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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시대에서 거듭 깨닫다 8_ 교토삼굴狡兎三窟

장한림 2022. 4. 20.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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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플랜 B를 만들어 두어라

 

제나라의 왕족이며 재상인 맹상군은 권력과 재력을 두루 겸비하여 그의 집에는 늘 식객들로 붐볐다.

 

“제나라에서는 내 집만큼 식객들이 붐비는 곳은 없을 거야.”

“무려 3000명이나 되옵니다. 그들에게 들어가는 식량이 어마어마하옵니다.”

“하하하! 식량 걱정은 말아라. 소작 수입이 넉넉하게 들어오고 있지 않느냐.”

 

전국시대인 당시에는 세력가 집에 얹혀살면서 밥을 얻어먹는 식객들이 많았고 그러한 식객들이 많을수록 권세가 컸다는 걸 의미하기도 했다. 맹상군은 식객들과 어울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즐겨했다.

맹상군은 지금의 산동성 동남 지방인 설薛이라는 마을에 1만 호의 식읍을 소유하고 설 지역의 주민들에게 소작을 시키고 있었다. 그 소작 수입으로 그의 집에 머무는 식객들에게 먹여주고 재워주는 경비로 충당할 수 있었다.

 

“오늘 밥상에는 고기가 하나도 없네. 식객을 이렇게 푸대접하다니.”

 

그의 식객들 중에는 몰골이 초라한 풍환이란 괴짜가 머물고 있었는데 반찬 투정이 심해 더 나은 숙소로 배정했다. 거기서도 푸념을 일삼아 일등 숙소로 옮겨주면서까지 배려를 해주었다.   

몇 년째 흉년이 들자 소작농들의 수확량이 줄어들어 맹상군의 수입 또한 줄어들었다. 연체가 생기자 추심을 위해 고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 수금하기에 적당한 인물이 없을까.

 

누구를 보내 독촉할까 궁리하고 있는데 오래도록 하는 일 없이 무위도식하던 풍환이 나섰다. 풍환이 자청하자 맹상군은 그에게 일을 맡겨보기로 했다. 

 

“빚을 받으면 사 올 것은 없습니까?”
“우리 집에 부족한 것을 사오게.”

 

 

사실 맹상군의 집에는 없는 게 없을 정도여서 사 올만한 것도 없었다. 

설 고을에 도착한 풍환은 소작농들을 불러 모아 차용증과 밀린 연체금을 일일이 살폈다. 상당한 량의 미수금이었다. 

 

“맹상군께서는 여러분들의 힘겨운 삶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소. 그래서 앞으로 모든 빚을 깨끗이 탕감해주라고 하셨소.”

 

풍환은 모아 놓은 차용증 더미에 불을 질렀다. 설 고을 백성들은 감격하여 만세를 부르며 환호했다. 풍환이 돌아오자 맹상군이 물었다.

 

“밀린 빚은 받았겠지. 무엇을 사 왔는가?”
“지금 공께 부족한 것은 은혜와 의리입니다. 차용증을 불살라 돈을 주고도 사기 힘든 은혜와 의리를 얻어 왔습니다.”

 

빚을 받아오라고 보냈더니 제멋대로 빚을 탕감해주고 온 것이었다. 이에 맹상군은 몹시 언짢았지만 그냥 넘어갔다.

 

“이제 여기도 더 머물 곳이 못되는군.”

“그동안 신세가 많았습니다. 더 나은 곳을 찾아 떠나야겠습니다.”

 

1년 후, 맹상군이 새로 즉위한 민왕에게 미움을 받아 재상직에서 물러나는 일까지 생기자 식객들은 뿔뿔이 떠나 버렸다. 단 한 사람 풍환만이 남았다. 맹상군은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 

 

“잠시 설 고을에 가서 머무시는 게 나을 듯합니다.”

 

풍환은 맹상군에게 설 고을로 이주하기를 권했다. 맹상군이 풍환의 제안을 받아들여 설에 들어서자 고을 백성들이 100리 밖까지 나와 환영했다. 

 

“그대가 은혜와 의리를 얻었다고 한 뜻을 이제야 깨달았네.”

“꾀가 많은 토끼는 세 개의 구멍을 뚫는다고 했습니다. 겨우 굴 한 개를 뚫었을 뿐입니다. 나머지 두 개의 굴도 마저 뚫어 드리겠습니다.”

 

풍환은 위나라로 가서 혜왕을 설득했다.

 

“제나라 민왕이 유능한 재상 맹상군을 버린 건 두고두고 통탄할 실책입니다. 예물을 보내 그를 맞으신다면 제나라를 견제함은 물론 장차 위나라를 강국으로 이끌 것입니다.”

 

혜왕 역시 맹상군의 명성을 익히 들은 터라 풍환의 말에 따라 금은보화를 준비해 맹상군을 초청했다.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맹상군은 풍환이 시킨 대로 혜왕의 제안을 세 차례나 거절했다. 이 소식이 제나라에 알려졌다. 

 

“내가 큰 결례를 범했구나.

 

아차 싶은 민왕은 서둘러 맹상군을 다시 재상 자리에 앉혔다. 맹상군을 위나라에 빼앗긴다면 여러모로 손실이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로써 두 번째 굴을 팠습니다. 세 번째 굴은 설 고을에 종묘를 세우게끔 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심으로써 공께서는 고침무우高枕無憂하실 수 있습니다.

 

왕실의 종묘가 맹상군이 다스리는 땅에 있으면 혹여 왕의 마음이 바뀌어도 그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굴 셋을 파면서 베개를 높이 베고 근심 없이 잠을 잘 수 있다는 풍환의 말은 한치 오차 없이 이루어졌다. 

맹상군은 수십 년 동안 재상으로 지내면서 별다른 화를 입지 않았다. 풍환이 파준 세 개의 굴, 즉 세 개의 안전장치에서 교토삼굴狡兎三窟이 유래하였다.

날쌔고 똑똑한 토끼는 세 개의 굴을 파놓아 여우의 공격과 늑대의 또 다른 공격을 피해 나머지 굴로 피신한다. 앞날을 위해 미리 준비해 놓으면 뜻하지 않은 불행에 대비할 수 있다는 유비무환의 의미를 지닌 고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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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플랜 B를 만들어두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교토삼굴에 딱 부합하는 말일 것이다. 아무리 현명할지라도 갑작스러운 위기에서 비켜가기란 쉽지 않다. 다가올 위기를 미리 예측하고 그에 대한 준비를 위해 세 개의 굴을 파고 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부동산이나 주식, 펀드나 적금 들 모두 안전한 수익처가 될 수 없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이해관계에 얽힌 인간관계 또한 타산이 어긋나면 얼마든지 멀어질 수 있는 게 요즘 세태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삶의 터전은 역시 가족이며 가정이 아닐까. 가족을 위해 얼마든지 많은 굴을 팔 수 있고, 세상일에 실패하여 겨워해도 기꺼이 받아주는 가정이야말로 인생에 있어서 가장 믿을 만한 안식처일 것이다. 미래에 대한 믿음과 대비책은 역시 가족임에 이의를 달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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