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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 35 명산 _ 괴산의 터줏대감들, 마분봉, 악휘봉, 덕가산

장한림 2022. 3. 1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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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을 지키는 괴산 35대 명산, 마분봉, 악휘봉, 덕가산

 

 

삶은 막힐 때가 많으나 산은 고되기는 해도

길이 열려있다. 사람은 허다하게 관계가 

끊어지지만, 산은 어디로든 우회로가 있어 

길을 이어준다

 

                          

“새해 공손히 제사를 올리니 모든 사람을 화목하게 하시고, 사나운 짐승은 자취를 감추고, 악한 병은 없어지게 하옵소서.”

 

정월 대보름 오전이면 충북 괴산군 연풍면의 은티마을에서는 동제를 지낸다. 정초에 동제를 시작으로 한해의 소원성취를 바라는 산골 마을의 공동체 생활문화는 다른 지역에서도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은티마을에서는 4백여 년간 동제를 지내왔는데 다른 지역의 동제와는 매우 색다르다. 부정 없는 사람 네 명을 엄선해 열흘 동안 음주와 흡연을 금하고, 동제 당일에는 냉수로 목욕하여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제사에 임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오늘로써 세 번째 방문하는 은티마을에서는 올 때마다 신비스러우리만치 많은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은티마을을 감싸고 있는 산이 여자의 음부처럼 생긴 여근곡女根谷 또는 여궁혈女宮穴의 형세라 그 혈의 끝자락에 마을 남정네들이 인위적으로 부적을 만들었다. 

혹시 모를 부녀자들의 바람기를 잠재우기 위해 수십 그루의 전나무를 심었고 그 아래 다듬지 않은 자연석들을 포갠 가운데 남근석을 세운 것이다. 그리고 금줄을 쳐서 신성시했는데 그래야 마을에 인구가 늘고 풍요를 얻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다행히 남근석의 효험으로 시방까지 가정과 마을이 죄다 평온하구먼유,”

 

백두대간 중간 위치의 산자락에 자리한 은티마을은 희양산, 구왕봉, 마분봉, 악휘봉, 장성봉 등을 산행하고자 할 때 통과해야 한다.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개통된 이후 등산객이 더 많이 늘어 마을 입구에 대형주차장까지 생겼다.  

 

        

정상이 가까워지니 가을이 거기 와있었다   

 

마분봉 오름길에 보게 되는 백두대간, 희양산과 구왕봉이 우뚝 솟아 있다

 

 

마을 입구에서 지난여름 희양산을 다녀갈 때 보았던 수령 400년의 노송들과 마을유래비, 그리고 두 개의 장승과 만나고 이번에는 거리상 3.8km 떨어진 마분봉을 향해 걸음을 내디딘다. 

마을을 통과해 굴다리를 지나자 탐스럽게 영근 사과밭이 보인다. 과수원에 풍성하게 달린 사과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다. 바야흐로 수확의 계절에 들어섰음이다. 초가을 산촌 들녘을 오르는 30여 명 산악회 일원들의 걸음이 경쾌하다. 노송들이 늘어서 맞아주고 하얗게 이파리를 펼친 구절초가 방긋 미소를 짓는다. 

올 듯 말 듯 주춤거리더니 가을이 오긴 했나 보다. 짙은 초록이 한계에 이르렀다 싶더니만 금세라도 온 산야를 붉게 물들일 것만 같다. 해를 거듭할수록 여름은 길고도 습한 끈을 더욱 늘어뜨린다. 짧은 가을이라 더 소중하고, 깊은 산중에서 느끼는 가을이라 더 아련하다.

그런 가을이 서두름 없이 산천을 물들이고 있다. 암릉으로 이어지면서 파란 하늘 아래로 조령산이 뚜렷하고 연풍면 마을 주변의 농토가 풍요롭게 비친다. 좌우로 갈라진 길에서 왼쪽 마분봉 가는 길로 들어섰다. 오른쪽 길은 덕가산 방향이다. 

본격 산행로가 이어지는가 싶었는데 평탄한 임도를 걷게 된다. 오른편 위쪽의 덕가산이 몸을 낮추고 웅크린 형상이라 다가서기엔 무척 편안해 보인다. 

숲길로 접어들어 입석재 안부로 가는 좌측 길과 샘골에서 입석마을로 하산하는 삼거리 지점을 통과한다. 고도가 높여지는 너덜 언덕을 지나 일동 기립한 선바위 지대에 이르니 입석재 사거리 안부이다. 

 

“아니 또 왔는가? 다녀간 지 얼마나 됐다고.”

 

송림 사이로 두 달 전 보았던 구왕봉과 희양산이 핀잔하듯 묻는다.

 

“이번엔 댁들 이웃에 온 거니까 관심 끄세요.” 

 

마분봉 정상을 앞두고 잠시 숨을 고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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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퉁불퉁 거친 암릉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밧줄을 붙들고 조심스레 올라서고 뒷사람을 끌어주기도 한다. 한 자락 크게 고도를 높이자 신선봉에서 조령산, 주흘산으로 이어지다가 이화령으로 낮아지는 마루금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산자락은 다시 시루봉과 이만봉으로 뻗어나간다.

바윗돌들을 모아 봉을 이룬 것처럼 보이는 정상 일대는 아래쪽보다 더 붉어지는 중이다. 774m 봉을 거쳐 잠깐 내려선 다음 밧줄 구간을 통과하면서 열린 조망이 상쾌하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올라왔나 보다. 

마분봉馬糞峰(해발 776m)에 닿은 일행들의 표정이 밝다. 괴산군 연풍면 은티리와 종산리에 걸친 마분봉은 괴산군에서 선정한 괴산 35 명산의 한 곳으로 뾰족한 봉우리가 말똥을 닮아 말똥바위봉이라고도 불린다. 주위로 악휘봉, 은치재, 구왕봉, 희양산 등이 줄줄이 이어져 있다. 시루봉에서 덕가산으로 넘어가는 능선이 수더분하다.

입석마을과 종산마을, 은티마을을 내려다보고 다음 행로를 잇는다. 마분봉에서 내려서면 은티마을과 입석마을로 갈라지는 은티재에 이른다. 악휘봉이 가깝게 조망되는 곳에 자리를 잡아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한다. 그늘에서 배낭을 베개 삼아 낮잠을 즐기는 일행도 있고 스마트폰으로 이곳저곳을 촬영하는 이들도 있다. 

그런 후 악휘봉으로 방향을 잡아 기암을 끼고 올라서서 백두대간 장성봉으로 갈라지는 824m 봉에 이르렀다. 악휘봉 정상 일대의 다섯 봉우리 중 3봉인 이곳에서 오른쪽 악휘봉으로 향하다가 벼랑에 우뚝하게 선 입석立石을 보게 된다. 악휘봉을 마주 보고 서 있는 형상인데 4m 높이의 밑 부분이 많이 깨졌다고 한다. 

 

입석바위가 벼랑에서도 꼿꼿이 서 있다

 

그리고 2분 정도 더 올라 악휘봉樂輝峰(해발 845m)에서 남쪽으로 장성봉, 대야산, 속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장대한 경관을 눈에 담게 된다. 악휘봉은 괴산군 연풍면과 칠성면 쌍곡리의 경계에 위치하여 백두대간 자락에서 살짝 벗어나 있다. 정상 일대는 온통 기암괴석과 노송, 고사목으로 이루어져 잘 그린 동양화를 연상시킨다. 

1봉부터 5봉까지 다섯 개의 봉우리가 나란히 서 있는데 4봉인 이곳이 주봉이다. 전체적으로 갖가지 모양의 바위와 노송군락이 많아 경관이 뛰어나며 봉우리마다 수려한 경관을 뽐내고 있다.

북에서 동으로 멀게는 월악 영봉부터 신선봉, 조령산, 주흘산 등 아흔아홉 고개 이화령이 일렁거리고 동쪽으로 구왕봉, 희양산, 이만봉과 백화산, 황학산이 스카이라인을 펼치고 있다. 서쪽으로는 덕가산, 칠보산, 군자산이 거대한 파도처럼 굽이친다. 부쩍 높아진 하늘 아래로는 온통 봉우리뿐이다.

악휘봉에서 이어지는 길도 바위 구간의 연속이다. 비탈을 내려서자 보기에도 아찔한 암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길이 있을 것 같지 않은데 암벽에 40m 정도 늘어진 밧줄이 붙들고 올라야 할 길이라고 알려준다. 수락산 기차바위처럼 짜릿한 전율을 맛보게 한다. 

삶은 막힐 때가 많으나 산은 고되기는 해도 길이 열려있다. 사람은 허다하게 관계가 끊어지지만, 산은 어디로든 우회로가 있어 길을 이어준다. 모두 안전하게 올라서서 숨을 고르고 나서야 이곳이 악휘봉의 지봉인 785m 봉임을 알게 된다. 노송 한 그루가 암봉의 주인인 양 늠름한 자태로 높게 둥지를 틀었다.

덕가산과 입석마을 하산로가 갈라지는 샘골 고개에서 덕가산 방향으로 걷다가 시루봉(해발 866m)에 도착했다. 악휘봉에서 칠보산과 덕가산으로 갈라지는 봉우리이다. 나뭇가지에 많은 리본을 달아놓았는데 여기부터 암릉 구간을 벗어나고 육산으로 이어진다. 

선명치 않은 등로를 따라 내려섰다가 가파르게 올라서서 덕가산 정상(해발 850m)에 이르렀다. 괴산군 연풍면과 장연면의 경계를 이루는 덕가산德加山은 악휘봉과 인접하여 북쪽으로 쌍천, 남쪽으로 쌍곡계곡을 끼고 있다. 시월에 접어들었는데도 한낮 더위가 기승을 부려 철철 물 흐르는 계곡이 아른거린다.

악휘봉을 비롯한 주변 산들이 기암절벽의 특징을 지닌 암봉인데 비해 덕가산은 부드러운 육산이다. 삼각점이 있는 정상은 잡목이 우거져 조망은 없다. 나무숲 사이로 연풍면 일대를 넘어 이화령 고갯길을 살필 수 있고 조령산맥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을 분간할 수 있다. 등산객도 그리 많지 않아 산토끼나 다람쥐 등 산짐승들이 마음 놓고 돌아다닐 것처럼 보인다. 거듭 둘러보아도 한결같은 생각이 들게 하는 곳이다. 괴산의 명산 탐방은 기대감을 저버리게 하지 않는다. 

목을 축이고 하산을 서두른다. 덕가산 정상에서 3분여 왔던 길을 되돌아가 입석마을을 하산 날머리로 잡는다. 아름드리 소나무 숲을 지나 가파르게 내려서서 장바우 다리를 건너 10분쯤 더 가면 입석마을의 명물 관송冠松(괴산 보호수 30호)을 보게 된다. 

마을 초입에 높이 8m, 수령 170년의 수려한 소나무로 마을 주민들은 벼슬아치들의 관모를 닮았다 하여 관송이라 부른다. 관송 옆에 마을의 역사가 적혀있는 입석마을 자랑 비가 서 있어 400여 년 전 이곳에 터전을 잡았음을 알려준다. 

은티마을에서 올라갈 때도 그랬지만 입석마을의 사과밭은 풍성한 정도를 넘어 탐스럽게 주렁주렁 달려있다. 연풍 사과의 무난한 출하로 마을 주민들에게 큰 웃음과 보람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하게 된다.

 

  

                  

때 / 초가을

곳 / 은티마을 - 마분봉 - 장성봉 갈림길 - 악휘봉 - 785m 봉 - 시루봉 - 덕가산 - 입석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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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영의 부크크 커뮤니티

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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