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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화산에서 읽는 역사이야기_ 한국전쟁 비극의 현장

장한림 2022. 8. 2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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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역사를 읽다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이나 휴일, 도봉산 역이나 수락산 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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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와 뱀의 싸움으로 파로호에 수장된 희생양들

<용화산- 한국전쟁 비극의 현장>

 

 

 

산은 책이다.

찬찬히 앞서가는 사람들의 걸음 뒤쫓으며 바위의 실체를 꿰뚫으려 걸음 멈추었다가, 손 뻗으면 바로 닿을 것만 같은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다다른 정상에서 가끔은 산을 오른 것인지 한 권의 책에 푹 빠졌었는지 혼동하게 될 때가 있다. 

읽으면서 쏠쏠한 재미, 다 읽은 후의 개운한 여운, 페이지 다시 열어 가슴 문지르는 잔잔한 감동을 되새기노라면 얼른 다음 권을 펼치게 된다. 산과 산을 잇는 연계 산행은 그래서 두 권 이상의 장편 소설을 읽는 것과 비유하곤 한다.

교통상황이 불편해 마음에 담아두고도 쉬이 접근하지 못했던 용화산, 오봉산, 부용산의 종주 기회가 생겼다. 모 산악회에서 세 산을 잇는 산행 계획을 잡았는데 거기 편승하기로 한 것이다. 용화산과 오봉산은 각각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부용산까지 약 17km의 중장거리 산행에 합류했다.

 

 

 

승자 승천勝者昇天의 용화산, 한국전쟁의 비극을 상징하는 파로호  

    

화천 큰고개, 바로 용화산 들머리로 정상까지 오르는 최단거리 진입로이다. 쌓였던 눈이 녹아 질척한 들머리 언덕배기로 들어서며 길 좋은 땅을 골라 걷게 된다. 써늘할 정도로 냉기가 감돌지만 한편으론 신선하고 해맑은 기운을 느끼게 된다.  

수십 족의 다리가 마구 뜯긴 지네 한 마리가 낮은 몸뚱이를 더욱 낮게 낮추더니 상대를 노려본다. 날카롭고도 살기 그득한 눈빛이다. 상대는 비늘이 뜯기고 등짝 곳곳이 찔려 흉측해졌지만, 이빨에 독을 품고 공격 자세를 가다듬으며 꼬리를 움직인다. 절지동물과 파충류의 자존심 걸린 2라운드 격전이 펼쳐질 조짐이다. 이 싸움의 승자는 하늘로 올라간다.

 

“누가 이겼을까.”

 

승자 승천勝者昇天, 지네와 뱀이 싸워 이긴 쪽이 용이 되어 하늘로 올라갔다 하여 용화산龍華山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누가 이겼는지는 통 알 길이 없어 궁금해하며 오르는데 주로 화강암으로 이뤄진 바위산답게 나무 사이로 기묘하게 생긴 바위 봉우리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용화산에는 처서에 즈음해 전국 각지의 심마니들이 몰려들 정도로 산삼이 많이 나는 데다 소나무 군락지에서 자생하는 송이버섯은 그 향과 맛이 일품이라고 한다. 

때가 아닌지라 상어 바위를 지나 전망대에 이르도록 산삼은 고사하고 송이 향조차 냄새를 맡지 못했지만, 시야가 확 트인 겨울산의 조망만큼은 더할 나위 없이 쾌적하다. 견고하기 이를 데 없는 바위를 더 강한 내공으로 뚫고 솟은 건지, 아니면 바위에 뿌리를 내린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암목 일체가 된 소나무들이 기둥이며 가지를 크게 비틀어 마치 춤을 추는 모양새를 하고 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주봉인 만장봉의 수직 단애가 도도한 위엄을 풍기고 그 앞으로 촛대바위가 오뚝하게 하늘을 찌른다. 왼쪽 측면에서 본 촛대바위는 도봉산의 우이암처럼도 보이고 무소의 뿔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날카로운 칼날을 꽂아놓은 형상이라 칼바위라고도 불리는데 용화산 암릉의 강건함을 돋보이게 하는 위풍당당한 카리스마에 절로 몸이 굽어진다.

 

 

 

굵은 밧줄 길게 이어진 칼바위를 지나니 삼거리에서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100m, 수풀 사이 나무계단을 오르자 곧바로 만장봉(해발 878m)이다. 

춘천 일대의 산야가 쭉쭉 시원스레 펼쳐져 있고 삼악산, 금병산, 대룡산의 산군과 의암호, 춘천호, 소양호와 파로호까지 시야를 꽉 채운다. 저만치 경기 최고봉 화악산까지 조망된다. 

지네와 뱀, 누가 용이 되었을까. 급히 올라오느라 흘린 땀을 훔치는데 다시 궁금증이 인다. 누가 용이 되었든 비늘 찢어지고 다리 뜯어져 하늘인들 제대로 올랐을까. 저 아래로 흐릿하게나마 얼어붙은 호수가 시선을 잡아끈다. 

 

 

 

여기 화천, 한국전쟁 당시 격전지 중 격전지였던 곳. 파로호는 그 당시 생포한 포로가 부지기수라 인공호수를 만들어 그렇게 명명했다고 한다. 1944년 북한강 협곡을 막아 수력발전이 가능한 댐을 축조함으로써 생성된 인공호수로 38.9㎢의 면적에 약 10억 t의  저수량이라는데 그게 얼마나 큰 건지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다. 

화천댐이 건설되기 전 이 지역 마을 주민들은 큰 봉황을 숭배했는데, 봉황이 날개를 펴면 구만리를 날았다고 하여 인근 마을 이름이 구만리였다. 주민들은 이 호수를 큰 봉황을 뜻하는 대붕호大鵬湖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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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이 지나 6·25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5월 말, 이곳 대붕호 근방에서 국군과 미군은 중공군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펼쳐 2만 4천여 명을 사살하고 7천9백여 명을 생포하는 전과를 올린다.

이때 사살된 수많은 중공군이 수장되면서 대붕호는 치열한 전장 혹은 전쟁의 비극을 상징하는 장소가 되었다. 후일 이승만 대통령이 이곳 현장을 방문하여 깨뜨릴 파破, 오랑캐 로虜의 휘호를 적어 파로호破虜湖라고 불리게 된 것이다.

 

 

 

강원도의 산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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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이든 북한이든, 국군이든 인민군이든, 미국이든 중국이든 과연 승자가 있던가. 이 산 오기 바로 전, 작금의 저 세상 안은 또 어떻던가. 용으로 화하려 물고 뜯고 죽이는 게 어디 지네나 뱀뿐이겠나. 제 배 채우려, 제 욕구 채우려 필요의 한계를 넘는 이들, 그런 나라들이 좀 많은가 말일세.

바위 뚫고도 곧게 뻗은 노송처럼 작금에 와서도 산에서든 세상에서든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하며 살기는 어려운 걸까. 겨울이면 백설로 다 덮어 하얘지고, 여름이면 초록 물 뚝뚝 떨어지도록 녹음 무성한데 우리네 삶 무어 그리 대단한 허물이라고 저만큼도 덮어두지 못할쏜가. 

 

 

 

순백純白이란 다 용서하여 다 덮어줄 수 있는 것, 드러내어 시빗거리 삼을 게 아니라 품어주고 감싸주어 속으로 녹여지게 만드는 것. 지네와 뱀이 상대를 이기려 싸운다는 게 얼마나 기막힌 발상인가. 세상사의 황당한 억지 이기심을 빗댄 풍자 아니겠는가.

나잇살깨나 먹으니 이젠 계산하여 선별할 때가 아니라, 보내고 돌아설 때가 아니라 서로 합유 하며 감사하고 흡입해야 할 때란 생각이 자꾸 든다. 무르팍 튼실하고 에너지 소진되기 전에 하염없이 올랐다가 내려와서 생각만큼 못 따라주는 처세까지 긍정하며 또 오르면 되지 않겠나 싶다. 

 

 

 

 

산에 오르면

헤아리고 또 헤아려 차곡차곡 쌓아두게 된다.

가파른 등성이 호흡마저 거칠어지면

없어져도 그만일 흘린 부스러기

줍고 쓸어 담아 여미고 포개 놓게 된다.

눈에 가득 아름답던 날들

마음에 가득 아스라한 날들

속으로 또 속으로 까맣게 타들어 가던 날들까지

 

     

 

산에서 전설을 듣다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이나 휴일, 도봉산 역이나 수락산 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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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의 질긴 생명력과 바위의 유연한 포용력 

   

 

만장봉에서 다시 한번 파로호 쪽으로 시선을 돌렸는데 거기 수장된 중공군과 인민군들이 자신들의 영혼만이라도 이 깊은 물속에서 건져달라고 아우성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정전 협정이 막바지에 이른 1953년 7월, 북한 인민군과 중공군 일부가 이 호수를 노리고 남하한다. 금성천 및 화천댐을 두고 큰 전투가 벌어졌는데 가까스로 아군이 지켜내 댐을 포함해서 호수 전체가 남한의 영토가 되었다. 그 결과 수장된 적군들은 축축한 영혼을 건져내지 못했고 그들의 피눈물마저 호숫물에 섞여버리고 말았다. 반면 남한은 수도권에 막대한 용수와 전기를 공급하고 북쪽에서 내려오는 홍수 피해를 조절할 수 있게 되었으며 안전장치를 곁들여 그 위 상류에 평화의 댐까지 추가로 건설했다. 

 

 

 

 

그 영혼들에 대해 명복을 빌어주고 만장봉에서 내려와 7.5km 거리의 배후령으로 향한다. 수북한 적설의 숲길과 미끄러운 바윗길이 반복된다. 고탄령을 지나 사여령 가는 길로 접어들면서는 기암 바위들과 바위 구간은 자취를 감추고 흙산으로 접어들게 된다. 

수불무산 갈림길을 지나고 우측 1.2km 내리막의 휴양림으로 가는 사여령에 이르렀다가 다시 배후령을 향해 직진한다. 춘천 시내와 화악산에 눈길을 주면서 잠깐씩 오르고 내려서다 보니 임도를 지나 해발 600m라는 표지판과 이곳이 38선이라는 바위 표지도 보인다. 

 

 

 

면장이 되자 알아야 해먹을 수 있는…

1부 '택시 기사 수난 백서'는 대중교통의 한 축인 택시의 기사들이 겪는 수난에 대하여 그 경험적 에피소드를 콩트로 모았습니다. 2부 '콩트로 푸는 절세 이야기'는 생활에 가장 밀접한 거주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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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시 신북읍과 화천군 간동면을 잇는 46번 국도상의 배후령은 용화산과 오봉산을 연결하는 날머리이자 들머리이다. 배후령 터널이 개통되어 교통은 편리하고 안전해졌으나 고갯길 옛 정취는 그만큼 반감되었다. 

경운산, 경수산, 청평산이라고도 불려 왔던 오봉산은 비로봉, 보현봉, 문수봉, 관음봉, 나한봉의 다섯 봉우리가 연이어 있어 오봉산으로 부르게 되었는데 막상 올라가서는 그 구분이 쉽지 않다. 정상 일대에는 일곱 혹은 여덟 개까지 봉우리가 있는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양옆으로 손잡이 난간이 있는 바위 오르막을 넘어서면 몇 조각의 큰 바위틈에서 사선으로 기울어진 소나무가 그래도 강건하게 가지를 뻗치고 있다. 솔잎도 무성한데 더욱 경이로운 건 바위를 헤집고 뻗어 내린 뿌리가 다시 땅을 파고 들어갔다는 것이다. 

소나무의 질긴 생명력과 바위의 유연한 포용력이 짠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가 싶더니 참한 교훈을 새기게도 한다. 청솔 바위라고 새겨져 있다. 오봉산의 상징물 중 하나이다.

 

 

중국 고대 역사를 통해 익히는 고사숙어의 지혜

우리가 흔히 인용하는 고사숙어 혹은 사자성어는 대개 한자문화권 국가인 중국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역사적으로는 공자, 맹자 등 제자백가 사상이 지배적이었던 춘추전국시대부터 소설 초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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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봉산의 손꼽는 칭찬거리 중 하나가 소나무다. 배치 고개라고도 부르는 백치 고개에서 올라오는 오봉산 등산로에도 조경수처럼 멋진 소나무들이 즐비하다. 많은 소나무가 바위와 어우러지고 기둥이 붉은빛을 띠었는데 여기서도 유독 눈에 띄는 한그루 소나무를 보게 된다. 하늘 높은 건 모르고 땅 넓다는 것만 아는지 바위틈으로 뿌리내린 소나무가 기둥과 가지를 높이 뻗지 못하고 납작하게 거의 수평으로 펼치고 있다. 

 

 

 

중국 한나라의 한신은 저잣거리에서 한낱 건달의 가랑이 밑을 기어 사소한 다툼을 피한다. 때가 되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한나라 대장군으로서 초나라 항우를 사면초가에 빠뜨려 결국 기나긴 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중국 통일의 일등 공신 한신은 얼마든지 누릴 수 있는 부귀영화를 모두 마다하고 주저 없이 시골로 내려가 촌부의 삶을 택한다. 

세상은 무한하게 넓기에 몸 낮춰서도 얼마든지 뻗어 나갈 공간이 있음을 웅변하는 소나무에서 문득 한신의 처세가 떠오르는 것이다. 수평으로 누워 제 가지들을 늘어뜨리는 고귀한 응집력, 진정 제 할 바가 무언지 아는 무한, 무조건의 책임감을 보는 듯하다.

 

 

 

짙푸른 우거짐 아래로 소양호가 고요하다. 만일 소양호 저 깊은 물이 마른다면 저곳은 어떤 모습일까. 뜬금없는 상상은 곧바로 파로호로 이어진다.  

대략 2만 4천여 명의 수장된 중국군은 지금까지도 수습이 안 되었다고 한다. 방류가 되어 수위가 낮아지게 되면 댐 부근의 진흙 속에서 그들의 유해가 속속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시진핑은 그들의 유해를 수습하여 그들의 고향에 안장시켜주기는 할까. 그런 상상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념의 수동적 희생양들, 욕구 가득한 권력자들의 뜻에 꼭두각시처럼 동원된 가녀린 생명들이란 생각을 떨쳐낼 수가 없다. 그러나 아직도 살아 권력을 쥔 이들은 명분에만 급급하다.

 

 

 

2018년 말 중국 외교부는 파로호의 명칭 변경을 요구해왔다. 파로호란 명칭이 중국을 비하한 오랑캐 의미의 지명이라 거슬렸을 것이다. 중국은 외교상 한국 정부에 내정간섭적인 요구를 하면서 내부적으로는 자국 국민들에게 당시의 파로호 전투를 미국에 대항한 북조선 원조 전쟁의 대승 사례로 홍보하는 모순적 행보를 보여왔다. 그런 소인배적 처세보다는 유해 발굴 방안이나 위령비 설립 등 저수지에서 서럽게 통곡하는 자국민들의 영혼을 달랠 수 있는 방안을 우리 정부에 정중히 요청하는 게 합당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게 나라의 명을 받들다가 죽은 순국선열들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싶다.

전시에 사망했다가 전후 발굴된 전사자의 유해는 망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국적 상관없이 출신국에 돌려보내 주는 게 국제관행으로 되어있지 않은가 말이다. 

 

 

 

암봉과 단애의 근엄한 위용

산은 그 지질 형태에 따라 보통 흙산과 바위산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 책은 우리나라 산 중 암봉과 기암으로 유명한 바위산들을 추렸습니다. 그런 산들은 대개 험산 준령이라든가 악산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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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양호 우측으로 구름이 흘러가는가 싶더니 가평, 양평, 화천과 홍천 일대의 일면식 있는 산들이 고개를 내민다. 산화한 산객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진혼비를 지나고 거듭되는 밧줄 구간을 또 지나 암봉 꼭대기에 다다르자 아래로 배후령이 재단 선처럼 길게 가로금을 긋고 있다. 

약간의 가파름이 있기는 하지만 배후령에서 오르는 오봉산 정상은 청평사로 오르는 길에 비해 무척 수월한 편이다. 첫 번째 봉우리에서 비교적 완만한 능선을 지나면서 용화산의 정상석보다 아담한 정상석을 만나게 된다. 3년여의 세월이 지나 다시 오봉산 정상(해발 779m)에 서니 반갑고도 감회가 새롭다. 소양호 선착장에서 청평 나루까지 운항하는 배편을 통해 왔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자동차 도로 백치고개가 나온다. 여기서 부용산 정상까지는 등로가 어수룩하다.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깔딱 고개를 오르면서 거친 숨을 몰아쉰다.  

춘천시 북산면과 화천군 간동면 경계에 있는 부용산芙蓉山(해발 882m)은 오늘 걸어온 것처럼 백치 고개를 가운데 두고 오봉산과 마주하고 있어 소양호 선착장을 이용하거나 배후령에서 진입할 수 있다. 춥다. 손도 시리다. 길게 머물지 못하고 호반으로 내려간다. 하산과 함께 한국전쟁의 상흔이 고인 파로호와도 작별을 한다.

어쩌면 파로호 깊은 물속이 어지럽고 혼미하여 국가 간 이해가 좁혀지지 않는 바깥세상보다 더 아늑하고 푸근할지도.

 

"총알 피하고 날아드는 포탄에 몸뚱이 움츠리며 불안하게 생명 부지해오지 않았습니까. 지금 세상도 그 당시 전시보다 크게 나은 게 없답니다. 그냥 거기서 물과 더 친숙해지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선녀봉이라 일컫는 871m 고지를 지나자 내리막길 숲 사이로 소양호가 모습을 드러내고 호반 도로가 보일 때까지도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억양 강한 한족들의 목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하늘소 민박이 있는 날머리에 도착하면서 지네와 뱀의 혈투, 연합군과 중공군의 격전으로 시작된 액션은 소나무와 바위가 창출하는 휴머니즘으로 억지 마무리를 짓는다. 

 

 

                   

때 / 겨울

곳 / 큰 고개 - 칼바위 - 용화산 만장봉 - 고탄령 - 수불무산 갈림길 - 사여령 - 배후령 - 청솔 바위 - 오봉산 - 삼거리 - 백치 고개 - 부용산 - 선녀봉 - 하늘소 민박  

 

 

 

https://www.youtube.com/watch?v=cLbiMWqX54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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