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머니의 품이다

등산과 여행은 과거와 미래에서 지금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다

등산과 여행의 모든 것

국립공원/국립공원 100경

국립공원 100경 중 제10경_ 지리산 국립공원 노고단 운해

장한림 2022. 5. 8.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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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주능선 종주, 하늘길 긴 능선을 마냥 걷다

 

성삼재 지리산 들머리

 

지리산의 여름은 많이 후덥거나 크게 습하지 않다. 그런 날 성삼재로 왔다.

오고 나면 진작 왔어야 할 곳, 힘들고 지루해 다신 오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떠나 미안해지는 곳, 예정하고도 여기저기 들르느라 늦어 멀리 돌아온 듯싶어 고개 숙이게 되는 곳. 둘러보면 그간의 삶 부끄럽게 다그치는 곳이다. 내려가서 세상 찌든 삶에 허접스럽게 섞이노라면 다시금 마음 추스르게 하는 곳이다

지리산은 그래서 어머니의 품이고 내 친구의 우정이며 내 내일의 멘토이다. 여러 번 왔었지만 올 때마다 그런 생각 들게 하는 곳이 지리산이다.

 

표고 1440m의 노고단(길상봉)

 

노고단은 통제시간이라 오르지 못하고 쳐다만 본다. 지리산 산신이자 한민족의 어머니라고 전해 내려온 노고 할미의 유래가 있는 곳이다.

 

 

세상 바뀌어도 저 깊은 골 푹신한 운해는 늘 거기 그대로 있을 것이다. 사람이 변해 속상하거든, 세상 바뀌어 어지럽거든 오늘 속에 꾹꾹 눌러 담은 지리 운해 떠올리며 지혜로이 풀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노고 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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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 운해는 국립공원 100경에 속하기 이전부터 지리산 8경에 해당하는 멋진 풍광이다.

보고 있노라면 구름 위를 거니는 신선처럼 느껴진다.

 

 

 

노루목

 

돼지령, 임걸령을 지나 노루목까지 왔다. 반야봉의 지세가 피아골 쪽으로 가파르게 흐르다가 잠시 멈춰 노루가 머리를 치켜든 형상과 흡사하여 명명된 노루목이란다.

화개재

 

전라 남북도와 경상남도의 접경인 삼도봉을 지나고 꽃이 활짝 핀다는 고갯마루, 화개재. 여기서 물물교환의 장터가 열렸다니 좀처럼 상상이 가지 않는다. 뱀사골 입구의 반선 마을과 목통 마을에서 올라온 짐들을 여기 풀어놓고 서로 흥정하며 거래가 이루어졌다고 한다. 

 

어느새 운무가 산을 휘덮기 시작한다

 

그 옛날 장날의 화개재를 상상하며 다시 걸음을 옮기는데 느닷없이 지리산 반쪽이 운무로 덮인다. 왔던 길이 흔적 없이 가려졌다. 연평균 강우량이 1200mm가 넘고 연중 맑은 날이 100일도 되지 않는다는 지리산답다.

아마 지리산 일대 주민들이 불교보다 하늘을 믿고 하늘에 운명을 맡기는 민간신앙에 치중했던 건 지역에 따라 심한 기온 차와 강우 등 급변하는 기후조건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 여름이지만 신록처럼 화사하다

 

여름 지리산은 나름대로 개성 강한 시절을 느끼게 한다. 다녀오면 짙게 남는 곳이다.

지리산에서는 암릉을 보는 게 드물다

 

여름휴가를 지리산에서 보내는 이들을 보면 동지 의식이 생긴다.

세석산장

 

세석평전까지 왔다. 철쭉 대신 희열이 만발한 고원의 너른 품에 결코 호사스럽지 않게 피는 연분홍 철쭉의 멋들어진 풍광을 자아낸다. 철쭉 대신 희열이 만발한 고원이 너른 품을 벌린다. 5~6월 저기 안갯속에 결코, 호사스럽지 않게 피는 연분홍 철쭉의 목가적 풍치 또한 지리산 10경이다.

하루가 저물고 있다

 

촛대봉과 장터목을 지나 새벽바람 가르고 천왕봉에 이르렀다. 해발 1925m. 남한 내륙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정상은 일출을 맞이하려는 산객들로 붐볐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 일출이지만...

여명이 밝아오는 천왕봉

 

천왕봉, 해발 1925m. 남한 내륙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다. 정상은 일출을 맞이하려는 산객들로 붐볐다.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 일출, 지리산 제1경이다. 

두 해 전 계원이와 둘이 왔을 때의 새벽엔 추적추적 비가 내렸었다. 작년에도 해 뜨는 걸 못 보고 등을 돌렸다. 천왕봉에서 해 뜨길 기다리는 게 이번이 다섯 번째다.  

결국 일출을 보지 못하고 걸음을 옮긴다.

하산로 중봉에서 막 지나온 천왕봉을 돌아본다.

 

 

​걸어온 길, 까마득히 보이는 노고단과 여인네의 풍성한 엉덩이 같은 반야봉을 바라보며 어제부터의 여정을 되짚어본다. 짚이는 곳마다 숨이 가쁘지만 의미 있는 여정이다.

 

써리봉을 내려와 시야에서 곧 사라질 지리 제1봉을 아쉬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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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구름을 벗어나 중천에 떠오른 해를 보게 된다.

천왕봉 줌인

 

 

산에 오르면 헤아리고 가다듬어 차곡차곡 쌓아두게 된다.

산에 오면 아쉬워 남겨두었던 것들 쓸어 모아 툭툭 던져버리게 된다.

눈에 가득 아름다웠던 날들, 감사했던 이들 여미어 담아두게 되고,

없어져도 그만일 욕구 부스러기들 훌훌 털어버리게 된다.

하산길 유일한 대피소인 치밭목 산장

 

몇 번의 나무계단 오르고 내려서길 반복해서 하산 길 유일한 대피소, 치밭목 산장에 도착한다. 식수를 보충하고 다시 하산할 즈음 많은 탐방객들이 반대편에서 올라오고 있다.

 

 

긴 여정의 끝이 보인다

유평 마을

 

​유평 날머리까지 이르렀다. 결과가 좋을 때 고행을 함께 겪은 이들은 공통된 행복감을 느낀다. 여기서 요기를 하고 대원사 주차장까지 천천히 걸어 내려간다.

때 / 여름

곳 / 성삼재 - 노고단 - 임걸령 - 노루목 - 삼도봉 - 화개재 - 토끼봉 - 연하천 대피소(1박) - 삼각봉 - 형제봉 - 벽소령 대피소 - 칠선봉 - 영신봉 - 세석 대피소- 촛대봉 - 연하봉 - 장터목 대피소(2박) - 제석봉 - 통천문 - 천왕봉 - 중봉 - 써리봉 - 치밭목 대피소 - 새재 갈림길 - 유평리 - 대원사 - 대원사 주차장

 

 

 

https://www.youtube.com/watch?v=sWnuxphpu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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