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머니의 품이다

등산과 여행은 과거와 미래에서 지금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다

등산과 여행의 모든 것

세계 고전

삼국지의 고사를 되짚다 13_ 출사표出師表

장한림 2022. 3. 14. 22:43
반응형
728x170
SMALL

진정한 대의를 위해 던진 거라야

 

‘신은 본디 삼베옷을 입은 평범한 백성으로 어지러운 세상에 나서기를 꺼려했으나 일찍이 선제께서 저를 비천하게 여기지 않으시고 몸소 신이 사는 초가에 세 번씩이나 찾아오시어 마침내 선제께 힘써 일할 것을 맹세하였습니다.

선제께서 돌아가시며 제게 천하 통일의 큰 소임을 맡기시니, 신은 밤을 새우며 걱정하였습니다. 맡기신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선제의 유언을 받들지 못할까 늘 두려웠습니다.

지금 삼군을 거느리고 북으로 위나라를 토벌하여 간악한 무리를 소탕하는 것이 선제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자 폐하께 충성하는 도리라 여겨 먼 길을 떠나려는데 눈물이 앞을 가리나이다. 부디 옥체 보존하시고 선량한 신하들의 충언에 귀를 기울이시어 나라를 평안케 하옵소서.’ 

          

출사표出師表란 본디 군사를 이끌고 출정할 때 신하가 왕이나 황제에게 올리던 글이다. 중국 삼국시대 촉나라 승상 제갈량이 지은 출사표가 그 대표적인 글이다.

촉나라 황제 유비는 천하통일의 꿈을 이루지 못한 채 숨을 거두며 제갈량에게 그 뜻을 이루어 달라고 유언을 남긴다. 

제갈량은 그 유언을 받들어 군사를 이끌고 위나라를 치러 떠나기 앞서 유비를 계승한 촉의 2대 황제 유선에게 출사표를 올린다. 

이 글은 비장한 각오로 쓰인 장문의 글로 그 전문에는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과 황제에게 바치는 충성, 그리고 천하를 통일해 백성을 구하려는 큰 꿈이 절절하게 나타나 있다. 

      

‘진정표陳情表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효자가 아니며, 출사표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충신이 아니다.’ 

    

출사표는 진나라 이밀李密이 무제에게 올린 진정표, 당나라 사상가 한유가 쓴 제십이랑문祭十二郞文과 함께 중국 3대 명문 중 하나로 꼽힌다. 

 

선거를 앞두고 후보로 출마할 때 흔히 “출사표를 던졌다.”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출사표의 진정한 의미는 자기 자신의 안위나 영달을 위함이 아니라 백성을 염두에 둔 대의를 위한 것이었다. 

국민을 향해 출사표를 던지고 출마한 대통령 후보가 선거 막판에 정치적 대의보다는 사적 이해에 얽혀 출마 포기를 한다면 그건 지지자들에게 고한 출사표를 마구잡이로 찢은 거나 다름없다. 처음부터 정치소신이 없었음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직선제 개헌 이후 선거가 국민 축제가 되었으면 했던 그때부터의 꿈은 이젠 후보자들한테 식상함까지 겹쳐 아예 허황된 꿈으로 굳어지고 말았다.   

 

 

 

반응형
그리드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