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벽은 비록 삼각산 3봉에 가렸지만 벽이 아니라 그들을 수호하는 수문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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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와 인수봉에 가려
제대로 된 이름조차 갖지 못했네.
북한산, 거기서도 이만치나 높은 곳이 아니었으면
숱한 산사람들 눈길 듬뿍 받으며 어엿이 어깨 폈을 터
거대한 고봉高峰 틈새에서 끼고 돌아 정상頂上으로 향하는 길목능선
어찌 그렇다하여 이 멋진 암봉岩峰을 벽壁이라 칭하며
그것도 숨었다는 수식어로 폄하하는가.
동서고금을 막론, 호사스런 영웅에겐
뛰어난 재상, 용맹한 장수가 존재하는 법
그대 숨은벽이여!
백운대가 진시황이라면
그댈 어찌 여불휘에 견주지 못할쏜가.
인수봉이 유방이라면
그댈 어찌 한고조의 일등공신 장량과 한신에 버금간다 못할쏜가.
이제 내 기록에 그대는
최고봉의 관문이요, 으뜸인 길목 봉우리
수문봉首門峰으로 다시 태어났음이네.
북한산 숨은벽능선에는
곧 첫눈이라도 내릴듯
하늬바람 멈추는듯하다.
인수봉으로 흐르는
늦가을, 이른 겨울
그 사선으로 겹친 기운들이
양지쪽 암벽을 타고
휘감아 오르는 듯하다.
숨은벽 바로 아래 이르러
저 너머 근엄한 삼각산 봉우리 능선 곁눈질 하니
거기, 게절이 무어 상관이냐며
아지란이, 진홍 단풍, 상고대….
온철 식구들을 죄다 불러 모은다.
삶이 아름답단 걸 알려주는 멜로디
생기 넘치는 색감
활기찬 율동
묻어나는 것마다 봄,
뿌려지는 것마다 여름,
살갗에 닿는 것마다 가을,
가슴에 스미는 것마다 겨울...
혹독하기 이를 데 없던 추위
인고의 계절 보낸
헐거운 나목마다
연분홍 탄생의 모습
그 계절 긴 동면은 비록 혹독했을지언정
생생한 잉태의 시간이었다.
오늘도 어제처럼 마시는 술은 그리움의 술이며
회한의 술이고
살고자 하는 집착의 술이다
오늘도 거리낌 없이 받는 잔은 숨이 목전까지 차올랐을 때
내뱉을 곳을 찾지 못해 마시는
고뇌의 잔이다
깜깜한 어둠 이정표조차 없어
갈 곳을 찾지 못해 헤매다가
털썩 주저앉은 한탄의 잔이다
그러다 저물어가는 하루를,
그것도 지루하다 하여 바삐 재촉하며
흰 백지를 펼쳤건마는 아무것도 그려놓지 못하고
헤매기를 거듭하다 다시 채운 잔이다
그러므로 어제처럼 오늘도 마시는 술은
시고 쓰도록 버무려진 회한이 담긴 술이며
마시면서 또 다시 백지인 채 남겨두게 되는 아프고도
아픈 잔이다
동이 터오건만 새 날에까지 정열을 담지 못해,
그리하여 못내 아쉬운 서글픈 술이요
끝내 풀어내지 못하고 더 얽혀진 고독을 되뇌며
이 계절,
그저 어지러움에 의지하려는 억지스런 몸짓이다
새빨갛게 물든 황혼
태양에 대한 반항이련가
산악과 뜨락 전부가 지배되고
아-
이제 땅위엔 숱한 갈색 사연들이
화석의 祭壇을 마련하나보다
흙빛 참상, 팽창된 외로움의 이유로
속으로 전해오는 쓰라림은
마침내 저리도 붉다 검은 피를 토하고
내일을 잃고 마는데
낙엽은 이제 어디로 가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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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디찬 허공, 고독의 왕국
그 퀭한 터전의 나락에서 세월의 파편들이
체념의 굳은 자세로
체온 잃은 흙을 끌어안는다
아직도
늘 푸른 나무가 되지 못한 것은
엄청난 불행이었다
속눈썹 속속들이 젖은 여인이
아직 있었더라면 차라리
이 서러운 숲 그늘에서
세월과 그녀를 부여안고
몸부림치며
몸부림치면서 흐느껴 울었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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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대에 올라와 서울과 인근의 도심을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는
백운대에 올라보지 않은 사람들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백운대에 올라 바로 옆의 인수봉을 바라보며
클라이머들의 열정을 보면 그들과 함께
바위 절벽을 타고 오른는 스릴을 바로 느끼게 된다.
알파인이나 클라이밍이나 산에서 호흡하는 이들은
다같이 하나라는 걸 공감하게 된다.
산에서는 바위 절벽을 걷건
흙길을 걷건
다같이 함께라는 걸 인식하게 된다.
여기가 산이라는 한 울타리이기 때문이다.
백운대가 있음으로 해서 북한산과 접한 지역은
강남 못지않은 8학군임을 실감하게 된다.
북한산은 서울의 심장이고 경기도의 허파이다.
언제까지 그 박동이 건강하게 울리며 생동의 공간인 그곳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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