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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글

이슬람국가 한국 침공 17_ 몸값, 100억 유로

장한림 2022. 5. 18.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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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amic State 이슬람국가 한국 침공

https://www.bookk.co.kr/book/view/133088

 

 

17.



중동지역에 우리 이슬람국가가 굳건하게 세워지면 아랍권 전체가 대승의 상품을 소비하게 되는 거지요. 그다음엔 아랍 이외 지역의 이슬람권과 친교를 이어가고 말이요. 그때의 대승을 한 번 상상해보시오.”

 

칼을 들이대고 협상을 강요하는 강압적 비즈니스에 다름 아니다. 알 아프리의 언어 구사와 과장된 몸짓까지 이세현에게 더욱 거부감을 일으키게 했다.

 

평화를 핵심으로 하는 이슬람을 욕되게 하는군요. 당신 역시 패권주의를 위해 이슬람의 본분을 저버리고 평화와 동떨어진 파괴나 테러를 일삼는 거 아닙니까.”

 

이슬람을 깃발로 세우고 야욕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급진과격 주의자의 터무니없는 과욕에 더욱 심한 일침을 가하고 싶었다.

 

나 또한 평화를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소. 지금은 그 과정의 일부분이요.”

 

알 아프리는 이세현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고 여전히 자신의 견해만 늘어놓았다.

 

나랑 같이 그 꿈을 이뤄봅시다. 7세기의 칼리프 시대를 부활시키고 당신은 거대한 칼리프 제국의 경제독점권을 얻는 겁니다.”

하하하! 인질을 납치해서 몸값을 받고 유전을 탈취해 석유를 팔아서 말입니까.”

 

알 아프리의 눈자위가 가늘게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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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앞을 향해 나가는 거지 과거로 회귀하는 게 아닙니다. 다양한 민족들을 포용하고 융화하려는 대다수 모슬렘에게 수치스럽지도 않습니까.”

 

이세현이 심하게 이죽거리자 알 아프리의 미간이 좁혀졌으나 이내 엷은 미소를 지어 보였.

 

우리는 성전을 치르는 중이요.”

집어치우시오. 자살폭탄테러를 감행하고 마구잡이로 민간인을 살상하는 게 성전이란 거요?. 그게 코란에서 말하는 지하드란 말이요?”

 

더는 들어줄 수 없다는 양 이세현은 목소리를 높여 쏘아붙였다.

 

후회할 짓을 하는군.”

장담하건대 당신은 아랍지역의 이슬람권에서조차 배척되어 사라지고 말 것이요.”

 

옆에 서 있던 수행원이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칼을 빼 들었으나 알 아프리가 제지했다.

 

그리고 우리 대승그룹을 짐승만도 못한 무장 조직의 하청업체로 깎아내리지 마시오. 그건 나와 우리 대승을 모독하는 거요.”

짐승만도 못한무장 조직이라고.”

 

주먹을 말아 쥔 알 아프리의 팔이 부르르 떨리는 걸 보았다. 태수는 이세현 회장의 얼굴로 바꾸고 여기 올 때부터 살아 돌아갈 확률은 제로에 가깝다고 생각했었지만 결국 죽음을 재촉하고 말았다.

 

- 다른 사람의 얼굴로 죽는다는 게 좀 씁쓸하긴 하네.

 

흐흐흐, 한낱 장사꾼에 불과한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군. 그렇게 나온다면 방법을 달리해야겠지.”

 

알 아프리가 손가락으로 이세현의 이마를 두 번 찌르고는 방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러자 알 아프리의 수행원이 이세현의 얼굴에 거칠게 발길질을 했고 이세현은 의자에 앉은 채 뒤로 나자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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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긴 채 거꾸로 매달려 물속에 처박혀있으면서 낭가파르바트의 정상이 떠오른다는 게 희한했다.

 

나는 정복하려고 여기 이 산에 온 게 아니다. 또 영웅이 되어 돌아가기 위해서도 아니다. 나는 두려움을 통해 이 산을 새롭게 알고 또 느끼고 싶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고봉 14좌를 무산소로 등정한 라인홀트 매스너. 산을 다니면서 그를 닮고 싶어 했. 산을 알게 되면서 그는 마음속의 우상이고 진정한 영웅이었다.

로체 남벽과 함께 가장 난도가 높다는 수직 등반 루트 루팔 벽을 통해 낭가파르바트 정상부에 다다랐을 때 거기엔 눈이 쌓이지 않았다. 아니 쌓일 수가 없었다. 수직 경사로 인해 눈이 쌓일 수 없어 벌거벗은 산으로 일컬어졌다.

젊은 시절의 라인홀트가 동경해마지않던 낭가파르바트였기에 더욱 애착을 뒀고 출발 전부터 유난히 설렜다. 낭가파르바트가 지금 영상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가슴까지 물속에 처박혔으나 그다지 숨이 차지 않았다. 태수는 이런 게 죽는 거라는 걸 의식했다. 죽음 직전엔 고통을 의식하지 못한다고 했던가.

히말라야 14좌 중 낭가파르바트는 유독 죽음을 떠올리게 했다. 헤르만 불의 첫 정복을 전후해 수많은 산악인을 떠밀어내고 배척한 낭가파르바트다.

라인홀트 매스너도 그의 동생 건터 매스너와 함께 등정했다가 하산 도중 동생을 잃고 한동안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최단기간에 히말라야 11좌를 연속 등정했던 고미영 대원은 김재수 대장과 함께 낭가파르바트 정상을 찍고 내려오던 중 갑작스러운 난기류에 휩쓸려 생명을 잃고 만다. 김재수 대장이 얼마나 허망해하고 슬픔을 억눌렀던가.

 

- 내가 낭가파르바트에서 살아 돌아온 건 여기에서의 죽음이 예정되었기에 유예됐던 건지도 몰라.

 

죽음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았다. 막연히 회색이나 빨강일 거로 생각했던 죽음의 빛깔은 무색투명했다. 죽어서도 당장은 살아있을 때처럼 정신이 이어진다고 의식하는 찰나 몸이 붕 떠오르는 걸 느꼈다.

 

* *

 

만 하루쯤 더 지났을까. 이세현은 등 뒤로 두 팔이 묶이고 검정 천으로 눈이 가려진 채 모로 누웠는데 온몸이 쑤시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역시 여기 끌려오기 전 이세현 회장이 짐작했던 대로 놈들은 시리아 정부금괴 보관 장소를 대라며 위협과 고문을 가했다. 이틀간 모진 압박을 받았지만 모르는 걸 말할 수는 없었다. 통증에 대한 감각도 무디어질 즈음, 철문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들어와 일으켜 의자에 앉혔다.

 

대승의 총수를 직접 뵙게 되어 영광이요.”

 

유창한 영어 발, 젊은 목소리에 비교적 정중했다.

 

난 모하메드 하산이라고 하오.”

 

모하메드 하산, 들은 적이 있다. 일인자 알 아프리의 오른팔이자 IS의 군사지도자. 세계최고액의 현상금이 걸린 인물이다.

 

눈을 가린 걸 양해하시오. 나를 보게 되면 살아서 돌아갈 길이 닫히니까 그런 겁니다.”

 

그의 얼굴은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었다. 소문만 분분했을 뿐 서방세계 어디에서도 모하메드 하산의 정체나 인상착의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지 못했다.

 

대신 팔은 자유롭게 해주겠소.”

하산은 부하에게 묶인 팔을 풀어주라고 했다.

 

 

 

 

클라이밍을 하고 히말라야 빙벽을 타고 오른다더니 과한 소문이 아니었나 봅니다. 몸이 완벽한 근육질입디다. 하하! 하긴 몸이 건강해야 돈도 잘 벌 수 있는 거겠지.”

…….”

금괴를 보관한 곳은 모르는 것 같군요. 알고 있었다면 혀를 깨물거나 거길 말했을 거요. 우리 물고문을 견뎌낸 자는 아직 없었거든. 고문을 담당한 내 부하들이 혀를 내두릅디다. 신음까지 삼켰다면서.”

 

이세현은 고문으로 인한 후유증에 기진맥진하면서도 모하메드 하산이라는 자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 하산은 이세현의 무릎에 노트를 던졌다.

 

그 노트에 당신이 발표할 내용이 적혀 있소. 영어로 적혔으니 그대로 읽기만 하면 될 거요. 세계기업의 수장이 잠시 우리 IS의 홍보대사가 되는 거요.”

 

이세현이 무릎에 놓인 노트를 더듬었는데 하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하나 더. 시리아 정부금괴 보관 장소를 모르니 당신이 대신 대체해줘야겠소. 대승재산의 일부, 극히 일부만 우리가 증여받았으면 하오.”

 

하산은 이세현의 집게손가락 윗마디를 짚으며 아주 작은 양의 몸값이라는 걸 강조했다.

 

당신을 인질 삼아 우리가 일방적으로 한국 정부나 대승에다 요구할 수도 있겠지만 당신이 직접 우리 요구사항을 전달하는 게 합리적일 거 같아말이요.”

 

100억 유로, 원화 약 12조 원스위스 은행 계좌이체. IS에서 원하는 액수를 하산에게 들은 태수는 들으라는 듯 빈정거렸다.

 

역시 푼돈이나 챙기려고 나를 잡아 온 거였어.”

하하하! 굴지의 재벌총수답게 배포가 크군요.”

국가를 선포하고도 당신들은 여전히 강도질로 먹고살려 하는군.”

거절하겠다면 지금 바로 내 얼굴을 보여주지.”

 

요구조건을 철회하고 바로 죽이겠다는 협박이다. 태수는 잠시 숨을 몰아쉬었다가 결연하게 말했다.

 

나도 조건이 있다.”

조건? 당신이 지금 조건을 내세울 처지라고 여기는가.”

생방송을 원한다. 너희들이 멋대로 촬영해서 짜깁기로 편집한 동영상을 전 세계에 내보내는 건 옳지 않다. 그렇게 할 거라면 난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어.”

하하하! 궁지에 몰린 생쥐가 고양이한테 협박하다니.”

나 자신과 내 기업의 명예를 목숨보다 더 중하게 여기며 살아왔지. 3대에 걸쳐 이룬 우리 대승의 이미지마저 네놈들에게 팔아치울 수는 없다는 게 내 소신이다.”

 

태수가 결연하게 뜻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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