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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숲_ 천상의 화원, 금대봉과 대덕산에서 한강 발원지 검룡소를 걷는 야생화 트레킹

장한림 2022. 6. 18. 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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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산행기_ 도서 정보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https://www.bookk.co.kr/book/view/135227종이책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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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여름 숲, 신들의 화원, 두문동재 지나 금대봉, 대덕산을 향유하다   

 

 

친구 찾아 강릉에 왔다가 제철 맞은 야생화 천국을 방문하고 싶은 기분 그대로 움직인다. 강릉에 사는 오랜 친구의 도움이 있기에 야생화 탐방에 나설 수 있었다.

 

 

“네가 산을 좋아하니까.”

 

털털하게 웃으며 기사 노릇에 산행 목적지까지 동반해주는 친구가 여간 고마운 게 아니다

 

“오늘은 내가 길 안내하면서 특별히 야생화 학습까지 시켜주지.”

“고마워.” 

 

 

 

 

 

농담과 덕담을 주고받으며 웃다 보니 어느새 백두대간 두문동재 표지석 앞에 이른다. 태백과 정선 경계에 있는 해발 1268m의 높고도 큰 고개, 재작년 겨울 함백산을 오르면서 들머리로 삼았던 두문동재를 다시 오게 되었다.

 

 

천상의 화원에 올랐다가 한강 발원지로 내려서다 

    

이른 아침인데도 햇살이 창창하다. 탐방지원센터에서 예약 확인을 하고 탐방 허가증을 받아 초록 숲길로 들어선다. 오늘 산행 구간은 서식지 훼손이 가중되기 쉬운 곳이라 자연 자원 및 생태계를 보호하고자 탐방 예약제를 운용하고 있다.

 

 

 

국립공원의 산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산들을 찾다 보면 그곳이 국립공원이고,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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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 천상의 화원이 시작되지. 어제는 물길을 걸었으니 오늘은 꽃길을 걸어보자.”

“오케이.” 

 

현규와 함께 태백 12경 중 한 곳인 금대화해金臺花海에 발을 내딛자 어제보다 푸근한 안정감이 생긴다. 완만한 오솔 숲길을 느긋이 걷는데 걸음을 멈추고 자꾸 허리를 낮추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동자꽃이야.”

“새 며느리밥풀이라고 하지.”

 
 

보라색 꽃잎에 바짝 카메라를 들이대고 접사 하면서도 꽃 이름에 거침이 없다.

 

“이건 나리꽃, 말나리.”

“그건 나도 알아.”

“그럼 여기 노루오줌도 알겠네.”

“…….”

 

본 적이 있긴 하지만 그게 노루인지 사슴이 싼 오줌인지 어찌 알겠나. 다양하고 희귀한 식물들도 지천에 널렸지만, 이 지역은 희귀 동물들까지 살아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다. 환경부가 주관하여 1993년부터 2년간 자연자원조사를 했는데 우리나라 고유 특산식물 15종과 16종의 희귀 식물이 자생하는 걸 알아냈고 참매, 검독수리 등의 천연기념물을 발견하였으며 그동안 기록에 없던 희귀 곤충 13종도 기록에 올리게 되었다고 한다.

 

“조심스러운 곳이란 생각이 들지?”

“그러게 말이야.”

 

 

 

 

귀하니 소중하고 소중하니 조심스럽다. 이슬 묻어 촉촉한 들꽃들도 조심스럽긴 하지만 마냥 상큼하다. 싱그럽기 그지없는 숲 갈림길에서 금대봉으로 향한다. 이 길 아래에서 화전민들이 불을 놓고 이곳에서 맞불을 놓아 진화함으로써 밭을 일구었는데 그래서 금대봉 오르는 이 길을 불을 바라본다는 의미의 불바래기 능선으로 부르기도 한다. 

백두대간 마루금인 이 길의 급경사 구간을 거쳐 대간의 길목이자 불바래기 능선의 정점인 금대봉 정상(해발 1418.1m)에 닿는다.

 

 

 

 

 

행정구역상 정선군 고한읍 고한리에 위치하는 태백산 국립공원 구역이다. 2016년 태백산이 22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곧 가게 될 대덕산, 검룡소 일대와 함께 국립공원으로 편입되었다. 

은대봉에서 중함백과 함백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마루도 푸릇하다. 재작년 겨울 온통 하얗게 덮인 백설을 헤쳐나가며 태백산까지 산행했던 때가 주마등처럼 스친다. 

사시사철이 있기에, 때 되면 계절이 바뀌므로 산은 친근하고 더 새로워진다. 옷이 날개라는 말처럼 사람도 치장하기에 따라 달라지는데 하물며 산에서의 계절 바뀜이 얼마나 커다란 변화겠는가. 산과의 우정이 새록새록 오래도록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건 사계절 산의 다양한 변화에 늘 새로운 친근미를 느끼기 때문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정상에서 오른쪽 매봉산으로 가는 백두대간에 눈길을 주었다가 왼편 고목나무 샘 쪽으로 내려선다. 마타리, 둥근이질풀, 참취 등 끝없이 핀 야생초들의 환대를 받으며 금대봉 탐방안내소를 지날 때까지도 바람 한 점 없이 청초한 푸름과 간밤에 젖은 이슬 말리는 햇살뿐이다. 탐방객도 뜸해 걷기에 전혀 불편하지 않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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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멋지네.”

“범꼬리 군락이야.”

 

웅장한 산세를 배경 삼아 초록에 섞이고 바람에 동화되어 흔들거리는 붉은 꼬리의 물결이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그리고 고목 아래의 샘에 이른다. 이 샘에서 솟은 물이 땅속으로 스미었다가 저 아래의 검룡소에서 다시 솟으니 진정한 한강의 발원지는 여기 고목나무 샘이라 할 수 있겠다.

고목나무 샘을 거쳐 빼곡하게 군락 이룬 전나무 숲에 들어서게 된다. 낮음과 높음이 아우러져 신비의 화음을 자아낸다. 흙에서 멀어지지 않으려는 들꽃을 보다가 하늘 높이 뻗은 전나무 숲을 지나면서 역시 서로 달라도 얼마든지 조화롭고 융화될 수 있다는 걸 되새기게 된다. 

 

 

 

 

 

 

다시 참나무 숲을 지나 동자꽃을 또 보게 되고 노란 달맞이꽃, 별 모양의 봉오리를 열어젖혀 분홍빛 수줍음 머금은 멍석딸기 등 현규의 설명과 함께 다양한 들꽃들을 보며 분주령에 도착한다. 

탐방 시점인 두문동재에서 4.5km 지점이다. 탐방 내내 수목원을 걷는 기분이다. 고도 1200m가 넘는 산악 지대란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산길은 부드럽고 산세도 아늑하다. 풍력발전기가 세워진 기울기 완만한 초지에 이르자 파란 하늘이 활짝 열렸다.

 

 

 
 

장순영의 부크크 커뮤니티

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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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의 천국 대덕산 정상부에 올랐을 땐 역시 천상의 화원이 과장된 말이 아니란 걸 알게 된다. 하늘에 인접한 넓은 풀밭에서 사방 조망이 조금도 막힘이 없다. 

말 그대로 지천에 야생화가 넘실대고 잠자리 떼가 낮게 날면서 야생화들과 쉴 새 없이 속삭인다. 말나리에 앉은 꼬리 제비나비가 제 꼬리를 높였다 낮추기를 반복하며 다른 들꽃을 흉보는 듯하다. 

 

“오뉴월이면 이곳이 온통 하얗게 덮이지. 전호를 비롯해 은대난초 등 하얀 봄꽃들이 이 넓은 초원을 메꾼다는 거 아니겠니.”

“상상만 해도 그림이 그려지네.”

 

희고 고운 융단에 누워 목화솜 같은 구름의 가느다란 흐름을 보고 있노라면 스스로 천상의 제왕처럼도 느껴질 것 같고, 보이는 것 외의 다른 모든 것은 망각하게 될 것만 같다.

 

 

 

 

 

해발고도 1307.1m를 표기한 자연석이 그래도 여기가 낮지 않은 고산임을 말하는데 여긴 세상에서 멀찍이 물러나 하늘로 진입하는 접점 지대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KBS 송신소와 바로 옆에 함백산 정상부의 마루금이 뚜렷하고 백운산 능선이 안락하게 펼쳐있다. 다시 몸을 틀면 두위봉, 민둥산과 비단봉의 초록 몸통들이 뭉게구름과 어우러져 생생한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산정에는

한 줄기 바람이 일고

그대와 내가 지나쳐 온 길들은

신갈나무 숲 속에 묻혀 있다네     

사랑과 미움이 교차했던 날들

세상의 길들은 산 아래 놓여 있고

비바람 휩쓸고 간 숲길을 지나면

하늘빛 호수에 눈물처럼 피는 꽃

행여나 그리운 마음에

꽃 속에 누워보면

지나간 날들은 꿈처럼 아득하고

기약 없이 구름만 흩어져 날리네     

산정에는

한 줄기 바람이 일고

그대와 내가 사랑했던 날들은

신갈나무 숲 속에 묻혀 있다네 

    

- 대덕산에서 / 이형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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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아재비, 애기솔나물, 개망초 등의 야생화를 감상하고 꽃 향 풀풀 풍기며 화원을 빠져나온다. 그랬어도 여전히 곱게 피어 늘어선 야생화 길을 따라 하산하게 된다. 

삼거리에서 느긋이 검룡소儉龍沼 방면으로 걸어 수림 우거진 길을 따라 세심 탐방안내소에 이른다. 출입증을 반납하고 검룡소로 향한다.

한강의 발원지로 1억 5천만 년 전 백악기에 형성된 석회암 동굴의 소沼로서 고목나무 샘, 물골의 물구녕 석간수와 예터굼에서 솟아나는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이곳에서 다시 솟아난다. 

오랜 세월 동안 흐른 물줄기 때문에 깊이 1∼1.5m, 넓이 1∼2m의 암반이 구불구불하게 파여 있고 소의 이름은 물이 솟아 나오는 굴속에 검룡이 살고 있어 붙여졌다 한다.

 

 

 

 

 

추정키 어려운 깊은 굴에서 하루 2000여 톤 가량의 지하수가 용출되고 수온은 사계절 섭씨 9도 정도이며 암반 주변 푸른 물이끼는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금대봉을 시작으로 정선, 영월, 충주, 양평, 김포 등 평야와 산을 가로질러 서울을 비롯한 5개 시·도를 지나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에서 북한강과 합류하여 김포시 월곶면 보구곶리를 지나 서해로 흘러가는 총연장 514.4km 장강의 원천이다. 1987년 국립지리원이 한강의 최장 발원지로 공식 인정한 바 있다. 

 

“검룡소를 보면 세상사 모든 근원은 그리 대단한 게 아니란 걸 새삼 느끼게 돼.”

“그러게. 장강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 근원은 종지에 담을 만한 작은 물방울이라지 않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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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고 볼품없는 사사로움에서도 광대한 결과가 얻어질 수 있다는 걸 인식하자 요즈음 흔히 쓰는 금수저, 은수저 표현이 떠오른다. 세상살이, 동수저로 태어나서도 얼마든지 동등한 경쟁력 속에서 우뚝 설 기회가 생기기를 소망해본다. 삽질 몇 번이면 메워질 수도 있는 한강의 발원지를 다시 한번 내려다보고 천상의 화원을 빠져나온다.

검룡소 주차장인 안창죽에 이르러 밝게 웃는 현규의 미소에 하얀 꽃 전호가 하늘거린다.

 

 

 

                

때 / 여름

곳 / 두문동재 - 금대봉 - 분주령 - 대덕산 - 삼거리 - 세심 탐방안내센터 - 검룡소 - 검룡소 주차장  

 

 

  https://www.youtube.com/watch?v=t05lP7F_F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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