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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행_ 비단에 하얗게 수를 놓은 겨울 금수산

장한림 2022. 12. 19.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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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악산 국립공원의 최북단에 위치한 제2 단양팔경, 금수산의 겨울을 걷다



나의 산행기_ 도서 정보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https://www.bookk.co.kr/book/view/135227종이책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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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비단에 수를 놓은 듯 아름답구나.”

충청북도 단양군 적성면과 제천시 수산면에 걸쳐있는 백암산白岩山을 보고 퇴계 이황이 크게 감탄하였다. 조선 중엽 단양군수로 있던 이퇴계가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경치에 감탄하자 백암산은 금수산錦繡山으로 이름을 바꾸게 된다.
제2 단양팔경 중 한 곳으로 삼림이 울창하며 특히 가을 경치가 빼어난 바위산으로 월악산 국립공원의 최북단에 위치하여 치악산으로 이어지고 국망봉, 도솔봉과 함께 소백산 줄기의 기저를 이룬다.
금수산은 보통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나 단양군 적성면 상리를 산행기점으로 잡는데 이번엔 차량 회수의 편의상 상천리에서 망덕봉을 먼저 오르면서 정상을 거쳐 원점 회귀하는 산행코스를 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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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 바윗길, 숲길, 그리고 눈길을 따라 망덕봉으로


상천휴게소 뒤편으로 이어지는 백운동에 들어서면 금수산과 그 남쪽으로 가은산이 고개를 내민다. 백운동 마을 길에 있는 백운산장 식당에서 조금 더 지나면 보문정사라고 쓴 큼직한 바위가 보이는데 문패에 비해 사찰의 규모는 아주 아담한 편이다.
보문정사 주변에는 햇볕이 창창하여 쌓였던 눈이 녹아 축축하건만 그 뒤 산자락은 꽁꽁 얼어붙은 얼음길이다. 겨울 내내 조금도 녹을 것 같지 않다.
곧추세워진 철제 계단과 함께 길이 가파르게 치솟더니 곧바로 조망이 트인다. 그리고 듬성듬성 고드름이 달린 폭포와 얼어붙어 고체가 된 담을 보게 된다. 용담폭포다. 이름 그대로 30m 높이에서 쏟아지는 폭포수가 5m 깊이의 담에 물보라를 일으키는 계절에 왔더라면 승천하는 용을 연상할 듯싶다.


“동쪽으로 가서 여기 비친 폭포를 찾거라.”

옛날 중국 주나라 왕이 세수하다 대야에 비친 폭포를 보고 신하들에게 이 폭포를 찾으라고 지시했다.

“동쪽이라면 대체 어딜 말씀하는 것이 온지요.”
“낸들 알겠느냐. 알면 내가 가지. 여기서 정동 쪽으로 끝까지 가보아라. 어디선가 그 폭포가 나올 것이다,”

명을 받은 신하들이 툴툴거리면서 동쪽을 향해 마냥 길을 줄여나갔다. 숱한 폭포를 접하다가 결국 금수산의 용담폭포를 찾아냈다.


“폐하, 마침내 우리가 찾아냈습니다. 세숫대야에 비친 그 폭포를요.”
“수고들 많았다. 거기다 내 묏자리를 쓸 것이니라.”
“우리가 겨우 시신 묻을 자리를 찾아 헤맨 거였습니까?”
“네 이놈! 겨우라니. 네 왕의 무덤이니라.”
“…….”

결국 주나라 왕이 금수산 명당자리인 폭포 위의 산꼭대기에 자기 묘를 썼다.

“에이, 더러워서 내가 떠나야지.”

이번엔 이 폭포에 살던 용이 분노했다. 산을 부정하게 만들었다며 폭포를 떠나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격이다.


중국에서 지어냈을 몹쓸 전설 때문에 귀한 용 한 마리가 금수산을 떠났다니 안타까운 마음에 자꾸만 폭포를 살펴보게 된다. 주변에 동백나무와 노송이 많고 큰 바위들이 즐비한 용담폭포 위로 선녀탕을 비롯하여 상탕, 중탕, 하탕이 물줄기를 흘리다가 얼어붙어 있다. 용이 울부짖으며 승천하다가 남긴 발자국 세 개다.
200여m 계곡을 타고 오르면 노송과 동백나무숲에 둘러싸인 폭포를 전면에서 볼 수 있다.
1661년 청풍 부사 이단상은 ‘청풍 금수산 기우문’을 남겨 청풍 관아 주도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이후 1689년 청풍 부사 오도일은 이처럼 기록했다.

‘옛날 백운암 노승이 주문을 외워 용한테 바위를 뚫어 못을 만든 연유로 홍수나 가뭄에 기도하는 것으로 삼았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수산면 사람들은 이곳에 와서 기우제를 지냈다. 30m 높이의 폭포수를 맞으면 신경통과 통증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봄부터 가을까지 탐방객이 이어지는 용담폭포다.
방문이 뜸한 선녀들 대신 백운동 주민들과 외지 탐방객들이 피서를 즐겼을 이곳이 지금은 월악산 국립공원의 손꼽히는 경관으로 보존, 관리되고 있다.
용담폭포를 지나자 낙엽 수북하게 깔린 골짜기로 들어서며 가파른 암릉을 오르게 된다. 용담폭포에서 망덕봉으로 향하는 등산로는 대부분 험한 암릉이지만 그 주변 풍광은 경탄을 자아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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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어귀의 높이 3m쯤 되는 금수암에는 그 위에 붉은빛으로 산과 물, 구름 등의 모양이 그려져 있어 화암畫巖이라고도 불린다는데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바람이 막아서고 날카로운 송곳 바위가 방문을 용납하지 않는다.
아래로 충주호가 모습을 드러내고 등산로 좌측으로 희끗하게 겨울 흔적을 껴안은 기암괴석들이 거대한 병풍처럼 하늘을 찌르며 솟아있다. 한파와 씨름하는 노송들은 강건한 모습으로 운치를 더해준다.
국립공원 일대의 여러 산군은 더 오를수록 가까이 선명하고 병풍바위들은 보는 각도가 달라지면서 형태가 바뀐다. 족두리 바위도 모양새를 변화시켰으며 날개를 접고 꼿꼿하게 선 독수리바위는 금세 날개 펼쳐 날아갈 듯도 한데 방향만 바꾸어 여전히 먹잇감을 노리고 있다.



위로 오를수록 겨울은 더욱 단단하게 땅과 고착되어 있다. 딱딱하게 굳어버린 눈밭을 걷게 되고 기온도 더 많이 떨어졌다. 바위 사이로 꽁꽁 언 얼음덩어리는 햇빛이 들지 않아 봄이 와도 쉬이 녹을 것 같지 않다. 저만치 금수산 정상 일대도 목화밭처럼 혹은 양 떼들 목장처럼 하얗게 덮여있다. 망덕봉을 500여 m 앞에 두고는 가파른 경사 숲길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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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굳게 다져진 눈밭을 걸어 망덕봉(해발 926m)에 닿아 세 갈래 충주호의 물길을 다시 내려다보고는 바로 고개를 돌린다. 바람이 세차서 오래 머물 수가 없다. 멀리까지 겹겹 중첩된 마루금에 잠시 눈길을 주었다가 망덕봉을 내려선다.

국립공원의 산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산들을 찾다 보면 그곳이 국립공원이고,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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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복판에서 산정의 모진 바람을 뚫고 내처 걷는다


금수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조망이 가려진 숲길이지만 대체로 편안하다. 한적하게 숲길 걸으며 나무 틈으로 보이는 첩첩 산들은 금수산이 얼마나 깊은지 새삼 인식하게 한다. 이 산에는 예전부터 자연산 약초가 많았고 극약 성분의 비상 풀도 있다고 한다.


한량지라는 곳에는 하루 중 햇빛 드는 시간이 짧아 한여름에도 얼어있다는 얼음골이 있는데, 얼음은 초복에 제일 많이 생기고 중복에는 바위틈에만 보이고, 말복엔 바위를 들어내고 캐내야 한다니 딱 한철 겨울만 존재하는 장소인가 보다.


심한 한기를 느끼며 걸음을 옮기던 능선은 점차 고도를 높이는가 싶더니 거친 암릉 구간이 벽처럼 앞을 가로막으면서 철 계단을 오르게 한다. 쇠 난간으로 둘러친 금수산 정상(해발 1,016m)은 비좁은 암봉이다. 여기 서서 다시 충주호를 내려다보고, 흐릿하지만 멀리 실체를 드러낸 월악산과 백두대간 황정산을 바라본다. 북쪽으로 금수산의 지봉인 신선봉과 능강계곡도 시야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단대천丹垈川이 발원하여 남한강으로 흘러들어 여기 올라서면 한강을 볼 수 있다고 했는데 거기까지 내다보기엔 무리가 있다. 소백산 쪽으로도 정상 일대에 연무가 끼어 반쪽 조망에 그치고 말았다.


이 지점을 포함한 금수산은 풍수지리에서 거북이 모양이어서 거북 혈이라고 하며, 정상부는 길게 누운 임산부의 형상을 하고 있어 아들을 낳으려면 이곳에서 기도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니 어느 정도의 과장을 참작하더라도 좋은 기운이 뻗치는 산임에는 틀림이 없나 보다.
지금 서 있는 자리가 산모의 신체 중 어느 부분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얼른 내려선다. 자칫 태아에게 악영향을 줄까 조심스럽다.

장순영의 부크크 커뮤니티

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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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바위 전망대이지만 바람이 심한 데다 눈보라까지 일고 있어 조망을 즐길 분위기가 아니라 태아 핑계를 대고 하산하기로 한 것이다. 여기서 백운동으로 하산하는 길은 조망이 전혀 없는 가파른 육산이다. 상학마을에서 올라오는 갈림길, 살바위 고개에서 상천리 백운동으로 내려가는 길은 눈까지 쌓여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그렇게 1.5km 정도를 내려와서야 완만한 등산로로 이어지면서 눈도 털어냈다. 진작 눈을 녹여버린 하산로는 언제 겨울이었는가 싶게 봄기운이 완연하다. 백운동으로 내려서기 전 용담폭포 상부의 햇살 고운 선녀탕에서 휴식을 취하며 계절의 새로움을 느낀다.

이른 새벽 허공 떠돌던 물 알갱이
바위 비탈 잔가지에 들러붙어 꽁꽁 어는가 싶었다.
아침나절 골에 수북이 고인 안개마저
얼음 가지에 얹히더니 볼품없는 바위벽은
눈꽃 밭으로 변한다.
회색 구름 사이 잠시 얼굴 내민 햇살까지 내려앉으니
눈꽃 바위는
북풍한설 지나는 골목길이 된다.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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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돌아 다시 겨울로 돌아온 약 10㎞ 정도의 산행 중에 가을에 꼭 다시 찾겠노라는 마음이 굳어지는 금수산이다. 자연생태계와 식생의 보전이 잘된 이 산의 가을은 퇴계 선생의 말처럼 수놓은 비단이 곱고도 화려할 것 같아서이다.
오늘 가보지는 못하지만, 금수산에서 발원하여 서북쪽으로 6㎞에 걸쳐 이어지는 능강계곡은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맑은 물이 굽이쳐 흐르고, 깎아 세운 절벽을 타고 쏟아지는 폭포수에 바닥까지 비치는 맑은 담이 절경을 이룬다고 하니 다시 오기에 더더욱 마땅한 곳이란 생각이다.  

“멀리 주나라에서도 다녀간 멋진 곳인데 겨우 두 시간 남짓한 곳을 안 와볼 수 있겠나.”


때 / 겨울
곳 / 상천휴게소 - 백운동 - 용담폭포 - 망덕봉 - 얼음골재 - 늘등 - 살바위고개 - 금수산 정상 - 정낭골 - 선녀탕 - 동문서 - 백운동 – 상천휴게소


https://www.youtube.com/watch?v=dcn8B_dr4j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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