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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고사를 되짚다 1_ 도원결의桃園結義

장한림 2022. 3. 11.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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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숭아 밭에서 타이타닉호와 세월호를 띄우다

 

https://www.youtube.com/watch?v=ijYjedh8VA4 

 

 

“우리 세 사람은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태어나지는 않았으나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날에 죽기를 맹세합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막바로 호감을 지닌다고 해서 의형제를 맺는 일은 흔치 않을 것이다.

 

“오늘부터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사내들은 술을 마시다가 반쯤은 술기운을 빌어 형과 아우로 서열을 정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러나 그걸로 피를 나눈 형제처럼 의가 돈독해져서 형제애로 영속되기는 쉽지 않다. 점차 몰랐던 상대의 단점을 발견하거나 이해관계가 상충되면서 친분관계가 벌어지곤 한다. 

그렇다면 유비, 관우, 장비는 우연히 술집에 모여 앉아 의기가 딱 들어맞았다고 해서 복숭아밭으로 자리를 옮겨 소 잡고 술잔 부딪치며 한 날 한 시에 같이 죽자고 맹세한 것이었을까. 그 맹세를 지키기 위해 숱한 세월 풍전등화의 환난을 겪으면서도 평생을 함께한 것이었을까.      

 

“천지신명께서는 우리 세 사람을 굽어살펴 의리를 저버리고 은혜를 잊는 자가 있거든 천벌을 내려 죽이소서.”

     

짚신을 만들어 입에 풀칠하며 살던 유비, 푸줏간을 하던 장비, 포악한 관료를 죽이고 떠돌이 생활을 하던 관우. 이들 세 사람은 복숭아밭에서 소와 말을 잡고 제사를 지내며 하늘에 맹세했다.

이들은 그 즉시 젊은 사내 3백여 명을 이끌고 황건적 토벌에 나선다. 그 후, 온갖 고초를 겪으며 촉나라를 세워 위나라 조조, 오나라 손권과 함께 천하를 다툰다. 소설 삼국지연의의 큰 줄기이다.     

뜻이 맞는 사람끼리 같은 목표를 위해 행동을 같이하기로 약속한다는 의미의 도원결의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의를 중시한 인연을 대표하는 고사로 회자되고 있다. 

중국에서 복숭아는 제사상에도 올리지 않고 묘 주변에도 심지 않는 상서로운 과일로 장수 혹은 영원불멸에 비견하며 나쁜 기운을 내쫓는다고 한다. 복숭아밭에서의 결의는 유비, 관우, 장비가 맺은 굳은 영속성을 상징한다. 

삼국지연의의 저자 나관중羅貫中은 이 내용을 소설의 첫 장에 배치하여 전체 이야기의 발단으로 삼았는데, 이는 뒷부분으로 갈수록 세 사람 사이의 생사를 초월한 우애와 의리를 더욱 짙게 기술함으로써 역대 중국 사회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개인적 이기주의에 의해 이리저리 당을 옮기는 작금의 정치판, 주머니 속이 두툼해지지 않으면 언제라도 등을 돌리는 오늘날의 세태를 보노라면 유난히 삼국지의 도원결의 장면이 떠오른다.

 

그들 셋 중 맏형인 유비를 갑이라 할 수 있는가. 관우와 장비를 을이나 병으로 정의할 수 있겠는가. 

    

“군신 관계의 신분이 되었어도 우리는 형제의 의로 세상을 같이 했다.”

     

술 좋아하는 장비가 말년에 입에 담고 사는 말이 아니었을까. 20여 년간 패배를 거듭하며 유능한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던 유비를 처음 결의했던 대로 관우와 장비는 끝까지 믿고 따랐다. 침몰하는 타이타닉과 운명을 같이한 선장 에드워드 스미스의 최후처럼. 

세 사람은 한날한시에 죽지는 않았어도 죽는 날까지 의를 저버리지 않고 먼저 간 형제로 인해 슬퍼했다. 나관중의 감성은 아마도 그들의 그런 부분을 부각하며 조조를 악의 축으로 묘사했는지도 모르겠다. 

     

대기업과 협력업체, 프랜차이즈 업체와 가맹점, 고용인과 피고용인 등 오늘날 양축에 있는 경제주체들이 고용계약이나 거래계약을 맺었다면 그들처럼 영속적으로 굳어질 수는 없을지라도 같이 하는 동안 신의만큼은 저버리지 않는 관계로 유지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그들은 물과 물고기가 아니라 물과 기름처럼 맺을 때부터 대립관계로 고착화되어 가는 것만 같다.   

시절이 다르고 사고방식이 다른 지금 세상에서 결코 현실성 없는 과욕이겠지만 개도 먹다 뱉을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 같은 배신, 불신의 세상까지는 치닫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고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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