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lamic State 이슬람국가 한국 침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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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족 출신인 빈 라덴은 아프가니스탄에 은거하였다가 미군과 나토군의 파상공격을 피해 도피를 이어가다가 9·11 사태 이후 10년이 지난 2011년 파키스탄에서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되었다. 9·11사태의 주모자로 몰린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끝내 미국의 끈질긴 추적으로 죽임을 당하면서 하산은 세계최고액의 현상금 수배자가 되었다.
국적이나 과거 행적 등 알려진 게 전혀 없는 그림자 같은 존재,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미국마저 모하메드 하산을 평가해 뒷전에서 현상금만 올리는 게 고작이었다.
- 하산 덕분에 7세기 즈음 이슬람 황금기인 정통칼리프시대의 부활을 앞당길 수 있게 됐어.
하산으로 말미암아 시리아 정부와 이라크 등 인근 국가들도 칼리프 군의 출현에 지레 겁먹을 정도로 IS는 기세등등하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내로라하는 이슬람 조직인 알카에다나 탈레반에 앞서 IS는 영토를 확보했다. 영토를 확보했다는 건 국가로서의 전제조건을 갖추는 것이다.
알 아프리는 모하메드 하산을 떠올릴수록 미소가 지어졌고 속이 후련했다.
- 그가 내 곁에 오래도록 있어 준다면….
알 아프리는 평생의 숙원인 아랍통일을 넘어서 명실상부한 수니파 중심의 이슬람국가를 세울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렇게만 되면 아랍권역에서 이스라엘을 축출하고 미국과도 대등한 입장에서 외교나 통상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머지않은 장래에 이룰 비췻빛 상상은 하산을 직접 대할 때마다 상상이 아닌 현실로 성큼 다가온 것처럼 느껴졌다. 웃음 가득 머금은 알 아프리의 환대에 하산은 정중하게 허리를 굽혔다가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각하! 우리 이슬람국가로 몰려드는 외국인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바람직하긴 하네만.”
“그렇습니다만 자금이 더욱 많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이슬람 성전에 환상을 지닌 세계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고자 수만 개의 SNS 계정을 통해 선전 활동을 벌여왔다. 예상외로 서양과 동양 곳곳에서 엄청난 인원이 터키와 이라크국경을 넘어 IS에 몸을 의탁하는 것이었다.
늘어나는 조직원들의 수용시설과 훈련원을 증설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역시 엄청나게 늘어난 경비를 충당하는 게 절실한 문제로 대두된 것이다.
“시리아 일부의 영토를 확보하긴 했지만 언제 다시 빼앗기게 될지 모릅니다. 미국이 마음을 다져 먹기 전에 대비를 강화해야 할 것입니다.”
“맞는 말이야. 요즘 그 문제로 잠을 설친다네.”
“늘어나는 자금 수요를 충당하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시리아 정부에서 비축한 금괴를 탈취할 수만 있어도 숨통이 트일 텐데 말이야.”
“그런저런 이유로 더욱 특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하산의 말에 알 아프리는 공감을 하면서도 미간을 좁혔다. 늘 가슴을 짓누르고 편두통을 일으키게 하는 과제다. 군사력이 증가하면서 당장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권의 지상군 파병을 통한 전면전 위기는 벗어난 듯싶지만 길게 가지는 않을 것이었다. 역시 위기 대응책으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막대한 예산이 필요해진 거였다.
이라크와 시리아 등 점령지역 유전에서 나는 석유의 밀수출로 하루 100만 달러 이상 벌어들이기도 했으나 최근 국제유가가 크게 하락하면서 수입이 급감하고 말았다.
이제 점령지의 유전이나 은행 금고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아랍지역 수니파 중심의 많은 후원자가 있기는 하지만 병력이 쇠퇴하는 기미를 보이면 언제든 끊어질 돈줄에 불과하다. 유적지를 탈취하고 그 유물을 팔아서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집트의 ABM과 나이지리아의 보코하람 등 서른 개가 넘는 이슬람 무장단체로부터 충성맹세를 받기는 했어도 그들에게서 충분한 군자금을 기대하기도 요원하다.
알 아프리는 미간을 펴고 하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자네가 좋은 방안을 마련했을 거라 기대하고 있네만.”
알 아프리는 군인으로서의 전투력뿐 아니라 머리 회전도 비상한 하산이 이번에도 대안을 제시할 거라고 기대했다.
“이번엔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른 계획입니다.”
“궁금하군, 자네의 계획이 어떤 건지.”
초저녁 무렵부터 이어진 두 사람의 대화가 밤이 깊도록 이어졌다.
“가장 적절한 시기가 왔습니다.”
하산은 긴 브리핑을 마치고 눈을 반짝이며 지금이 바로 행동에 옮길 적기임을 강조했다.
“그자의 가족을 이리 데려오는 건 가능하겠지만 그다음 일이 자네가 장담할 정도로 순조롭게 풀릴지는 쉽게 와 닿지 않는군.”
“제가 여기 와서 단 한 번이라도 각하를 실망하게 해드린 적이 있었나요?”
“그런 일 없었지.”
“이번에도 저를 믿고 제게 맡겨주십시오. 심사숙고해서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알 아프리는 하산을 힐링 메이커라고 추켜세운 게 조금도 과장되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성공 여부를 떠나 하산의 장담만으로도 가슴 한구석 답답했던 부분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
“우리가 아랍권에서 가장 우월한 국가반열에 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 일을 성공리에 마치면 우린 지금까지와는 완연히 다른 지위를 얻게 될 것입니다.”
하산의 강하고 명료한 표현에 알 아프리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우리라는 그의 표현이 살아오는 동안의 그 어떤 결속보다 강한 매듭처럼 느껴졌다.
이슬람 초창기의 이상 국가, 무함마드는 그의 추종자들을 이끌고 겨우 수십 년 사이에 이슬람 사회를 국제세계의 중심으로 끌어올렸다. 이집트와 시리아에 이어 이란까지 영토를 넓혔으며 페르시아제국을 몰락시키고 비잔틴제국의 주요 지역을 장악하며 강성대국으로 우뚝 선 것이다. 무함마드에게 목숨을 맡긴 숭고한 추종자들, 그들과의 결속이 따라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알 아프리는 그 당시의 이상 국가를 재현하는 것이 결코 허황한 꿈이 아니라고 믿었다. 서방 강대국들과 맞설 강력하고 위협적인 지위를 확보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 나한테도 일당백을 능가하는 하산과 같은 추종자가 있어.
알 아프리는 하산과 함께 외세에 밀리고 치이는 암울한 상황을 벗어나 영화로웠던 그 시절을 되찾고 싶었다. 이슬람 제국의 새로운 역사를 쓰면서 동시에 시대의 영웅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 그래, 이젠 알카에다 같은 테러 조직과 우열을 가릴 단계는 지났어. 나 알 아프리는 이제 빈 라덴 따위와 비교될 존재에서 벗어나야 해.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뜬 알 아프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산을 일으켜 세우더니 힘주어 끌어안았다.
“하하하! 자네 말은 언제 들어도 달콤해. 코리아로 가게. 가서 자네 계획을 맘껏 수행하게,”
“감사합니다, 각하! 반드시 각하께 좋은 선물을 안겨드리겠습니다.”
하산이 허리 굽혀 인사하자 알 아프리는 “하하하! 자네만 믿고 기다리겠네. 다녀와서 나를 통일 이슬람국가의 최고 통치권자로 만들어주게. 필요한 건 모두 지원하겠네.”라고 말하며 하산의 등을 두드렸다.
- 됐어, 다시 한국으로 간다. 드디어 목표를 이룰 수 있게 됐어. 이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거야.
알 아프리를 접견하고 나오면서 하산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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