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목, 영실, 돈내코 코스에서 보게 되는 한라산 화구벽과 산철쭉 군락
남한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해발 1,950m)은 백두산(해발 2,744m)과 함께 남과 북의 각 극단에서 한반도의 상징물처럼 자리하고 있다.
화산 분화구인 백록담白鹿潭이 정상에 있는 한라산은 현무암으로 둘러싸인 휴화산이다. 현재 백록담까지 오르는 코스는 성판악 탐방로와 관음사 탐방로의 두 코스만 개방되고, 자연보호와 화구벽 훼손 방지를 위해 예약제로 운영 중이다. 그 외 영실 탐방로, 어리목 탐방로, 돈내코 탐방로의 세 군데 코스가 열려 있지만 정상까지 이르지는 못한다.
오래도록 한라산을 휘덮었던 하얀 눈꽃이 녹을라치면 정상의 백록담 아래 선작지왓, 만세동산, 남벽분기점, 방아오름 일대에는 간간이 잔설을 뚫고 털진달래가 망울을 터뜨린다. 그러면 제주도에 유일하게 남은 백색 세상이 저만치 물러갔다는 걸 확인시키는 시그널이다.
한라산 아래, 세상은 옷차림이 가벼워진 여름에 접어드는 중이지만 이곳은 지금부터 봄이 피어기 시작한다.
1,400m를 넘나드는 고산지대의 식물은 세찬 풍파에 익숙하여 왜성화된 환경 습성을 지니고 있다.
잎이 나오기 전에 먼저 꽃이 피는 털진달래가 하늘 가까이에서 절정의 한 세상을 누리다가 시들해지면 산철쭉이 왕위를 계승한다. 털진달래가 한 달 정도 일찍 산철쭉에 앞서 꽃을 피우는 것이다.
털진달래와 달리 햇가지와 꽃자루에 점성이 있는 산철쭉은 어리목 탐방로 만세동산 일대와 영실 탐방로의 선작지왓과 윗세오름 주변, 남벽 순환로 분기점의 방아오름 일대가 한라산 최대 군락지이다.
봄과 여름이 교차하는 시기인 5월 말에 이르면서 분홍 꽃봉오리를 터트리는 산철쭉이 장관을 연출한다.
바로 한라산 정상의 백록담 아래쪽에 있는 이들 지역의 산철쭉 군락이 그 궁궐 터이다.
국립공원 100경 중 제9경으로 꼽은 '산철쭉 군락과 화구벽'은 어리목, 영실, 돈내코 코스에서 깎아지른 백록담 서·남·북벽 쪽으로 보이는 풍광이다.
화구벽을 눈에 담으려면 어리목이나 영실 코스로 올라가서 돈내코 코스로 내려가거나 그 반대 방향으로 산행하면서 접하게 된다.
털진달래는 산철쭉보다 한 달 정도 앞서 꽃을 피운다. 진달래는 잎이 나오기 전에 꽃을 먼저 피우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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