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머니의 품이다

등산과 여행은 과거와 미래에서 지금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다

등산과 여행의 모든 것

세계 고전

초한지에서 온고지신의 지혜를 구하다 1_ 지록위마指鹿爲馬

장한림 2022. 3. 23. 18:18
반응형
728x170
SMALL

권위가 사라진 뒤에도 사슴이 말로 남을 수는 없다

 

https://www.youtube.com/watch?v=m7icpuDGX_0 

 

 

“내 뒤를 이을 2대 황제는 호해가 이어받는다. 그리고 부소는...”

 

중국 최초로 천하를 통일하고 진나라를 세운 진시황은 불로초를 구해 영생하려 했으나 쉬흔 살에 죽고 만다. 죽기 전, 흉노족을 막으려 변방에 나가 있던 큰아들 부소에게 왕권을 넘긴다는 유서를 남겼는데 교활한 환관 조고는 승상인 이사와 짜고 진시황의 유서를 위조하였다. 부소는 효심이 깊은 태자였다.

부왕인 진시황의 명에 따라 사약을 받은 부소가 죽고 후궁의 소생 호해가 황제에 등극하게 된다.

 

"내 뜻대로 됐어. 이제 이사만 잡으면 내가 이 세상을 좌지우지할 수 있어.”

 

음모를 꾸미는 데 천부적 재질을 타고난 조고였다.

 

“폐하, 이사가 역모를 꾀하고 있습니다.”

 

조고는 정치적 맞수였던 이사마저 죽음으로 몰아넣으며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지위를 차지한다. 2세 황제마저도 손아귀에 넣고 흔들다시피 했으니 진나라는 완전히 조고의 세상이었다.

 

“실권을 쥐려면 군신들을 확실히 잡아야 돼.”

 

조고는 승상 자리를 꿰차고 황제의 자리까지 넘보았다. 막강한 권력을 쥐었으나 자신의 볼품없는 출신 성분 때문에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승상인 자신을 두려워하기는 했지만 신뢰하여 따르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 기회에 네놈들을 완전히 휘어잡아 주마.”

 

대신들이 따라줘야 일인지하의 위치까지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한 조고는 사슴 한 마리를 황제에게 바쳤다. 

 

“귀한 말 한 필을 구했습니다. 이 말을 폐하께 드리오니 기쁘게 받아주시옵소서.”

“허허, 승상은 농담도 잘하시오. 이건 사슴이 아니오?”

 

조고가 어전에 늘어선 대신들에게 물었다.

 

“대신들은 황제폐하께 똑바로 알려주시오. 이게 사슴이요, 말이요?”

 

조고가 눈을 부라리며 신하들을 둘러보았다. 

 

“사슴을 끌고 온 게 천하가 자기 손안에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속셈인데 힘없는 우리 대신들이 무어라 하겠는가.”

 

대신들은 조고의 위세에 눌려 잠자코 입을 다물거나 사슴이라고 말했다. 일부 말이 아니라고 한 대신들은 조고로부터 죄를 뒤집어쓰고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그 후로 조고의 말에 토를 다는 사람이 없었다. 엄청난 권력 앞에서는 정체성을 부정해도 통할 수 있다는 걸 조고는 증명한 셈이다. 

 

“내가 아니라고 하면 황제든 누구든 아닌 거야. 내 말이 곧 진리고 길이다.” 

 

사슴을 말이라 우기는 것처럼 윗사람을 멋대로 주무르고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른다는 의미의 고사, 지록위마指鹿爲馬가 이때 생겨났다.

마구잡이로 권세를 휘두르거나 진실을 왜곡해 아닌 것을 맞다고 우기는 소재가 된 사슴은 그 후 천하 패권의 상징처럼 회자되었다. 

 

‘진실기록, 천하공수지秦失其鹿, 天下共逐之’  

 

거짓된 진나라가 천하에 쫓기는 신세로 전락하게 된다고 기록한 사마천의 사기史記에는 이런 글도 함께 실려 있다.

 

진나라는 오랑캐에 의해 망한다는 점괘 때문에 진시황은 만리장성을 쌓게 했다.’

 

오랑캐胡는 다름 아닌 호해胡亥였다고 후세 사람들은 말하기도 한다.

여하튼 진나라 조정에서 사슴이 말로 변해버리자 천하의 호걸들은 그 말을 차지하려 여기저기서 들고일어났다. 아무리 억지를 동원해 잘못을 가리려 해도 현실은 오롯이 드러나게 되어 있었던 것이다. 

 

“어리석은 황제와 못된 환관 놈이 떡 주무르듯 하는 조정을 뒤엎고 천하를 다시 세우리라.” 

 

엉망진창인 조정을 규탄하는 봉기는 초나라 항우와 한나라 유방이 서로 패권을 잡으려 는 양상으로 좁혀졌다. 

 

“승상! 어쩌면 좋겠소. 반란군이 점점 다가오는 것 같아 불안하구려.” 

“염려 마시옵소서, 폐하! 그저 좀도둑에 불과한 무리들일뿐입니다.” 

 

조고는 호언을 거듭하며 황제를 안심시켰으나 항우는 진나라의 주력부대를 이끈 장한을 항복시켜 관동을 수중에 넣고는 진나라 타도의 목소리를 더욱 드높였다. 

장담했던 것과 달리 사태가 악화되자 궁지에 몰릴 것이 두려운 조고는 사위인 염악과 음모를 꾀해 호해를 죽이고 부소의 아들, 자영에게 자리를 이어받게 했다. 

군신들의 눈을 가려 하늘을 숨긴다 한들 하늘이 없어질 수 있겠는가. 진실을 숨기고 거짓을 일삼는 자는 일시적으로 자기 뜻을 이룰 지는 몰라도 지속시킬 수는 없다. 

 

“조고는 2세 황제를 죽이고 자신의 안위를 염려하여 나를 임시방편으로 옹립한 것이다. 조고가 자행해온 만행은 용서할 수 없다. 조고가 살아 있는 한 나도 언제 죽임을 당할지 알 수 없으니 그자를 먼저 죽일 수밖에 없다.” 

 

자영의 지시를 받은 한담에 의해 조고는 심장에 단검이 꽂혔다. 

 

“네 놈이 지은 죄는 죽어서도 씻을 수 없을 것이다.”

 

조고의 목이 함양의 저잣거리에 효수되고 삼족이 멸해졌다. 

이 무렵 남양을 평정한 유방의 군사는 여세를 몰아 관중으로 진입하는 요새인 무관까지 진격하였다. 자영이 증원군을 보강하여 굳게 지키려 했으나 진나라의 군신 백관들은 이미 진나라에서 마음이 떠난 뒤였다. 

흰 말이 끄는 흰 수레 하나가 유방의 진영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자영은 즉위한 지 46일 만에 스스로 목에 실로 짠 끈을 걸고는 옥새 등을 봉한 상자를 유방에게 건네며 항복을 청하였다.

 

명예롭지 않은 자가 집착하는 건 권위와 재물이다. 그런 걸 얻으려 탐욕을 내세우게 되니 진솔한 순종은 얻을 수 없다. 권위는 진실하고 정의로울 때 저절로 세워지게 되어있는 것이다. 사필귀정으로 권위가 사라진 뒤에도 사슴이 말로 남지는 않는다.  

 


 


https://www.bookk.co.kr/search?keyword=%EC%9E%A5%EC%88%9C%EC%98%81 

 

온라인출판플랫폼 :: 부크크

온라인출판플랫폼, 온라인서점, 책만들기, 에세이, 자서전,무료 출판

www.bookk.co.kr




반응형
그리드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