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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 한국 침공 16_ 몸값, 100억 유로

장한림 2022. 5. 1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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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amic State 이슬람국가 한국 침공

https://www.bookk.co.kr/book/view/133088

 



 

16.

 

 

 

안나푸르나 정상, 1봉을 뇌리에 가득 담고 3,000m에 달하는 고소 직벽을 아이젠과 아이스 피켈에 의지해 아주 조금씩 올라섰다. 땅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먼데, 그만큼이나 많이 올라왔는데 하늘은 아직도 거리를 좁혀주지 않았다.

 

티이잉.”

 

힘주어 찍은 피켈이 단번에 얼음을 파고드는 소리는 언제 들어도 경쾌하고 단호하다. 영하 25도의 맹추위, 어둡고 미끄러운 직벽에 매달려있으면서 피켈이 빙벽에 박히는 울림마저 없었으면 얼마나 외로웠을까. 바로 아래 헤드 랜턴의 불빛마저 없었더라면 얼마나 고독했을까.

이세현 대원은 제 머리 위에서 피켈을 박는 대장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 다친 발목의 아픔을 참아내며 한 피치 한 피치 온 힘을 다해 기어오르고 있었다.

해발 5,000m 고지의 남벽 끝부분 크랙에 이르기 직전, 예리한 화살촉처럼 살기 머금은 고드름이 헬멧이라도 뚫을 것처럼 노려본다. 거대한 고드름 군집을 비켜 오르면서 이세현 대원의 손을 잡아 끌어당기려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불어난 눈이 보이는 모든 걸 집어삼킬 기세로 몰려들었다.

산더미처럼 부풀려진 눈더미가 부러진 고드름들과 함께 바로 머리 위에서 내리꽂는 순간 태수는 눈을 부릅떴다.

그런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꿈에서 깬 태수는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싶었는데 손을 움직일 수 없었다. 악몽에서 깨어나니 생시 또한 지옥이란 걸 알고 숨을 몰아쉬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다.

 

- 왜 하필 대승이지.

 

눈이 가려지고 양 손목이 뒤로 묶인 채 눕듯이 벽에 기댄 태수는 먹먹한 심정을 가누며 벌어지고 있는 사태에 대해 생각을 거듭했지만 꼬이고 얽힌 매듭의 실마리를 찾기 어려웠다.

 

- 도대체 이들의 목적이 뭐지. 뭘 바라고 납치한 걸까.

 

주변은 고요했다. 계단을 내려오고 철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었었다. 창고인지, 감방인지 지하에 갇힌 것만은 분명하다. 최근 3년 사이, 대승그룹에 연거푸 불행한 사건이 일어났다.

 

- 대승그룹의 경호팀을 맡기 전후해서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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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닷없는 피격과 의문의 피살, 태수는 당시에 일어난 사건들과 지금 IS에서의 납치사건, 그리고 지금 대승그룹 이세현 회장과 연이 닿을 당시의 기억을 더듬었다. 그런데 다시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눈사태가 생생하게 떠오른다.

안나푸르나 남벽을 무사히 올랐다 싶었는데 엄청나게 부풀려진 눈덩이가 덮치려는 순간, 거의 동시에 이세현 대원의 팔을 놓치지 않고 크랙으로 끌어당겨 몸을 밀착시켰다. 간발의 차로 블리자드blizzard를 피할 수 있었던 건 행운이고 기적이었다.

그렇지만 살았다고 안도하는 것도 잠시였다. 시속 50km는 됨직한 강풍이 정상을 향해 위로 진행하는 것을 방해했다. 금방이라도 동사할 것처럼 몸이 굳어져 오는 걸 의식했다.

움직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대로 멈춘다면 산채로 얼음화석이 될 게 뻔했다. 비록 나약한 인간이지만 가슴에 담아온 강한 의지가 표출되면 대자연일지라도 길을 터주지 않을 수 없었다. 무수한 고비를 넘기며 산에서 깨달은 이치다.

그렇게 죽음의 문턱을 몇 차례나 넘어서면서 제1, 안나푸르나 정상에 태극기를 꽂았다. 순백의 여정, 히말라야 오지의 고요하고 엄숙하지만 심술궂은 고봉, 거기서도 유별나게 험난하고 지독스럽게 고독하여 찾는 이의 발길을 뜸하게 만든 남벽을 타고 등정의 희열을 맛보았다.

그러나 희열도 일순간에 불과했다. 발목의 붓기가 종아리로 번졌는데 이세현은 신음까지 속으로 삼켰다.

해발 5,200m 지점의 베이스캠프까지 그를 부축하고 내려오며 따뜻한 커피를 함께 마시고 싶었지만 마음뿐이었다.

 

대장, 날 놔두고 내려가요.”

그딴 소리 집어치워요. 강한 의지까지 날 닮았다고 했잖아요. 힘내요.”

이러면 대장까지 위험해요.”

같이 내려가든가 같이 눈에 묻히든가 둘 중 하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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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벽 등반 도중 낙석으로 인해 어깨가 골절된 김세진 대원을 데리고 중도에 하강하여 베이스캠프를 지킨 오현욱 대원이 끓여준 커피를 마시고야 살았다는 의식이 들었고 경직된 몸이 스르르 풀리는 걸 느꼈다.

 

고산병의 고통 때문에, 발목 통증 때문에 포기하고 싶었어요. 우리 둘만 남았는데 나마저 포기해버리면 윤 대장이 너무 외로울 거 같아서.”

 

네팔의 카트만두로 돌아와 귀국길의 기내에서 이세현 대원은 그렇게 말끝을 흐렸었다. 가슴이 축축하게 젖었다가 다시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60m짜리 로프에 하룻낮, 하룻밤을 함께 매달려 추위보다 무서운 외로움을 잊게 해준 그였다. 그가 옆에 없었다면, 혼자였다면 제1봉을 눈에만 담아두고 후퇴했을지도 몰랐다.

남벽에서의 이세현 대원, 대승물산 이세현 전무, 대승그룹 이세현 부회장, 다시 이세현 회장.

 

- 그렇게 그와 함께 여기까지 왔는데.

 

태수는 그런 그의 모습으로 죽게 되는 게 참으로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 *

 

나도 대승전자의 스마트폰을 사용한다오. 품질이 아주 좋더군요. 기능도 손색없고 말이.”

 

알 아프리는 투박한 억양의 영어로 발음하면서 대승전자 로고가 선명한 검정스마트폰을 꺼내 들었.

 

대승그룹 총수를 내가 아닌 아랫사람과 면담케 하는 건 큰 결례라고 생각해서 내가 직접 왔지요.”

 

알 아프리는 수행원에게 이세현 회장의 포박을 풀게 하고 직접 안대를 풀어주며 한껏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비즈니스를 하듯 살갑게 이세현 회장을 대하는 것이었다.

 

난 민간인이고 기업인일 뿐이요. 날 택한 이유가 뭡니까?”

 

이세현의 말에 알 아프리가 손을 저으며 차분하게 얘기를 나누자고 하면서 내온 차를 권했다.

 

난 서방의 일방적 패권주의, 특히 미국의 이기적 무력 선동을 경멸합니다. , 이슬람의 원리대로 세계인이 공존하며 각각의 다양한 개성이 존중받기를 원하오.”

 

이라크군 기지를 점령하여 민간인 1,700명을 학살했고 이교도 소수민족인 야지디족의 열네 살 이상 남자들을 살해했으며, 여성들을 성노예로 사고파는 등 마구잡이식으로 인권을 짓밟은 그들이었다.

이세현은 그런 주체의 수장이 늘어놓는 궤변을 들어줘야 하는 현실이 암울하게 느껴졌다. 찻잔을 내려놓은 알 아프리는 양손을 과장되게 움직이며 말을 이어갔다.

아메리카 원주민을 무력으로 몰아내고 그 거대한 대륙을 취한 미국이 냉전체제가 무너지자 행동으로 옮긴 것들이 무엇입니까. 중동과 아시아를 중심으로 인접 국가 간의 전쟁을 부추겨 무기를 팔고 전쟁 당사국들의 돈으로 자국의 부를 챙겼지요. 미국에 뒤질세라 영국과 프랑스 등 서방 국가들도 이라크에 대량의 살상 무기가 있다는 작위적 거짓말에 동조하며 아랍지역에 매장된 고품질의 석유를 욕심내더니 결국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거 아닙니까. 자본주의 강국의 탐욕에 이젠 휘둘릴 수 없기에 우리 이슬람국가도 분연히 일어난 것입니다.

알 아프리는 스스로 도취한 듯 계속 자신의 반미감정을 토로했다.

 

미국은 자기네 방식을 아랍에 심어야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굳건히 할 수 있다고 믿었겠지요.”

 

이세현은 투박한 그의 억양이 무척 거슬렸으나 그저 귀에 담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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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을 동원하고 요르단을 조종하며 끝도 없이 아랍을 전쟁의 수렁으로 몰아갔지만 거기 대항하는 이슬람교도들의 지하드 또한 물러섬이 없지요

 

알 아프리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탐욕을 버리지 않는 한 인류의 평화는 절대 요원하다면서 남은 차를 마셨다.

이세현은 IS의 최고지도자가 한국의 기업인을 잡아 와서 자신들의 사상을 전파하려는 건지, 무얼 요구하는 건지 그 속셈을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한테 뭘 가르치겠다는 겁니까? 요점이 뭔가요?”

 

그러나 알 아프리는 연설문을 읽듯 제 할 말을 이어갔다.

 

미국은 테러를 근절하겠다는 명분으로 엄청난 군사력을 동원하여 겨우 빈 라덴 한 사람과 싸웠던 것이요. 그를 죽였다고 과연 미국이 이긴 싸움이었나요. 세계역사가 두고두고 미국을 치욕스럽게 할 게 틀림없어요.”

빈 라덴의 테러를 합리화하는 거라면 내가 들을 얘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하하하! 우리 이슬람국가를 말하려는 겁니다. 시리아는 곧 우리 수중에 들어올 거요. 그다음엔 이라크까지 말이요.”

…….”

시리아 정부와 교류를 계속 이어갔다면 대승은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했을 겁니다. 난 한국이나 대승에 감정이 전혀 없소. 우리 IS를 도와주시오. 시리아 내전이 종식되고 새 정부가 들어서는 대로 대승그룹 전 계열사를 통해 시리아경제를 부흥시킬 작정이요.”

꿈이 크십니다. 그건 그렇고 지금 내 존재가 헷갈리는군요. 난 인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말입니다.”

하하하! 이 회장께서는 우리 이슬람국가가 재건되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소. 성전을 위해 우리 군사력이 태동하는 모습까지 말이요.”

 

- 나 하기에 달렸다, 이거군.

 

알 아프리는 인질이 되느냐, 동반자가 되느냐는 지금 나누는 대화가 어떻게 결론지어지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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