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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 한국 침공 18_ 몸값, 100억 유로

장한림 2022. 5. 18. 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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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amic State 이슬람국가 한국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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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생방송으로 구겨진 체면을 세워보겠다는 건가.”

너희들이 원하는 금액은 나한테 푼돈이야. 옷도 내 양복으로 갈아입겠다. 이따위 누더기를 나한테 입히다니. 내 최소한의 자존심마저 짓밟지 않기를 바란다.”

거절하겠다면?”

난 네 면상에 침을 뱉어주고, 너희는 100억 유로를 날리는 거지.”

…….”

하산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승의 대외결제 시스템은 나와의 직접 영상통화가 아니면 지급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날 납치했을 텐데.”

 

하산의 낯빛이 발그레 상기되었다.

 

신뢰할 수 있는 생방송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겠나.”

그게 조건 전부라면 고려해보지.”

또 하나. 밀폐된 공간이 아닌 확 트인 외부에서 촬영하는 것으로 한다. 골방에 쭈그려 앉은 모습을 내 가족과 우리 국민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이세현은 하산이 거절하지 못하게끔 입술을 굳게 물어 꼿꼿한 표정을 만들어 보였.

 

당신 마음대로 죽거나 살거나 할 수 없는 데가 여기야. 죽이고 살리는 건 전적으로 내 뜻에 달려있다.”

 

그렇게 말하는 복면 속 하산의 눈이 가늘게 좁혀졌다.

 

좋아, 당신 의견은 검토해보기로 하지.”

얘기 다 끝났으면 좀 쉬게 해주겠나. 고문을 받아선지 무척 피곤하군,”

하하하! 대할수록 은근히 매력을 풍긴다니까. 알았어. 푹 쉬게 해줘라.”

 

하산이 태수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방을 나가려다 등을 돌려 덧붙였다.

 

그리고 내일, 좋은 구경거리가 있다. 특별히 당신에게 관람할 수 있는 특혜를 주겠어.”

 

하산과 그의 부하들이 나가고 철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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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분량의 노트 기록은 IS공식 합법 국가로 인정해야 한다는 게 주된 내용이었다. 서방 국가들공습 중단을 촉구하는 것과 이슬람권의 대동단결을 원한다는 내용을 읽다가 이세현은 노트를 덮고 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 명분도 없고 정통성도 없이 떡 주무르듯 적당히 버무려서 나라를 만들려 하다니.

 

* *

몇 번이나 비포장도로를 지난 것 같다. 한참 흔들리던 차가 멈추고 안대를 풀자 뿌연 먼지바람이 한차례 광장을 훑고 지나갔다.

 

고대 유적의 산실인 팔미라박물관이지.”

 

복면을 쓴 하산이 옆에 앉으며 말했다. 광장에는 수십 명의 군중이 둘러섰고 군중들 정면으로 목판이 설치되었다. 조금 후 머리가 하얗게 센 아랍 노인끌려 나오더니 목판에 무릎이 꿇려졌다. 인터넷상의 동영상에서 접했던 참수 직전의 장면이 틀림없다.

 

저게 당신이 말한 좋은 구경거리인가.”

저건 내 뜻이 아니란 것만큼은 믿어주시오.”

 

하산이 혼잣말처럼 웅얼거렸다.

 

저 사람이 누구요?”

미스터 팔미라.”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하산이 건조하게 대답했다.

 

여든셋, 살 만큼 살고 영웅으로 이름을 남기면 손해 보는 삶은 아니겠지.”

 

태수는 숨을 죽이고 30m 거리의 광경을 주시했다.

 

저 사람은 여기서 죽지만 저 사람에 의해 시리아 고대 유적 팔미라의 보물들은 영구히 보존될 거요.”

 

시리아의 저명하고 존경받는 고고학자 칼리드 알 아사드 박사가 막 참수되고 말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돼 사막의 진주라 불린 팔미라는 하산이 병력을 이끌고 주도한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IS에 넘어갔다.

 

저 사람은 우리가 곧 들이닥칠 걸 알고도 여길 떠나지 않았지.”

 

하산은 알 아사드 박사의 쓰러진 시신에 눈길을 머물고 목소리를 낮춰 읊조렸다. 고대 로마와 페르시아 양식을 혼합한 유적 도시를 지키려고 알 아사드 박사는 IS가 점령한 후에도 고향 팔미라를 떠나지 않았다.

 

노인네가 그 많은 양의 유물들을 감쪽같이 숨겼더군.”

 

수백 개의 고대 입상 등 팔미라박물관의 보물급 유적을 숨기는 걸 주도한 알 아사드 박사는 숨긴 장소를 대라는 IS의 모진 고문과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죽음을 택한 것이다.

 

안타깝지만 결국 개죽음을 자초한 거야.”

 

하산은 알 아사드 박사의 참수 경위를 들려주고는 노학자의 죽음을 개죽음으로 깎아내렸.

이세현, 즉 윤태수는 참수 직전에도 안경을 닦아 단정하게 착용하며 곧고 정정한 태도를 유지하려는 노학자의 마지막 모습이 다시 안대가 채워지고도 아른거렸다.

 

유물을 내다 팔아 겨우 무기를 사들이려고 평생을 문화유적 보존에 헌신한 분을 공개 처형하다니 역시 IS는 짐승만도 못한 집단이야. 당신은 그 집단의 사냥개고.”

 

태수가 화를 이기지 못하고 씨근댔다.

 

어떻게 비유하든 관계없어. 내가 오늘 당신을 데리고 온 건 저처럼 개죽음을 당하는 게 나은지 길게 사는 게 나은지 스스로 판단하라는 뜻에서야. 상대가 죽고자 하면 우리도 원하는 걸 포기하고 죽이는 게 우리 방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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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국영방송사에서 나온 촬영기사와 보조기 사시리아 북부 초원지대 인근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있다.

 

한국 대승그룹 총IS를 새롭게 인식하다.’

이세현 회장, 자발적으로 이슬람국가를 지원하기로 약속

 

IS는 대변인을 통해 한국 대승그룹의 이세현 회장이 중대 발표를 할 거라는 소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틀 전, 시리아 알 아사드 박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접한지라 이세현 회장의 방송 예고는 더욱 관심을 끌었다.

곧 이세현 회장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방송국에서 파견촬영에 동원된 두 명의 기사는 분주히 움직이면서도 긴장과 전율을 동시에 느꼈다.

방송사들은 전 세계에 위성 중계될 이 방송의 시청률에 큰 관심을 가졌고 시청자들 또한 예고된 방송 시간을 초조하게 기다렸다.

대승그룹의 임직원 대다수가 하던 업무를 중단하고 자연스럽게 TV 에 모인 건 오후, 네 시경이었. 시리아보다 7시간 빠른 한국에서의 방송 시간이.

대승그룹뿐 아니라 이 시간에 거리엔 차량의 움직임도 눈에 띄게 줄었고 다니는 인파도 드물었다. 삼삼오오 텔레비전이 있는 커피숍이나 음식점 앞에서 IS의 방송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거였다.

 

대승 회장이 과연 무슨 말을 하게 될까?”

뻔하지 않겠어. 저놈들이 작성한 내용을 읽어 내려가기밖에 더 할까.”

그렇겠지.”

 

TV는 미국의 백악관과 영국의 버킹엄 궁전, 로마 교황청과 대한민국의 청와대 등 각국의 최고기관 건물들을 두루 자료화면으로 내보내며 세계가 숨죽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곧 방송이 시작될 것 같습니다.”

 

앵커의 말이 떨어지고 영상이 떴다.

 

복면한 IS 요원이 아랍어로 먼저 메시지를 낭독했다.

 

이 방송은 전적으로 대승그룹의 이세현 회장이 동의하였으며 성명 내용 역시 이 회장과의 합의사항임을 밝혀둔다.”

 

화면이 바뀌자 초원지대에 덩그러니 놓인 테이블 앞에 이세현 회장이 양손을 모으고 앉아있는 모습이 첫 화면으로 나타났다. 납치되기 직전보다 많이 수척해진 모습이다. 이 회장은 고개를 숙였다가 입을 열었다.

 

대한민국 대승그룹의 이세현입니다. 본의 아니게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스럽습니다. 저는 보시다시피 아직 건강합니다. 이들의 요구가 관철되기 전이니까요.”

 

이 회장은 한국어로 다소 빠르게 말을 이어가더니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들의 요구사항은 허무맹랑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이들이 요구하는 대로 이행한다면 전 세계 공동의 적인 IS 무장 조직에 날개를 달아주는 어마어마한 자금입니다. 이들은 그 돈으로 더 무자비한 테러를 저질러 세계 곳곳에 공포의 역병처럼 퍼질 것입니다.”

 

영어로 발표할 거로 예측했던 세계 각국의 방송들은 서둘러 자국어로 번역해 자막 처리했지만, 실시간보다 다소 늦을 수밖에 없었다.

 

저는 여기서 죽겠습니다. 이들의 요구사항을 단 하나도 들어줄 수 없습니다. 한 푼도 주지 않겠습니다. 이들이 우리 대승 혹은 우리 정부에 별도로 협박을 가해도 절대 들어주시면 안 됩니다. 이건 제 유언이자 우리 대승에 공지하는 마지막 하달 사항입니. 그리고 대승 임직원분들께 덧붙입니다. 제가 맡았던 제반 경영권과 직무 일체를 제 여동생인 이채림 부회장에게 모두 인계합니다. 모든 임직원은 흔들림 없이 평소대로 근무에 임해주시고 이채림 부회장의 지시에 동조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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