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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레이디second lady 8_ 지존의 죽음

장한림 2022. 3. 27.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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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레이디second la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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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유현수는 오수연과 현소영의 학과 선배였. 재학 중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해서는 그녀들이 2학년을 마칠 때 졸업했으며 곧바로 모교 대학원에 입학했다.

유현수는 J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영화광이었는데 그 영향을 받아서인지 시나리오작가로서 성공하고 싶은 욕구가 대단히 강했고 재능 또한 탁월했다. 거기에 더해 기회가 되면 자기 작품을 직접 연출하려는 포부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 비전이 있었기에 현장 감각을 수월하게 익히려고 어문 계열의 학과가 아닌 연극영화과를 택했다. 막연히 연극 혹은 영화나 방송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어 입학한 다른 친구들과 달리 확고한 주관이 그에게는 있었다.

영화의 각 방면 두루두루 그의 지식은 뛰어났으며 포부 또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었다. 이미 대학 3학년 때 그가 쓴 시나리오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남현태 교수가 열과 성을 다해 지도해주는 몇 안 되는 애제자라며 오수연은 유난히 유현수의 장점을 부각했다.

규태는 수연의 이어지는 말을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지켜보았다.

학업이나 전공을 떠나 그의 면면은 더욱 빛났다. 친구와 선후배 간에 의리도 있고 정도 많아서 그의 주변에는 남학생이건 여학생이건 속을 터놓는 친구가 많았다. 한 가지 흠이라면, 어쩌면 큰 흠일 수도 있겠지만 부모님을 일찍 여윈 고학생이라는 것이었다.

입학 당시부터 장학금으로 수학하고 영화제작 일을 보조하며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던 그에게 4학년 첫 학기의 장학금 지급이 불발되자 그는 곧바로 자원입대했다. 그만큼 그의 장래와 포부에 장애가 되는 것이 있다면 그건 경제력이었다.

아직 학생인 그에게 돈은 목표로 다가서는 가교이기도 했고 가난은 악마처럼 장애물이기도 했다. 지금은 학교에 남아 있지, 그의 목표는 후진을 양성하는 학자가 아니라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자기 작품으로 문화계에 족적을 남기는 거였다.

학내에서는 남 교수의 후계자라는 말에 더해 그를 능가할 재목으로 추켜세우기도 했다. 학창 시절에 쓴 작품이 제작사와 연출자의 능력 부족으로 그저 그런 영화로 만들어져 흥행에 실패했음을 그는 한탄스러워했었다.

그런 경험까지 있으므로 해서 유현수는 더더욱 돈을 모아 직접 영화를 제작하고자 . 현재도 연출에 각본까지 자신이 직접 나서려고 고군분투하는 중이다.

수연은 유현수가 대학원에 진학한 후에도 그를 자주 만나는 편이라고 했다. 같은 길을 걷는 유능한 선배에게 동지애를 느끼기도 했고 배울 것이 많았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덧붙였다.

 

그 친구가 범행을 저지를 동기 같은 게 있나요?”

 

규태는 잠시 수연의 침묵을 틈타 물었다. 그녀한테 박힌 유현수의 이미지가 아무리 긍정적이어도 그게 범행 사실을 뒤집지는 못한다.

 

그런 게 있을 리 없어요. 현수 선배는 선한 사람이에요. 세상을 밝게 보는 사람이거든요.”

 

수연은 아니라고 단정했다. 괜히 범인한테서 그를 연상함으로써 공연한 피해를 주는 것 같아 후회스럽다는 표정이다.

 

그땐 너무 놀라고 당황해서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소영이도 마찬가지였을 거구요. 형사님들한테서 면식범의 소행일 수도 있다는 말을 자주 듣다 보니까 쓸데없이 오버하고 말았어요.”

 

규태는 울림이 강한 그녀의 목소리가 무척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선배에게 애꿎은 피해가 가지 않게 하려고 곱살한 사려를 보이는 그녀의 선한 성품이 미모 못지않다고 느꼈다.

그러나 규태는 유일하게 등장한 용의자를 범인으로 근접시켜야 했다. 지금까지 들은 내용만으로도 유현수는 썩 괜찮은 인물일지는 모르지만, 범인일 가능성 또한 충분했다.

 

또 다른 범인, 그러니까 조수석에서 남 교수님을 덮친 범인한테서 연상되는 인물은 없나요?”

없어요.”

 

수연은 강하게 도리질까지 해대며 부인하더니 조수석에 나타난 범인이 남 교수님을 찌른 건가요?”하고 되물었다.

 

그렇습니다. 목과 심장, 옆구리의 세 군데를 찔렀습니다. 모두 사람 몸의 치명적인 부분이죠,”

 

규태가 손가락으로 제 몸을 짚어가며 찔린 부위까지 설명하자 수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감았다. 규태는 그녀의 길고 아름다운 속눈썹을 보자 살인을 입에 올린다는 게 조금은 껄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화두다.

 

범인은 오른손잡이에다 사람의 급소를 제대로 아는 자입니다. 프로킬러에 가깝다고 할 수 있지요.”

 

프로킬러라는 규태의 표현에 수연의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미간에 세로 주름이 섰다.

 

그런 사람이 왜

처음부터 죽일 의도를 갖고 접근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입니다. 남 교수님을 잘 아는 자의 소행일 수 있다는 뜻이죠.”

 

규태는 수연의 표정 변화를 놓치지 않으려는 양 풀린 눈을 치떴다. 면식범일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의견에 수연이 동조해 주어야 또 다른 용의자를 떠올릴 수 있다. 규태가 볼 때 이번 사건은 남현태 교수를 노린 표적 살인에 가깝다.

 

박정민 사장이 차 밖으로 나갔을 때 밖에서 들린 소리는 없었나요?”

.”

범인들 목소리도요?”

전혀요.”

사람 중 범인을 가장 가까이에서 본 사람은 박 사장님입니다. 트렁크를 열고 배터리 접속선을 꺼내주려고 가면서죠. 아주 잠깐 사이였겠지만 면식범이라면 박 사장님은 알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묻는 겁니다.”

 

처음 볼 때와 달리 치켜뜬 형사의 눈이 그리 작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연은 규태의 눈을 마주한 채 침을 꿀꺽 삼켰다.

 

글쎄요. 사장님이 트렁크를 두드리면서 소리를 지를 때 차 안에서는 교수님이 악을 쓰며 범인들과 뒤엉켜있었거든요. 그야말로 차 내부는 아수라장이었어요.”

…….”

 

침묵은 가끔 참고인의 진술을 보강하는 역할을 할 때가 있다. 잠시 입을 다물던 규태가 담배를 피우고 돌아와 다시 앉아서도 수연을 주시하기만 하자 역시 그녀가 먼저 입을 연다.

 

이것도 오버일지 모르지만, 사장님이 짧은 시간에 너무 쉽게 트렁크에 갇히셨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어요. 상대가 두 명이긴 했지만.”

 

수연의 뺨에서 옅은 홍조마저 지워지자 입가의 생채기가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약간의 공백을 두더니 그녀는 자신이 방금 한 말에 신빙성이 없음을 보충한다.

 

상대는 작정하고 대든 강도들이잖아요. 누군들 당해낼 재간이 없었을 거예요. 거기서 유 선배를 떠올린 것도 제가 너무 예민하고 혼란스러워서 오버 거란 결론을 내렸어요.”

 

결론은 오수연 씨가 내리지 않습니다. 내가 내립니다. 규태는 미인의 찌푸린 표정을 보는 것이 싫어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다.

 

사건 발생 후에 박 사장님과 만나시거나 통화하신 적이 있었나요?”

아뇨, 그럴 경황이 없었어요.”

, ! 그렇군요. 기자들이 저렇게 난리니 원. 참고로 더 해주실 말씀은 없을까요? 수사에 도움이 될 만한.”

죄송해요, 더는 저도.”

잘 알겠습니다. 빨리 충격에서 벗어나실 수 있도록 범인체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고마워요, 형사님!”

 

눈웃음을 지으며 일어서는 그녀의 생머리가 출렁였다. 규태는 현관문 앞까지 따라 나와 배웅했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는데도 그녀의 체취가 진하게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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