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의 삶, 절반의 죽음 14. “농주나 한잔할까? 많이 마시면 산행에 지장 있으니까 맛이나 보자.” “그래요.” 노란색의 걸쭉한 농주가 맛깔스러워 보인다. 감자전을 안주 삼아 한 잔씩을 들이켰다. “혼자 오신 것보다 훨씬 낫죠?” “응? 그래….” 늘 혼자였다. 정후는 한동안 외롭고 서글퍼서, 병상에서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그리워서 시간 날 때마다 어머니 산소를 찾곤 했었다. 어머니를 뵙고 돌아서도 외로움이 가시거나 서글픔이 사라지지 않았다. 어머니의 빈자리를 메워주었던 경화 고모, 정후에게 경화 고모의 결혼식은 두고두고 진한 서글픔으로 기억되는 일 중의 하나였다. 희고도 고운 웨딩드레스로 치장한 천사의 모습, 고모는 막 고등학교에 입학한 정후를 끌어안고 울었다. 닦아도 멈추지 않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