긴 생머리에서 풍기는 샴푸 향 때문에 어지럼증을 느껴야 했다. 국내 영화계 거물급들의 연인답게 두 여자 모두 절세가인이다. 빛바랜 청바지에 보라색 운동화 차림인 그녀는 스물넷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어려 보였다. 어떻게 보면 기껏해야 여고를 갓 졸업한 것처럼..

창작 글 2022.03.27

이슬람국가 한국 침공 10_ 대승그룹 수난의 서막

Islamic State 이슬람국가 한국 침공 https://www.bookk.co.kr/book/view/133088 10. 이세준 대표에 이어 전승현 대표가 누군가에게 피살되자 대승은 태수에게 경호팀을 꾸려서 운영해 줄 것을 재촉했다. 태수는 대승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두 대표의 피살사건으로 대승에서는 기왕의 경호팀 창설이 절실했고 태수는 정체조차 밝혀지지 않은 살해범에 대해 묘한 감정이 발동했다. 범인이 누군지 밝혀내고 싶은 의식이 동하는 것이었다. 가능만 하다면 직접 잡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 서류를 검토하고 종합해보니 이준명 회장이 우려했던 대로 그때 대승화학에서 벌어진 사고가 그 후 줄줄이 발생한 사건들의 발단이 된 게 확실해 보인다. “회장님은 시위하던 부인의 죽음이 형님이신 이세준 대표님..

창작 글 2022.03.27

이슬람국가 한국 침공 9_ 대승그룹 수난의 서막

Islamic State 이슬람국가 한국 침공 https://www.bookk.co.kr/book/view/133088 9. “최 실장! 가져온 서류를 모두 윤 팀장에게 줘.”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이준명 회장은 최상민 비서실장에게 서류인계를 지시하고 잠깐 나가 있으라고 했다. 병실엔 이 회장과 이세현 부회장, 윤태수 경호팀장만 남았다.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이 회장은 손짓으로 태수를 가까이 오게 했다. “지금 받은 서류가 10년 전 대승화학에서 일어난 일들과 관련된 기록이야.” 서류에 시선을 박은 태수의 눈에 힘이 들어갔다. “50년 가까이 대승을 운영하면서 후회되는 일을 하지 않으려 했는데… 딱 하나, 뼈저리게 후회하는 게 있어.” 대승화학에서 일하던 근로자가 메탄올에 중독되어 사망하..

창작 글 2022.03.27

이슬람국가 한국 침공 8_ 대승그룹 수난의 서막

Islamic State 이슬람국가 한국 침공 https://www.bookk.co.kr/book/view/133088 8. “지난번 이세준 사건 때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상처 부위만 다를 뿐 날카로운 흉기에 의해 잔인하게 살해되었고 그때처럼 벌거벗겨진 채 뒷좌석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김형준 형사가 건물 2층의 보안경비실에서 CCTV를 확인하고 있는 박진철 팀장에게 보고했다. 아무 대꾸도 없이 모니터를 마저 확인한 진철이 일어서서 보안경비실을 앞서 나갔다. “CCTV에도 얻어낼 게 없죠?” “응, 지난번과 똑같아.” 범인으로 보이는 자는 깜깜한 새벽에 대승빌딩 현관에 차를 세워놓고 운전석에서 나오더니 검지와 중지, 손가락 두 개를 펴고 유유히 이면도로로 걸어갔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검정 점퍼와 검정..

창작 글 2022.03.27

이슬람국가 한국 침공 7_ 대승그룹 수난의 서막

Islamic State 이슬람국가 한국 침공 https://www.bookk.co.kr/book/view/133088 7. 서초동 대승빌딩 정문 앞에 세워진 볼보 승용차가 출근 시간이 가까워져 오는 데도 아직 그대로 멈춘 채 있다. “벌써 몇 시간째야. 사람들이 출근하기 시작하는데.” “황태자님 차 아닙니까?” “아무리 황태자 차지만 좀 심한 거 아냐. 자네가 가서 주차장으로 옮기라고 해.” “젠장, 황태자 차 몰면 기사도 왕족인 줄 아는 모양이군.” 황태자는 대승그룹 이준명 회장의 장남인 대승화학 이세준 대표를 칭하는 말이다. 대승 직원들은 이세준 대표를 그렇게 지칭해서 부르고 있었다. 대승그룹의 주력업체인 대승전자나 대승 IT가 아닌 비교적 열세 업체인 대승화학을 맡은 건 이세준 대표가 아버지 눈 ..

창작 글 2022.03.27

군인의, 군인에 의한, 군인을 위한 10_ 군벌 정치의 종말

지긋지긋한 세월, 군벌 정치 겨우 마침표를 찍다 하얗게 눈 덮인 그 겨울의 백담사 설악산 백담사 입구에 자리한 강원도 인제군 용대리. 북풍한설 즈음의 평일인데도 백담사로 가려는 관광버스가 줄을 잇고 있다. 토산품 가게마다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그들 중 누군가가 툭 내뱉는다. “저 가게들이 전부 전두환 때문에 먹고사는 거라오.”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백담사에 유배되기 전, 백담사라는 절을 제법 안다는 사람도 이 절이 신라 때 창건되었고 ‘님의 침묵’으로 유명한 만해 한용운이 머물며 글을 썼었다는 정도 외에는 달리 설명할 게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백담사는 대한불교 조계종 제3교구 본사인 신흥사의 말사다. 이 절의 기원은 서기 647년(진덕여왕 1)에 자장이 창건한 한계사寒溪寺이다. 690년(신문왕 10..

창작 글 2022.03.23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12_ 또 한 명의 공범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12. “이미 네놈들의 죄는 충분히 드러났다. 지금 당장 죗값을 물을 수도 있지만 잠시 뉘우칠 시간을 주겠다. 그때도 발뺌하다가 여죄가 밝혀지는 놈은 형이 가중될 것임을 경고한다.” 다리를 자르는 것 이상의 가중형벌, 그렇게 인식한 두 놈의 얼굴색이 대조적이다. 한 놈은 하얗게 탈색되었고, 또 한 놈은 검게 썩은 색깔로 변한다. “심리를 스물네 시간 후로 연기한다. 그때까지 먹을 것도, 불도 공급하지 않는다.” “제, 제발….” 덩치가 오른손을 뻗어 밖으로 나가려는 하데스의 옷깃을 잡으며 사정했다. 하데스의 발이 덩치의 면상을 사정없이 내질렀다. 쇳소리와 함께 뒤로 벌렁 나자빠진 그의 입술과 코에서 동시에 피가 터졌다. “겨우 추위나 굶주림에 자존심을 내팽개치는 정도밖에 안 되는..

창작 글 2022.03.22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11_ 또 한 명의 공범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11. 또 한 명의 공범 두 마리의 이리가 나란히 걷고 있다. 한 마리는 앞다리가 길고 뒷다리가 짧은데, 다른 한 마리는 그 반대다. 두 짐승이 나란히 걸으며 애써 균형을 맞추려 하지만 결국 두 마리 모두 자빠지고 만다. 그러자 그때부터 서로 먼저 일어서려 상대를 누르고 할퀸다. “이런 쳐죽일 새끼를 봤나. 네가 다 시켜놓고 인제 와서 나한테 덮어씌우는 거냐.” 닷새가 지나 한 놈이 다시 핏발을 세우니 다른 한 놈의 얼굴에는 핏기가 가신다. 작위적인 맞춤의 요철에 균열이 생기더니 급기야 부서지고 만다. 억지연출로 조작된 삶에 금이 가면 가장 빨리 드러나는 건 역시 본성이다. 나약하고 허망하기 이를 데 없는 인간의 본성. “저 새끼가 선금까지 주면서 일을 처리해달라고 했습니다. 야..

창작 글 2022.03.22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10_ 옥빛 사랑, 적색 욕구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10. 정태의 벗은 몸 위로 자꾸만 그의 모습이 클로즈업되자 고개를 흔들었다. 다른 사람의 육신에서 그의 영혼을 느낀다는 것이 싫었다. 죄스러운 생각이 드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 간의 섹스는 숙명 같은 거로 생각해왔다. 그렇게 생각했던 섹스가 귀찮게 여겨질 정도로 싫었다. 식어버린 사랑의 행위. 스스로 팬티를 내리고 침대에 누워 사타구니를 벌렸지만 메마른 질 속에 수분이 생기지 않았다. 그의 몸놀림이 빨리 끝나기만 기다렸다. 무성의한 섹스를 그는 금세 알아차렸다. 그러나 정태는 짐짓 못마땅해하면서도 길게 화제 삼지는 않았다. 욕실에서 나온 정태는 회사 일을 화두에 올렸다. 그의 말은 현주에게 작지 않은 충격이었다. “많이 생각해봤어. 현주가 본사로 와.” 정태는 부산공장의 원..

창작 글 2022.03.22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9_ 옥빛 사랑, 적색 욕구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9. - 오정태 전무는 내게서 탁한 적색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 외에도 또 다른 가치를 느끼는 그 무엇이 있을까. 내가 그에게서 진정 얻고자 하는 건 도대체 뭘까. 햇살이 창창한데도 하늘색이 잿빛으로 무겁게 낮아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낮아진 하늘이 현주의 머리를 짓누른다. 현주는 그동안 깊이 인식해보지 않았던 의문들을 하나씩 떠올리다가 눈을 질끈 감았다. “김현주! 기분 풀어. 대화 소재가 너무 무거웠나 보다.” 정후는 자신과 전혀 관계없는 일에 유연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했다. 사실 생각과 다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입을 다물고 있기보다 훨씬 어렵기는 했다. 더 일찍 현주 본인의 이야기였음을 파악하지 못한 게 못내 아쉬웠다. 흘깃 조수석을 쳐다보았는데 차창에 비친 현주의 뺨에 한줄..

창작 글 2022.03.22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8_ 옥빛 사랑, 적색 욕구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8. 은연중 자신과 오정태 전무와의 만남을 합리화시키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는 아니었을까. 숨죽이며 감춰둔 비밀이 버거웠던 걸까. 현주는 말을 꺼내놓고도 괜한 입놀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정후는 두부 썰듯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대다수 불륜이고 유희에 불과할 뿐이지.” “어떻게… 그렇게 단정하세요?” 현주는 귀를 쫑긋하고 다음 대답을 기다렸다. “현주는 그걸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비록 미혼남녀는 아닐지라도 진심이 통하고 그리운 감정이 솟구친다면 그건 사랑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현주를 힐끔 쳐다본 정후는 창을 내렸다. 바람이 시원했다. “솟구치는 감정의 빛깔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겠지. 그 감정이 맑은 옥빛이면 사랑이고, 탁한 적색이면 추접스러운 욕구일..

창작 글 2022.03.22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7_ 옥빛 사랑, 적색 욕구

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7. 옥빛 사랑, 적색 욕구 “스커트가 너무 짧잖아.” 정후는 현주의 드러난 다리 때문에 눈을 둘 데가 마땅치 않았다. 정후는 현주가 본사로 출장을 왔을 때도 가끔 그녀의 튀는 옷차림을 본 적이 있었는데 막상 허벅지가 드러나는 차림으로 옆자리에 앉으니 당혹스러웠다. “본사에 패션쇼 하러 가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 정후는 시동을 걸면서 한 번 더 툴툴거렸다. “이 정도가 어때서요. 예쁘게 하고 가면 좋죠, 뭐!” 오정태 전무가 부산에 왔을 때 서면의 T백화점에서 직접 골라준 투피스였다. 처음으로 입고 외출하는 차림이다. 스커트 길이가 짧기는 했지만, 그보다도 오 전무가 사준 옷을 입고 이정후 차장의 차에 함께 탔다는 게 맘에 걸리긴 했다. “차장님은 앞만 보고 운전하시면 돼요. ..

창작 글 2022.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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