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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세월 감춰두었던 비경을 거침없이 드러낸 가야산 만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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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가야산에는 '정견모주'라는 여신과 천신天神 '이질하'가 부부가 되어 아들 둘을 낳았는데 첫째는 자라서 대가야국의 첫 임금 '이진아시왕'이 되었고 둘째는 금관 가야국의 시조 '수로왕'이 되었다고 전해져 내려온다.(신동국여지승람)
지리산 너머로 오늘의 해가 솟는다. 지리산에서 보는 일출이 아니라 지리산에 뜨는 해를 가야산에서 본다는 게 감개무량하다.
옛부터 신선이 머문다는 가야산은 그 골이 깊고 수려하여 3재三災가 들지 않는 해동 영산으로 알려져 오고 있단다. 일출처럼 아침이 늘 새로울 수만 있다면 세상 어디서든 신선일텐데...
우리가 출발한 곳이 점점 아래로 멀어진다.
등산로 왼쪽 밑으로 심원사가 보여 당겨보니 심원사엔 스님 한 명 보이지 않는다. 아직 기침 전이신가.
가야산이 있는 합천, 고령 지방은 1~2세기경에 발원한 대가야국의 땅이었던 까닭에 가야산이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고도 하고, 인도 불교 성지 부다가야Buddhagaya 부근 부처의 주요 설법처로 신성시되는 가야산에서 이름을 가져왔다는 설도 있다. 어쨌든 이 지역은 축복받은 땅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가야 6국의 영토가 신라와 고려를 거쳐 지금까지 오는 동안에도 산야의 아름다움은 그대로 이어졌으리라.
멋지고 아름다운 건 그 대상이 사람이건 산이건 시선을 머물게 한다.
이제 만물상 구간으로 접어들게 된다.
네 번째의 가야산행이지만 미답지인 만물상을 간다는 건 속을 울렁이게 하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산은 늘 거기 있는데 그 산은 초인종을 울리며 내게 들어온다.
순간 산의 유전자와 나의 그것이 일치한다. 그리고 동화된다.
가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탐방 금지구역으로 묶여있던 절경의 만물상 구간이 37년 8개월 만 2010년 6월 12일에 개방되었다.
만물상이 시야에 들어오고 왼쪽으로 상아덤부터 요철凹凸 심하게 굴곡으로 이어진 바위들이 하얀 구름 아래로 두꺼운 근육을 뽐내고 있다.
암릉과 철계단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만물상 탐방로는 초입부터 경사도가 심할 뿐만 아니라 오르막과 내리막을 일곱 번이나 반복해야 하는 험준한 구간이다.
나아가는 길이 가파른 바위 비탈이라 쉴라치면 그때마다 뒤돌아 곳곳을 둘러보게 된다.
설악산과 북한산을 버무려놓은 모습이랄까. 험준한 구간에 들어서면서 안전을 위한 데크와 긴 계단이 눈에 띄는데 가야산에서는 그러한 인위적 시설물마저도 주변 풍광과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앞만 보고 오르다가 언제 저 멋진 곳을 모르고 지나쳤나 싶은 곳이 만물상이다. 만 개의 형상을 두루 살피려면 발만큼이나 눈도 바빠진다.
첩첩 산그리메의 조망은 덕유산 못지않다.
숱한 바위와 바위를 감싼 녹지대는 갈색으로 채색되면서도 바위와의 밀착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길게 이어지는 계단처럼 안전을 위한 인공시설물이 꽤 많은데도 순수한 자연의 품격을 떨어뜨리지 않는다.
37년간 감춰졌던 비경. 설악산의 공룡능선을 걸으며 용아장성을 보는듯하다. 수고롭지 않고서야 어찌 37년 만의 비경을 접할 수 있겠는가.
긴 계단을 올라 지나온 불꽃 바위 지대 만물상을 돌아보는 건 행복이자 아쉬움이다.
막 먹어 치운 아이스크림처럼 여운을 남게 한다. 행복의 여운을 담고 상아덤으로 향한다. 가야산은 그곳의 경관이 눈에 띌 때마다 걸음을 빨리하게 만든다.
정상이 시야에 잡혔다.
뒤로 높게 솟은 산이 지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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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덤 - 기암괴석의 봉우리로 가야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만물상과 이어진 상아덤은 서장대 또는 서성대라고도 부르지만 상아덤이 본래의 명칭이라고 적혀있다.
다른 곳에서 가야산을 볼 때도 멋지기는 마찬가지다. 금오산, 팔공산 혹은 비슬산 어딘가에서 가야산은 한 송이 연꽃처럼 보이기도 하다가 겹겹 솟은 봉우리 아래로 하얀 구름이 깔리면 둥둥 섬이 떠 있는 바다가 된다.
거기서 가야산을 보노라면 거대한 선박의 항해사가 된 기분이다.
오대산, 소백산과 더불어 왜적의 전화를 입지 않아 화재, 수재, 풍재의 삼재가 들지 않는다는 가야산답다. 칠불봉에서 사방 둘러보니 역시 성산이라는 칭호가 무색하지 않다.
주봉인 상왕봉이 소의 머리를 닮았다 해서 우두봉牛頭峯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200m 떨어진 칠불봉에서 보니 그런 것도 같다.
칠불봉에서 내려와 상왕봉으로 걷는데 성주에서 합천으로 건너가는 접점 지역에 여기부터 해인사 경내지이며 사적지, 명승지인 문화재 구역이라는 팻말이 세워져 있다. 대한불교 조계종 12 교구 본사인 해인사의 소유지가 얼마나 큰가를 짐작하게 해 준다.
칠불봉이 고도 상 가야산 최고봉이란 걸 확인하기는 했지만, 상왕봉이 여전히 주봉으로 대접받고 있으며 합천이 가야산의 주인 명패를 달고 있다. 정밀한 과학 계측도 이어져 온 관행과 역사를 뒤바꿀 수는 없었다.
해인海印은 불교 경전인 화엄경에서 진실한 세계를 의미한다. 해인사 경내에 들어서면 이 큰 사찰의 수많은 이력 중에서도 국보 제32호인 팔만대장경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몽골족의 침입으로 나라가 혼란에 빠지자 고려 조정은 평화를 소원하면서 백성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부처님의 말씀을 목판에 새기도록 하였다.
한 글자 쓸 때마다 한 번씩 절을 하였으며 삼십여 명의 장인이 경판 8만 1258장에 무려 5238만 2960자를 거꾸로 새겨 넣었는데, 글자의 형태가 정교하고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마치 한 사람이 쓴 듯 일정하며, 단 한 글자의 오탈자도 없다니 고려 인쇄술이 얼마나 높은 수준이었는가를 인식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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