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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 한국 침공 14_ 인질 교환

장한림 2022. 5. 15.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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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amic State 이슬람국가 한국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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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다마스쿠스 도심의 7성급 호텔, 스위트룸에 딸린 서재에서 이세현 회장과 윤태수의 독대가 두 시간이나 이어졌다.

 

회장님! 도와주실 수 있겠어요?”

 

태수는 가족들의 납치상황과 IS의 요구사항을 이 회장에게 있는 그대로 설명하고 도움을 청했다.

 

그러니까 윤 팀장이 나 대신 그놈들한테 잡혀가겠다는 거잖아.”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태수가 고개를 숙이며 나지막하게 대답했다.

 

게다가 내 모습으로 얼굴을 바꿔서 말이지.”

.”

그건 내가 윤 팀장을 돕는 게 아니라 윤 팀장이 나를 돕겠다는 건데.”

…….”

 

서재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윤 팀장의 실력이라면 얼마든지 나를 납치해서 가족들과 교환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야.”

 

혼잣말처럼 내뱉은 이세현의 말이 태수를 먹먹하게 했다.

 

회장님!”

 

태수가 무의식중에 목소리를 높였다.

 

답답해서 그만 나도 모르게.”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회장님은 저를 믿어주셨고

믿다 뿐이겠어. 윤 팀장이 곁에 있어서 내가 편안하게 경영에 임할 수 있다는 거 알잖아.”

 

이 회장은 그렇게 말하며 의자에서 일어서더니 창가에 서서 먼 하늘에 시선을 내던졌다.

 

- 윤 팀장, 이 친구는 아버지와 내 목숨을 구해줬어. 지금도 나를 구하고 저 자신을 희생하겠다는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윤 팀장의 뜻대로 결정을 내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윤 팀장 말대로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회장님이 그들에게 가시면 대승그룹은 물론 세계 경제에 위협이 됩니다. 그건 저들 무장 조직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되고요.”

 

태수는 이 회장의 신속한 결단을 위해 터부시해야 할 말을 입에 올렸다. 이 회장의 입에서 탄식이 새어 나왔.

 

저들이 속아 넘어갈까?”

저들은 언론 영상이나 인터넷상에 오른 사진을 통해 회장님을 접한 게 고작입니다. 회장님을 비롯해 이 사실을 알게 될 몇몇 사람만 보안을 지킨다면 가능성이 있습니다.”

…….”

서울 대승병원의 조형진 박사님을 긴밀하게 불러주십시오. 조 박사님이라면 충분히 저를 회장님으로 만들 수 있을 거예요. 비밀도 보장되고 말입니다.”

조 박사? 조 박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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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서울에서 조형진 박사만 오면 된다. 국내 성형수술의 일인자인 조 박사가 이세현의 복제인간, 도플갱어를 탄생시킬 것이다.

고심을 거듭하다가 이세현 회장은 어쩔 수 없이 제시한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이렇게 하는 게 과연 잘하는 일인지는 알 수 없다. 이게 가족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다만 여전히 다른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세현과 윤태수는 출장 기간에 숙소로 정한 호텔에서 다마스쿠스 외곽의 대승전자 현지법인 직원들이 숙소로 사용하는 아파트로 거처를 옮겼다. 직원들을 모두 귀국 조치시킨 터라 현재는 텅 비어있다.

이제부터 윤태수는 이세현 회장이 되어 IS에 자진 피랍되어야 했고 이세현 역시 자의 타의 반으로 세상과 격리되어야만 했다. 아파트 거실에 마주 앉아서도 두 사람은 답답한 속을 가누지 못했다. 침묵을 깨고 태수가 물었다.

 

저들이 회장님을 노리는 가장 큰 이유가 뭘까요?”

 

IS세계 으뜸의 재벌총수에게 노리는 것이 돈이라는 건 어린아이라도 짐작할 수 있는 일이지만 태수는 그래도 그렇게 묻고 말았다.

 

우리 대승이 시리아 정부협력 관계에 있는 게 눈에 거슬렸겠지.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세현의 눈이 가늘게 접혔다.

 

이미 시리아 곳곳의 유전들이 저놈들 손에 넘어갔어. 세상에 노출된 유전은 더 강력한 힘을 지닌 자들에 의해 그 소유권이 뒤바뀌고 있지. 유전만으로는 늘어나는 군사비를 충당하기도 어렵거니와 언제 다시 빼앗길지 불안했을 거야. 아마도.”

 

말을 이으려다 멈춘 세현의 안색이 굳어졌다.

 

지금 시리아 정부의 마지노선은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금괴야. 이쪽 중동지역 국가들은 정부나 개인을 막론하고 금덩어리만큼은 스위스 은행에조차 맡기지 않거든.”

 

의외의 말에 태수가 침을 삼켰다.

 

저놈들은 내가 그 금괴들을 확인했다고 믿는 거 같아.”

왜죠?”

우리 대승에서 시리아 정부와 시도한 첫 교류는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였어. 처음엔 대승전자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것으로 시작했지만.”

 

물 한 컵을 다 마신 세현의 말이 계속되었다.

대승에서는 오래전부터 시리아를 황금 시장으로 분류하고 마케팅전략을 수립해왔다. 그 결과 전자와 건설, 전기 및 화학 등 대승의 많은 기업을 진출시킬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엄청난 매출을 올리더라도 그런 프로젝트를 거저 수행할 기업은 없다.

북한의 눈치를 보며 저울질하던 시리아 정부가 점차 북한을 불신하게 되었고 남한의 대승그룹을 우방 기업으로 택하는 단계까지 오면서 장기프로젝트의 이행보증으로 이 회장에게 지하 금괴보관소를 확인시켜준 것이다.

 

시리아 정부와 대승그룹의 장기프로젝트 정보가 그놈들에게 새 나간 것 같아. 그래서 나를 납치해 금괴가 보관된 장소를 알아내려는 건지도.”

간간이 소문으로만 떠돌던 금괴 얘기가 사실이었군요.”

 

수십 년에 걸쳐 시리아 정부가 금을 축적해온 건 주변국들, 특히 적국인 이스라엘을 능가하는 군사력을 갖추고자 함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를 우선으로 성장시켜야 했고 그 지름길이 국토를 개발하는 일이다. 그러나 시리아 정부가 보관해온 금괴를 사용할 시기에 이르렀다고 판단할 즈음 내전이 발발하고 말았다.

2011년 초부터 꿈틀거린 시리아사태는 약 2만 명에 가까운 인명피해를 일으키면서 내전 상황으로 치달았다. 20126, 유엔은 시리아가 전면적 내전 상황에 부닥쳤다고 발표하기에 이른다.

고실업, 물가 급등에 빈곤 등 내수 침체와 국제제재 등으로 복합적 경제난에 처한 시리아 정부를 수년간 반군이 압박해온 데다 지금은 IS에 국토 상당 부분을 빼앗기면서 일촉즉발의 위기에 처하게 된 것이다.

시아파인 시리아 정부와 수니파 중심의 핵심 반군단, 세력이 급성장한 급진수니파 IS3자 갈등이 고조되면서 시리아의 난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요원하기만 했다.

 

아사드 대통령한테 우리 대승을 적극적으로 추천한 시리아 총리와 그의 측근들이 이미 정권의 중심축에서 이탈했거든. 만일 아사드 정권까지 무너진다면 우리 대승은 그야말로 상처만 입고 허공에 뜨게 되는 거지.”

 

그래서 이번에 서둘러 현지법인을 철수시키고 시리아와의 비즈니스를 재점검하려고 중동 출장 중 시리아를 제일 먼저 방문한 것이다.

 

시리아 정부IS 스파이가 박혀있는지도 모르지. 이런 사실까지 놈들이 알아내고 날 납치하려 했다면 말이야.”

 

이세현 회장은 대승이 시리아 정부와의 교류를 끝내고 떠나기 전에 IS에서 납치를 시도하는 거라고 믿는 눈치였다.

 

윤 팀장이 IS에 가서 극한상황에 처한다고 해도 그 장소를 알려줄 수는 없어. 이해하겠지?”

당연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제가 가야만 합니다.”

 

당연했다. 시리아를 통째로 날리는 정보를 한낱 무장 괴한들에게 제공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그 사실을 모르는 자라야 고문을 당하더라도 고문에 그치고 만다.

 

https://www.bookk.co.kr/aaaing89

 

장순영의 부크크 커뮤니티

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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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북부 알레포의 상징, 시계탑.

알레포는 인도를 비롯하여 티그리스, 다마스쿠스 등지와 교역을 하던 북부 제1의 도시였으나 정부군과 반군의 무차별 공습이 반복된 데다 살상력을 높이기 위해 급조한 대형폭발물, 이른바 통 폭탄의 투하로 폐허처럼 변했다.

지금은 IS까지 출몰하면서 납치, 감금과 고문 등의 잔혹 행위에 상상을 뛰어넘는 전쟁범죄가 판을 치는 지옥의 장소로 바뀌고 만 것이다. 시계탑 주변의 호텔과 레스토랑들도 모두 부서지고 도로도 파괴된 채 방치되면서 도심지구로서의 면모를 상실한 지 오래였다.

이세현 회장, 아니 윤태수는 양손이 뒤로 묶인 채 승용차 조수석에 앉아있었다. 운전석에는 대승그룹 경호팀의 박성규 과장이 짙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윤태수의 역할을 대신하는 중이다.

 

! 이건 할 짓이 아닌 것 같은데요.”

 

성규는 한숨을 길게 내쉬더니 짜증 섞인 투로 말했다.

 

할 짓이 아닌 걸 할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야. 마음 굳게 먹어.”

형은 살아 돌아올 수 없단 말입니다.”

살 생각 아예 없어.”

 

핸들을 잡은 성규의 팔에서 심하게 경련이 일었다.

 

죽일 놈들. 저놈들은 조폭 양아치보다도 못한 놈들이야.”

넌 저놈들이 내 가족을 데리고 나타나서 나와 교환하는 즉시 왔던 길을 되돌아서 쉬지 말고 달려.”

후우, 알겠어요.”

만에 하나라도 나한테 행운이 따른다면 회장님과 협의했던 대로 이행해줘.”

, 행운을 빌게요.”

 

성규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그때 시계탑의 20여 미터 맞은편에 지프 한 대가 멈춰 섰다. 동시에 태수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성규는 휴대전화기를 태수의 귀에 댔다.

 

먼저 와있군. 우리도 도착했다. 이 회장은 함께 왔겠지.”

내 가족은?”

물론 데리고 왔다.”

내 가족과 친구를 먼저 시계탑으로 보내라.”

! 미리 얘기하지 않았군. 네 친구 놈은 혀를 물고 자살했어. 우리가 잘 묻어줬다.”

뭐라고? 마이클이 죽었다고?”

너한테 미안하다고 전해달라더군.”

 

순간 태수의 안면근육이 심하게 흔들렸다.

 

가족들이 무사한 거로 만족하기 바란다.”

 

크윽. 태수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삭이려 입을 앙다물었다. 아아, 마이클. 우정의 보답으로 친구 가족에게 베풀면서 마냥 행복감을 느낀 마이클이었는데. 그런 마이클이 죽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태수의 미간이 바짝 좁혀졌다.

금세라도 얼어붙을 듯한 눈빛으로 전면을 응시하는데 지프에서 어머니가 먼저 내리는 게 보였고 이어 아내가 승렬이를 안고 내렸다.

 

시계탑까지 보내겠다. 시계탑에 도착하기 전까지 이 회장이 이쪽으로 걸어오는 게 보이지 않으면 자동소총 네 개가 네 가족을 벌집으로 만든다는 걸 명심해라.”

 

태수는 포박된 양손으로 성규의 두 손을 잡으며 부탁해.”라고 말하곤 조수석에서 내렸다. 사색이 되어 시계탑을 지나 건너오는 가족들에게 안부도 묻지 못하고, 사랑하는 아들의 손도 잡아보지 못하고 태수는 그들을 지나쳐 시계탑 쪽으로 느릿하게 걸어갔다.

시계탑을 엄폐물로 삼아 최대한 천천히 걸어야 가족들을 무사히 떠나보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고개를 돌려 세 사람 모두 차에 오르는 걸 보았다. 가족들을 태운 성규의 차가 빠르게 발진하더니 도로 모퉁이를 돌아섰다. 사격 사정거리에서 벗어나기까지 너무나 긴 시간처럼 느껴졌다.

곧이어 무장한 아랍인들이 지프에서 내려 거칠게 태수를 잡아끌었다. 선글라스를 벗기고 검정 천으로 태수의 눈을 가리더니 지프도 요란하게 발진하여 반대쪽으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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