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머니의 품이다

등산과 여행은 과거와 미래에서 지금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다

등산과 여행의 모든 것

종주 산행, 연계 산행

어비산, 유명산, 소구니산, 중미산, 삼태봉, 통방산의 6산 종주_(2-2)

장한림 2022. 4. 1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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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유소중삼통, 길이 있으므로 거기로 간다(2-2)

 

 

길이 제법 까칠하다

 

중미산에 오르니 몸이 나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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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탑 아래로 선어치 고개가 꽤 낮아진 걸 보면 정상이 멀지 않았다. 중미산 바위지대 정상(해발 834m)에 올라서서도 사방이 뿌옇다. 아래 유명산 자연휴양림의 연두색 푸름을 시기하는지 연무가 쉽사리 걷히지 않는다. 가야 할 삼태봉과 통방산도 더욱 멀어 보인다. 삼태봉까지 4.7km. 거기서 또 통방산으로. 부지런히 걸어야 어둡기 전에 하산할 수 있다. 그것도 길을 제대로 찾아 하산했을 때를 전제로 한다.

가는 길은 잎사귀 푸른 활엽수와 쭉쭉 뻗은 침엽수들이 땀을 식혀주어 피로가 덜하다. 삼태봉까지 2.9km라는 이정표를 보고 그 방향을 잡았는데 절터 고개를 지나면서 길을 잘못 들었다. 사방 두리번거려보지만, 방향감각을 잃고 말았다.

 

여기서 길을 놓치고 알바를 하고 만다

 

산에서 길을 잘못 들어 고생하고 시간까지 허비하는 것을 알바라고 표현하는데 노동 대비 가성비가 낮은 아르바이트에서 나온 말인 듯하다. 종종 알바를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세상사 대다수의 일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일의 참된 의미나 가치를 모르고 추진하다 보면 엉뚱한 곳으로 진행되기 마련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꼴이 되고 만다.

국민이 참으로 원하는 바를 모르고 입안된 정책은 국민을 비극으로 몰아가기 십상이다. 국민을 국가의 주인이 아닌 다스리는 존재로 여겼기에 수립된 정책이 국민의 이상대로 갈 리 만무하다.

 

“널 무시하고 마구잡이로 방향을 잡았던 건 아닌데.”

“그럴 리가 있겠어요. 결과적으로 그런 상황이 벌어지긴 했지만요.”

 

한 시간을 헤매다가 간신히 삼태봉으로 오르는 명달리 쪽에서의 들머리를 찾았다. 보통 가파른 게 아니다. 길 찾다가 시간에 쫓기다 보니 땀이 비 오듯 흐른다. 군말 없이 따라오는 계원이한테 면목이 서지 않는다.

 

“지나고 나면 한바탕 봄 꿈같은 추억으로 남겠지요.”

“그래, 지금은 힘들겠지만.”

 

겨우 그런 말들로 현 상황을 위안하며 높은 고도를 치고 오른다.

 

다시 길을 찾았다. 삼태봉 지나 통방산까지 2.61km.  그리고 하산... 서두르자

 

 

여섯 개 산을 하나로 엮고 그 엮은 걸 풀어낸 게 감사하다  

    

쉬면서 둘러보니 지나친 이들 없고 앞서간 이들 없어 보이는 곳마다 수북한 숲길이고 아련한 고갯길이다. 가늘고 긴 고목들 늘어선 군락을 지나면서 노을 물들기 시작하더니 삼태봉 꼭대기가 보인다. 정상(해발 682.5m)에 올라서자 제일 먼저 중미산이 아득하게 잡힌다.

언제나처럼 고된 길 딛고 올라 산정에 오르면 삶의 희로애락은 색 바랜 한지에 불과하다. 한지에 그려진 세상의 그림들이야말로 자연에 비할 때 턱없이 하찮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삼태봉 정상에 이르러 물들기 시작하는 노을이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지친 발걸음 조심스레 내디딜 무렵 해거름 주홍 노을

속에 담아 돌아오면 너무 그리워

다시 오게끔 하는 그 찬연한 풍광

소매 잡아끌려 몸 맡기면

초록 수림 우거지고

늙은 고목 기침 뱉는 곳

그 무어로도 거부할 수 없는 강한 유혹

우린 그예 

그 산

그 깊은 품에 푸근히 안겨있다. 

    

마지막 통방산이 실제 거리와 비교하면 너무나 멀리 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남은 에너지를 두 다리에 싣고 단전에 기를 모은다. 오로지 저기 뾰족 봉우리 통방산까지 가야만 서울 가는 교통편이 있는 천안리로 내려갈 수 있으므로 달리 샛길로 탈출할 수도 없다. 통방산 뒤로 보이는 화야산, 곡달산의 흐린 마루금 밑으로 작아진 해가 떨어지려 한다.

 

“해야! 잠시만 추락을 늦춰다오. 초행길 어둠에 덮이면 아직 남은 길 가시밭길 될까 두렵구나.”

 

언제나 처럼 고된 길 딛고 올라 산정에 닿으면 삶의 희노애락은 색바랜 한지에 불과하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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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방산 1km, 이때쯤이면 이정표의 숫자가 쉬이 줄어들지 않는다. 마음이 급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결국 해낸다. 고진감래, 여섯 산과 만남, 아직 하산 길이 남았지만, 목표를 이뤘을 때의 성취감이 짠하게 몰려온다. 

통방산 정상(해발 649.8m)에서 계원이와 굳은 악수를 하고 바로 움직인다. 날머리까지 1.9km. 이때가 7시 40분이니 어둠을 뚫고 지나야 그 끝에 도달할 것이다. 

한참을 내려와 하늘을 올려다보니 바람이라도 불면 꺼져버릴 것 같은 몇 점 작은 별들이 점멸한다. 헤드 랜턴을 켜고 그리 험하지 않은 하산로를 지나 마을에 도착해서도 바쁘다. 37번 국도변으로 나가 막차를 탈 수 있어야 한다. 

 

통방산 뒤 노을 지는 산들이 화야산, 곡달산

 

“산에서 내려와서도 뛰어야 하다니.” 

 

참으로 간발의 차이로 서울 가는 마지막 시외버스가 손 흔들며 뛰어오는 우릴 보고 서준다.

 

“감사합니다.”

 

모든 게 감사하다. 연출하듯 여섯 개 산을 하나로 엮고 그 엮은 걸 풀어낸 게 감사하고, 초행의 긴 여정인데도 믿고 따라와 준 후배한테 감사하고, 마지막으로 브레이크 잡아 우릴 태워준 기사님이 감사하다.

 

달이 저만치 올라서야 우린 내려왔다

 

때 / 초여름

곳 / 가일리 삼거리 - 어비 산장 - 어비산 - 입구지 계곡 합수점 - 유명산 - 농다치고개 - 소구니산 - 선어치 고개 - 중미산 - 절터 고개 - 나가터골 삼태봉 등산로 입구 - 삼태봉 - 통방산 - 천안리 - 가마소 유원지 - 뽕나무마을 – 37번 국도   

 

 

https://www.bookk.co.kr/aaaing89

 

장순영의 부크크 커뮤니티

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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