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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14_ 우연 그리고 필연

장한림 2022. 3. 27.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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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14.

 

 

  “농주나 한잔할까? 많이 마시면 산행에 지장 있으니까 맛이나 보자.”

  “그래요.”

 

  노란색의 걸쭉한 농주가 맛깔스러워 보인다. 감자전을 안주 삼한 잔씩을 들이켰다.

 

 “혼자 오신 것보다 훨씬 낫죠?”

 “? 그래.”

 

 늘 혼자였다. 정후는 한동안 외롭고 서글퍼서, 병상에서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워서 시간 날 때마다 어머니 산소를 찾곤 했었다. 어머니를 뵙고 돌아서도 외로움이 가시거나 서글픔이 사라지지 않았다.

 어머니의 빈자리를 메워주었던 경화 고, 정후에게 경화 고모의 결혼식은 두고두고 진한 서글픔으로 기억되는 일 중의 하나였다. 희고도 고운 웨딩드레스로 치장한 천사의 모습, 고모는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정후를 끌어안고 울었다.

 닦아도 멈추지 않는 눈물 때문에 몇 번이나 화장을 고쳐야만 했다. 그 후 정후는 혼자 있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혼자라는 현실에 익숙해졌었다.

 

 - 이제는 혼자라는 게 싫어.

 

 현주는 정후의 잔에 농주를 가득 부으면서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산을 좋아하시는 줄은 몰랐어요.”

 “무척 좋아했지. 꽤 많이 다녀봤고.”

 “그런데 삶이 그대를 산에서 멀어지게끔 했다?”

 

 현주의 표현에 정후는 웃으면서 맞아.”하고 답했다.

 

 “앞으로 자주 다녀요, 우리.”

 “! 우리? 넌 우리란 표현을 남발하는 경향이 있어.”

 “같이 지리산까지 올 정도면 충분히 우리라고 표현해도 무방하지 않나요?”

 “같이 왔어? 네가 일방적으로 쫓아왔지.”

 “호호호! 그게 그거죠, . 좋으니까 강하게 거부하지 않은 건 아니었나요?”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까딱하면 억지로 끌고 왔다고 하겠는데.”

 “그래도 같이 오니까 솔직히 기분 좋으시죠?”

 “천만에요. 기분 좋은 거 하나도 없습니다.”

 “! 그래도 지금은 나 같은 여자가 옆에 있다는 게 흡족할 거예요. 거짓말 마세.”

 “그래, 그래. 현주랑 말싸움해본들.”

 

 고마워, 현주야. 같이 와줘서. 정후는 그렇게 생각하며 씩, 웃고 말았다.


 새벽 4시에 현주를 깨우자 그녀는 벌떡 일어났다.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에 추적추적 비까지 내렸다.

 

 “자신 없으면 포기해.”

 

 정후의 말에 현주는 어머! 절 어떻게 보시는 거예요. 이 김현주, 한번 한다면 하는 여자예요.”라고 말하며 성큼성큼 앞서 걸어갔다.

 

 “이렇게까지 좋을 줄은 몰랐어요. 기대 이상이에요. 세상에 온통 물과 나무와 바위만 있어요.”

 

 정후는 현주의 뒷모습이 우중 지리산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산행 내내 한 번도 먼저 쉬자고 하지 않는 그녀가 대견스러웠다. 노고단으로 올라 수많은 봉우리와 고개를 넘어 세석평전까지 왔을 때는 짙은 어둠이 깔린 후였다.

 

 “대단하세요. 보기보다 많이 센대요. 한잠도 안 주무시고 여기까지 온 거잖아요.”

 “그래, 여기서 잠시 눈을 붙이고 다시 출발하자.”

 

 세석산장에서 쉬었다가 다시 이른 새벽에 지리산 최고봉으로 향했다. 3대에 걸쳐 선행을 베풀었을 때라야 비로소 천왕봉 일출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일출은 볼 수 없었으나 습한 최고봉 또한 오묘한 장관을 연출한다.

 

 “김현주! 수고했어. 대단해.”

 

 비바람이 사선으로 내리긋는 천왕봉의 풍치에 푹 빠졌다가 정후는 현주의 어깨를 두드렸다.

 

 “차장님도요.”

 

 더 기울어진 사선의 빗물이 현주의 긴 속눈썹을 적셨다. 비가 멎으면서 천왕봉 아래로 구름처럼 안개가 솟아오른다. 층층이, 겹겹이, 횡으로 굽이굽이 늘어선 등성이마다 구름 안개가 철철 넘쳐흘렀다.

 정후는 배낭을 내려놓고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현주를 이곳저곳에 서게 하고 포즈를 잡게 하면서 대자연의 비경과 함께 사진에 담았다. 환하게 웃는 그녀의 치아가 희고 고르다고 생각하면서 정후는 엄지와 검지를 동그랗게 말아 보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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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 글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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