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머니의 품이다

등산과 여행은 과거와 미래에서 지금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다

등산과 여행의 모든 것

시기별·지역별 산행·여행지/지금 가기 딱 좋은 산행지, 여행지

초여름 숲길_ 선자령과 대관령 옛길, 싱그러운 초록 숲에서의 사색

장한림 2022. 6. 9. 22:47
반응형
728x170
SMALL

 

나의 산행기_ 도서 정보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https://www.bookk.co.kr/book/view/135227종이책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

hanlimwon.tistory.com

 

 

 

국가 숲길 1호, 몽환의 숲, 여름 선자령과 대관령 옛길을 이어 걷다

 


영동과 영서를 가로지르는 백두대간 대관령과 곤신령 사이의 선자령은 고개라기보다는 산이라고 해야 옳다.
하늘에서 선녀들이 이 계곡으로 아들을 데리고 내려와 목욕한다고 해서 그 명칭이 유래되었다고도 하고, 보현사에서 보면 선자령이 떠오르는 달처럼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선자仙子, 신선을 일컫거나 용모가 아름다운 여자를 지칭하는 표현이므로 아마도 능선의 굴곡이 그처럼 아름다워 붙여진 쪽으로 받아들이고 싶어 진다.
그러나 엄연히 산경표山經表에 대관산, 동국여지지도東國輿地之圖에도 보현산으로 표기되어 있으므로 성철스님이 말씀하신 그대로 산은 산이다.

 

 

 

강원도의 산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등산

www.bookk.co.kr

 

 

 

 

 

높지만 높게 느껴지지 않는 곳, 그곳에서의 사색

 


꽃이 물들어 덩달아 청량하게 물들고 싶었던 신록이 엊그제 지나자 선자령에도 더욱 기세 높여 짙푸름을 발산하는 녹음으로 곳곳마다 색감 두드러진다. 새들과 꽃봉오리의 재잘거림이 잦아들어 묵직한 고요가 담담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지만 선자령 풍차 길에서 보는 풍력발전기는 여름, 겨울 할 것 없이 그 기세가 여전하다.

 

 

 

금마타리

 

모시대
SMALL

 


횡계리 목장 일대 등 대관령 풍력 발전단지 49기의 발전기 프로펠러는 대관령과 선자령을 넘나드는 세찬 바람에 의해 일정하게 돌아간다.
풍력발전기는 먼저 바람의 운동에너지를 기계 에너지로 변환시킨 뒤 다시 전기에너지로 바꿔 전기를 생산한다. 풍력 발전단지로 최적의 장소인 이곳에서 생산하는 전력량은 연평균 약 23만 MWh에 이르는데 강릉시 전체 가구 수의 절반인 50000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양이라고 한다.
겨울 설경이 그만인 선자령이지만 맑은 물 흐르는 계곡, 유순할 정도로 평탄한 한여름의 초록 능선도 군데군데 야생화 물결까지 더해 그 정취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정겹다.

 

 



어둠이라야 별이 더욱 반짝이는 것처럼, 구름을 그려 넣어 달빛의 오묘함을 묘사하는 것처럼 여름 선자령 수림 오름길은 푸른 하늘 아래 꼭꼭 숨은 좁다란 계류와 딱 그만큼의 엷은 물 흐름 소리까지 사내 속 태우는 미인의 교태를 마주하는 듯하다.
어떻게 비유되었든 선자령의 초여름 녹음은 제철이라 할 수 있는 겨울과 달리 가붓한 구름을 들어 올리고 저들은 가슴 아래로 낮춤으로써 또 다른 계절의 절정을 연출해내니 철 바뀜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뚝뚝 떨어져 그늘마저 초록으로 물들인 정오 무렵 호젓한 숲길이 여전히 상쾌하다.
홀로 나들이, 그 어감만으로도 쓸쓸하지만, 막상 나서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른 여름이라 동자꽃, 기린초, 원추리 아직 몸 내밀지 않았어도 막 데워지기 시작한 열기는 새로움으로 계절 맞으라는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푸릇한 초원 가르는 황토 능선길에 화창하게 햇볕 내려 쪼이니 홀로 나들이지만 조금도 쓸쓸하지 않다.

 

 

 

반응형



드넓은 초원으로 이루어진 정상은 해발 1157m나 되지만 구름 쉬어 넘는 대관령 들머리인 휴게소가 840m의 고지대에 있으므로 산행길은 수월한 편이다.
정상에서의 일품 조망이 조금만 더 맑은 날씨였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그래도 오대산, 계방산과 황병산이 낯익은 산객을 반겨준다. 넓은 초지 선자령에서 보는 일대의 산들은 삼각으로 우뚝 솟은 여느 산에서 보는 풍광과 달리 높거나, 멀거나, 크다는 감각이 덜어진다.
몸을 낮추면 하늘은 더욱 높아 보이고 하늘과 땅의 공간은 더욱 넓어 보인다. 사고의 펑퍼짐한 합리일 수 있겠지만 선자령이라 그런 생각이 드는가 보다.
명예에 치중하나 명예로운 면이 없는 자가 사력을 다해 얻는 게 있다면 실제로 그건 명예가 아닌 명성일 게 뻔하다. 그런 사람이 그걸 얻고자 한 노력은 땀과 열정이기보다는 탐욕의 표출일 가능성이 클 것이다.

 

 

 

 

 

장순영의 부크크 커뮤니티

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www.bookk.co.kr

 


여불위의 ‘여씨춘추呂氏春秋’에 지혜롭게 보이려 애쓰는 지도자는 나라를 망치기 쉽고, 충성스럽게 행동하는 신하는 나라를 말아먹을 위험이 있다고 한다. 진정 명예를 귀히 여기는 이는 몸을 드러내거나 소리를 높여 자신이 지닌 탁월한 재능과 충심을 돋보이려 하지 않는다. 기교로 덧붙여 생색낼 일도 없다.
자기중심적이라 자신을 스스로 낮추지 못하는 이한테는 하늘마저 낮아 보여 천정에 이마 찧는 일도 생기지 않을까. 스스로 낮출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상대를 배려할 줄 알고 거기서 평화를 얻는 지혜도 추출할 것이다.

 

 

 


높지만 높게 느껴지지 않는 곳, 평야처럼 아늑한 선자령을 돌며 두루 사위를 조망하다 보니 문득 우리나라 정치인이나 행정가들은 물론 재벌 사업가들도 진정한 명예의 의미를 깨우쳤으면 하는 탐심이 생긴다.
반정半頂으로의 하산 길, 대관령 옛길로 들어서기 전에 내려다본 강릉 앞바다가 흐릿한 연무로 인해 수평선이 가려졌다. 볼 때마다 하늘과 바다의 가름이 명확했던 동해였는데 오늘은 그 구분이 모호하다.

 




험준한 요새의 큰 관문이란 뜻이 담긴 대관령大關嶺은 영동의 진산으로 중앙과 지방, 영동과 영서를 구분하는 지리적 관문이자 문화적 접경이었다. 또한, 이곳은 다른 지역으로 들어가는 초입임에도 신성한 영역으로 전해진다. 풍수가들은 대관령을 자물쇠 형국이라 하는데 그만큼 넘나들기가 쉽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한림의 '이야기가 있는 산' - 산과 삶과 사람과 : 네이버 블로그

산과 글을 사랑하며, 아래 산행기와 소설 등의 창작물을 집필하였습니다. 이야기가 있는 산 1, 2권(도서출판 송곡) 산에서 역사를 읽다(BOOKK) 산에서 전설을 듣다(BOOKK) 산과 삶과 사람과<시리즈 1,

blog.naver.com

 



지금도 대관령은 강릉사람들의 정신적 귀의처로 존재하고 있음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다. 대관령 산신당에 산신을 불러 모셔 산불이나 가뭄 등의 재해를 막아달라고 빌며, 수능시험이나 국가고시에 응시하거나 삶에 고비를 맞을 때 정성껏 음식을 장만해 산신당과 성황사에 제를 올린다.
자동차를 샀을 때 대관령을 향해 세우거나 대관령 중턱에서 안전 운전 고사를 지내며 신의 도움을 얻고자 하니 대관령 산신은 정녕 천년이 넘도록 강릉사람들과 애환을 함께하며 존재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이곳 강릉지역에서는 평생 한 번도 대관령을 넘지 않고 사는 게 행복한 삶이라고 전해지기도 하지만 아주 오래전 얘기일 것이다. 어쩌면 대관령은 극복하여 넘고 싶은 비애와 고통의 장벽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내 자식만큼은 여기서 오징어 말리며 살게 하지 않을 거야. 저 고개 너머로 학교 보내고 시집보내고 싶어.”

이 지역 사람들은 대관령을 넘기만 하면 삶이 나아질 거로 믿어왔고 그걸 소망으로 품고 살아왔다. 세월 흐르며 소금 장수들의 추억이 서린 곳, 나그네의 쉼터, 시인과 묵객들이 넘나들며 필명을 떨친 곳이 바로 여기다. 오늘날에 이르러 대관령은 동서 화합, 문화 및 경제교류의 열린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인간사 새옹지마의 일면을 읽게 하는 곳

 

 

 


대관령 옛길의 정점이자 내리막 시점인 8km 거리의 대관령 중허리 반정은 예나 지금이나 구불구불 험준한 길임엔 변함이 없다. 이 길을 오가던 사람들이 넘어지고 구르면서 내려왔다 하여 대굴령이라고 불렀다니 말이다. 한겨울 눈까지 내리면 통행이 어려워 이젠 대다수 차량이 저 옆으로 잘 뚫린 고속도로를 이용하고 있다.
내려가는 길 어귀에 깊고 험한 산중 지나는 이들의 배를 채우고 휴식도 취할 수 있게 했던 주막터가 그럴듯하게 재건축된 상태로 보존되고 있는데 주모까지 있어 한잔 밀주까지 마실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거란 생각에 침이 고인다.

 

 


 


또다시 숲길 걷다 멈춘 곳, 원울이재員泣峴. 조선 시대 한양에서 근무하다가 600여 리나 떨어진 강릉 지방관으로 발령받은 어느 부사가 이 고개를 넘으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해 울었고, 임기를 마치고 떠날 때 정든 백성들의 인심을 못 잊어 또 울었다는 곳. 올 때와 갈 때, 접한 현실에 따라 그 눈물의 질이 틀리니 이 또한 인간사 새옹지마의 한 일면처럼 보인다. 지금은 목이라도 축이려 잠시 쉬려는데 마구 들러붙는 모기떼가 나그네 울상을 짓게 한다.

 

 

 



대관령박물관에 다다라 고개 돌리면 선자령과 대관령, 영동의 관문을 통하는 길들에서 사계절 뚜렷한 변화를 보게 된다. 계절 바뀌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이는 곳이다. 바뀐 형상은 겨울에 이르러 한동안 하얗게 멈춰 선다. 실까지 모두 풀어 연을 날려 보내던 지난겨울의 하얀 선자령이 떠오르는 것이다.
선자령에서 대관령 옛길 막 지나간 늦봄까지도 겨울 흔적 수북했더랬지. 햇빛에 녹아 습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았지. 따사로운 봄바람에 연한 붓꽃 피었었고 진달래 피자마자 철 지난 지 겨우 한두 달, 그러다 잠시 단풍 붉다가 질 테고 그런 후엔 목화솜 흰 저고리 차림으로 윤회의 긴 시간 보내야만 하겠지.

 

 

 



시간만 허락된다면 계절 바뀔 때마다 찾아와 계절과 사색이 마구 뒤엉켜 세월까지 되돌리는 환각에 빠져들고 싶다. 선자령은 그런 곳이다. 대관령 옛길과 그 맞은편의 능경봉, 그리고 고루포기산을 거쳐 그 너머 해발 1100m 고산지대에 자리 잡은 안반데기 마을까지 무작정 걸으며 시절과 관계없이 사색에 잠기고 싶은 곳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ueGHqlEzBqk

 




때 / 초여름
곳 / 대관령휴게소 - 양떼목장 - 풍해 조림지 - 샘터 - 선자령 정상 - 국사성황당 - 반정 - 대관령 옛길 - 주막터 - 원울이재 - 대관령 자연휴양림 - 대관령박물관

반응형
그리드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