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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시대에서 거듭 깨닫다 6_ 동시효빈東施效矉

장한림 2022. 4. 19.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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뱁새가 황새를 쫓아가려다가

 

중국 사람들은 나라의 빼어난 미인을 뜻하는 경국지색傾國之色으로 서시, 왕소군, 초선, 양귀비를 꼽았다. 이들 네 여인을 침어낙안浸魚落雁,  폐월수화閉月羞花에 빗대었다. 

기러기가 하늘을 날아가다 아름다운 미인을 보다가 날갯짓하는 것을 잊어 추락하였다면서 낙안落雁이라고 표현했는데 한나라의 왕소군王昭君을 지칭한다.

폐월閉月은 삼국지에 등장하는 초선貂蟬을 가리키는데 달이 부끄러워 구름 뒤로 숨는다는 뜻이다.

수화羞花는 당나라의 미인 양귀비楊貴妃의 별칭으로, 꽃들이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다고 표현하여 그 미모를 극찬했다. 

침어沈魚는 서시西施를 이르면서 생긴 표현인데 호숫가에 선 여인의 모습에 반한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도 잊고 강바닥에 가라앉았다는 의미이다. 역시 서시의 미모가 그만큼 빼어났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춘추시대 말엽, 월나라에서 나무꾼 아버지와 베 짜던 어머니를 도와 빨래 등 집안의 허드렛일을 하던 소녀 서시는 범려를 만나게 된다. 

월나라 왕 구천의 시대에 재상을 지낸 범려는 당대 최고의 지략가였다. 구천이 오왕 부차에게 전쟁에서 패하여 와신상담 복수를 꾀하고 있을 때 범려는 구천을 도와 계략을 짜낸다.

구천은 부차에게 당한 치욕을 잊지 않으려고 쓸개를 핥고 다른 한편으로는 오왕 부차에게 많은 금은보화와 미녀를 예물로 바치면서 제후국으로서의 충성심을 보였다. 부차를 안심시키면서 후일을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너는 나라를 구할 만큼의 아름다운 미모를 지녔다. 너를 무척 아끼지만 나라부터 구하고 보자꾸나.”

 

범려는 서시를 사랑했지만 구국의 결단으로 그녀를 오왕 부차에게 바치기로 했다. 그렇게 서시도 월나라에서 오왕 부차에게 바친 미녀들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지금 내가 본 게 정녕 사람의 모습이란 말이냐.

 

아무리 미녀를 바쳐도 시큰둥하던 부차가 서시에게는 즉각적으로 빠져들고 말았다. 서시를 활용한 미인계가 먹혀든 것이다. 오왕 부차는 서시의 발걸음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버릇까지 생겼다. 

그녀의 발소리까지도 이뻤던 걸까. 궁 안에 그녀의 발소리를 듣는 ‘문공랑’이라는 회랑까지 있었다니 말이다.

 

“아! 저렇게 하니까 이뻐지는 거구나.

 

서시는 선천적으로 가슴 통증이 있어 가끔 가슴에 손을 얹고 미간을 찌푸리곤 했는데 우수에 젖은 듯한 그녀의 모습이 더욱 예쁘게 보였다고 한다. 

그 모습을 본 오나라의 궁녀들이 서시의 그런 모습을 흉내내기 시작했다. 못생긴 얼굴을 더욱 찌푸리니 서시와 비교되기는커녕 더욱 꼴불견이 아닐 수 없었다. 

월나라는 오나라의 서쪽에 위치했었다. 즉 서시란 서쪽 사는 시施 씨를 말한다. 서시의 흉내를 내던 동쪽 나라의 못난 여인들을 ‘동시’라 했는데 오나라가 월나라 동쪽에 있기도 했거니와 서시를 빗대어 그렇게 부른 것이다.

미모가 출중한 서시는 동시 여인들의 롤모델이었으니 그녀의 말투나 행동은 물론 옷매무새나 헤어스타일까지 패러디 대상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동시효빈東施效矉은 동시가 서시의 눈살 찌푸리는 것까지 따라 한다는 뜻이다. 옳고 그름의 판단 없이 무작정 남의 흉내를 내면서 결국 웃음거리밖에 안 되는 경우를 이르는 말로 장자莊子의 ‘천운 편天運 篇’에 기록되어 있다. 

 

공자가 그 옛날 주周나라의 이상 정치를 노나라와 위나라에서 재현하려고 하는 것은 마치 추녀가 자기 생긴 모습은 생각하지도 않고 무작정 서시를 흉내 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원래는 노魯나라의 악사장樂師長인 사금이 공자의 제자 안연에게 한 말이 그 시초다. 장자는 사금의 말을 빌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제도나 가치관도 변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공자의 상고주의尙古主義를 비판했었다.

 

“김태희로 바꿔주세요.

 

연예인 사진을 들이밀며 자기 얼굴을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조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갑자기 큰돈이 생긴 졸부가 무조건 재벌가의 행동양식을 모방하려는 건 동시가 서시를 따라 얼굴을 찡그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자기 개성을 살리려 하기보다는 정형화된 미인의 모습을 그대로 답습하려다가 성형수술의 실패를 겪은 여성들이라면 동시효빈의 고사가 절로 되새겨질 것이다. 다른 사람의 모습을 마냥 따라 하기만 하다가 결국 자신의 특별한 장점을 잃어버린다면 서시와 관련된 일화가 주는 교훈을 새겨봄직하다. 

사리판단 없는 무조건적인 추종은 불행을 자초할 수 있다. 사람은 저마다의 개성이 있고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접시에 먹거리를 담는 여우와 호리병에 담는 두루미는 절대 닮아질 수 없다.  

동시효빈이 현세에 주는 교훈은 남을 흉내 내는 짝퉁의 삶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라는 의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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