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머니의 품이다

등산과 여행은 과거와 미래에서 지금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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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있는 산/산에서 듣는 전설

콩밭 매는 아낙네의 절절한 사연_ 칠갑산

장한림 2022. 3. 9. 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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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bookk.co.kr/book/view/134120<이 글은 이 책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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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칠갑산 콩밭 매는 아낙네는 어떻게 되었을까

 

 

동족상잔의 비극이 끝난 1950년대 후반 충남 청양에 열여섯 먹은 딸과 함께 가난하게 살아가는 48세 된 미망인이 있었다.

이 당시 칠갑산 너머 마치마을에는 70대 부자 노인이 아내와 사별하게 되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오지랖을 펼쳐 노인과 미망인의 중매에 나섰다

 

나이는 쉰을 바라보지만, 아직 미모가 출중합니다요.”

그려? 그럼 그 과부는 네가 데리고 살아. 내는 그 집 딸내미한테 맘이 동혀.”

그럼 어르신이 제 사위가 되는뎁쇼.”

그래도 괜찮여. 장인으로 잘 모실 테니 딸내미를 나랑 어떻게 되게끔 혀봐.” 

 

노인은 중매를 서려는 이들에게 미망인의 열여섯 살 딸을 주선해달라고 했다. 노인은 매파를 통해 딸을 자기한테 시집보내면 잘 먹여주고 엄마인 미망인에게도 충분한 양식을 주겠다며 어르고 달랬다

 

노망이 단단히 들었구먼유.”

 

엄마는 어린 딸을 영감한테 시집보낼 수 없다고 버텼지만, 노인의 집요하고 끈질긴 회유와 너무나 어렵고 힘든 형편에 불쌍한 딸이라도 배불리 먹게 해줄 요량으로 결국 딸을 시집보내게 된다.

 

엄니! 잘 드시고 잘 살아야 해유.”

아이고, 내 팔자야. 미안하다. 딸아!”

 

노인의 마당쇠가 딸을 데리고 가던 날 엄마는 콩밭에 앉아 하염없이 눈물 흘리며 딸의 뒷모습만 바라볼 뿐이었다.

눈물이 앞을 가려 콩밭을 매는 둥 마는 둥 서러움을 곱씹고 있었다.

 

콩은 뒷전이고 슬픔에 가득 젖어 있군요.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그때 이곳을 지나던 나그네가 사연을 물었지만, 그녀는 아무런 답변 없이 눈물만 쏟아냈다.

 

그냥 가던 길이나 가셔유. 남의 일에 콩 놔라 팥 놔라 하지 말구유.”

 

하지만 나그네의 끈질긴 캐물음으로 그간의 사연을 듣게 된다.  

    

콩밭 매는 아낙네야 베적삼이 흠뻑 젖는다

무슨 설움 그리 많아 포기마다 눈물 심누나  

   

시인이자 작곡가 조운파는 그녀에게 들은 애절한 사연을 노래로 만든다.

 

그 나그네가 바로 조운파 님이셨지요.”

 

청양의 전재천 문화해설사가 소개하는 대중가요 칠갑산七甲山의 탄생 비화이다

충남 청양군에 소재한 칠갑산은 대중가요로 잘 알려져 왔다. 칠갑산은 명승지와 문화유적 등이 많아 이 일대가 1973년 칠갑산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고 지천천과 잉화달천의 지류들에 의해 형성된 맑은 계곡이 주위의 기암들과 어울려 지천 9곡의 경승지를 이룬다.

만물의 7대 근원인 지, , , , , , 地水火風空見識의 칠자와 싹이 난다는 의미의 갑자를 써서 생명의 시원始源 칠갑산으로 명명하였다. 또 일곱 장수가 나올 명당의 산이라고도 전한다.

충남의 중심부인 청양은 칠갑산을 비롯하여 동쪽으로 두솔성지와 도림사지, 남쪽의 금강사지와 천정대, 서쪽의 장곡사가 모두 연대 된 백제의 얼이 담긴 천년 사적지이다, 백제는 한성에서 사비(지금의 부여)로 천도하면서 사비성 정북방에 있는 칠갑산을 진산으로 여겨 때마다 제천의식을 행하였다

 

     

맵고 빨간 청양고추 일색의 산길을 따라  

 

주차장에서 상가지대를 지나 출렁다리 입구로 향하는 중에 콩밭 매는 아낙네 상을 보게 된다. 그녀의 표정에 먹고 사는 이유로 어린 딸을 노인에게 시집보내는 엄마의 심정이 그대로 묻어난다.

호미를 쥐고 있지만, 콩밭 매는 일은 건성인 것처럼 보인다. 아낙네의 속은 자기 자신에 대한 원망과 세상에 대해 한스러움으로 늘 침침하였을 것만 같다.

 

출렁다리 끝에 청양의 특산물이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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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오래 살지 않았을 노인한테 유산이라도 너끈히 받았으면……

 

재차 아낙네 상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게 조금은 황당하면서도 힘들여 콩밭 매는 일이라도 그만두었으면 하는 생각으로 이어지고 만다

 

가을이 물들기 시작해서 더 그럴 것이다. 천장호 출렁다리 입구까지도 관광객들이 꽤 많이 몰렸다. 오랜 가뭄 탓으로 천장호는 예전에 왔을 때보다 물이 줄었다.

천장호 물 위에 설치한 출렁다리는 20097월에 개통되었는데 길이 207m, 높이 24m로 준설 당시에는 국내 최장이며 동양에서 두 번째로 긴 다리였다다리 끝에 세계에서 제일 큰 고추와 구기자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청양은 칠갑산을 중심으로 배수가 잘되고 일교차 큰 기후조건 등으로 고추재배의 호조건을 갖추고 있어 고품질의 청양고추가 생산된다. 또 기후와 토양환경이 구기자재배에 적합한 전국제일의 구기자명산지로 알려져 있다.

출렁다리를 건너 일명 잉태바위라고도 하는 칠갑산 소원바위에 대한 팻말에 구체적 날짜까지 적어놓은 잉태사례가 자못 실감 나게 한다.

이 지역 목면에 사는 유씨 할머니는 아들이 44살이 넘도록 아기를 얻지 못하자 날마다 이 바위에서 소원을 빌어 결혼 7년 만인 20131029일에 건강한 손자를 보게 되었단다. 한술 더 떠 소원바위 아래 천장호는 여성의 자궁 형상으로 임신과 자손의 번창을 상징한다는 어느 풍수사의 이야기도 있어 소원성취의 명소로 알려졌다팻말이 있는 곳에서 우측으로 360m 떨어졌다.

 

들렀다 갈까. 가서 무슨 소원을 빌까!”

 

셋째를 갖는 건 아내가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 소원바위는 필요성 여부를 따져보다가 그냥 지나치기로 했다. 많은 조형물을 만들어 설치한 칠갑산이다. 용과 호랑이의 커다란 조형물을 보고 경사진 계단을 오른다칠갑산 정상부가 눈에 들어온다.

 

나무숲 뒤로 칠갑산 정상이 시야에 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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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도의 산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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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급이 거듭되는 경사의 오르막을 거쳐 전망대에 이르러 내려다보는 천장호와 출렁다리가 멋지다. 천장호를 고루 살펴보지만, 도무지 풍수사가 말한 형상을 그려낼 수가 없다. 그저 짙은 푸름을 비집고 가을이 제 색을 드러내는 중이라 눈에 비치는 것마다 계절 변화에 적응하는 모습뿐이다

    

진달래 철쭉 진즉 지고

골짜기 짙게 드리운 녹음까지

새 옷 갈아입히려

하늘은 높아지고

구름은 엷어지네.     

이른 가을 햇살 딛고 오른 칠갑산에

서해에서 불어왔을 하늬바람 멈추더니

나무도, 바위도, 봉우리까지도 

홍조 띤 새색시처럼

수줍음 그득하네.

 

밧줄을 이어 등산로를 정비하기도 했고 데크와 정자 등을 설치해 탐방객들을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다. 이정표의 방향 표지판은 모두 빨간색 고추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

여름 산행에 적합한 산이라더니 역시 그늘숲이 많은 등산로를 따라 걷게 된다. 제 시절이 지나는 게 안타까운지 매미울음이 귀를 울릴 정도로 크다. 칠갑산 애매미 외에도 간간이 여름 곤충들의 움직임을 보게 된다.

 

나뭇가지 끄트머리에 앉은 잠자리가 낮잠을 즐기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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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전설을 듣다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이나 휴일, 도봉산 역이나 수락산 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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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역사를 읽다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이나 휴일, 도봉산 역이나 수락산 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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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그머니 가파른 구간도 있으나 시설이 잘되어있어 산책하듯 편안한 기분으로 칠갑산 정상(해발 591m)에 닿았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올랐지만, 칠갑산은 충남의 알프스라 불릴 정도로 전 사면이 급경사를 이루어 산세가 제법 험한 편이다.

정상 일대는 작은 공원처럼 꾸며놓았다. 그늘을 피할 수 있도록 정자도 설치했고 긴 의자도 여럿 만들어놓았으며 헬기장도 있다. 산정에서 방사상으로 뻗은 능선이 청양군 대치면, 정산면, 장평면의 면 경계를 이룬다.

 

칠갑산에서의 조망

 

사방에 전 세계와 국내 각 도시의 방향을 표시한 안내판을 보며 잠시 휴식을 취하고 길고도 경사 급한 계단을 내려선다.

육각 또는 팔각이 아니 칠각으로 지은 자비정이 거기 있는데 백제 무왕이 축성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칠갑산의 자비성을 기념하기 위해 만든 정자라고 한다.

지금 내 곁에 있음에도 어머니가 그리운 것은 내가 나이를 먹어서가 아니라 어머니가 늙어가기 때문이다.’

 

어머니 길이라고 명명한 곳부터는 넓고 평탄한 길이 이어진다. 내가 나이를 먹으면 어머니는 더욱 늙어간다는 안타까움을 그리움으로 표현한 글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다시 등산로로 접어들고 피부에 닿는 바람이 제법 선선해졌다는 느낌을 받으며 산책로인 듯 숲길인 듯 편안한 길을 걷다가 천문대에 이르렀다

칠갑산 스타파크 천문대를 지나 청양군 출신 호국영령들을 기린 충혼탑도 보게 된다. 참 많은 시설을 해놓은 산이다. 어머니 길을 지나 다시 콩밭 매는 아낙네와 만난다.

 

그녀의 말년은 어땠을까.”

 

인간만사 새옹지마라 했는데 그녀의 삶도 마냥 불운하지마는 아니었길 바라게 된다. 슬픔이나 회한이 없는 편안한 말년이었길 소망하면서 칠갑산과 콩밭아낙네를 뒤로한다.

 

 

 

 

때 / 초가을

곳 / 칠갑산 주차장 - 천장호 출렁다리 - 전망대 - 칠갑산 - 자비정 – 스타파크 천문대 - 원점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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