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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글

세컨드 레이디second lady 1_ 지존의 죽음

장한림 2022. 3. 2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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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드 레이디second lady

https://www.bookk.co.kr/book/view/133094

 

 

<차 례>

 

지존의 죽음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시

대통령의 여자

유일한 용의자

신데렐라와 사탄의 시녀

오누이와 동거남

딜, 은밀한 거래

유착

동반자

아리아드네의 실

송곳 살인의 재현

익명의 제보

상사화

이중 복선

역린

고독한 도주

서러운 해후


1.

 

 

지존의 죽음

 

 

양수리에서 청평 방면으로 이어지는 지방도로. 검은색 벤츠 승용차 한 대가 북한강을 낀 한적한 도로변에 비스듬히 세워져 있다.

앞바퀴가 틀어진 채 대각선으로 세워진 벤츠는 누가 보더라도 정상적으로 주차한 것 같지 않았다. 승용차의 지붕은 진작부터 내린 눈으로 이미 하얗게 덮였다.

부는 바람이 제법 드센데도 지붕에 쌓인 눈이 흩날리지 않는 거로 보아 차가 멈춰선 지난 것처럼 보인다. 승용차 전면 은빛 화살의 로고에 묻은 눈은 얼음알갱이처럼 들러붙고 말았다.

무엇엔가 놀라 잔뜩 겁먹은 얼굴의 두 여자가 서종파출소에 허겁지겁 뛰어들어온 건 그로부터 한 시간쯤 전이었다.

 

제발, 저희를도와주세요. 흑흑,”

 

파출소 문을 열어젖힌 두 여자는 그대로 주저앉아 울음부터 터뜨렸다. 핏기를 잃어 낯빛이 창백한 데다 겁에 질린 표정이 역력했다.

눈을 맞아 긴 머리가 축축하게 젖었고 메이크업이 지워지기는 했지만, 한눈에도 두 여자 모두 상당한 미인들임을 알 수 있었다. 파출소 문의 맞은편에서 별 할 일 없이 자리를 지키던 김호성 경장이 벌떡 일어나더니 앞으로 달려나가 두 여자를 부축했다.

김 경장은 두 미인을 거의 동시에 일으켜 소파에 앉히고는 후다닥 주전자에서 따뜻한 보리차 두 잔을 따라 한 잔씩 건넸다. 누런 플라스틱 잔이 지저분해 보였지만 여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컵을 입으로 가져갔다.

재미 딱지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야간근무시간이었다. 그럴 때 방문한 두 명의 미인이 흥미를 불러일으켰다.

구급약 상자를 꺼내오면서도 김 경장은 호기심 어린 눈길로 두 여자를 번갈아 살폈다. 무스탕 점퍼를 입은 생머리 여자는 입술이 찢어져 피가 엉겨 붙어있었다.


김호성 경장이 벤츠주위의 이곳저곳에 랜턴을 비춘다. 차 상태는 비교적 깨끗했다. 차체에 충격이 가해진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랜턴을 들고 반대편 조수석으로 걷는 김 경장의 뒤를 흰색 파카의 여자가 바짝 붙어 조심스레 걸음을 옮긴다. 선글라스가 작은 얼굴을 온통 가렸다고 생각한 최태훈 순경이 답답하게 느꼈는지 힐끔힐끔 그녀를 눈여겨본다.

두툼한 옷차림이었지만 금세라도 날아갈 것처럼 가냘픈 몸매임을 느낄 수 있었다. 랜턴 불빛에 스친 그녀의 작은 손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다.

최 순경이 벤츠의 타이어를 툭 차고는 운전석 쪽으로 느릿하게 걸었다. 다시 차 내부로 랜턴을 들이댄 김 경장이 멈칫했다.

 

아아악!”

 

잔뜩 겁먹은 채 김 경장의 어깨너머로 차 내부를 들여다본 흰색 파카가 까무러칠 듯 비명을 내지르는 바람에 오히려 김 경장이 어깨를 들썩일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어떡해, 어쩌면 좋아.”

 

흰색 파카는 그대로 주저앉더니 실신하고 말았다. 밤색 무스탕을 입은 또 한 명의 여자도 흰 파카 못지않게 놀란 모습으로 입을 가렸다가 쓰러진 파카의 여자를 끌어안았다.

차 내에서 고개를 돌린 김 경장은 크게 숨을 들이쉬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김 경장은 조수석 문을 열고는 운전석 쪽으로 기울여진 피투성이 중년 사내의 손목을 짚었다.

그가 다시 몸을 빼내 최태훈 순경을 보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최 순경은 바로 무전기를 열고 소속파출소로 상황을 알렸다. 그때, 차체를 쿵쿵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트렁크 안에서 나는 소리다.

김 경장은 트렁크를 쏘아보더니 허겁지겁 차 안의 버튼을 눌러 트렁크를 열리게 했다. 칼바람에 웅크려진 몸이 더욱 수축하는 느낌이다. 김 경장에게 그녀들이 나타났을 때처럼 흥미로움을 느낄 여유는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트렁크에는 청색 테이프로 입이 틀어 막히고 손목이 뒤로 묶인 또 다른 사내가 눕혀져 있었다. 흙빛이 된 사내가 사시나무 떨듯 온몸을 떠는 바람에 단단하게 동여맨 테이프를 푸는 게 더뎌졌다.

 

이젠 안심하셔도 됩니다.”

 

간신히 테이프를 풀자 옆에서 발을 동동 구르던 밤색 무스탕의 여자가 사내에게 안기며 흐느낀다. 엉거주춤 일어난 흰색 파카의 여자가 그때까지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더니 주르륵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낸다.

상황보고를 마친 최 순경은 얼굴이 드러난 그녀에게 고개를 돌렸다가 눈이 휘둥그레 커졌다.

입을 벌린 채 눈을 반짝거린 최 순경은 현소영 씨 아닙니까? 맞죠?”라며 반색을 하더니 김 경장을 향해 김 경장님! 현소영 씨입니, 영화배우 현소영 씨.”하고 호들갑을 떨었다.

김 경장 역시 놀라기는 했지만, 최 순경처럼 수선을 피우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눈짓을 보내 행동을 자제시켰다.

두 시간가량 더 지나 새벽 1시쯤 되었을 때는 이미 주변에 많은 차가 몰려있었다. 양평경찰서 소속 형사들이 벤츠의 주변과 내부를 샅샅이 채취하는 중이었다.

필터 가까이 타들어 간 담배를 엄지와 검지로 말아 쥐고 빨간 불꽃이 보이도록 빨아대던 이규태 형사는 신경질적으로 꽁초를 뱉어냈다. 무언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다.

벤츠 주변을 서성이다가 차 내부로 고개를 들이밀어 피살자의 목덜미를 살핀다. 양평경찰서의 몇몇 형사들이 의아해하면서도 그의 행동을 제지하지는 않았다. 행동으로 보아 어디 소속인지는 몰라도 형사임이 틀림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시선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이규태 형사는 죽은 자의 목덜미와 가슴을 유심히 관찰했다. 아직도 흥건한 핏물이 채 마르지 않은 거로 보아 신고자의 말 그대로 신고 직전에 살해된 것 같았다.

찔린 부위는 목덜미와 가슴뿐이 아니었다. 하복부 옆구리 부분에서도 선지 같은 핏덩이가 엉켜져 있다. 그러니까 범인들은 약 네 시간 전에 예리한 흉기로 조수석의 중년 남자를 찔러 살해하고 도주해 버렸다.

건장한 체구의 두 사내가 운전석의 남자에게 먼저 테러를 가한 뒤 트렁크에 처넣고는 조수석 남자를 해코지하려 들자 그가 반항하며 몸싸움이 일어났다고 한다. 그들과 함께 탄 두 여자가 맨 먼저 출동한 서종파출소의 근무자한테 진술한 내용이다.

이규태 형사는 다시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하늘을 향해 길게 연기를 내뿜었다. 뿌연 연기가 잽싸게 자취를 감춘다. 바람이 더욱 세차게 불었지만, 은 더 내릴 것 같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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