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머니의 품이다

등산과 여행은 과거와 미래에서 지금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다

등산과 여행의 모든 것

국립공원/국립공원 100경

국립공원 100경 중 37경_ 설악산 국립공원 공룡능선 암봉

장한림 2022. 6. 6.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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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의 산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등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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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습한 공룡능선을 나 홀로 점령하고 유유자적 유람하다

 

장맛비 동반한 습한 안개에
초록 산중마다 축축이 젖는데
찌는 폭염때문이었을까
눅눅하게 갈앉은 속 마땅찮아
아침 일찍이 찾은 설악산 한계령
저어기 설악루 올라서서 내리 발 디뎌
공룡 등줄기 마구 밟노라면
운해라도 짙게 깔려 목화 구름 탄 양
낡아 빛바랜 화폭에 밝은 채색 할 수 있으려나

한계령 휴게소를 들머리로 잡았다


동서울터미널에서 8시 30분 버스를 타고 오색령(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했을 땐 10시 50분경 기상예보가 들어맞나 보다. 비가 올 것 같지는 않다. 한계령 휴게소에서 오미자차 한 잔을 마시고 곧바로 계단을 오른다.

 

 

국립공원 100경 중 제1경으로 꼽은 공룡능선인데 그, 암봉을 또 제37경으로 선정했다.
그만큼 공룡능선의 웅장미와 아름다움은 아무리 추켜세워도 모자란 느낌인가 보다.

 

 

 

나의 산행기_ 도서 정보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https://www.bookk.co.kr/book/view/135227종이책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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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두 주 전에 친구들과 왔다가 짙은 운해로 그 암봉을 제대로 보지 못해 혼자 다시 왔을 정도이니 공룡능선의 명함은 과장됨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재회는 빠를수록 좋은 게 맞는 말일 게다. 마음에 두고 끙끙거리느니 하루라도 시간을 당기려고 서둘렀다. 하늘이 베푼 은혜 중 하나가 다시 만남 아니겠는가.

 


가보자, 또 떠나자. 날씨나 거리는 중요하지 않다. 그 봉우리가 거기 있으므로. 거기에 다시 가서 막힌 듯한 가슴을 뚫고 싶단 생각이 머리를 지배한다.

 


산 좋아하는 친구가 그렇게 말했었다. 산 하나를 오르면 금맥 하나를 발견하는 거와 같다고.
역시 자연은 위대하다. 아무도 없는 홀로 산행, 먼길, 험한 암반 길이지만 한결 맘이 가벼워진다. 초록물 들여가며 뒤엉킨 사고 정리하다 보니 어느새 끝청. 금맥 대신 늙은 고사목이 반기는 산길이지만 역시 산은 자유의 터전이다.

 


중청 너머로 대청은 블라인드에 가려져 있다. 중청 대피소도 한적하다. 여기서 허기진 배를 채운다.

 


습한 운무 탓에 산객들마저 뜸해서인지 중청도 시름에 젖은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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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를 걷어올리니 대청은 언제나처럼 무뚝뚝한 모습으로 곧은 자세를 흐트러뜨리지 않고 있다.
한여름 장맛비에 대자연이 젖어드니 큰 사랑이다. 자욱한 안개 뚫고 홀로 대청봉과 조우하니 감당키 벅찬 사랑이다. 가도 가도 길 있어 아무 데건 발 내딛으라 하니 풍요한 행복이다 아무도 없어 한산한 길이나 살갑고 그리운 이 누구라도 있으니 엄청난 행복이다.
나뭇가지 방울방울 맺힌 빗물 햇빛에 녹아지거나 서둘러 떨어져도 땀 식혀주니 감미로운 희열이다. 그런 사랑 그런 행복 그런 희열, 마냥 느낄 수 있으니 이 산 곳곳마다 신선의 텃밭이다.

 


대청에서 단전 깊숙이 맑은 숨 들이마시니 설악의 뾰죽능선들이 마치 내 집 앞마당처럼 느껴진다. 외설악으로 향하며 왜 가슴이 탁했던가를 깨닫게 된다. 바라는 맘이 깊이 고이면 서운해지는 법이라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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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의 산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산들을 찾다 보면 그곳이 국립공원이고,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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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서리진 저 바윗길 모퉁이에 속 비집고 들어온 집착 덩어리 훌훌 떨쳐내자. 다 내려놓았다 싶었던 욕구의 꼬랑지가 손이 닿지 않아 더 가려운 등짝처럼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잖은가.

 

희운각 대피소


빗물 떨어지기 시작하는 희운각에서 하룻밤 유숙하며 필요와 욕심의 경계를 철저히 구분 짓기로 한다.
얼음물 같은 계곡에서 땀 씻고 옷 갈아입으니 만사가 편안하다. 이른 새벽, 번개와 천둥이 요란스럽다. 빗줄기는 더욱 굵어져 처마 밖으로 나서기를 망설이게 한다.

 


처음부터 무모한 여정이지 않았던가. 무얼 더 망설이랴. 가자, 공룡의 등으로.
눈을 붙이는 둥 마는 둥 거의 잠을 설치고 동트기 전에 일어났다. 산을 휘덮는 안개가 제 무게를 못 이기고 등성이에 걸친 운해로 머물기를 바라며 걸음을 재촉한다. 무얼 내던져도 찰나에 사라질 듯한 무너미고개에 살아 꿈틀거리던 욕구를 힘껏 패대기친다.

 


한치의 망설임 없이 공룡능선에 들어서고 말았다.



하늘이시여! 당신은 정녕 제 편이고 저는 당신의 후손임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하소서.




안전을 기원하지만 습한 암벽이 나를 더욱 작아지게 만든다. 결국 하늘도 기도를 들어주고, 공룡도 손을 들고 만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무모하게 대들면 힘깨나 쓰는 쌈꾼도 피하고 마는 법.
오르락내리락 반복하기를 거듭하니 빗줄기가 약해지기 시작한다.

 


공룡의 등줄기가 제 모습을 드러내는가 싶더니 길을 열어준다.




날 갤 때까지 안개 자욱하여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시절 있지 않았던가. 봄 올 때까지 겨울에 깔렸던 낙엽처럼 죽음 같은 고요를 내 삶인 양 인내했던 시절이 있지 않았던가.

 


억수장마처럼 쏟아낸 오열로 가슴 깨끗하게 비워내고 밤하늘 우러른 적 있지 않았던가. 발버둥 치며 애태워야 할 것이 사사로운 욕구일 수는 없지 아니한가.

 


우러러 부끄럼 없는 신념이 부족했음을 왜 여태 깨닫지 못했던가.
날카롭지만 호방하게 펼쳐진 첩첩 겹겹의 봉우리들이 삐죽 모나기까지 했던 지난 한 주의 삶을 부끄럽게 만든다. 용의 어금니와 흡사하여 용아장성이라 명명한 바위능선의 모습이 세상의 모진 세태들을 떠올리게 한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고 행이 있으면 불행도 있는 법. 어느 순간 평화에 금이 가고 위급이 행복으로 바뀔 수 있다는 면에서 산을 삶과 비견하곤 한다.

 


변화가 있고 반복이 있으니 생의 소중한 가치를 망각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꽤나 미끄러운 바윗길이지만 간간이 싱그러운 햇빛과 하늘을 찌를 듯한 암봉들의 자태가 펄펄 기운 넘치는 충만한 생명력을 느끼게 한다.
안개와 비에 젖어 외설악 공룡의 등에 올라탔다. 혼자만의 여유로움, 나만의 특권이다. 그 특권을 한껏 누리는 중이다.

 

중청


중청 위로도 안개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 꾸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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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날처럼, 혹은 송곳처럼 파란 천을 뚫는 설악의 암봉들을 보노라면 설악은 역시 남성적인 면이 강하다.




쭉쭉 뻗어 하늘 향해 악수를 청하는 기개에 감탄치 않을 수 없다.

 


하늘을 떠바치는 기암절벽들은 주군을 위해 목숨을 받치는 장수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닫혔다가는 열리고, 열렸다가는 다시 닫히는 모습에서 혹해서 변덕 심한 가벼운 이의 모습이 아니라 자유자재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는 명장의 전투력을 연상하게 한다.

 


그렇게 공룡과 친근감을 유지하며 그 등줄기에서 유람을 즐기는 중이다.

 


다시 생각해도 오길 잘했다. 설악은 오늘, 제 모습 일부를 가린 듯하면서도 보여줄 수 있는 모습들을 죄다 보여주고 있다.




더 보여주려 스스로 안개를 거둬내는 것처럼 보인다.

 


가파르지만 넓디 너른 능선

 


낙차 심한 절벽을 타고 오르는 반투명 안개, 안개 걷히니 뚜렷하게 그 모습을 드러내는 눈부신 암반




이쯤에서 귀가 먹먹해지는 건 대뇌의 모든 사고를 이젠 중지하라는 시그널이다. 그 대신 오르고 오르되 감상의 시야와 감동의 폭을 더욱 넓히라는 의미이다. 그렇게 설악은 저 자신이 존재하는 세상을 무릉도원으로 전환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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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순영의 부크크 커뮤니티

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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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커다란 섬광
강한 원심력으로
내 육신 잡아끌어

순순히 몸을 실은 곳,
무작정 이끌려 내려진 곳,
기암절벽 사이사이
수림 우거지고
때론 모든 게 가려진 곳.

보이는 것이나
혹은 보이지 않는 것이나 모든 게
거역할 수 없는 카리스마,
난 이미
그 산 깊은 품에 안겨있다.

 


감춰졌다가 드러나고, 드러났다가는 숨겨지기를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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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봉과 단애의 근엄한 위용

산은 그 지질 형태에 따라 보통 흙산과 바위산으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이 책은 우리나라 산 중 암봉과 기암으로 유명한 바위산들을 추렸습니다. 그런 산들은 대개 험산 준령이라든가 악산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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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레 다 드러나지 않고 다 가려지지 않아 충만한 아름다움을 접하게 된다.

 


붉은 도포 화려하게 입었다가 흰 상복 걸치는 게 인간사 아니던가
만났을 때 손 잡아주고 함께 할 때 웃음 지며 끌어안고 쓸어주는 게 정의로움 아니겠는가.

 


공룡의 등에서 말등으로 갈아탔다. 긴장했었나 보다. 마등령에 닿으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다시 안개비가 내린다.

 


몸이 노곤하긴 하지만 금강굴도 들러보기로 한다.

 


한 뿌리 두 줄기의 금강소나무가 수고했노라고 위안해주는 것 같다.

 


금강굴을 보고 긴 철계단을 내려선다.

 


여전히 설악은 안개에 젖어있다.

 


다시 찾은 비선대 불어난 맑은 물에 온몸을 담그고 싶지만... 손 씻는 것조차 저 맑은 계류의 흐름을 방해하는 기분이 든다.

 


살짝 고개 숙인 삼형제봉이 오늘따라 수줍음 띤 모습이다. 산에 계곡이 있고, 그리로 물이 흐른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위안이 된다.

 


수량 불어난 외설악 계곡엔 삼복더위도 녹고 안개도 녹아 흐른다.

 


설악산에서 이처럼 조용하게 호젓한 산행을 해보긴 처음이다.


 


내가 한기를 느끼는 걸까. 좌정한 채 그대로 비를 맞은 청동불상이 추위를 참으려고 인내하는 모습처럼 보인다.

 


긴 산행을 마치니 하나의 해답을 얻는다.
속세에서 머리에 담고 가슴에 지녀 무겁기만 했던 건 결국 현실과 동떨어진 걱정 부스러기요, 스트레스 조각에 불과했었다는 것의 깨우침.
그래서 산과 금맥을 동일시했던 거였나 보다. 


 

 

 

때 / 여름
곳 / 한계령 휴게소 - 한계령 삼거리 - 끝청봉 - 중청봉 - 대청봉 - 중청대피소 - 소청봉 - 희운각 대피소 - 무너미고개 - 공룡능선 - 1275봉 - 나한봉 - 마등령 - 금강굴 전망대 - 비선대 - 신흥사 - 소공원 주차장




https://www.youtube.com/watch?v=1Zlgq8C_h9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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