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머니의 품이다

등산과 여행은 과거와 미래에서 지금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다

등산과 여행의 모든 것

종주 산행, 연계 산행

몽가북계삼_ 몽덕산, 가덕산, 북배산, 계관산, 삼악산 종주(2-1)

장한림 2022. 4. 2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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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bookk.co.kr/book/view/135227

 

화악지맥의 다섯 산, 죽다 살아난 마지막 삼악산(2-1)

 

                    

5월 초, 화악리 윗 홍적 버스 종점에서 내리자 아침 10시가 지나지 않았는데도 내리쬐는 태양열이 제법 따갑다.

연계 산행을 즐기는 마니아들에 의해 몽가북계라는 용어가 생겨났는데 한북정맥에서 우측으로 뻗은 화악 지맥의 몽덕산, 가덕산, 북배산과 계관산을 잇는 산행 구간의 머리글자이다. 거기 네 곳의 산을 찾아왔다가 지도상으로 연결된 걸 보고 삼악산까지 잇기로 한다. 행정구역상 경기도 연산면 화악 1리를 들머리로 하는 몽덕산에서 강원도 춘천시 강촌지역을 날머리로 하는 삼악산까지의 다섯 산을 넘는 꽤 긴 길이다. 

화악리 버스 종점에서 도로의 보호난간이 끝나는 홍적 고개까지 걸어 올라간다. 춘천에서는 지암리 고개 또는 마장이 고개라 부르는데 여기가 경기도와 강원도의 경계 지역이다. 

 

도로의 가드레일이 끝나는 지점이 홍적고개

 

들머리 외진 마을 화악리

그 끄트머리 미끄러질 듯 기운 구릉

적막한 홍적 고개

솟대처럼 높기만 하여 더욱 외로운 나무 한 그루

붉은 꽃 활짝 피어났더라면

고독에 지치고 땀에 찌들어 겨운 시름

잠시나마 덜어냈으려나 

         

 

쫓지도쫓기지도 않고 마냥 그 산들을 걷는다   

  

수림 우거지고 평탄한 길을 걸어 몽덕산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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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적 고개에서 몽덕산을 오르는 길은 비교적 평탄하다. 신록의 계절에 접어들었지만, 이곳은 아직 겨울 잔해들이 채 걷히지 않은 모습이다. 나뭇가지는 앙상하게 헐벗었고 땅바닥도 온기 뿜어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듯하다. 

이날은 산행하는 이들이 없어 싸리밭길 능선을 호젓하게 걷는다. 사방으로 겹겹의 깊은 산들이 없다면 그냥 밋밋한 능선에서 지루한 걸음을 옮겼을 것이었다. 

화악산과 매봉이 지붕을 드러내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몽덕산 정상(해발 690m)에 닿는다. 쓰러진 정상석을 누군가 기둥으로 받쳐놓았다. 경기도 가평군과 강원도 춘천시의 경계 선상에 있는 몽덕산인지라 지방자치단체 간의 눈치싸움이 끝날 때까지는 당분간 기울인 채로 버텨야 할 듯싶다. 

 

“내 문패 걱정은 하지 말고 쭉 편안한 길이니까 느긋하게 즐기시게.”

“네, 산에서 내려가면 담당자한테 바로잡도록 조치시키겠습니다.”

 

홍적버스 종점에서 내려 단 한 번의 쉼도 없이 치달으니 몽덕산 정상까지 딱 1시간이 걸렸다

 

 

뒤돌아보니 고개를 치켜든 촛대봉이 손을 흔들어 배웅해주고 그 뒤로 응봉도 자애롭게 미소를 짓고 있다. 조금씩 고도를 높이기는 하지만 산자락이 부드러운지라 느긋하게 거리를 줄여나갈 수 있다. 다만 햇빛을 피할 수 있는 나무가 능선 아래로 심겨 있어 조금 더 지나서는 더위깨나 먹을 것만 같다. 

여전히 비슷한 등산로를 걸으며 오른쪽으로 명지산과 애기봉, 화악산을 보다가 납실 고개라는 갈림길에 이른다, 춘천시 서면 오월리 윗납실로 넘어가는 고개라고 한다.

 

가을엔 억새가 장관일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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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날수록 먼하늘이 조금씩 청명해지고 있다

 

 

간간이 새소리와 바람 소리만이 귓전을 스치고 주변에 걷는 이 한 사람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먼 하늘이 청명해지고 있다. 여름 이후엔 키 큰 억새로 인해 걷기가 무척 불편할 듯도 느껴지지만 대체로 넓은 능선은 굴곡이 심하지 않아 겨울 산행에 적합할 것처럼 보인다. 

몽덕산에서 외길을 편안하게 걷다가 가덕산에 다다른다.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가덕산(해발 858.1m)에 도착했으니 어지간한 산의 봉우리와 봉우리처럼 가까운 데 산이 이어지고 있다. 너른 억새 군락지대인 가덕산 정상에서 북배산과 계관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바라보고는 곧장 길을 향한다.

삿갓봉으로 가는 삼거리가 나오고 춘천 서면 서상리로 넘어가는 퇴골 고개로 이어진다. 능선 아래로 노랗게 무리 지은 야생초가 평화로이 햇살을 즐기고 있다. 

오늘 접하는 다섯 산 중 가장 높은 북배산北培山(해발 870m)에 도착해서 허기를 채운다. 이때가 홍적 고개에서 출발한 지 세 시간이 지나지 않은 12시 30분 경이다. 휴식을 취하며 둘러보니 지나온 가덕산과 화악산이 환히 드러난다. 춘천과 화천 쪽으로 용화산, 그 너머로 사명산도 고개를 내밀고 있다. 명지산에서 연인산, 또 축령산의 정체성을 확인한다.

 

이 곳의 산들은 거의 그늘이 없다는 게 또 하나의 특징이다

 

경기도 가평군은 지형적으로 군의 대부분 지역이 험한 산지를 이루고 있으며, 북쪽에서 남쪽으로 갈수록 점차 고도가 낮아진다. 그 산들을 끼고 가평천이 흘러 북한강으로 합류된다. 명산과 청정계곡이 즐비하여 발 닿는 곳마다 휴양지나 다름없어 자주 오게 되는 가평은 수도권의 넉넉한 힐링 공간이다. 

고만고만한 오르내림 후 한 시 방향으로 능선을 틀자 계관산이 보인다. 그늘이 없는 능선의 연속이다. 이젠 더위를 느낄 시간이고 땀이 솟을 만큼 걸었다. 계관산까지는 보이는 것과 달리 꽤 긴 편이다. 낮은 하늘로 뭉게구름이 흘러가고 능선 아래엔 진달래, 억새랑 잡목들이 마구 섞여 질서는 없어 보여도 수더분하고 자유스럽다. 쫓길 것도, 쫓을 것도 없는 곳, 그래서 산은 산이다.

 

 

살아오면서 성실함과는 거리가 있었다. 크게 인내력이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 산을 알고부터, 특히 장거리 연계 산행에 몰입하면서부터 성실함이 절로 몸에 밴 듯하다. 일단 산에 들어서면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는 달리 방안이 없다. 위로 솟구쳐 오르면서 인내심은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살아가면서 필요 불급한 것들을 내 것으로 하게 되었으니 이런 큰 가르침을 산이 아닌 어디에서 익힐 수 있었겠는가.

가평군 고달면 목동리 싸리재 마을로 내려가는 삼거리 고개인 싸리재를 지난다. 들짐승의 등줄기 같은 구릉 몇 개를 넘다 보니 닭 볏 형상으로 솟은 계관산鷄冠山 정상(해발 735.7m)에 이르자 몇몇 등산객들이 모여 있다. 싸리재 버스종점에서 올라왔다고 한다. 명지산과 화악산이 커다랗게 뭉친 구름을 얹었고 의암호 너머로는 춘천 시내가 낮게 몸을 굽히고 있다.

몽가북계의 4산 연계 산행에서는 보통 여기 계관산 정상에서 2.8km 아래의 싸리재 버스 종점으로 하산하게 된다. 홍적 고개에서 여기 계관산까지 11.2km이니 총 14km 거리의 4산 종주 코스라 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Y97ics6GFMY 

 

 

https://www.bookk.co.kr/aaaing89

 

장순영의 부크크 커뮤니티

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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