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만 개의 불상 늘어선 주전골 유람
용소폭포에서 오색약수터까지를 주전골이라 부르는데 용소폭포 입구의 시루떡 바위가 마치 엽전을 쌓아 놓은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또 다른 설화는 옛날 이 계곡에서 도둑들이 승려로 가장해 위조 엽전을 만들었다는 게 그 유래라고도 전해진다.
조각하고 다듬어 빚은 듯한 바위들, 여름엔 너무나 투명하여 햇빛조차 꺾어버리는 계류, 가을이면 현란하기 그지없어 눈을 좁혀야 할 단풍들. 이런 곳이 주전골인데 돈, 도둑, 위조 등의 허접스러운 용어들로 유래를 꾸민 들 이곳의 품위가 격하되겠는가.
계곡에 들어서면 불상 1만 개가 늘어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여 만불동 계곡이라고도 칭하는 주전골이다. 예로부터 불교에서는 잡귀가 미치지 못하는 강한 것을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여겼다.
십이폭포, 용소폭포 등 주전골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다 하여 금강문이라 부르는데, 아마도 여기부터 잡귀의 출몰이 없다고 여겼었나 보다.
용소龍沼란 용이 승천하다 임신한 여인에게 목격되어 승천하지 못하고 떨어져 소를 이루었다는 설에서 유래된다. 흔히 용소라 일컫는 폭포의 물줄기는 석룡산, 도마치령, 신로령과 국망봉 등 해발 1000m 안팎의 험산을 타고 흘러내린 도마천의 근원이다.
이들 용소폭포와 달리 주전골의 용소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아니라 바위들 사이로 흘러 떨어진 물이 암벽으로 둘러싸인 곳에 고인다. 오늘도 여전히 맑고 푸르지만, 수량이 더 많아지면 그야말로 명경지수를 이룬다.
금강산에는 이러한 금강문이 다섯 개가 있다고 한다. 그 아름다움의 척도가 이곳의 다섯 배나 된다. 기실 금강문이 있건 없건 금강산에야 어찌 잡귀가 접근하랴. 붉은 궁서체로 마구 휘갈긴 ‘위대한 수령 동지 만세’ 니 ‘주체사상’이니 하는 바위 부적이 무서워 잡귀인들 얼씬거리기나 하겠는가 말이다.
주전골 입구 오색천 아래 너럭바위의 암반 세 군데 구멍에서 철분 함량이 많은 알칼리성 약수가 솟는데 거기 옹기종기 모여선 몇몇 관광객들이 찔끔찔끔 고이는 물을 뜨는 게 보인다. 이곳 오색약수터에서 남설악 유람이 마무리된다.
저 위 등선대
오를 때도 잠잠하다가
주전골 내려오니
횡으로 몸통 늘린 구름 안개
오수에 푹 빠진듯한데
용소에 비친 갈색 물빛
독주암 이르러 한 줄 햇살과 함께
살갗에 닿는 실바람은
아아, 가을!
아직 멀었다 싶은 가을이구나.
https://www.youtube.com/watch?v=62bsF0zzNqg
'국립공원 > 국립공원 100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국립공원 100경 중 제25경_ 주왕산 국립공원 기암 (14) | 2022.05.24 |
---|---|
국립공원 100경 중 제24경_ 오대산 국립공원 전나무숲길 (17) | 2022.05.24 |
국립공원 100경 중 제22경_ 경주 국립공원 불국사(불국사 전경) (9) | 2022.05.23 |
국립공원 100경 중 제21경_ 다도해 해상국립공원 청산도 서편제 촬영길 (10) | 2022.05.23 |
국립공원 100경 중 제20경_ 가야산 국립공원 홍류동계곡(농산정의 겨울) (4) | 2022.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