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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산·명소 탐방/100대 명산

계곡_ 응봉산, 그 아름답고 울창한 금강송들이 모두 타버렸다.

장한림 2022. 3. 3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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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동해안 울진 응봉산에 너무 큰 불이 나서 무척 안타깝고 쓰라린 마음으로 늦은 진화를 지켜봐야 했었습니다.

두 번이나 다녀온 천연 그대로의 원시림, 금강송과 송이버섯, 덕풍계곡을 낀 응봉산은 아마도 본래의 모습을 되찾으려면 엄청난 시간이 흘러야 할 것 같습니다. 

산 본래의 골격을 되찾는데 30년, 구체적인 회복에는 60년에서 100년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스트레스를 보듬으며 그때 산행기를 올려봅니다. 

 

"바로 지금, 봄 산행에 산불 주의하셔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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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높고 청명한 날이다

 

오고 보니 송이 채취기간이었다

  

송이향 폴폴 풍기는 소나무 숲길은 얌전하고 조신하다.

 

등산로 곳곳에 비치한 산불 초기진화를 위한 간이소화수. 이걸로 불을 감당할 수 있겠나.

 

깊고도 울창한 오지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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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산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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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저녁부터 말려 쨍쨍하게 눈부신 햇살 오고팠던 응봉산 골짝에서 맞는 하늘빛이라 더 곱고 더 아련한가보다.

 

동해바다가 하늘과 붙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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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곡한 금강송 수림

 

오르다가 힘들어 돌아보면 동해가 거기 있다

 

여기 들어오면 길을 잃으면 그야말로 미로를 헤맬 것 같다

 

 

계곡 온천수를 끌어올리는 하산로의 원탕

 

장제이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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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역사를 읽다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이나 휴일, 도봉산 역이나 수락산 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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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모에가와교

 

 

오지에 고이 지내던 백락일고의 천리마, 응봉산

 

흰 거품을 일으키면서 쏟아지는 폭포수의 굉음은 

물 밖으로 치솟은 용이 하늘을 오르며 내지르는 소리처럼 

우렁차서 곁에 있는 사람들을 압도한다. 

용이 사는 못이라는 용소의 명패가 무색하지 않다

 

 

                     

덕구온천이 알려지기 전의 응봉산은 강원도 삼척과 경북 울진이 접하는 오지에 있는 무명의 산이었다가 지금은 산림청이 지정한 100대 명산에 어엿이 그 이름을 올리고 있다. 산 주변으로 전인미답의 여러 계곡을 끼고 있어 계곡 트레킹에도 적합한 산이다. 

오늘 산행도 거기 맞춰 덕풍계곡부터 이어지는 용소골의 물길을 트레킹 하여 응봉산을 오를 요량으로 이른 새벽부터 서둘러 왔다. 

용소골, 보리골, 문지골 등 명품 계곡이 몰려있어 풍곡리豊谷里라 칭했고 지도상에도 풍곡 계곡이라 표기되었으나 마을 주민들은 덕풍계곡으로 부르고 있다. 

신라 진덕왕 때 의상대사가 나무로 세 마리의 비둘기를 만들어 날렸는데 하나는 울진 불영사에 떨어지고 또 하나는 안동 흥제암으로 날아갔다. 나머지 하나가 이곳 덕풍 용소에 떨어졌는데, 그로 인해 용소골 일대에 천지 변혁이 일어 지금과 같은 명경 산수를 이루었다고 전해진다. 

그런 설화가 있고 난 뒤로도 용소골은 물 흐르는 소리마저 죽여 가며 오지 원시림에 꼭꼭 숨어있던 국내 최후의 심산유곡이다. 물이 찼을 때는 자일을 이용해 절벽을 타고 넘어야 하고, 더구나 물살이 빠를 때는 아예 접근이 허용되지 않는 급준 계곡이다. 

흔히 국내의 3대 계곡으로 설악산 천불동계곡, 지리산 칠선계곡, 한라산 탐라계곡을 꼽기도 하지만 응봉산 용소골이 빠진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 

 

          

안개마저 쓸어내리는 빠른 물살을 헤치고

 

4년 전 친구들과 왔다가 기상악화로 2용소까지만 갔다 되돌아온 적이 있어 내내 아쉬움이 남았던지라 위험요인은 뇌리에서 걸러내고 기대감만 채워 다시 찾았다. 

용소골로 들어서며 다소 들뜬 마음을 보듬는다. 어둠이 깃들기 전에 벗어나야 하는 곳이다. 빗물이라도 떨어진다 싶으면 얼른 빠져나와야 한다. 그래서 지역 기상예보에 따라 산행 일자를 맞췄고 유비무환으로 20m짜리 자일 두 개와 슬링을 준비했다. 

 

“나만 믿고 잘 따라오면 돼.”

 

무엇보다 마음을 든든하게 하는 것은 물길 트레킹 경험이 출중한 선배와 동반한다는 점이다. 평소에 돈독하게 쌓은 친분은 그 상대가 필요로 할 때 진가를 발휘한다더니 선배의 친구까지 나서서 가려운 데를 긁어준다. 

 

“내려오면 뒤풀이하기 좋은 데 알아뒀으니 안전 산행해.”

 

기사 역할을 자청한 선배의 친구는 하산 무렵 날머리인 덕구온천 주차장에서 기다리겠다고 한다. 한나절을 족히 보낼 산행이지만 이래저래 무결한 출정 준비를 한 셈이다. 소나기만 뿌리지 않는다면. 

경운기가 겨우 다닐 수 있는 완만한 소로를 걸으면 덕풍 산장과 몇 채의 시골집이 모여 있는 덕풍마을이 나온다. 삼척시 가곡면 풍곡리가 행정 주소인 용소골의 관문, 계곡 트레킹의 시작점이다. 

언제 비가 왔더라. 넘칠 정도는 아니지만 꽤나 풍부한 수량에 유속도 제법 빠른 편이다. 예전에 없던 초록 철 난간이 계곡을 끼고 왼편으로, 다시 오른편으로 길게 늘어섰다. 자연미를 떨어뜨리는 과잉보호 설비에 약간 실망감이 들기도 했으나 이내 첨벙거리며 물을 밟고 걷다 보면 물은 길이 된다. 다시 굽이도는 협곡마다 힘찬 물 흐름은 골과 하나가 되어 찾은 이를 꼭 품는다. 

채 30분이 지나지 않아 1용소에 닿았다. 역시 많이 변화된 모습이다. 1용소는 세 개의 용소 중 가장 크다. 마을 사람들이 신성시하여 기우제를 지냈고 풍년과 안녕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낸 곳이다. 

무려 40m 깊이나 된다는 짙푸른 용소를 수직 절벽이 에워싸고 있다. 지난번에는 용소 위로 오르는 길 찾기가 어려웠었는데 지금은 절벽 하단부에 계단이 설치되어 당시의 소름 돋던 경외감은 반감되었다.  

 

1용소는 여전히 그 이름값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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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1용소의 마력은 여전하다. 간혹 몸을 던져 뛰어들고 싶을 만큼 유혹적이기도 하다. 흰 거품을 일으키면서 쏟아지는 폭포수의 굉음은 물 밖으로 치솟은 용이 하늘을 오르며 내지르는 소리처럼 우렁차서 곁에 있는 사람들을 압도한다. 

용이 사는 못이라는 용소의 명패가 무색하지 않다. 용소 상부에는 급한 물살에 물길 홈이 깊이 패어 있다. 얼마나 빠르고 센 물살인지를 추측하게 한다.

철 난간은 1용소를 지나면서 사라졌다. 등산화를 신은 채 몇 차례 건너길 반복하자 가야 할 골에 하얗게 안개가 고여 있는 걸 보게 된다. 수북하게 안개가 고인 계곡, 계류에 닿은 안개마저 일일이 쓸어내리는 빠른 물살은 가히 환상적이다. 그렇게 2용소에 도착한다. 20m 높이는 족히 되어 보이는데 낙차 이상의 굉음을 내며 맹렬하게 폭포수를 쏟아내고 있다.

 

“여긴 더욱 조심해야 할 거야.”

 

용소를 낀 우측 절벽에 바짝 설치된 밧줄을 잡고 아주 조심스럽게 올라선다. 안전을 당부하는 선배의 걸음과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게 된다. 아래에 이는 물보라를 보자 어지럽고 아찔하다. 움켜쥔 밧줄을 놓치면 그대로 추락한다고 생각하니 오금이 저린다.

비까지 뿌리는 데다 이만큼의 안전시설도 없어 통로 찾을 엄두도 못 내고 돌아내려갔었다. 이제부터는 미답지 탐방이다. 살짝 마음이 설레 온다. 상단에 올라 계곡을 건너는데 물이 허리까지 차오른다. 물살도 제법 세다. 진한 갈색과 물거품 이는 연미색 물길이 계속 이어진다. 

저 물속에 버들치, 산천어, 꾸구리, 퉁사리, 연준모치와 민물 참게 등이 서식하고 있단다. 계곡에는 산양과 산삼이 자생하고 수많은 노송은 그 품질이 우수해 경복궁 대들보로 쓰이기도 했었다.

다리에 묵직하게 힘이 들어갈 즈음 옅은 안개마저 걷히고 코발트 빛 하늘이 활짝 드러났다. 한바탕 격전을 치르는 링에서 또 한 라운드를 마친 기분이다. 

 

“쉬었다 가자.”

 

물 밖으로 나와 아무렇게나 바위에 걸터앉자 머리에서 김이 오른다. 축축하게 젖어 웃는 선배의 모습에서 강한 동지애를 느낀다. 그의 상큼한 웃음이 무척 젊다는 생각이 들어 떨어진 에너지가 충전된다.

 

“가자. 다시 용궁 속으로.”

 

사전에 코스를 검색했을 때 가장 난도 높은 구간이라는 매바위 앞에 이른다. 절경이다. 협소한 물길로 내리 뻗은 높고 가파른 절벽이 가히 위협적이면서도 도발적이다. 

강한 매력이 발산하는 유혹은 위험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걸까. 조심스럽게 우측 절벽을 끼고 돌아서자 곧바로 급속한 물살 지점이 나온다. 

 

“야가 가가?”

 

부러 경상도 사투리를 쓰며 맘을 안정시키려는 선배의 농을 듣는 둥 마는 둥 하고 물속으로 처진 밧줄의 견고성 상태를 점검한다.

앞장서서 밧줄을 끌어당긴 선배가 엄지를 치켜세워 이상 없음을 알린다. 어지럽다. 빠른 유속에 몸을 담그자 롤러코스터나 번지점프를 하는 것만큼 어지럽다. 물살에 흔들리는 몸을 밧줄에 의존하고 힘겹게 반대편으로 건넌다.

어렵사리 난코스를 통과하고 숨을 몰아쉰다. 그다음부터는 비교적 수월하다. 얕은 소와 담을 수차례 건너면서 여기저기 눈을 돌려 풍광을 담게 된다. 채 걷히지 않은 안개를 하늘로 솎아내는 이곳 깊은 골을 화가가 눈에 담는다면 멋진 산수화를 남길 거란 생각이 든다.

작은 폭포와 암반이 산재한 작은 당귀골 가까이 닿으면 물소리가 아기 옹알이처럼 참하고 조용하다. 워낙 큰 울음소리에 익숙해진 탓이다.

 

“3용소도 보고 가야지?” 

 

여기가 응봉산 정상으로 향하는 갈림길이지만 5분여 거리에 있다는 3용소를 보고 다시 돌아와 용소골을 빠져나가기로 했다. 

용소골에서 가장 넓다는 마당소는 주변 나무와 하늘을 담은 넓고 큰 거울이다. 그 위로 30여 m 지점에 마지막 3용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깊은 수심의 짙은 물 빛깔이긴 해도 1, 2용소가 주는 위압감은 전혀 없이 고요한 평화를 느끼게 한다. 소리도 요란스럽지 않고 물살도 잔잔하다. 물길은 더 위로도 이어지지만, 실질적 계곡 트레킹의 종점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12km의 긴 계곡, 오대산 청학동 지구 소금강 계곡이 분소에서 낙영폭포까지 물길 7.9km이니 여기는 얼마나 길고 물 많은 곳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돌아와 용소골과 작은 당귀골이 접하는 갈림길에서 물 길을 벗어난다. 훌훌 벗어던진 여름을 다시 꿰차는 느낌, 해군으로 파견 나갔다가 다시 육군 보병으로 복귀하는 기분이다. 

이곳, 앞으로도 비경을 찾아 더 많은 사람의 발길이 이어지겠지만 두고두고 오염되지 않는 청정 용소골로 남기를 원하는 진정한 바람이 생긴다.

2km 거리의 응봉산 정상과 금강송 숲의 소광리를 가르는 삼거리를 지나고 해발 925m 위치에 경상북도와 강원도가 접하는 도계삼거리 이정표가 세워있다. 하산로 구수곡 자연휴양림까지 9.9km라고 표시되어 있다. 체력이 많이 소진되었는데도 600m 거리의 정상으로 향하며 보폭이 넓어진다. 

아무리 길고 멀어도 산은 늘 가고자 하는 거기까지 닿게 한다. 힘들어 숨이 가빠지는 산일수록 뒤돌아보면 인생역정의 파노라마처럼 회고에 젖어들게 한다. 

누군가 인간의 커다란 불행 세 가지에 대해 그렇게 말했다. 하나는 젊어서 성공하는 것, 둘은 중년에 혼자되는 것. 그 셋은 말년에 빈한한 것. 이제는 진중한 삶을 그려 말년에 뒤돌아본 삶이 그 불행들에 섞이지 않기를 기대해보지만 그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 정상을 앞두고 걸음이 무거워지려 한다. 

    

사라질 뻔 버려질 뻔 휘청거리다가도 

다시 지탱하고 있잖아.

세상에 단 한 번 절실한 쓸모 거리 되지 못하고 

스러질 뻔했다가도 

지금 두 발 디디고 서 있잖아.

뒤뚱거려 무어 더 바라며 

무어 더 지니려 하겠나.

살아가며 감사하는 게 행복인 줄 알며 살았잖아.

그러면 됐지, 뭐!     

 

무명의 오랜 설움을 떨쳐내고 싶었을까. 정상석이 엄청 크다. 해발 998.5m의 응봉산 정상, 2m가 넘는 정상석을 감안하면 응봉산은 세 자리 숫자를 초월하는 높이인 셈이다. 

덕구온천에서 처음 올라온 이후 두 번째 방문이다. 안내판에 울진 쪽에서 보면 비상하는 매의 형상을 하고 있어 매를 일컫는 응鷹자를 표기해 응봉산이라 명명했다고 적혀 있다.

 

          

세계 각국 열세 개의 교량을 건너다  

    

“동해도 봤으니 내려가자.”

 

하늘과 수평선이 붙은 동해를 보고 하산을 서두른다. 온정리 원탕 쪽 덕구계곡 방면으로 걸음을 옮긴다. 두 곳의 헬기장을 지나고 금강송에 둘러싸인 전망대부터는 경사가 급하다.

응봉산에는 우람한 소나무들이 많은데 특히 기둥 줄기 붉은 소나무들을 많이 보게 된다. 황장목이라고도 불리는 금강송인데 8만여 그루가 자생한다고 한다. 송이버섯 채취 시기인 4년 전 가을에는 등산로 곳곳에 불법채취를 막는 팻말이 붙었었다. 

가파른 너덜 길을 지나 계곡과의 합수점인 포스교에 이르자 콸콸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응봉산 원탕 하산로에는 열세 개의 다리가 있다. 세계 각국의 다리 모양을 본떠 만들었고 그 명칭을 인용하였다. 제13 교량인 영국의 포스교를 막 건너왔다.

크고 작은 암반에 철철 옥수가 흐르는 온정골 덕구계곡에 이르자 몸이 무거워지는 걸 느낀다. 발 모양 형태로 커다랗게 만든 노천탕에서 마냥 달려오느라 누적된 피로를 풀어보려 등산화와 양말을 벗는다. 

노천탕 팻말에 적힌 안내문 그대로 따르기로 하며 선배와 한바탕 웃는다. 계곡물에 발을 씻고 자연 용출 온천수에 20여 분간 발을 담그자 종일 쌓인 피로가 일시에 풀어지는 것 같다. 

 

“이제 좀 살만하네.”

 

다시 계곡 찬물에 3분가량 발을 담갔다가 신발 끈을 조이며 마주 보고 웃는다. 발 마사지만큼이나 시원한 선배의 웃음이 신진대사를 더욱 활발하게 해주는 듯하다. 

바로 아래 3단 돌탑으로 세운 덕구온천 원탕은 분수처럼 온천수가 뿜어 오르고 있다. 

약 600여 년 전 고려 말기에 큰 멧돼지를 발견한 사냥꾼들이 활과 창으로 큰 상처를 입혔는데도 도망가던 멧돼지가 어느 계곡으로 들어갔다가 나오더니 쏜살같이 사라지더란다. 사냥꾼들이 그 계곡을 살펴보니 온천수가 용출되는 것을 발견하여 덕구온천이라 명명했다고 팻말에 적혀 있다. 

 

온천수는 칼슘, 칼륨을 포함하여 열두 가지 성분이 함유된 섭씨 42.4도의 자연 용출 온천수이며 신경통, 당뇨병 등 각종 질환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도 설명한다. 안내문을 읽고 나자 부쩍 힘이 솟는다. 

내려오면서 두 번째 건너는 12 교량은 중국 최대 협곡에 설치된 연장 330m의 트러스트교인 귀주성 장제이교다. 응봉산 장제이교는 15m쯤 길이의 스테인리스 난간을 설치했다. 

계곡을 한참 내려서서 효자 샘을 만난다. 특별할 만큼 건강에 좋다는 영험한 일화가 적힌 팻말을 읽으며 물맛을 음미한다.

 

“이 산에서 살면 불로 장생하겠군.”

 

곧이어 건너는 11교랑 일본의 도모에가와교는 원래의 다리 모양처럼 아치교 형태로 만들어졌다. 금강송과 잡목이 어우러진 나무숲지대를 지나 연리지를 보게 된다. 2m 이상 자란 소나무 줄기가 옆 소나무와 들러붙더니 한줄기 기둥으로 솟아올랐다. 

울진 혹은 덕구 마을은 효성을 무척 중시했던 것 같다. 지나온 효자 샘의 일화도 아들의 극진한 효심에 의해 생긴 셈이라고 했는데, 연리지에 대해서도 후한서後漢書를 인용하여 채옹이 어머니 무덤 곁에서 시묘살이 하자 그 자리에 연리지가 생겼다고 표기하고 있다.

 

“지극한 효성은 샘도 만들고 나무도 접목하게 만드는구나.” 

 

맑은 계류의 흐름 소리가 다시 용소골의 폭포 낙수 소리와 섞이면서 귀가 멍해진다. 

 

“당분간 물소리만 들어도 용소골이 떠오를 것 같아.”

 

지극하고 절절하면 엉키고 휘감아도 모자라겠지

 

10교량 영국 맨체스터의 트리니티교를 건너 또 만나는 다리는 9교량, 경주 불국사의 청운교와 백운교이다. 계단을 다리 형식으로 만든 특이한 구조물이다. 8교량도 경복궁의 연못 향원지에 지어 향원정을 연결하는 목조 다리 취향교이다. 

7교량 스페인의 알라밀로교, 6교량 스위스 모토웨이교에 이어 5교량 독일 크네이교를 지나자 용이 되어 승천하기 전에 이무기가 살던 곳이라는 용소폭포와 마당소가 나온다. 미끈하게 기울어진 바위벽을 흐르는 용소폭포가 넓게 고여 마당소를 이루었다. 

다시 다리들을 지나게 된다. 4교량 호주 시드니의 하버교를 건너면서 선녀탕을 보게 되고, 그 주변 계곡에는 줄무늬가 있는 흰 바위들이 있는데 19억 년 전에 생성된 화강편마암이란다. 많은 것을 보여주고 많은 것을 익히게 하는 응봉산이다. 

이어 3교량 프랑스 노르망디 만에 세워진 노르망디교를 건넌다. 2교량 우리나라 한강의 서강대교를 지나 1교량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건너 덕구계곡 초입이자 응봉산 등산로 입구에 이른다. 

기나긴 여정의 종점에서 기다려준 선배의 친구와 만난다. 아침에 보고 늦은 오후에 다시 만나는 건데 마치 며칠을 건너뛴 기분이다.

 

“건배!”

“산을 위하여!”

“건강을 위하여!” 

 

죽변항으로 가서 세 사람이 잔을 부딪친다. 싱싱한 회를 안주 삼아 마시는 소주 맛이 매바위를 건널 때처럼 짜릿하더니 가슴을 훈훈하게 데워준다. 

 

 

 

때 / 여름 

곳 / 덕풍계곡 - 제1용소 - 제2용소 - 흰 바위 - 매바위 - 심마니 터 - 작은 당귀골 - 제3용소 - 작은 당귀골 - 응봉산 - 온정골 - 원탕 - 효자 샘 - 용소폭포 - 선녀탕 - 덕구온천 주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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