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머니의 품이다

등산과 여행은 과거와 미래에서 지금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다

등산과 여행의 모든 것

종주 산행, 연계 산행

몽가북계삼_ 몽덕산, 가덕산, 북배산, 계관산, 삼악산 종주(2-2)

장한림 2022. 4. 2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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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bookk.co.kr/book/view/135227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산들을 찾다 보면 그곳이 국립공원이고,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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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악지맥의 다섯 산, 죽다 살아난 마지막 삼악산(2-2)

 

 

날카롭기가 수리 발톱 같은 삼악산인 데다 심하게 지쳤다

     

“이리 갈까, 저리 갈까?”

 

능선 너머 다소 아득하게 보이는 삼악산과 싸리재 내리막을 놓고 잠시 망설인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는데.”

 

도전이나 모험이 아닌 자제와 평정을 먼저 떠올려야 한다고 산은 가르쳤었다. 순간적인 결정과 순발력 넘치는 행동은 위험으로 연결되는 지름길임을 산에서 배웠었다. 

삼악산까지 갔다가 내려가려면 지금까지 온 만큼 혹은 그보다 더 가야 한다. 거리보다 중요한 건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있느냐는 거다. 충분히 검색했지만, 실제는 지도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여러 번 겪어봤다. 더구나 식수가 거의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아아, 그런데도 나는……”

 

걸음은 머리가 결정 내리기 전에 이미 그쪽으로 내디디고 있다. 이제부턴 더욱 지치고 고독한 수행이 될 것이다. 계관산 정상에서 900m 지점에 낡은 이정목이 세워졌는데 삼악산까지 8km라고 적혀있다. 다시 빠른 걸음으로 꽤 많이 왔다고 생각했는데 삼악산 등선봉까지의 거리가 침울하고 목이 타게 한다. 7.3km 거리의 등선봉에 올랐다가 강촌마을로 내려갈 때까지 갈증을 견뎌내야 한다. 

 

“나이 먹을수록 주머니에 돈 없으면 외로워지는 법이야.”

 

갑자기 왜 이런 말이 떠오르는 걸까. 없으면 더 궁해지나 보다. 인적 없는 산길에 익숙해 있기는 하지만 물이 없어서일까, 마을도 갈림길도 보이지 않는 외길이다 보니 은근히 걱정스러워지고 바짝 입이 타들어 간다. 

그러나 산은 믿음을 준다. 언제나 내 편일 거라는 강한 믿음을 준다. 늘 그래 왔다. 지천에 깔린 바이올렛 야생화를 내려다보고 크게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안정시킨다. 

석파령 꼭대기(해발 380m), 그런데 이정표에 삼악산으로의 방향 표시가 없다. 표시가 없으면 직진이 운행 상식이다. 내비게이션도 그렇지 않은가. 역시 석파령 전면으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석파령에서 살짝 비켜 삼악산으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그대는 이번에도 안전하게 해낼 걸세.”

 

좌우로 쭉쭉 뻗어 늘어선 낙엽송들이 푸릇푸릇 힘을 실어주는 느낌이다. 이정표나 리본은 진작부터 보이지 않아도 밧줄이 설치되어 있다는 건 제대로 길을 가고 있다는 방증이다. 바위들이 보이고 바위 구간이 나타난 걸 보니 삼악산 자락에 들어서긴 했나 보다. 

시간이 지날수록 갈증이 심해 입술이 말라버렸다. 물도 떨어진 상태에서 길을 연장한 게 후회가 되기도 하고 무모함에 자책하게도 된다.

 

“역시 과유불급이었나.”

 

북한강 물줄기가 보인다

 

바윗길을 타고 또 타길 거듭해서 청운봉에 닿았는데 돌무더기에 명패를 써놓았다

 

바윗길을 타고 또 타길 거듭해서 수북한 돌무더기에 이르렀는데 삼악 3봉 중 한 곳인 청운봉이다. 주봉인 용화봉과 등선봉 그리고 여기 청운봉을 일컬어 삼악산이라 명명했다. 

잡목 숲 사이로 등선봉과 570m의 삼악 좌봉이 잡힌다. 왼쪽으로 계관산이 8.7km, 오른쪽으로 등선봉이 1.2km인 이정표가 있다. 날카롭기가 수리 발톱 같은 삼악산인 데다 심하게 지쳐있다. 이정표의 수치가 오늘처럼 멀게 느껴진 적이 있었던가. 북한강 줄기를 보면서도 저 물을 마시고 싶단 생각만 든다.

 

북한강 줄기를 보면서도 저 물을 마시고싶단 느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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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행글라이더를 타고 내려갈 수만 있다면....

 

 

등선봉의 앉은뱅이 정상석(해발 632m)과 키를 맞춰 앉는다. 아니 정상석 옆으로 주저앉는다는 표현이 적절하다. 신선이 되어 오른다는 등선봉 앞에서 셀프 카메라를 들이댔는데 낯빛까지 창백하니 신선은 고사하고 영락없는 노숙자다. 그래도 오늘 목표한 다섯 산의 최후 봉우리에 이르자 긴장이 누그러지며 뿌듯한 기분이 든다. 어둠이 몰려올 시간이기에 여기서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다시 만날 땐 편한 맘, 웃는 얼굴로 해후하세나.”

 

등선봉의 인사말도 듣는 둥 마는 둥 등을 돌린다. 삼악 좌봉 쪽으로의 하산로, 그야말로 너덜길이다. 다시 고개 들어 저물어가는 한북정맥의 산들을 둘러본다.

 

“이처럼 시련을 주는 그대 산들이 있으므로 그래도 난, 무척 행복하다오.”

 

허기까지 겹쳐서일까. 암릉 하산길이 어지럽다.강촌 쪽에서 바라봤을 때 등선봉 왼편의 삼악좌봉. 건너는 길이 만만치 않다

 

어둠이 몰리는 삼악산 암릉이 더욱 거칠어 보인다

 

어둠이 몰려올 시간이기에 여기서도 서루르지 않을 수 없다.삼악좌봉 쪽으로의 하산로. 그야말로 너덜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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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에 하나둘 불빛이 켜지는 중이다. 마음이 급해진다는 걸 의식하며 끝까지 조심해야 한다고 마음 다지지만, 허기까지 겹쳐서일까. 암릉 하산 길이 무척 어지럽다. 두어 번 왔던 곳인데 삼악 좌봉으로 건너는 길이 왠지 생소하다. 끝내 하산로를 찾으려 헤매다가 길이 아닌 곳으로 들어서고 말았다. 위험지역이란 표지판을 보고 안전한 길을 찾는다는 게 그만 위험지역으로 들어섰다. 

 

“침착해야 해. 차분해져야 한다.”

 

길이 아닌 곳으로 들어서고 말았다. 위험지역이란 표지를 보고 안전한 길을 찾는다는 게 그만 위험지역으로 들어섰다

 

 

그랬어도 미끄러워 헛디디기를 수차례, 거의 80도에 가까운 낙엽 경사로를 간신히 내려오고 보니 바위가 굴러 생긴 애추崖墜의 너덜지대다. 경직된 긴장 탓으로 온몸이 땀에 젖었다. 이미 어둠이 산을 휘덮었다. 

 

“하나님! 도우소서.”

 

저도 모르게 하나님을 찾으며 도와달라고 중얼거린다. 헤드 랜턴도 없이 최대한 서행하며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다가 물소리를 들었다. 바위틈에 팔을 뻗어 들이민 물병에 물이 담기는 걸 보니 환청이 아니었다.

 

여기 바위틈에서 물소리를 들었다. 마치 지옥같은 곳에서, 태어나 가장 맛있는 물을 먹어보았다

 

 

이 물이 식수로서 적합한 건지 아닌지는 전혀 상관없는 사안이다. 마치 지옥 같은 곳에서, 태어나 가장 맛있는 물을 먹어보았다.

 

“아아! 역시 하나님은, 산은 내 편이었어.”

 

불빛을 보고 내려오니 강촌검문소에서 1km 떨어진 국도변이다. 강변 국도 갓길을 걷는 것도 내리막 산길만큼이나 무섭다. 밤바람을 가르는 차들의 속도가 엄청나다. 

평상시 느끼지 못했던 자신을 깨우치게 됐다.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내지르는 무모함, 자칫 무기력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의 극복 의지와 생존본능……. 내 안에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했던 다른 모습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은 역시 예상치 못한 상황에 던져졌을 때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보게 되는가 보다. 

 

“어쨌든 이젠 살았어.”

 

불빛을 보고 내려오니 이런 표지판이 있다. 강촌 검문소에서 1km 떨어진 지점이다

 

 

강촌교 앞 건널목에서 파란불을 기다리는 동안 달리는 차들의 바람 가르는 소리가 이명처럼 울리는 중에 다시 살아났다는 생각이 든다. 

 

‘강촌역에서는 산도 구름도 기차도 강물 속으로 떠난다.’

 

다리를 건너 강촌유원지에 들어서니 다신 오늘처럼 무모하게 까불지 않겠다는 반성뿐이다. 

     

나 홀로 긴 여정

피로 몰려오고 입술 타들어 가며

나,

무얼 담아 내려왔는가.     

수행은 원래 고독하다 했잖은가.

땀 흘려 숨 가쁘게 오르고

수직 비탈 미끄러지며

무얼 담아오려

거길 간 건 아니었잖은가.     

길 잃고도 

목 축여 해갈하고

내려와 허기진 배 채웠으니

그게 극한의 행복 아니겠는가.

 

강변국도 노견을 걸어 무사히 강촌까지 왔다

 

https://www.youtube.com/watch?v=fgjyN-DView 

 

 

때 / 초여름

곳 / 윗 홍적 버스종점 - 홍적 고개 - 몽덕산 - 납실고개 - 가덕산 - 전명골재 - 퇴골 고개 - 북배산 - 갈밭재 - 자라바위 - 싸리재 - 계관산 - 작은 촛대봉 - 방화선 끝 - 석파령 - 475봉 - 삼악산 청운봉 - 삼악산 등선봉 - 삼악 좌봉 - 강변로 - 강촌유원지 - 강촌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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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영의 부크크 커뮤니티

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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