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머니의 품이다

등산과 여행은 과거와 미래에서 지금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다

등산과 여행의 모든 것

시기별·지역별 산행·여행지/지금 가기 딱 좋은 산행지, 여행지

초여름 강 / 홍천강을 내려보며 걷는 팔봉산

장한림 2022. 5. 21. 13:40
반응형
728x170
SMALL

 

 

외유내강의 작은 거인, 홍천 팔봉산

 

 

 

강원도 홍천군 서면에 소재한 팔봉산八峰山은 대부분 바위 봉우리로 이루어진 여덟 개의 봉우리를 스릴을 맛보며 올라 홍천 일대의 산들과 아래로 홍천강을 내려다보는 풍광이 일품이라 자주 오게 된다.

홍천강은 홍천군 서석면 생곡리에서 발원하여 북한강으로 합류하는 북한강 제1지류이자 한강의 제2지류이다.

모곡, 마곡, 밤골유원지 등 강줄기 곳곳에 오토캠핑을 할 수 있는 유원지가 숱하게 조성된 수도권 최적의 물놀이 관광명소이다.

팔봉산 아래로 홍천강이 흐르지 않았다면 팔봉산과 홍천강은 둘 다 그 이름값을 떨어뜨렸을지도 모르겠다. 만일 그랬다면 붓과 캔버스처럼, 혹은 젓가락 두 짝처럼 반드시 둘이 함께 존재해야 함에도 하나만 멀거니 남아있는 느낌이 들었을 것 같다.

꼭 같이 있어야 하는데도 하나가 자기 짝을 두고 나 몰라라 훌쩍 사라진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여기 산과 강의 다감하고도 애틋한 조화로움을 보면서 그랬던 적을 떠올리게 된다.

팔봉산은 올라와서 내려가기가 꺼려지는 산이다.

길이 143km의 홍천강, 흐르는지 멈췄는지 모르게 고요히 움직이는 물살을 역시 소란스럽지 않게 여덟 봉우리가 어깨동무하고 내려다본다.

그다지 높지 않은 팔봉의 아기자기 이어진 모습이 한 폭 동양화를 펼쳐놓은 것처럼 수려하다. 그리고 아름답다.

작년 여름 홍천강 인근에 야영을 왔다가 8봉부터 1봉으로 산행을 하고 깊게 여운을 지니고 있던 영빈이 뜻에 맞춰 다시 왔다.

주차장에서 내려 커튼처럼 펼쳐진 팔봉산을 마주하노라면 마치 자그마한 언덕의 이음 같은 산세에 그다지 감흥을 느끼지 못한다. 그런데 겉보기와 달리 막상 산에 들어가면 무어든 붙들지 않고는 오르내리기가 쉽지 않다.

 

뾰족 암봉과 급경사의 거친 암릉을 잔뜩 몸 낮춰 올라 홍천강을 내려다보노라면 물빛 노랗게 현기증 일다가 섞여 부는 강바람 산바람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시원하다.

팔봉산은 늘 그렇게 여운으로 남았다가 불쑥 기억 밖으로 튀어나와 다시 끌어당기곤 하는 것이다.

봉우리와 봉우리를 잇는 협곡을 지날 때마다 우아한 자태의 노송들, 그 가지 사이로 드러나는 더욱 깊숙한 풍모의 단애. 비록 몸집 큰 산은 아니지만, 팔봉산은 전혀 궁박하지 않다. 아니 작은 거인이다.

봉우리 하나하나 지날수록 명산으로서의 요소를 두루 갖춘 팔봉산의 참모습이 드러난다.

봉우리에서 봉우리를 넘어 검지와 중지를 세워 작은 정상석과 나란히 한다. 보는 광경마다 한 폭 그림이다.

 

SMALL

팔봉산은 1봉에서 올라 8봉으로 내려가든, 그 반대이든 마지막 봉우리에서는 내려가기가 꺼려진다. 아쉬움 때문이다.

하산 직전 홍천강을 비롯해 홍천의 보이는 곳을 죄다 눈에 담으려 멈춰 서게 된다. 멈춰 서서 둘러보면 저만치 가을 가는 게 보인다.

가을이 진다. 지는 가을, 까칠한 몸뚱이 비탈진 육신이지만 한 그루 나무라도 흘릴까 보아 부둥켜안은 모습에서 희끗희끗한 머리에 연륜 짙게 밴 부모님의 심지 넓고 자애로운 내리사랑을 읽는다.

모두 주고, 모두 내던지고 떠나려는 게지.

그러기에 저처럼 홀라당 나신을 드러내는 게지.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제 살을 바람에 떠억 내맡기겠나.

시린 가슴 부여안다가 젖어버린 설운 잎새

늦더위 물리치며 붉게 치장한 게 겨우 엊그젠데

어찌하다 가지 끄트머리에 아슬아슬

고독 견디지 못해 바싹 마른 이파리 되어

애당초 이별에 불과한 게 삶이 아니겠냐고 바스락,

몸 뒤틀어 바람에 항변하다 그예 스러진다.

http://pf.kakao.com/_xaxnaGb

우리나라 100대 명산 탐방기와 산행안내가 글, 사진, 동영상과 함께 상세히 수록된 채널입니다.


드러누워서라도 천년만년 살 거라는 마지막 욕구마저

곧 몰아칠 초겨울 삭풍이 휘감아 버리겠지.

산아, 산아!

도야하고 또 도야한 수도승처럼

그댄 어이 한결 꼿꼿하기만 한가.

붉은 정열, 노오란 요염함을 끝내 지켜주지 못하느뇨.

빛에 젖고 바람에도 젖어

윤나는 치장을 그리 쉽게 벗어던지느뇨.

냉담한 진리만을 고수하려 홍진紅塵의 티를 씻고

가연佳緣을 알리려 청사초롱 밝히시는가.

다 벗어 헐거워진 몸에 하얀 분칠 하려 기다리는 중이신가.

그도 아님 변화무쌍한 세월의 반복에 짜증이라도 나셨는가.

육중한 몸 푹 덮어줄 푸른 지붕이 있으니 딴 맘

품을 새가 없으신가.

그대 찾는 길손들에게 뭐든 전할 작은 메시지라도

있지 않겠는가.

속절없이 지는 마른 갈잎이 가엾다는 입바른 소리라도

있어야지 않겠는가.

바람 그치고 햇살 숨어 어둠 내려온들 전혀

개의치 않겠지마는

지우고 또 지워도 내내 지울 수 없는 그리움이었노라고.

깔린 낙엽이 설워 속으로 속으로는 곡을 하고 있노라고.

http://pf.kakao.com/_xahxdGb

채널 추가하시고 산행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자유롭게 공유하시기 바랍니다.

 



산아, 산아!

그대 입 다물어 결코 들리지 않는 메시지, 그대 울음소리

넌지시 들을 수만 있다면 후끈 달아오르는 마음

가눌 수 없을 것 같구나.

어쩌다 그 소리 귓전을 스치기만 하더라도 머리끝 발끝까지

경련이 일 것 같구나.

http://pf.kakao.com/_YxiJxjb

 채널 추가하시고 자유롭게 공유하세요.

 

산아, 산아!

이 계절은 차마 사랑 없인 살지 못할 잔인한

애모의 시절이 아니던가.

가득 꿈에 부풀었던 절정을 뒤로하며 흐르는 세월에

목이 멜 때가 아니던가.

일봉에서 이봉, 칠봉에서 팔봉, 내내 미지근한 햇빛

느릿하게 기울다가 산 그림자 길게 드리우니

그제야 물길 트였구나.

이때라, 입술 빗겨 물며 울먹이다 편하게 목 놓아도

홍천강 하류 센 물살이 감춰주누나.

때 / 초여름

곳 / 팔봉산 주차장 - 8봉 - 7봉 - 6봉 - 5봉 - 4봉 - 3봉(정상) - 2봉 - 1봉 - 매표소 - 주차장

반응형
그리드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