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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를 새끼로 꼬아 묶어주면 가져가겠다.”_ 설악산 울산바위

장한림 2022. 3. 9.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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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삶과 사람과

국내 명산 탐방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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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를 새끼로 꼬아 묶어주면 가져가겠다.”_ 설악산 울산바위

 

 

1965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바 있는 설악산은 1970년 우리나라에서 다섯 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국제적으로도 그 보존 가치가 인정되어 1982년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관리되고 있으며 행정구역상 인제, 고성, 양양군과 속초시에 걸쳐 있는 설악산국립공원의 총면적은 398.237㎢에 이른다. 

 

그처럼 넓은 설악산을 크게 네 구역으로 구분 짓고 있다. 먼저 마등령에서 대청봉으로 이어지는 공룡능선을 경계로 서쪽의 인제군 방면에서 한계령까지의 내륙 쪽을 내설악이라고 하며, 공룡능선에서 동해안 방향을 외설악이라고 한다. 

한계령에서 오색 방향이 남설악이고, 마등령에서 황철봉으로 이어져 미시령과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구역을 북설악으로 구분한다.

 

 

오늘은 외설악의 울산바위를 다녀오려고 사랑하는 후배 계원이와 함께 설악동 소공원 매표소를 통과해 들어왔다. 아침부터 스산하더니 부슬부슬 늦가을 비가 내리는 게 곧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라는 시그널처럼 느껴진다.

동해에 인접한 외설악, 설악산 북동 방면의 명물 울산바위, 발밑에서 올려다보니 과연 그 덩치가 주는 위압감은 속을 울렁이게 하고도 남음이 있다. 

30여 암봉이 어깨동무를 한 것처럼 오밀조밀 모여 그 길이가 2.8km에 달한다. 역시 금강산 일만 이천 봉에 섞이기엔 너무 크고 무거울 것만 같긴 하더라. 

 

 

울산바위여! 금강산에 섞이지 않아 고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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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발견(뿌리 깊은 나무, 1983.)’ 강원도 속초시 편에는 울산바위와 속초의 지명에 대한 유래가 적혀 있는데, 그 묘사가 미소를 짓게 한다. 

    

“금강파를 결성하여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막강 전국구 조직으로 우뚝 서려하니 뜻을 같이하고자 하는 이들은 강원도로 모이기를 바란다.”

 

조물주가 금강산을 빚으려고 전국의 내로라하는 바위들에 통보하여 강원도로 집결시켰다. 

    

“울산의 오야붕인 내가 빠질 수 없지.” 

     

경상도 울산에서 한 가닥 위세를 떨치던 덩치도 그 즉시 강원도 고성으로 길을 떠났다. 그런데 워낙 몸집이 크고 걸음이 느리다 보니 고성까지 이르지도 못하고 속초에 겨우 다다랐을 때는 이미 금강파 조직이 결성을 마친 후였다. 

     

“나와바리를 벗어나고 보니 세상이 넓은 걸 알겠구나. 순발력이 떨어져 덩치만으로는 제대로 조직 생활을 할 수 없겠어. 여기서 독자적으로 세력을 키울 수밖에.”

 

전국구 막강 조직 금강파에 끼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울산으로 되돌아가지도 못한 채 지금 이 자리에 주저앉고 만 것이다. 그 둘레가 4km에 이르고 30여 개의 거대한 화강암 덩어리로 이루어진 데다 바위 바로 밑에서 꼭대기까지 200여 m에 달한다니 그 몸집으로 여기까지 온 것만도 대단한 일이다.

경이로운 눈빛으로 울산바위를 올려다보는데 화강암 표피가 아직도 땀을 흘리는 것처럼 피로에 지친 기색이다. 

     

“울산바위여! 너무나 큰 몸집이라 금강산 일만 이천 봉에 끼지 못하고 설악의 한 귀퉁이를 차지한 게 우리한테는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구나.”

“속 뒤집지 말고 자네 갈 길이나 가게.”

“30분 이내에 자네 머리에 올라탈 걸세.”

 

신흥사 부속 암자인 계조암繼祖庵에는 오늘도 많은 사람이 모여 있다. 울산바위 아래 자연 석굴의 사원으로 원효대사와 의상대사를 비롯한 많은 고승이 수도해왔다. 경내에 있는 석간수와 흔들바위, 석굴 뒤쪽에 백여 명이 함께 앉아 식사할 수 있다는 식당암 반석이 있어 수도 없이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흔들바위를 밀어 떨어뜨렸다는군.” 

    

계조암 앞의 큼직한 흔들바위는 힘주어 밀면 흔들리지만, 절대 떨어지지는 않았었다.

     

“결국, 떨어지고 말았구나.”

“외국인들이 힘이 세긴 센가 보네. 그렇게 밀어도 안 떨어졌었는데.” 

    

이런 말들이 퍼졌는데 사실은 양력 4월 1일 만우절에 퍼진 헛소문이었다. 가짜 뉴스는 예나 지금이나 퍼뜨린 사람에게 엔도르핀으로 작용하나 보다. 

와서 보니 여전히 그 자리에 건재한 흔들바위를 쓰다듬고 계조암을 지나면서 울산바위의 후속 설화를 떠올린다. 해학적이고 자못 감탄스럽기까지 하다. 

     

“울산바위는 울산의 것인데 신흥사가 차지했으니 그 대가로 세를 내시요.” 

    

설악산 유람에 나선 울산 고을 사또가 울산바위를 내세워 방문객들한테 관람료를 받아 치부하는 신흥사에 배알이 꼬여 내용증명을 발송한 것이다. 신흥사에서는 변변하게 이의를 제기하지도 못하고 울산에 세를 바쳤다. 

     

“이젠 세를 줄 수 없으니 울산바위를 도로 가져가세요.” 

    

한참의 시간이 지나 신흥사의 동자승이 울산바위의 소유권을 주장한 울산 사또에게 이렇게 통보했다. 잘 들어오던 수입이 끊기는 게 달가울 리 만무했다. 

     

“택배로 보내든지 아니면 바위를 새끼로 꼬아 묶어주면 가져가겠다.” 

    

울산 사또가 응수했다.

     

“그딴 식으로 나오겠다 이거지?” 

    

울산 사또의 억지 대응에 동자승은 청초호와 영랑호 사이에 자라는 풀로 새끼를 꼬아 울산바위를 동여매었다. 

    

“원하시는 대로 해놨으니 용달차를 부르든 끌고 가든 이젠 가지고 가세요.”

“…….”  

   

울산 사또는 이 바위를 가져가지도 못하고 다시는 세를 내라 떼쓸 수도 없게 되었다.

그 후 청초호와 영랑호의 풀草로 묶은束 곳이라 하여 인근 마을을 속초束草로 명명했다고 하니 옛 조상들의 해학과 묘사력은 그야말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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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철 계단을 새로 보수하기 전, 습한 안개에 물기까지 진득한 울산바위를 조심조심 올랐을 때가 생각난다. 총 808개라는 철 계단은 난간을 잡고 오르면서도 아찔했다. 어지간한 산 하나의 규모이자 동양에서 가장 몸집이 큰 바위산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2012년에 보다 안전한 우회 탐방로를 만들었고 그 이듬해에 그 당시의 낡은 계단을 철거하였다. 대대적으로 울산바위를 외과 수술한 것이다. 그때 거대한 바위 살집을 더듬다가 돌아섰을 때나 지금 보수된 등산로를 오르면서 눈길 머물 때나 곳곳 설악산이 얼마나 위대한 장소인지 탄성을 자아내게 된다. 

 

 

 

 

“금강파에서 졸병 노릇을 하는 것보다 여기서 대우받고 존재감 지니는 게 훨씬 낫지 않으신가.”

“그렇긴 해. 용 꼬리보다 닭대가리가 낫긴 하네. 허허!”

“한국 전쟁 막바지 정전협정 때 이북 땅으로 넘어가지 않은 게 우리나 울산바위 자네한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울산바위는 위도상 38선 이북에 위치하고 있다. 한국전쟁 전에는 이북 땅이었다가 전쟁이 끝나면서 휴전선 이남의 땅이 된 것이다.

 

“그렇군. 설악파 본진 하고도 동떨어져 있어 간섭받지 않으니 그럭저럭 지낼 만하다네.”

 

 

    

울산바위가 힐끗 대청봉 눈치를 보며 말소리를 낮춘다. 

금세라도 찢겨 날아갈 듯 태극기 펄럭이는 울산바위 정상에서 두루 돌아보는 서북 능선과 화채능선, 마등령 너머 황철봉과 운무에 가린 백두대간의 북단 신선봉과 향로봉까지 더듬다가 저 아래 동해로 눈길 돌리다 보면 보는 이에게 설악산은 이미 푸근한 요람이다. 

단풍 곱게 물들었거나 지금처럼 안개비가 축축할 때도 마찬가지다. 울산바위 뒤태 너머의 황철봉까지 모두 정겨운 형상이다 

    

가을 재촉하는 빗물 다시 구름 되어

종으로 횡으로 첩첩 가라앉는데

아차 싶어 놓칠세라 곳곳 설악 둘러보니

온기 가득한 운해에 단풍 들 때 요원해도

무릉도원인 양 착각 들게 하는 곳,

오로지 산 뿐일세. 

 

https://www.bookk.co.kr/book/view/134158

 

산에서 전설을 듣다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이나 휴일, 도봉산 역이나 수락산 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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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bookk.co.kr/book/view/134120

https://www.bookk.co.kr/book/view/134061

 

산에서 역사를 읽다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이나 휴일, 도봉산 역이나 수락산 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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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밑에서 꾸물거리던 안개가 어느새 머리 위 구름 되어 흐르더니 올라온 길도, 내려갈 길도 시야를 가리면서 금세 빗방울을 떨군다. 올 때마다 설악은 늘 그랬던 것 같다. 다 보여주거나 아니면 충분히 가리거나. 

설악에서라면 다 볼 수 없어 안달이 나지 않는다. 눈감아 바람 가르는 소리에 귀만 기울여도 그 어질 한 아름다움이 눈앞에서 형상을 뚜렷이 한다. 

비록 안개가 가렸다 하여 그 속 나신의 매끄러운 곡선미를 느끼지 못할쏜가. 고운 건 안개 속이건 어둠 속이건 매양 고운 법. 한참이 지나 다시 와도 설악산의 빼어난 자태는 기억의 우물에 그대로 생생히 떠오르고 말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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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악 변방에 자리한 울산바위, 푸르거나 화창하지 못한 날씨에도 탄성을 자아내게 하니 과연 설악에 대한 칭송은 아무리 과한 들 과장되거나 호들갑스럽지 않다. 

그래서 설악산에 오면 쓸쓸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함께 좋아하고 함께 웃는 곳이라 공감하는 이, 함께 오고 싶은 곳이거늘 공감하는 이, 함께 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젠 그만 내려가게나. 안개가 습해 길이 미끄러울 거야. 내 갈빗대에 달린 손잡이 잘 잡고 조심해서 내려가게.”

“자주 오지는 못해도 늘 지켜보겠네. 자네야 워낙 크고 자리를 잘 잡아서 공룡능선에서도 보이고 북설악 성인봉에서도 훤히 보이지 않던가.”

“그래. 대청봉 형님 만나거든 몸이 무거워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고 전해주시게. 자네가 잘 알다시피 난, 누가 뭐래도 설악파… 아니 설악산의 한 식구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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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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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바위에서 내려올 즈음엔 올라갈 때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흩뿌리던 비마저도 그쳤다. 설악산의 기상변화는 단풍이 채 지기도 전에, 아니 절정일 때에도 백설이 덮는 것처럼 때때로 갑작스럽고 재빠르기도 하지만 대개 은밀하고 유순하게 진행된다. 

등산과 하산, 오름과 내려섬은 절대 같은 것임을 자각시키려 함일 지도 모르겠다.

 

 

비가 멎자 대청봉 아래 설악동에서, 천불동에서 구름처럼 안개가 솟아오른다. 마등령을 휘감은 운무는 층층이, 겹겹이, 횡으로 굽이굽이 늘어선 등성이를 타고 올라 그예 황철봉마저 가리고 만다.

긴 오르막의 바윗길, 미로의 난간마다 튼튼하게 설치한 철 계단이 없었으면 그저 울산바위의 육중함을 목 꺾어 올려보는 게 고작이었겠지. 내려와 생각하니 사람의 토목 기술이 자연훼손에 대단하게 일조했음에도 그러하지 않았다면 설악 조망의 상쾌함을 어떻게 맛볼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행위와 행위 후의 변덕 또한 따지고 보면 절대 다르지 않음을 자각하게 된다.

 

 

어쨌거나 울산바위를 내려와서도 설악산은 멀리 올려다보는 능선마다 구름 안개 가득 채워 그러잖아도 귀티 풀풀 풍기는 설악의 봉우리들을 하늘 높이 추켜세우고 있다. 능선 곳곳, 등성이 사이마다 마치 뜨끈한 온천처럼 느껴진다. 

     

“다시 한번 인사 하네만 울산바위가 남한 땅에 머물러주어 참으로 감사드리네.”  

 

  

 

때 / 초가을

곳 / 설악동 소공원 매표소 - 신흥사- 안양암 - 계조암 - 울산바위 전망대 - 원점회귀

 

 

https://www.youtube.com/watch?v=uxu1gk7gk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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