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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국가 한국 침공 12_ 인질 교환

장한림 2022. 5. 15.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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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amic State 이슬람국가 한국 침공

https://www.bookk.co.kr/book/view/133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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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인질 교>

 

 

 

 

태수야! 나야, 마이클.”

, 마이클!”

한국에 막 들어왔다네.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하나뿐인 내 친구한테 전화하는 걸세.”

기다리고 있었어. 지금 공항인가?”

. 너한테 며칠 신세 좀 져야 할 거 같아서.”

신세라니 무슨 그런 말을. 내가 데리러 갈게. 대합실 레스토랑에서 기다리고 있어.”

아냐. 서울에 도착해서 전화할게.”

그럴래? 목동이니까 얼마 걸리지 않을 거야. 기다리겠네.”

 

전화를 끊으며 윤태수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마이클 리, 참으로 반가운 친구다. 남들의 전쟁, 그들만의 전쟁터인 아프가니스탄에서 제3국의 전투병으로 만나 생사를 함께 한 전우였다.

1996년 말 탈레반Taliban은 국외에서 활동하던 보수 이슬람 분파아프가니스탄 남부 파슈툰족의 지원에 힘입어 수도 카불을 점령하고 정권을 장악한다.

2001911일 미국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 국방부 건물에 대한 여객기 자살테러가 발생하자 미국은 알카에다의 수장인 오사마 빈 라덴을 범죄수장으로 지목하고 탈레반 정권에 빈 라덴의 신병 인도를 요구했으나 탈레반은 이를 묵살했다.

그러자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미국은 군사력을 동원, 아프가니스탄을 폭격하며 전쟁에 돌입했다. 미국이 주도하고 일부 서방국가가 합세하여 일으킨 이 전쟁으로 200111탈레반 정권붕괴하다시피 되었다. 잔당들은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져 게릴라처럼 활동하는 게 고작이었다.

이때 마이클 리는 아프가니스탄에 특수전투병으로 파견되었다. 그는 용감했고 머리도 뛰어났으며 원거리 저격대인 격투 능력도 특출했다.

그를 만난 건 미군 특수부대 델타포스Delta Force에서였다. 입대 전에 이미 히말라야 고봉 다섯 좌를 무산소로 등정한 태수는 특전사 산악전투부대에서 훈련 교관으로 차출되어 부사관으로 군 생활을 하던 중 미국 특수작전사령부의 요청으로 미국에 오게 된다.

아프가니스탄 전투에 참전할 특수임무 부SMU 요원들의 산악전투 훈련 교관의 지위로 델타포스에 합류한 것이다. 알카에다와의 전투에 참전하여 고위지도자 아부사야프를 사살할 때도 태수는 마이클과 함께 작전을 수행했다.

같은 민족이고 동갑내기인데다 태수는 처음 볼 때부터 마이클의 투철한 군인정신에 매료되었고 마이클 또한 태수의 후덕한 성품과 빈틈없는 리더십을 좋아했다.

사선을 함께 넘나들었던 전우 두 사람이 재회했다. 군대에서 전역한 후 마이클이 한국에 들어왔을 때 보았고 지금 4년여 만에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저녁 식사를 마친 두 사람은 아파트 거실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눴다.

 

마이클! 사업은 잘돼?”

 

태수의 물음에 마이클은 , 그럭저럭.”이라며 멋쩍게 웃었다. 마이클은 터키의 몇몇 사업체와 무역업을 추진하다 터키로 이주했다.

 

행복해 보이니 감사하군.”

넌 경호 일이 할 만해?”

다른 건 할 줄 아는 게 없으니 하는 거지.”

현역 시절 최고의 군인이었으니 민간경호쯤이야 어렵지 않게 해내겠지.”

꼭 그렇지도 않아.”

 

입사 직전이지그룹 총수를 암살하려는 저격 사건의 현장에 직접 있었다. 그 후 계열사 대표가 두 명씩이나 정체 모를 괴한에게 잔인하게 피살당했다. 민간업체에서 이처럼 숨은 테러가 발생하자 태수는 눈에 보이는 적과 전투할 때보다 더욱 긴장되는 것이었다.

 

범인들은 잡았어?”

저격범은 현장에서 체포했는데 그다음 사건들의 범인은 오리무중이야.”

줄줄이 대승그룹과 관련된 범행이라면 저격범과 공범의 소행이 아닐까?”

그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국내 경찰에서도 수사 중인데 용의자의 흔적조차 찾지 못하고 있어. 많은 시간이 흘렀는데 말이야.”

산과 군대, 사회에서까지 윤태수의 삶은 살얼음판의 연속이군.”

그러게 말이야. 내 팔자가 이렇게까지 드셀 줄은 나도 몰랐다. 하하!”

 

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중에 태수의 아내 최세희가 과일을 내왔다. 그러자 마이클은 제수씨! 잠깐 앉으시죠.”라며 미소를 지었다.

신랑이 결혼하고 나서는 한 달 이상씩 집 비우고 산에 가는 일은 없죠?”

, 결혼 전에도 배낭 메고 훌쩍 떠나면 마지막 뒷모습을 보는 것 같았거든요.”

제수씨가 맘 졸이면서 내조한 덕에 최고의 등반가로 우뚝 선 거 아닙니까.”

과부로 살게 하지 않아서 감사할 따름이죠. 호호호!”

 

세희가 웃으면서 두 사람에게 과일 한 쪽씩을 건넸다.

 

이번에 어머님 모시고 터키 여행 한번 하시죠. 제가 콘스탄티누스 궁전을 구경시켜드릴게요.”

콘스탄티누스 궁전이요? 이스탄불?”

. 제가 군 시절 이 친구한테 많은 은혜를 입었거든요. 그 보답으로 친구 가족을 초대하려고 맘먹고 들어왔어요.”

 

세희는 당황스럽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남편을 쳐다보았다.

 

이 친구가 자기 사는 곳을 관광시켜주겠다는군. 당신 생각은 어때?”

세계역사를 전공하신 제수씨한테 무척 흥미로운 여행이 되지 않을까요.”

 

태수의 물음에 아랑곳없이 마이클이 더 흥을 돋웠다.

 

가보고 싶은 곳이었어요. 그런데 너무 큰 신세를 지는 거라 선뜻 응하기가 어렵네요.”

그런 이유라면 응하신 거로 알겠습니다.”

 

마이클이 활짝 웃으며 명쾌하게 매듭을 지었다.

유럽과 아시아대륙 사이 마르마라해와 흑해를 잇는 보스포루스 해협을 사이에 두고 유럽과 아시아로 나뉘는 이스탄불은 경제, 군사, 종교적으로 세계역사의 중심지였다.

세희는 로마, 비잔틴, 오스만제국 즉 세계를 지배한 3대 강국의 수도였으며 지금도 동서양의 문화를 절묘하게 간직한 이스탄불을 꼭 가보고 싶었다. 아마도 남편이 터키에 있는 친구에게 그 바람을 언급했었나 보.

 

당신이 혼자 생활할 수 있다면 어머님 모시고 한 번쯤 세계유적을 둘러보는 것도 바람직하지만.”

 

세희가 남편과 눈을 맞추며 말꼬리를 흐렸고 태수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태수는 바쁜 일정 탓에 가족들에게 소홀한 게 늘 마음에 걸렸었다.

 

마침 이 친구도 중동 출장이 잡혔다니까 그때 맞춰 함께 가는 거로 하시죠. 현지에서부터 제가 어머니와 제수씨를 모시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마이클은 태수를 바라보고 환하게 미소 지었다. 태수도 어머니가 더 연로해지시면 해외여행이 쉽지 않을 거라 마이클의 제안을 마냥 거절하지만은 않았다.

 

하하하! 됐습니다. 제가 모든 걸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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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 일정에 맞춰 가족들을 대령할 테니까 넌 임무에 충실해. 보름 후 리야드라고 했지?”

그래, 고맙다. 우리 식구들 잘 부탁한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이클은 보름 후 태수가 중동 출장을 마치고 귀국하는 날에 맞춰 사우디아라비아까지 가족들을 모시고 오겠다며 탑승구를 빠져나갔다.

 

아빠, 안녕!”

 

어머니와 아내, 막 세 돌이 지난 아들 승렬이까지 손을 흔들며 여행길에 올랐다.

터키행 비행기에 오르며 마이클은 만감이 교차하는 걸 느꼈다. 이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창밖은 온통 구름밭이다. 짙은 구름 속에서 태수와 함께 보냈던 군 시절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른다.

 

난 산을 오를 거야.”

? ! 넌 등반가였지.”

안나푸르나 남, 낭가파르바, 마터호른 북벽, 가고 싶은 곳이 너무 많아.”

숱한 전투에서 살아남은 놈 시체를 히말라야에서 발견하겠네. 하하하! 너나, 나나 평범한 삶을 살진 못하겠구나.”

 

산 사람이 되겠다는 태수의 말을 조크로 받아넘겼지만 그런 그가 부러웠다.

 

같은 목숨을 걸더라도 산에선 전쟁터와 비교할 수 없는 가치가 있지.”

 

전우로서 함께 전투를 치르며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어서는 상황과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지만, 산에서 함께 땀을 흘리고 고초를 극복해내며 목표 지점까지 완주하는 건 동반의 가치, 서로라는 의미를 가슴 뜨겁도록 각인시킨다고 태수는 말했었다. 그런 산과 삶을 함께하겠다는 태수의 인생이 푸짐하게 느껴지는 거였다.

 

넌 뭘 할 건데?”

? 전역 후에도 우리가 계속 보게 된다면 알게 되겠지.”

짜식! 대단한 걸 계획하고 있는가 보. 우린 죽을 때까지 지겹도록 보게 될 거야.”

 

태수가 한국의 특전사로 원대 복귀하기 이틀 전에 우리는 술잔을 주고받으며 편안하게 취기 오르는 걸 즐겼다.

 

너 아니면 지금쯤 아프가니스탄 산자락에서 묻히지도 못하고 독수리 밥이 되었을 거야. 고맙다. 태수야.”

, 인마! 지금 목숨을 구해준 은인한테 처음으로 인사한다는 거 알아?”

내가 놈들에게 잡히지만 않았으면 네가 그때 알 하지스를 잡을 수 있었는데 말이야.”

 

잔을 입에 대며 힘 빠진 목소리로 뇌까렸는데 태수는 알 하지스보다 네 목숨이 먼저였어.”라며 어깨를 끌어당겼다.

 

놈이 네 사정거리 안에 있었어.”

놈들이 던진 수류탄이 너한테 굴러가고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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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사마 빈 라덴의 심복이자 알카에다 중견 지도자 알 하지스의 단원들을 쫓아 아프가니스탄 산악지대에서 한 달여의 게릴라전을 펼치는 중이었다.

미군 델타포스의 수행 작전에 태수와 함께 투입됐었다. 미군의 헬기 지원끊긴 지 일주일이 지났고 작전에 투입된 스물두 명의 병력 중 아홉 명만이 고립된 채 알 하지스를 추적하는 중이었다.

다리에 총상을 입고 그들에게 붙잡힌 나를 구하기 위해 태수는 앞장서서 그들을 쫓아왔다. 도주에 지친 그들이 제대로 걷지 못하는 내게 총을 겨눠 사살하려는 순간 언덕 위에 바짝 엎드린 태수의 총이 먼저 발사되었다.

총구를 겨눈 자가 쓰러졌고 적군 한 명이 수류탄을 던지고 수풀로 달아났다. 태수는 언덕을 쫓아 내려와 내 옆으로 굴러오는 수류탄을 군화로 차버렸다. 더 아래쪽에서 수류탄이 터졌고 알 하지스와 그 부하들은 모습을 감추었다.

 

그때 알 하지스를 생포하거나 사살했던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놈들은 전염병처럼 계속 전이되고 있는걸. 탈레반이 무너지자 알카에다와 또 다른 무장 세력들이 등장했잖아. 더욱 기세등등하게 세력을 확장하면서 말이야.”

 

태수는 델타포스나 네이비실처럼 아무리 강력한 군대일지라도 무력으로 지킬 수 있는 건 한계가 있다면서 전쟁의 현실을 실망스러워했다.

 

난 아프가니스탄에 갔던 걸 지금도 후회하고 있어. 미국은 세계를 위협하는 테러 조직을 와해시키겠다며 군사력을 동원했지만, 그건 또 다른 테러나 다름없었어. 무차별 공격으로 아무 죄 없는 민간인들이 수도 없이 목숨을 잃었잖아. 결과적으로 9·11 테러에 대한 보복 조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어. 우린 그런 의미 없는 전쟁에 소모품처럼 투입되었던 거고.”

 

태수는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될 때마다 죄책감을 느끼고 전쟁에 신물이 났다면서 귀국하는 대로 전역하겠다고 했다.

 

힘을 갖춘 절대 강자라 할지라도 악의 축이나 적의 기준을 자의적으로 정할 수는 없어.”

 

태수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군 생활을 접었다. 마이클은 비행기가 구름을 벗어나자 잠에서 깬 태수의 가족들을 지그시 바라보았다. 가족, 그 애틋하고 목화솜처럼 부드러울 것만 같은 가족이 나한테는 있지 않았다.

 

- 태수 말이 맞을지도 몰라. 물리적인 힘으로 사랑이나 가족을 지킬 수는 없는 거겠지.

 

전역 후 신앙을 가지면 무력의 허망함을 깨우치거나 꿈틀거리는 파괴 욕구를 억누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종교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그러나 불교나 기독교의 교리는 몸에 맞지 않았다. 자비를 베풀라, 용서하고 또 용서하라는 부처와 그리스도의 말을 새기기엔 가슴도 머리도 받아들이지 못했다.

마호메트는 말씀하시길 불합리하거나 윤리에 어긋날지라도 알라의 뜻에 맞춰 일을 풀어가라고 했다. 알라의 뜻을 나름대로 해석하고 받아들이면서 틈틈이 나간 곳이 이슬람사원이었다. 거기서만큼은 그 무엇도 무섭지 않았고 거기 있을 때만큼은 덜 외로웠다.

코란을 읽기 시작하면서 점점 깊숙이 이슬람에 빠져들었다. 미국에서 살았지만, 히 서구화라 일컫는 미국식 가치관이 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패권주의로 약소국을 쥐락펴락하는 미국식 이데올로기에 거부감이 생겼다. 미국방식의 자본주의 원리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앞서나가는 자가 뒤에 따라오는 자보다 모든 면에서 앞선 순위에 있다는 게 싫었다.

알카에다와 대적하고 탈레반을 공습하면서 힘없는 소수민족의 적개심이 발휘하는 치명적 위협을 그들에게서 보았다. 적이자 암적 존재였던 그들은 내 속에서 점점 새로운 존재로 자리 잡는 것이었다.

 

이 세상에 필살의 적이란 없어. 생각을 바꾸지 못한 무력 주의자들이 인위적으로 설정한 개념일 뿐이야.”

 

태수가 말했던 것처럼 필살의 적이 아닌 이들에게 총을 겨눌 수는 없다. 그래서 태수처럼 군대를 떠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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