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에 이르러 더욱 겸손해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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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역사상 최초로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이 죽은 후, 환관 도고가 조정을 쥐고 흔들자 도처에서 진秦나라의 포악한 정치에 항거하는 반란이 일어났다. 항우의 숙부인 항량은 회왕을 옹립하고 초나라를 재건했다.
변방의 하급 관리 정장亭長에 불과했던 유방도 봉기하여 천하에 모습을 드러내며 항량의 휘하로 들어왔다. 얼마 후 항량이 진나라와의 전투에서 전사하자 조카인 항우가 실세로 부상한다.
“관중을 먼저 정복하는 이를 그곳의 왕으로 삼겠다.”
회왕은 진나라 도읍인 함양으로 진입하는 요충지, 관중 땅을 먼저 정복하는 사람을 왕으로 삼겠다고 공약했다. 항우가 거록에서 진나라 군대와 맞서 격전을 벌이고 있을 때, 유방은 정서 군을 이끌고 관중을 향해 출발했다.
그즈음 진나라 조정에서는 권력을 장악한 환관 조고가 스스로 황제가 되기 위해 2세 황제 호해를 핍박하여 자살하게 만들고는 여론을 호도하기 위해 진시황의 장손 자영을 옹립했다. 그러나 자영은 계략으로 조고를 살해하고는 함양으로 진격해 오는 유방에게 항복했다. 유방은 자영의 항복을 받아들이고 함양에 먼저 입성했다.
“여긴 별천지였구나.”
오랫동안 전장에서 강퍅하게 살아온 유방은 궁중의 수많은 재물들과 후궁의 미녀들을 보고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거에 눈을 머물지 마십시오.”
“알겠소. 내가 잠시 정신이 나가고 말았구려.”
유방은 장량과 번쾌의 강력한 충언을 받아들여 물리적 유혹을 물리치고는 함양에서 군사를 물려 패상覇上에 주둔하며 앞날을 위해 민심을 얻는 데 주력했다.
‘사람을 죽인 자는 사형에 처하고 사람을 다치게 하거나 남의 물건을 훔친 자는 그에 대한 죗값을 치르도록 한다.’
대표적으로 진나라의 번잡하고 비논리적이며 백성 탄압 일색인 악법을 전면 폐지하고 지극히 단순 명료한 약법삼장約法三章을 공표하여 민심을 수습했다.
한편 거록에서 진나라 군을 크게 무찌른 항우는 서둘러 관중으로 향했으나 항우가 도착했을 때에는 이미 유방이 함양에 입성하여 민심까지 다스려 놓은 상태였다.
항우는 유방 정도의 인물에게 관중 왕 자리를 차지하게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앞서 회왕 앞에서 제장들과 한 약속을 일방적으로 어긴다면 신뢰를 잃고 그들의 배반을 감수하게 될 것이다.
범증과 논의하여 변방의 파巴와 촉蜀에 한중漢中을 덧붙여 유방에게 주어 한 왕漢王으로 칭해 관중에서 손을 떼게 하도록 강권하였다.
“관중을 먼저 접수하긴 했지만 항우에게 내주십시오. 아직은 그와 맞설 때가 아닙니다.”
유방은 원래 항우의 입성을 저지하고 자신이 관중 땅의 왕이 되고자 했지만 모든 면에서 항우의 세력에 미치지 못했다.
“아깝긴 하지만 지금은 살아남는 게 먼저겠지.”
유방은 관중 땅을 항우에게 바쳤다. 유방의 양보로 함양을 접수한 항우는 40만 대군을 이끌고 함양에 입성했다.
힘의 우위를 내세워 침략하듯 입성한 항우의 군대는 분풀이라도 하듯 닥치는 대로 파괴하고 불태웠다. 유방이 살려준 진의 황제 자영을 죽이고 극도로 호화롭게 꾸며져 사치를 일삼았던 진나라의 궁전, 아방궁阿房宮이 이때 불타 없어졌는데 석 달이나 그 화염이 꺼지지 않았다.
항우는 함양의 미녀들을 품에 끼고 타오르는 불길을 술안주 삼아 승리를 자축했다. 또 귀한 보물을 캐내고자 진시황 무덤 병마용을 파헤쳤는데 현재 서안에 있는 진시황의 병마용은 처음 발굴되었을 때 거의 파괴되어 있었다. 당시 함양에 입성한 항우의 군대에 의해 부서진 뒤 2,200년이 지나 발굴된 것이다.
“여긴 도무지 정이 안가. 여자들과 값나가는 보화를 챙겨 돌아가자.”
진나라 백성들이 머물러 관중을 다스려주기를 원했으나 불에 타서 잔해만 남은 곳에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관중은 요새처럼 사방이 산과 강으로 둘러싸였고 땅도 비옥합니다. 여기에 도읍을 정하면 쉽게 천하를 제패할 수 있습니다.”
관중은 동쪽으로 함곡관, 남으로 무관, 서쪽으로 대산관, 북으로 소관이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지로 사방이 요새로 둘러싸여 있다는 의미의 사새지지四塞之地로 불려 왔던 곳이었다.
세객인 한생이 관중 땅의 장점을 거론하며 항우에게 머물기를 권했으나 하루빨리 고향에 돌아가 자신이 이룬 성공을 알리고 싶었다.
“전쟁에 이겨 부귀를 거머쥐고도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
항우는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걷는 ‘금의야행’이 아닌 비단 옷차림을 보여주며 고향에 돌아가는 ‘금의환향錦衣還鄕’을 택했다.
“초나라 사람은 원숭이에게 관을 씌워 놓은 것 같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니었군.”
한생은 이렇게 푸념했다가 항우에 의해 끓는 물에 삶아 죽고 말았다.
손에 쥔 영광은 손이 풀어지면 날아가버린다. 항우가 훗날 유방에게 패하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것은 끝까지 신중하지 못하고 초심을 되찾지 못함에 큰 원인이 있다.
영웅의식에 젖어 남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아집은 리더로서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다.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는 조직은 미래를 위한 역량 결집이나 신규 투자가 아까울 것이다. 반대로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를 내다보는 조직은 더더욱 힘을 모으고 재투자를 활성화한다.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4차 산업화 시대인 요즘엔 더더욱 그러하다.
탄탄한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로키low-key’를 유지해야 한다는 중국 격언이 되새겨진다.
큰 성공을 이뤄 부귀영화의 정점에 이르러서 금의야행을 실행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이때 더욱 신중하게 지난날을 되돌아보고 초심을 유지한다면 항우처럼 무너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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