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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시나브로 다가오는 봄을 맞으러, 둔덕산과 대야산

장한림 2022. 3. 15.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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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경북 문경군과 점촌시가 통합되어 문경시가 되었는데 새도 날아 넘기 힘들다는 문경새재가 있는 곳인지라 산지는 발달하고 평야는 미약한 지역이다.

그런 문경시에서도 서부 쪽의 가은읍은 소백산맥 일부를 형성하는 장성봉, 대야산, 둔덕산, 희양산과 뇌정산 등이 읍을 에워싸며 솟구쳐있다. 

둔덕이란 땅 가운데가 솟아 불룩하게 언덕진 곳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인데 그걸 한자로 적어 둔덕산屯德山으로 표기했다고 한다. 문경시 가은읍에 소재한 산으로 대야산과 조항산을 잇는 백두대간 상에서 약간 벗어났는데 이름 있는 문경 여러 산에 뒤지지 않는 산세를 지니고 있다. 

1858년 12월, 둔덕산이 웅웅 소리를 내며 사흘이나 울다가 둔덕산 아래 가은읍 완장리에서 아기가 태어나자 울음을 그쳤다고 한다. 

일제 치하에서 숱한 전투를 치르면서 여러 차례 대승을 거둔 문경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로, 1908년 제천 작성 전투에서 일본군의 기습을 받아 결사 항전하다 포로가 되어 교수형으로 순국한 운강 이강년 선생이 그 아기이다. 20여 년에 걸쳐 전투력이 뛰어난 부대를 거느리고 의병 전쟁을 선도한 의병장의 한 사람인 운강 이강년 기념관이 이곳에 있다. 1962년 대한민국 정부는 이강년 선생에게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 하였다.

 

          

둔덕산 가는 길급경사의 길고도 거친 바윗길  

   

대야산 휴양림 입구의 벌바위 농원 앞에 내리면 둔덕산 산행 안내도와 선유동천 나들길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산행지를 택할 때는 교통편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원점회귀할 수 있는 곳이라면 불편을 무릅쓰는 경우가 많다. 대야산을 오르려다가 산행코스를 검색하면서 둔덕산을 끼워 넣은 식이 되었지만, 거리만 늘렸을 뿐 산행기점과 종점에 달라지는 것이 없으므로 흔쾌히 둔덕산을 오르기로 하였다.

대야산 휴양림과 용추계곡으로의 갈림길에서 휴양림 쪽으로 길을 잡아 대야교를 건넌다. 여기서 계곡을 따라가면 안내판에서 보았던 선유동천 나들길이다. 그리 높지 않은 언덕처럼 전면에 둔덕산이 보이는데 1000m에 육박하는 고지인지라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은 아니리라.

겨울이 녹아내린 지 꽤 지났지만, 암반 위의 계류는 여전히 시린 물소리를 내며 힘차게 흘러내린다. 조심스레 징검다리를 건너 넓은 대야산 주차장을 지나 데크와 계단으로 잘 정비된 선유동천 나들길을 지나간다. 

물소리가 멀어지면서 대야산 휴양림으로 접어들어 임도를 따라 걷다 보면 왼쪽으로 둔덕산 오르는 길이 있다. 주차장에서 1.62km를 왔고 둔덕산까지 1.8km라고 하니 아마도 고도가 급한 경사로일 것으로 판단된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완만하다가 고약스럽게 솟구친 경사를 숨 가쁠 정도로 치고 오르게 만든다. 숨소리를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나서야 다시 걸음을 뗀다. 

더운 바깥공기가 바위틈 땅속으로 스며들어 지하수처럼 흐르다가 차가워진 상태에서 대기 중에 나오는 현상을 풍혈 작용이라 하는데 한여름에도 한기를 느낀다는 구간에서 다시 멈춰 선다. 보기엔 그저 바위 많은 급경사의 너덜지대인데 잠시 쉬다 보니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도 같다. 

뾰족하고 거칠어도 계곡 주변으로 이른 봄 냄새가 물씬하다. 꽃샘추위도 지나 보냈으니 더는 걱정할 게 없다는 양 움츠렸던 진달래가 이파리를 펼쳐내는 걸 보면서 격한 생동감을 느낀다. 

    

얼었다 녹았지만 여전히

날카로운 산중 협곡

들쭉날쭉 할퀴는 꽃샘바람에 

몰골 더 고약해졌으나

연분홍 참꽃 흐드러지게 피워냈구려.

     

어둠보다 무서운 고독 이겨내려,

추위보다 힘든 갈증 씻어내려

꽃 이파리 하나 살금 따서

마른침 바른 입술에

슬그머니 문지르오.

어둠보다, 추위보다

독한 시련 견뎌내며

가야 할 길 저만치 멀기에  

    

댓골 산장과 둔덕산으로 갈라지는 능선 갈림길에 올라서도 찬찬히 벅찬 숨을 고른다. 다시 걸음 내디뎌 조망이 트이면서 통시바위 암릉 지대와 그 오른편으로 대야산이 형체를 드러낸다. 대야산 우측으로 군자산이 조망되고 좌측 조항산 너머로는 멀리 속리산 주릉이 눈에 들어온다.

대야산 휴양림으로 갈라지는 안부에서 정상까지 500m 남짓한 거리가 많은 힘을 빼게 한다.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둔덕산 정상(해발 969m)에 도착하였다. 대야산 주차장에서 3.6km의 거리이다. 협소한 정상의 나무 사이로 지척에 있는 희양산이 보이고 방향을 돌리면 백화산에서 주흘산으로 길게 능선이 뻗어있다. 다시 속리산에서 구병산으로 이어지는 충북알프스도 느릿하게 능선을 잇고 있다.

보이는 것마다 이어짐이다. 단절이 없는 이어짐의 연속은 얼마나 넉넉하고 보기 좋은가. 수틀리면 억누르고 끊어내는 갑질 만연한 세상과 얼마나 대조적인가. 수십 년을 공생하다가 자그마한 이해타산이나 사소한 시비로 연을 끊어버리는 세상의 허접스러움과 비교조차 허용되지 않는 묵직한 이음이 아닌가 말이다.

살아오면서 맺은 인연의 소중함을 의식하게 하는 자연 풍광에 젖다가 아래 갈림길로 내려선다. 다시 가파르게 마귀할미 통시바위 방향으로 올라 물푸레나무군락을 지나면 지금은 활용도가 없는 헬기장(해발 978m)에 이른다. 정상보다 지대가 높다. 꽃이 피려면 아직 요원한 철쭉나무숲을 지나면서 고만고만한 오르내림을 반복한다.

손녀마귀 통시바위 이정목이 있는 곳에 커다란 선바위가 있다. 통시바위 암릉이 시작되는 지점이다. 거침없이 조망이 열리면서 곧바로 통시바위 암릉이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더니 은근히 위압감을 준다. 

 

          

암릉과 산그리메의 묘미에 빠져들게 하는 대야산  

   

둔덕산 정상에서 지금까지 지나온 능선과 달리 이제부터는 녹록지 않은 암릉 구간이다. 젖꼭지를 쏙 빼닮은 바위 등 절묘하고 기이하게 생긴 바위마다 걸음을 멈추게 한다. 좁고 거친 바위에 매단 밧줄을 붙들고 내려섰다가 다시 올라선 암릉 지대에서 돌아보니 전망봉부터 통시바위능선으로 이어지는 암릉 구간의 경관이 일품이다. 마치 가야산 만물상의 축소판처럼 느껴진다.

마귀할미 통시바위와 그 뒤로 둔덕산을 보며 걷는다

 

너른 바위라는 곳에서 진행 방향으로 마귀할미 통시바위 암릉 군과 대야산이 조망되고 그 우측으로 촛대봉, 장성봉, 군자산이 보인다. 대면한 바 있는 칠보산이 고갯짓 하며 아는 체해준다.

 

“네, 반갑습니다. 그간 잘 지내셨지요?”

 

암릉 지대는 아래에서 보았던 것처럼 험상궂지는 않다. 발 디딤이 좋고 걸으면서 조망도 시원하게 열려 속을 개운하게 해 준다. 탐방을 해보니 여기 통시바위 구간이 둔덕산 최상의 구간인 듯하다. 까칠한 통시바위 능선을 통과하면서도 둔덕산 정상에서 중대봉과 상대봉으로 이어지는 대야산이 그다지 멀지 않아 보이는 건 힘들게 걸어왔어도 아직 체력소모가 크지 않다는 방증이다. 쾌적한 날씨와 탁월한 조망 덕분이다. 

화양계곡을 낀 가령산, 낙영산, 도명산 능선과 괴산의 명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멀지만 월악산의 영봉까지 모습을 드러내 주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둔덕산의 명물 기암 마귀할미 통시바위에 다다랐다. 통시는 뒷간을 뜻하는 방언에 이곳 바위 능선이 험하고 마귀처럼 얄궂게 생겨서 이처럼 어려운 명칭이 생긴 건 아닐까 유추해보지만 자신 없는 추론이다. 

다가서서 본 통시바위는 명칭 이상의 암릉군이다

 

아무튼, 멀지 않은 곳에서 마주하고 있는 할미와 손녀가 이 능선을 찾는 이들로 하여금 착한 마귀라는 걸 각인시켜주었으면 좋겠다. 마귀 할미 통시바위 갈림길의 이정표를 지나 진행방향의 밀재 갈림길(해발 889m)에서 조항산과 대야산을 잇는 백두대간을 살핀다. 그곳의 한 구간인 밀재에서 대야산으로 가야 한다.

밀재로 방향을 잡았으니 이제부터는 백두대간 길이다. 굴곡이 거듭되긴 하지만 여전히 속리산과 구병산, 희양산과 백화산을 보며 도착한 밀재에서 송송 맺힌 땀을 훔쳐낸다. 대야산까지 1km라고 표시되어 있다. 

대야산은 속리산 국립공원에 속하면서 백두대간에 자리 잡고 있다. 백두대간 마루금을 경계로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에 접하며, 문경 8경의 중심부에 위치하여 용추계곡, 선유동계곡의 청정 계류가 흐르는 대야산 자연휴양림을 끼고 있다. 

나무계단을 올라 거북바위, 코끼리바위를 닮은 바위를 지나 계단 중간의 전망대에서 고개를 돌리면 속살 드러낸 희양산이 유독 눈에 띈다. 

금세라도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질 것만 같은 커다란 바위가 비스듬히 놓여있는데 한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정도로 틈새가 벌어져 있다. 이 대문바위 외에 또 다른 바위는 구멍이 뻥 뚫어져 있어 볼수록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한다. 이들 바위와 어우러진 노송과 고목도 맛깔스러운 풍광을 자아낸다.

올려다보면 절벽 너머 정상으로 연결된 구름다리가 아찔하다. 저걸 건너가야 한다. 뒤돌아본 둔덕산 정상도 아득하다. 건너편의 중대봉 암릉은 관악산 6봉 중 1봉에서 3봉 구간을 보는 듯하여 친근감까지 든다. 

아래에서 보았던 구름다리도 와서 보니 그리 위험스럽지 않다. 구름다리를 건너 암릉 구간을 통과하고 계단을 걸어 대야산 정상인 상대봉(해발 930.7m)에 도착하자 정상 언저리에 둘러친 쇠 울타리 너머로 사방이 두루두루 조망된다. 조선 후기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지리학자 김정호가 전국의 현지답사를 토대로 편찬한 지리서인 대동지지大東地志에는 대야산 정상을 비로봉으로 기록하고 있다. 

경상도와 충청도 일대에 즐비하게 늘어선 고봉들이 산그리메를 그리며 새봄 여는 소리를 들려준다. 한눈에 들어찬 속리산 주 능선이 또 한 번 보자며 메시지를 보낸다. 바위 끄트머리에 걸터앉아 맑은 하늘을 머리에 이고 티 하나 없이 순수한 자연의 품에 빠져들었다가 일어선다.

정상 아래 피아골 삼거리에서 월영대 방향으로 하산로를 택해 내려섰는데 계단과 너덜 바위 구간이 나타나긴 하지만 대체로 경사 완급이 평이한 내리막이다. 이 길을 내려서면서도 암릉의 묘미를 만끽한다. 

넓고 납작하게 누운 암반 위로 계류가 흘러내려 잔잔하게 고인 못은 밤이면 달이 차 황홀한 물빛을 보여줄 것이다. 맑은 물에 비친 달을 볼 수 있다는 월영대이다. 

상단에서 본 용추폭포는 전면에서의 기이한 하트 모양 못지않게 힘찬 물살을 뻗어 내리면서도 독특한 물길을 보여준다. 아무리 가물어도 이곳의 물은 마르는 일이 없어 예로부터 극심한 가뭄이 들면 여기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암수 두 마리의 용이 승천했다니 흔치 않은 용 부부의 동반 승천을 탄생시킨 폭포를 거듭 살피게 된다. 용추에 새겨진 용 비늘에 걸터앉아 하트 모양 아래의 짙푸른 못은 아릿한 현기증을 일게 한다.

청정 옥류의 용추계곡에서 봄 오는 소리를 듣는다

 

새댁이 물을 긷다가 빠져 죽자 굿을 하던 무당마저 빠져 죽었다는 무당소를 지나면서 용추계곡의 청정함과 수려함을 모두 즐긴 셈이다. 

대야산 정상에서 용추계곡을 지나 들머리인 주차장까지 4.8km이다. 대야산만 산행한다면 주차장에서 용추계곡을 통해 밀재로 올라가는 길이 보편적이다. 후회 없고 아쉬움도 남기지 않는 산행은 언제나 뿌듯한 보람을 안겨준다.

 

“할미 마귀 시여! 꼭 다시 방문하리니 그때까지 손녀랑 잘 지내시구려.”  

 

                   

때 / 초봄

곳 / 벌바위 농원 – 대야산 주차장 - 둔덕산 들머리 - 대야산 휴양림 갈림길 - 둔덕산 - 대야산 휴양림 갈림길 - 978m 봉(폐헬기장) - 손녀마귀 통시바위 - 마귀할미 통시바위 - 밀재 - 대야산 - 용추계곡 - 원점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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