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머니의 품이다

등산과 여행은 과거와 미래에서 지금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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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 산행, 연계 산행

북한산, 도봉산, 사패산, 수락산, 불암산의 5산 종주_ (3-3)

장한림 2022. 4. 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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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구간> 

 

결국 수락산 들머리를 지난다. 

 

오로지 또 오를 뿐. 이젠 오르고 나면 중간 탈출로도 없다고 봐야 된다. 

 

막 지나온 도봉산과 사패산이 흐릿하게 멀어졌지만 

 

그보다는 저 높이 솟아오른 수락산 주봉이 더 아득하고 높아 보인다. 

그늘조차 없는 도정봉 오르막길에서 흐르는 땀을 주체할 수가 없다. 눈이 따갑다.

  

새로 채운 물 한 병을 다 마시고 쉬기를 거듭하면서 가까스로 도정봉 부근까지 도달했다. 130m의 도정봉 계단이 천리길처럼 높고 고되다. 

 

밧줄을 붙든 손목도 힘이 빠져 버겁기만 하다. 도정봉엔 바람 한 점 없어 태극기가 조금도 펄럭이지 않는다. 

 

도정봉을 등지고 그리로 발을 내딛는다. 

 

홈통바위라고도 불리는 기차바위에 다가갈수록 길이 무척 미끄럽다. 다리에 힘이 빠져 더 그럴 것이다.

 저 바위를 정면 돌파하느냐, 우회하느냐를 놓고 또 갈등한다.

 

장암역으로 가는 석림사 방향 내리막길을 그냥 지나치는 걸음걸이가 너무 무겁다 보니 주봉은 좀처럼 가까워지지 않는다. 전신에 힘이 빠져 로프를 놓칠까 싶어 우회로로 빠지려다가 기차바위와 한판 맞짱 뜨기로 한다. 

 

한참을 기다려 기차 밧줄을 움켜쥐긴 했는데 좀처럼 힘이 실어지지 않는다. 

 

스틱을 접고 가까스로 기어올라 후미에 붙은 열차들을 보니 뜨끈한 육수가 하염없이 흐른다. 어지럽고 나른하다. 10여 분 숨을 고르고 쉬다가 무거운 엉덩이를 간신히 일으켜 세운다. 

 

네 번째 정상, 가까스로 수락산 주봉까지 왔다. 

 

밤새 저길 넘어왔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

 

하강바위를 스쳐지나고 

 

철모바위도 눈인사만 나누고는

 

주봉을 뒤로하고 젖 먹던 힘을 모두 뽑아내어 덕능 고개로 향한다. 

 

코끼리바위. 코끼리 등을 밟고 누군가 손을 흔들기는 하는데 자세히 보니 나랑은 관계없는 몸짓이다. 

 

치마바위도 그냥 지나친다.

 

덕능 고개까지 내려섰다. 마지막 불암산만 남았다. 덕능 고개를 지나 불암산으로, 이제 총목표점의 9부 능선쯤 온 셈이다. 가슴 밑바닥에서 무언가가 울컥 치솟는 느낌이다. 

 

어제, 오늘 네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며 가장 힘들었던 수락산이었다.

이제 마지막 남은 불암산을 오르며 겸허하고 숙연하게 기도를 드리게 된다. 

 

"스틱을 접을 때까지 지켜주시고 또 지켜주옵소서."   

 

 

 

 

 

<불암산 구간> 

 

덕능 고개를 아래에 두고 반대편 불암산으로 오른다.

  

숲이 우거져 수락산보다는 덜 더운 편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불암산 정상이 시야에 잡힌다. 

 

오전 11시 10분, 벌써 내려오는 사람이 있다.

  

하루길? 이틀 길이 아니었던가?  끝이 보여서일까? 이제까지 보다는 맘이 평온해지고 에너지도 새로이 충만되는 기분이다.

 

역시 산은 끝까지 맘을 놓을 수가 없는 곳이다. 밧줄을 타고 내려가야 하다니...  

이리저리 둘러봐도 다른 길은 보이지 않는다. 

 
 

"아휴! 아파라."

 

없는 힘에 스틱까지 쥐고 밧줄을 쥐고 내려오다가 왼팔 뒤꿈치가 바위에 스치고 말았다.

 

정상에 펄럭이는 태극기가 너무 반갑다. 

 

 

불암산 정상을 마주하니 보고 싶은 이들의 웃는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그리움, 바로 그리움일 것이다. 겨우 이틀간이지만 내겐 무척 긴 시간이었다. 그들과 떨어져 있었다는 의식이 몰려들어서일 것이다. 

 

산은, 특히 고행을 수반한 산은 그 산을 타는 이로 하여금 그리움, 반성... 비교적 선한 의식을 가슴에 담게 한다. 

 

불암 지킴이, 쥐바위도 고개를 쳐들어 환영의 고함을 내지르는 듯하다. 

 

이게 이번 산행의 오르는 계단으로는 마지막일 것이다. 

 

웅비를 품고 북한산으로 내디딘 첫걸음이 여기, 불암의 품에 안기니 아늑하기가 아기 적 어머니의 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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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로 내려가면 모든 게 마무리된다. 

 

종주 시작 후 처음으로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 사진을 찍게 된다. 불암산 정상에 오르니 세상을 다 취한 기분이다. 

 

"왔노라!"

"내려 보노라!" 

"기어이 해내고야 말았노라." 

 

 
 

이제 속세가 얼마 남지 않았다. 산에서 도심이 그리운 건 그리 흔치 않았는데 유난히 시끌벅적한 데가 그리워진다.

 

길고도 긴 여정을 완전히 마쳤다. 끝내 해내고야 말았다. 

 

재작년 11월 말,  불수사도북 5산 종주에 이어 1년 반 만에 다시 그 길을 반대로 걷는 북도사수불을 종주하였다. 또 그 길을 걷게 될지는...

 

 

 

수락산 구간 / 동막골 - 도정봉(2.4km) - 도정봉 안부 - 기차바위 - 수락산 주봉(1.8km) - 철모바위 - 도솔봉 아래(0.9km) - 덕능 갈림길 - 덕능 고개(2.8km) / 총 7.9 km 

불암산 구간 / 덕능 고개 - 정고개 - 폭포 약수터 갈림길 - 불암산 정상 (1.6km) - 정암사 - 불암산 공원관리소 - 노원역 (3.2km) / 총 4.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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