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머니의 품이다

등산과 여행은 과거와 미래에서 지금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다

등산과 여행의 모든 것

종주 산행, 연계 산행

영남알프스, 1000m급 고산 준봉 7산 태극 종주 (2-2)

장한림 2022. 3. 9. 13:45
반응형
728x170
SMALL

영남알프스, 1000m급 고산 준봉 7산 태극 종주

https://www.bookk.co.kr/book/view/135227<이 글은 이 책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사자평전 천황산과 재약산 거쳐 노을 길 하산

능동산과 천왕산 일대에 눈길을 담갔다가 가지산과 작별한다. 700m를 내려와 중봉(해발 1167m)에서 가지산을 올려다보고 석탑 터널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지나 철쭉나무 군락지에 다다른다

이곳 철쭉 군락지는 가지산의 날머리 석남터널 입구 위까지 이어지는데 2005년에 천연기념물 제462호로 지정되었다. 추정 수령 약 100450년인 40여 수의 철쭉나무 노거수와 약 20여만 수의 철쭉나무가 산 정상부에 광활하게 펼쳐져 있어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지역을 희고 붉게 물들일 것이다

한방에서는 철쭉꽃을 척촉躑躅이라 하는데 독성이 강해 마취 작용을 일으키므로 악창에 외용하며 사지 마비를 풀어주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철쭉의 독성은 경련 발작을 일으키고 호흡을 마비시켜 먹을 수 없으므로 개꽃 나무로 불리기도 한다.

다시 돌무더기가 있는 석남령을 지나고 입석봉으로 내려섰다가 떡봉이라고도 부르는 격산(해발 813m)에서 숨을 고른 후 길고 가파른 나무계단을 올라 능동산(해발 983m)에 이른다. 석골사 입구 출발지부터 20km가 지난 지점이다.

힘이 소모되었을 즈음이지만 처음과 달리 서두르게 된다. 천황산과 재약산을 거쳐 오늘 밤 숙박하게 될 죽전마을까지 이르려면 시간이 촉박할지 모른다

쇠점골 약수터에서 식수를 보충하고 임도를 따라 걷다가 다시 산길로 올라 능동 2(해발 968m)에 닿았다. 갑자기 날씨가 흐려지더니 빗방울이 떨어진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멀리 가지산을 바라보고는 영남알프스 하늘정원으로 이동하여 신불산의 수평 능선에 눈길을 머문다. 산정 휴게소라 할 수 있는 샘물 상회에서 음료수라도 사서 마시려고 했는데 아무도 없이 문이 닫혀있다이런 날 산정의 가게가 문을 열었다면 아마도 오늘 하루 매상은 음료수 한 병이 고작이었을 것이다.

양옆으로 광활하게 억새밭이 펼쳐진 나무계단을 길게 오르면서 천황산으로 다가간다. 갑자기 모세가 홍해를 가르며 바닷길을 걷는 착각에 빠진다. 가을이면 국내 최대의 억새평원을 가르는 이 목재 계단길이 일렁이는 은빛 파도를 뚫고 지나는 기분일 듯하다.

이곳부터 천황산에 이어 재약산 수미봉을 거쳐 죽전마을로 내려서는 구간을 사자평 억새길이라 하는데 125만 평에 달하는 면적이라 한다.

 

아아~ 한 사람의 개인은 얼마나 작은 미물이던가.”

 

천황산天皇山 정상(해발 1189m)에서 고원을 사이에 둔 재약산을 바라보고 멀리 신불산 능선을 바라보노라니 겨우 오늘 한나절을 보내는 중일 뿐인데 작은 개미 한 마리가 아주 오래도록 거대한 개미굴을 이동하는 느낌이다. 잠시 물리적으로 느끼는 거대함에 위축되고 말았는데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기온이 뚝 떨어졌다

경남 밀양시와 울산광역시 울주군에 걸친 천황산의 서남쪽 험준한 바위 형태가 사자 머리와 흡사하여 사자봉이라고도 불렀다. 산세가 수려하여 삼남 금강三南金剛이라 일컫기도 하지만 정상 일대에는 거대한 암벽을 이루고 있다

바람이 심해 사선을 그으며 빗물이 마구 흩어진다. 천황산 정상에 잠시도 머물 수가 없어 바로 천황재로 내려선다. 천황산의 동북쪽 표고 1000m 지점에서 동남쪽으로 완경사를 나타내는 사면은 높이 800m 부근에서 분지 상의 평탄면을 이루어 사자평獅子坪이라 불리는데 약간의 기복을 이루면서 재약산 남서부까지 온통 억새로 뒤덮여 있다

사자평 억새는 매년 9월 말쯤 피기 시작해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절정을 이룬다고 하니 이때 억새의 흔들림은 포효하며 내달리는 사자의 갈퀴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이 주변은 농경지로 이용되던 논과 밭이 습지로 바뀌었다. 국내 최대 규모인 약 580,000의 고산 습지가 그것인데 재약산 정상부의 평탄한 곳에 형성되어 있다. 2006년에 환경부 습지보호 지역으로 지정되었고 재약산 산들늪으로 알려졌다

사람이 떠난 곳에는 다시 자연이 머문다. 하늘 아래 첫 동네인 이곳 화전촌에는 고사리 분교를 비롯하여 약 40여 가구의 주민들이 사자평에 텃밭을 일구면서 생활해 오다가 모두 떠나고 집터마저 자연에 귀화한 지 오래되었다. 지금은 멸종위기종인 삵, 하늘다람쥐, 매 등이 분포하고 있다고 한다.

재약산 정상석이 빗물에 축축하게 젖었다

 

천황재 나무 밑에서 잠시 쉬었다가 오늘 산행의 마지막 봉우리인 재약산載藥山 정상(해발 1108m)에 다다르자 여기도 비바람이 심하다.

신라 흥덕왕의 셋째 아들이 이 산의 약수를 마시고 고질병이 나은 뒤 약수를 가진 산이라 하여 재약산이라 부르기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재약산도 행정구역상 천황산과 마찬가지로 경남 밀양시와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경계에 있는데 일부 산악인들은 천황산을 재약산 사자봉으로, 재약산을 재약산 수미봉으로 부르며 지명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직 정상석은 천황산과 재약산을 구분하여 세워놓았다.

하산 길의 짙은 일몰로 걸음이 빨라진다

 

노을이 짙게 물드는가 싶더니 금세 어둠이 가라앉는다. 표충사로 내려가는 길이 있으나 내일 남은 구간인 영축산부터 신불산과 간월산을 가려면 배내골 죽전마을로 하산해야 수월하다.

재약산에서 죽전마을까지 5.1km의 거리가 묵직한 부담감을 주지만 한편으로는 빨리 내려가 꿀맛 휴식을 취하고픈 마음이 간절하다주암 삼거리를 지나고 죽전 삼거리를 가리키는 이정표의 방향대로 길게 내려가기만 한다. 고개 숙인 억새밭을 따르다가 뒤돌아보니 재약산은 거뭇하게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헤드랜턴을 꺼낼까 하다가 걸음 속도를 높인다.

죽전마을이 가까워지면서 경사가 급해진다. 완급을 조절해가며 근근이 죽전마을 도로까지 내려섰을 때는 마을 곳곳마다 불이 켜진 후이다.

예약한 펜션에 들어서자 장기간 해외 출장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 기분이다.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부터 어둠이 짙게 깔린 밤중까지, 햇빛이 창창한 산에서 습한 안개가 깔린 산으로, 다시 축축한 빗길을 걷고 또 걸으며 하루를 꽉 채운 셈이다.      

 

영축산과 사랑에 빠졌나 보다 

이튿날 새벽, 네 시에 울리는 알람이 그리 귀찮지 않다. 몸을 일으켜 팔다리를 흔들어본다. 혹여 다리 근육이라도 뭉칠까 걱정하다가 잠이 들었는데 몸 상태에 이상이 생기지는 않은 것 같다

바깥공기를 살펴보았는데 이슬이 축축하긴 하지만 기상도 걱정할 상황은 아닌 듯싶다. 오늘 걸어야 할 거리는 어제보다는 짧은 편이다. 새벽 다섯 시 펜션을 나선다.

이틑날 아침 일출과 함께 영남알프스를 다시 오른다

 

배내골 주변은 아직 조용하다. 사람들 기척도 없고 산장이나 음식점도 문을 열지 않았다. 69번 지방도로 아래 단장천도 소리를 죽이고 천천히 물을 흘려보내고 있다. 양산시 원동면에 소재한 청수골로 걸어와 스틱을 펴고 등산화 끈도 조여 맨다.

이곳 영축산 들머리에서 오늘의 본격 산행을 앞두고는 팔다리를 움직여가며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고 크게 심호흡도 해본다.

청수좌골, 중앙 능선과 청수우골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청수우골로 방향을 잡았다. 죽바우등을 통해 오르는 능선의 풍광이 뛰어나다는 조언을 들은 바 있었기 때문이다. 자그마한 계곡을 건너고 이슬 머금은 조릿대 샛길도 걸으며 또다시 이른 봄, 이른 아침에 하늘을 향해 솟구치고자 한다.

영축 능선 사거리 한피기 고개에서 300m 떨어진 시살등(해발 981m)에 닿았을 때도 해는 구름을 벗어나지 못하고 붉게 서기만 어리고 있다.

어제 지났던 가지산, 능동산과 천황산이 길게 능선을 늘어뜨렸는데 곧 지나치게 될 죽바우등이 가깝고 그 뒤로 신불산 줄기가 보인다. 이젠 낯익어 친근감이 드는 광경들이다.

산 아래에는 양산팔경의 제1 경이며 대한불교 조계종 제15교구 본사인 통도사가 있다. 해인사, 송광사와 함께 삼보사찰의 하나로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큰절이다. 몇 해 전 여름, 부산에 사는 옛 직장동료와 함께 통도사와 영축산에 온 적이 있었다

그의 안내로 이 산에 소재한 19암자 순례길을 걸었는데 관음암부터 시작해 축서암을 지나 영축산 정상에 올랐다가 백운암으로 내려서서 다시 보타암까지 19암자를 거쳐 통도사로 회귀하는 약 24km의 트레킹 코스이다

그래서 오늘 다시 찾은 영축산이 반갑고 영남알프스의 새 아침이 열리는 걸 보면서 내면이 후련해지는 걸 체감한다. 다시 능선 사거리로 돌아와 죽바우등으로 향한다.

함박등,&nbsp;체이등,&nbsp;죽바우등으로 영축산 마루금이 이어진다

 

오룡산 능선을 뒤로하고 어제 걸었던 알프스 마루금에 눈길을 머물며 걷게 된다. 거대한 암릉을 눈앞에 두었다가 거기 오르면 죽바우등(해발 1064m)이다

영축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체이등, 함박등의 능선이 구름 벗어난 햇빛을 받아 신선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다. 영축산으로 향하며 돌아보면 우람하게 솟은 죽바우등과 암벽에 솟은 몇 그루의 소나무, 그 위로 흐르듯 깔린 엷은 구름이 발길을 잡아당긴다.

영축산 정상이 가까워지면서 어제 걸었던 산들의 마루금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광활한 억새평원이 펼쳐짐과 동시에 가슴이 쿵쾅거린다. 어제 그토록 오래 보아왔음에도 다시 하늘길이 열리는 순간 신선이 되고 마는 것이다

몇 해 만에 다시 해후하게 된 영축산 정상(해발 1081m)이다. 일행으로 보이는 세 명의 등산객이 정상적 앞에서 돌아가며 사진을 찍고 있다.

 

감사합니다.”

혼자이시라 즐산이 되실진 모르겠지만 안산하세요.”

 

그들에게 카메라를 건네 모처럼 셀카 촬영을 면할 수 있었다. 주변의 산군들을 감싸 안으려 낮아진 구름, 소소한 바람에 하늘거리는 겨운 억새의 허리춤이 모두 부드럽고 평온하다주변의 산군들을 감싸 안으려 낮아진 구름, 소소한 바람에 하늘거리는 겨운 억새의 허리춤이 모두 부드럽고 평온하다

취서산鷲栖山이라고도 불리는 영축산靈鷲山은 경남 양산시와 울주군에 걸쳐있으며 가지산 도립공원에 속한다. 가지산에서 남쪽으로 뻗은 줄기가 능동산에 이르러 천황산, 재약산으로 이어지고, 또 다른 줄기는 신불산, 간월산과 연결되니 영남알프스의 대동맥이라 할 수 있겠다

바위 위에 바위를 얹고 그 위에 바위 정상석이 세워져 있다

 

신불산으로 이어지는 정상 일대의 펑퍼짐하고도 광활한 능선은 굳이 억새 물결이 아니더라도 하늘 맞닿은 천국의 길이다. 이 산과 연애에 빠졌나 보다. 아니라 싶으면 사랑도 갈라지는데 영축산에 안기니 숨이 꽉 막히는데도 빠져나오기가 싫다.

 

그래도 이만 가보렵니다.”

그래? 조금만 더 있다가 가지 그러나.”

 

영축산 품을 벗어나 천국 길에 접어들어 고개를 돌리지 않는다. 뒤돌아보면 다시 그 품에 파고들 것만 같다. 가까이 죽바우등부터 향로산, 재약산, 천황산과 운문산, 가지산, 신불산을 두루 돌아보고 신불재로 향한다.

부드러운 봄바람에 완만한 평원이 줄곧 이어지고 하늘 아래 사람 사는 세상도 간간이 보여 이보다 훌륭한 유람이 있겠나 싶다.  

 

신불산에 도레미 송이 낭랑하게 울려 퍼진다 

죽전마을을 내려다보면서 오늘 아침 세상과 연을 끊고 영혼이 그 위를 부유한다는 상상에 빠져본다. 삶을 마치고도 이렇다면 그 마침표가 두려울 리 없으리라. 그건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일지도 모르겠다. 고행에서의 일탈이자 아늑한 휴가를 위한 여행……

신불재로 내려서는 긴 데크 계단에서 눈길을 끄는 암릉을 보게 되는데 신불 공룡능선이라고 한다. 보기엔 칼날처럼 날카로운 절벽이다. 억새 고원 사방으로 데크 계단이 설치된 신불재는 영축산에서 2.2km를 왔고 신불산까지 700m를 남겨둔 지점이다.

밀양, 김해 등 낙동강 주변 사람들과 동해안 인근 사람들의 장이 열리던 곳으로 소금, 생선 등 울산의 해산물과 밀양의 산나물, 쌀 등을 교환했다고 한다. 지리산의 화개재처럼 하늘에 올라 식생활을 해결했으니 다시 생각해도 대단한 비즈니스가 아닐 수 없다

광활하고 장대한 신불재에 이르렀다

 

깔끔하게 지은 대피소 자리에 주막이 있었다고 한다. 이양훈 시인은 작시 신불재에서 가을과 주막을 추억하고 싶어 한다.  

   

 장날이 좋으냐

 주모가 좋으냐     

 막걸리 취하면

 주모 허리 잡네     

 가을에 하염없이

 젖어가는 신불재     

 전설과 이야기에도

 또한 젖어가네  

   

이 자리 신불산 주막에서는 예쁜 주모가 술을 팔았는데 신불神佛에게 빌어 인간으로 환생한 암컷 호랑이였다. 하룻밤 정분을 나눈 나그네들을 어김없이 잡아먹던 주모는 신불의 노여움을 사서 하늘로 잡혀갔다

혹자는 이 설화에 살을 붙여 슬쩍 풍자하기도 한다. 주모는 잡혀가기 전 얼른 주막을 팔아 2000만 원의 권리금을 건졌다는데 그 돈을 하늘 감옥의 사식비로 썼는지, 신불에게 뇌물로 상납했는지는 알 방도가 없다

주모에게 잡아먹힌 나그네들의 명복을 빌어주고 신불산 방향의 계단으로 올라섰다. 정상석이 세워진 신불산神佛山 정상(해발 1159m) 일대는 각진 암반이 드러나 있다. 지금까지 거쳐 온 다른 산들과 다른 점이다.

울주군 상북면과 삼남면 경계에 위치하여 협곡과 울창한 수림이 어우러진 빼어난 경관으로 이 일대는 1983년 신불산 군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정상 전망대에서 가지산과 운문산의 방향 바뀐 모습을 눈에 담고 이어 가게 될 배내봉과 간월산을 바라보노라니 전 세계의 공통 동요 도레미 송의 낭랑한 멜로디가 바람을 타고 들려온다. 그래서였을까. 아무도 없지만, 적막하다거나 쓸쓸하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웅장한 알프스산맥을 배경으로 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춤을 추는 마리아의 모습까지 선하게 그려내다가 마지막 목적지 간월산으로 향한다.

 

구름 모자 쓰고 간월산에서 마무리하다

급경사 계단이 영남알프스 막바지 걸음을 수고롭게 한다. 내려다보이는 간월재의 풍광은 영남알프스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계단에 앉아 바람도 쉬어 넘는다는 간월재의 풍경에 심취하게 되는데 산자락 경사면으로 꾸불꾸불한 임도까지 포함해 감상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간월산 가는 길에 교동 마을 일대가 보인다

 

간월재를 지나 900m 거리의 간월산으로 오르며 돌아본 간월재는 건너편에서 보았을 때와는 또 다르게 비친다. 마찬가지로 드넓은 억새평원 사이를 오르게 되는데 이곳의 산정 일대에도 경사 완만한 산정 평탄면이 발달하여 독특한 경관을 보여준다.

팔을 뻗으면 바로 구름이 잡힐 것만 같은 간월산肝月山 정상(해발 1069m)에 이른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의 명산에 올라 주변 산군을 둘러보는데 슬그머니 서운함 같은 게 몰려든다. 이틀 동안 내내 저 산들의 품에 안겼었다

 

다시 또 올 수 있을까.”

 

처음 만나 가까워졌는데 그게 마지막 만남이라는 생각이 들 때 쓸쓸해지고 만다. 정이 들었다는 게 원망스러워진다.

 

다시 또 오면 되지.” 

 

간월산을 끝으로 하산하였으니 다음엔 간월산을 시작으로 다시 오르면 되지, . 그렇게 생각하며 기분을 추스른다

교동리에서 등억리에 이르는 작괘천 입구에는 작천정酌川亭이 있는데 주위에는 간월산에서 맑은 물이 흘러내려 울주 지방의 선비들과 시인 묵객들이 많이 찾았다고 한다. 특히 35m 물기둥 아래로 자욱하게 물안개가 피는 홍류폭포는 간월산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간월산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배내봉으로 향한다. 그래도 아쉬워 뒤돌아보는데 신불산도 손을 흔들어 배웅한다.

홍류폭포는 눈길만 주고 배내봉으로 향한다

 

배내봉으로 가면서는 절벽으로 이루어진 경사면 바윗길에 안전밧줄을 길게 설치해 놓았다. 배내봉이 600m 앞에 있다는 이정표가 수고했다는 메시지처럼 느껴진다. 멀고도 긴 영남알프스 태극 종주를 마칠 때가 되었다는 신호다.

다른 종주 때와 달리 뿌듯한 성취감보다는 아쉬움이 짙게 고이는 걸 어쩔 수가 없다. 배내봉(해발 966m)에 도착해서도 햇살이 창창하지 않고 눅눅하게 가라앉는 것처럼 보인다. 잠시 머물러 어제 새벽부터의 여정을 짚어본다. 일곱 산의 마루금을 쭉 이어가며 고개를 끄덕인다.

 

잘했어. 실수도 없이 차분히 잘 해냈어.”

 

자신을 위안하고 배내봉을 뒤로한다. 1.4km만 내려서면 최종 날머리 배내고개이다. 그리 향한다. 속도를 높인다. 배내고개로 내려가는 길은 대부분 완만한 나무계단이다. 배내고개에 도착하자 오후 230분이 막 지나고 있다

오래 기다리지 않아 석남사로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석남사에서 울산행 시외버스를 타면 오늘 중에 집에 갈 수 있다. 긴 시간, 긴 길을 돌고 돌아 귀가하게 된다.

 

                   

때 / 초봄

곳 / 1일 차 : 산내면 석골사 입구 - 억산 - 범봉 - 딱밭재 - 운문산 - 아랫재 - 가지산 - 중봉 - 석남재 - 능동산 - 샘물 산장 - 천황산 - 천황재 - 재약산 - 사자평 - 죽전마을

 2일 차 : 죽전 마을 - 청수우골 - 한피기재 - 영축 능선 - 죽바우등 - 영축산 - 신불평원 - 신불재 - 신불산 - 간월재 - 간월산 - 배내봉 – 배내고개  

    

 

 https://www.bookk.co.kr/search?keyword=%EC%9E%A5%EC%88%9C%EC%98%81 

 

온라인출판플랫폼 :: 부크크

온라인출판플랫폼, 온라인서점, 책만들기, 에세이, 자서전,무료 출판

www.bookk.co.kr



https://www.youtube.com/watch?v=a9va9-2pyNo 

 

반응형
그리드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