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계산 방식
“둘이 함께 경작해서 의좋게 나누며 살았으면 좋겠구나.”
결혼하여 아이를 둔 형과 아직 결혼하지 않은 동생이 돌아가신 아버지로부터 작은 농토를 물려받았다.
형제는 함께 땅을 갈고 씨 뿌리며 열심히 농사를 지어 쌀과 옥수수를 수확했다. 형제는 그것을 공평하게 반으로 나눴다.
- 형한테는 형수와 조카가 있잖아. 그런데 절반씩 나누는 건 공평한 게 아니야. 나보다 생활비가 더 드는 형한테 내 몫을 떼어 주는 게 맞아.
그렇게 생각한 동생은 형 창고에 상당한 양의 곡식을 몰래 가져다 놓았다.
- 나는 처자가 있으니 걱정 없지만 동생은 아직 결혼도 안 했으니 돈이 필요해.
형도 밤중에 꽤 많은 양의 곡식을 동생의 창고에 옮겨놓았다.
“이상하네. 왜 창고에 곡식이 그대로지?”
그러길 거듭하는 중에 형제는 자기 창고의 곡식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걸 알았다.
둘 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밤이 되어 상대방 창고로 곡식을 나르다가 도중에서 마주치게 되었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어! 형은?”
두 형제는 그제야 곡식이 줄지 않은 까닭을 알고 서로 부둥켜안고는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예루살렘에서 가장 고귀한 곳’
형제가 마주쳤던 그 장소를 유대인들은 지금도 그렇게 부른단다.
의를 먼저 생각하는 이는 산술적 계산에 앞서 베푸는 삶이 틀에 박혀 자신의 선행을 당연한 것으로 여긴다. 부모의 유산에 자기만의 잣대를 들이대고 한 푼이라도 더 소유하려 했던 사람이 이 짧은 글을 읽는다면 되새김질이라도 해볼 만한 대목이 아닐까 싶다. 계산의 논리는 작은 것을 취할 수 있지만 배려의 논리는 가족의 행복이라는 커다란 열매를 두고두고 유산으로 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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