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머니의 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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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산행_ 태맥산맥의 지붕 가리왕산

장한림 2022. 12. 7.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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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리왕산, 영서의 험산 준령들로부터 조공을 받다

 

        

            

옛적 맥국貊國의 갈왕葛王이 난을 피해 몸을 숨겼다 하여 갈왕산이라고 불리다가 다시 가리왕산加里王山으로 명명했다는 이 산, 강원도 정선군 정선읍 회동리와 북평면 숙암리 마을을 산 아래로 두고 평창과도 접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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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맥의 중심부인 정선은 군 전체가 높고 가파른 산으로 겹겹이 둘러싸였다. 인근 최고봉인 함백산(해발 1573m)을 비롯하여 가리왕산, 백운산, 노추산, 석병산, 박지산, 중봉산과 청옥산 등 해발고도 1000m 이상의 높은 산들이 연이어 솟아 있어 평야는 거의 없는 지역이다. 강원도에서 가장 외진 지역 중 한 곳으로 무연탄, , 금 등이 많아 지하자원의 보고를 이룬다.

1976년부터 매년 9월에 개최되는 정선아리랑제는 강원도의 커다란 문화행사 중 하나로 정선아리랑경창 대회를 비롯하여 각종 민속행사가 열려 군민화합과 지역발전에 이바지한다

 

 

 

나의 산행기_ 도서 정보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https://www.bookk.co.kr/book/view/135227종이책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

hanlimwon.tistory.com

 

역시 태백산맥의 으뜸가는 지붕답도다  

 

3월 초, 봄 냄새라도 풍기겠거니 가리왕산을 찾았는데 숙암리는 겨울 한복판에 있다. 숙암분교에서 오르는 이 길은 비교적 완만한 육산 코스라지만 러셀 산행에 가까울 정도로 눈이 덮여 흙길이건, 돌길이건 큰 의미가 없다. 중봉을 거쳐 정상으로 가고자 택한 등산로이다

 

 

 

청정마을 숙암리에서 얼마 지나지 않아 청청한 낙엽송들이 마치 큰 키 자랑하듯 하늘 향해 쭉쭉 솟구쳐있다. 중봉에서 숙암리로 뻗어 내린 지능선은 전혀 작위적이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생태, 지난가을 떨어져 쌓인 눈 그대로의 설엽, 쌓인 채 얼어 은꽃으로 환생한 빙화의 모습이 방문한 산객의 마음을 순수하게 정화해준다.

어디서 시작해 어디까지 이어지는지 지도를 보지 않고는 도통 가늠키 어려운 임도가 백두대간 가리왕산의 허리 부분을 폭넓게 가르고 있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마다 크고 길고 높아 듬직하기로는 그만이다.

 

 

 

거의 봄이 올 무렵, 이처럼 상고대와 눈꽃의 환영을 받으며 그 샛길을 걷는다는 게 꿈길 걷는 것처럼 아스라하다. 가파른 눈길 숨 고르며 간신히 오른 산정, 하늘인 줄 알았는데 설원이다. 거기 즐비하게 늘어선 눈꽃 터널이 경이로움을 넘어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앞서간 이 없어 흐트러짐 없는 수북한 눈길이다. 먼저 지나친 이 없어 길마다 아련한 능선들이다. 이르러서 보니 봉우리 같지 않게 펑퍼짐한 중봉에는 세 개의 작은 돌탑이 쌓여 있다산 아래 숙암리에는 느릿하게나마 봄 기지개 켜는 듯한데 발자국 깊이 누르며 산자락 오르니 아직도 주목 군락지 중봉은 한겨울의 중심에 있다.

 

 

 

중봉을 채우다시피 한 주목들과 자작나무 숲은 온통 상고대로 덮였고 얼음꽃이 만개하였는데 이 정도의 눈바람쯤은 숱하게 겪고 그때마다 슬기롭게 삭여왔다는 듯 움츠림 없이 곧게 가지를 뻗고 있다투명한 빙화, 만개한 자작나무 숲, 잿빛 구름 간신히 벗어난 햇살은 여전히 주춤거려 숲길은 냉랭하게 시린 기운만 가득하다

이때라 지나치는 산바람에 후드득, 은색 상고대 한 자루 처참하게 부서진다. 진달래랑 철쭉 피려면 아직 요원하다며 햇살은 굳은 낯빛을 짓다가 그예 구름 뒤로 숨어버리니 가리왕산 가는 길, 봄은 아직도 멀기만 하다.

 

 

 

 

장순영의 부크크 커뮤니티

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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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할 정도로 긴 능선, 거듭 가파른 오르막을 오르고 또 올라 닿은 상봉 망운대(해발 1561m)는 그 첫인상이 그저 밋밋한 언덕배기 혹은 한가로이 편안한 정원 같았는데 다시 보니 그게 아니다다른 산들과 달리 무척 평탄하고 너른 최고봉 망운대를 여유롭게 둘러보는데 순간 신성한 성전에 들어온 기분도 들었다가 강대국 제왕의 대궐터였을 법한 느낌도 받게 된다.

영서嶺西에 굽이굽이 내로라 뽐낼만한 고산준령들이 야트막하게 늘어서 있다. 첩첩이 얹힌 산봉우리들이 판화처럼 펼쳐져 있다. 멀리 내다보면 더더욱 가슴을 여미게 하는 곳, 거기가 산이다

 

 

 

설악산에서 내륙 곳곳에 솟은 봉우리들을 볼 때 그렇고 덕유산에서 지리산과 적상산을 바라보며 애잔해지기도 한다. 봉우리들이 한눈에 들어오지만, 원근이 불명확한 거리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립도록 가까웠던 이의 사는 곳이 어딘지 모르는 것처럼

산그리메, 산봉우리들이 겹겹 중첩된 능선의 아름다움을 어느 시인은 산그리메라고 표현했었다. 산 아래에서는 산 너머를 내다볼 수 없으므로 산이 뿜어내는 공력을 느끼지 못한다. 저 산그리메의 사이사이, 혹은 그 너머에서 속세의 삶에 익숙해지고 기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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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덕유산에서 광활하게 펼쳐진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혼을 빼앗겼었다. 앞산 그림자는 어둠처럼 짙고, 그 뒤로 감청색에서 남색으로 차차 엷어지다가 종내에는 하늘과 합해진다. 겹겹 포개어진 산릉들은 풍만하고 자극적이지만 결코 지성미 부족하지 않은 미인의 자태를 떠오르게 했었다

여기 가리왕산에서 보는 산그리메가 덕유산 못지않다. 파도처럼 펼쳐지는 마루금들, 능선의 어느 지점에서인가 삼각파三角波처럼 격하게 치솟는 봉우리, 설악산을 포함한 저 산군들의 영롱한 아름다움에 영하의 추위지만 후끈 몸이 달아오르는 중이다.

손가락 내밀며 가늠하고 줄줄 살펴보면 흐릿하나마 설악산부터 오대산, 두타산, 태백산, 소백산, 치악산 등 강원도의 명산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벽파령, 성마령, 마전령으로 이어지는 긴 능선에서는 구성진 가락의 정선아리랑이 울려 퍼진다. 높이로 치면 서열 아홉 번째의 존재이지만 정상에서 둘러볼 땐 그보다 앞 서열의 존재들마저 무릎을 꿇고 있다

마치 가리 왕을 상왕으로 모시는 속국의 사신들이 사방팔방 낮은 자세로 늘어서 조공식을 거행하는 분위기를 연상하게 한다. 과연 태백산맥의 지붕이라 칭할만하다. 망운대 주변 언저리에서 보게 되는 겹겹 험준 단애는 가리 왕이 온몸에 승리의 문신 새긴 무장 출신의 제왕일 거란 상상에 빠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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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그 스스로 경전經典이자 은덕과 축복의 소산이다  

 

기둥 상체와 잔가지 모두 떨어져 나가 몸체 작아진 고사목 한 그루가 눈길을 잡아당긴다. 모진 전투에 수도 없이 참전해 육신은 비록 사나운 몰골로 변했으나 일등 공신이 되어 가리 왕의 총애를 받았던 노송 한그루가 고사목 되어서도 이 거대한 궁궐의 수문장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군신의 대의를 신앙처럼 지켰을 때 그 신하의 죽음은 임금을 애달프게 하고 고독하게 만든다. 오로지 최고봉을 수호하는 게 대대손손 본분인 양 온갖 풍상 시름조차 없이 겪다 죽은 고목이기에 고사되어서도 꼿꼿하기가 장수의 체통을 잃지 않으려는 듯 보인다.

아무리 위풍당당한 백전노장이라도 모질고 지독스러운 세월은 칼과 창으로 대적할 수 없으므로 그저 순응하는 게 병법인 양 바람 부는 쪽으로 가지 틀어가며 제 둥치를 단단한 근육처럼 단련시켰기 때문이리라

 

 

 

바람 비껴가는 계곡 중턱에서 곱게 자라다 죽은 고사목들이 빨리 썩어 살갗이 부서지는 것과 다른 점이다. 역시 세월을 풍미할만한 경험을 지닌 연륜을 세월 흘러 나이만 채운 노쇠함과 동일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동강東江에 흘러드는 오대천과 소양강의 발원지가 이곳에 있다고 했던가. 이 겨울처럼 억겁의 세월을 거듭 희고 투명하게 얼어붙었다가 녹았다가 다시 씻겨 바루어진 암벽들 사이로 우렁찬 구호 내질러가며 휘감아 흘렀을 청계 옥수는 승전국의 포획물처럼 백설에 덮여있어 흉년 들면 제 나라 백성들에게 나눠 줄 가리 왕의 잉여재산처럼 여겨진다

보이는 것마다, 느끼는 것마다 거대한 고봉으로서 가리왕산의 풍모는 당대를 풍미한 진정한 영웅들의 그것에 견주게 한다

 

 

 

가리왕산의 기풍에 압도되어 환각처럼 우열이 가미된 상상에 빠지기는 했지만 내려와 돌아보니 가리왕산이건 다른 산들이건 산들은 높거나 낮거나, 크거나 작거나, 오르거나 혹은 내려서거나 그 말들이 결코 상대되는 표현이 아님을 되새기게 된다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정, 관리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명산들을 찾다 보면 그곳이 국립공원이고, 국립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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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산이 낮은 산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무경우가 절대 있지 않다. 결국, 산이며 자연이며 또 하나의 존재일 뿐이다. 남녀와 노소, 능력의 우열과 직급의 서열이 분명하게 가늠된 세상의 위계질서를 벗어났기에 산은 그 스스로 경전經典이자 은덕과 축복의 소산이 아닐 수 없다

수북한 눈길과 질퍽한 흙탕을 반복하고 여름이었으면 시원한 물줄기를 흘러내렸을 이끼 계곡을 지나 날머리 장구목이에 내려서자 종아리가 뻣뻣하고 무릎이 시큰하다

가리 왕으로부터 산꾼으로 책봉 받고자 무릎 꿇고 있던 시간이 너무 길었나 보다.

 

 

 

가리왕산 아래 장구목이골에는

잔설 녹이는 산들바람 이는 듯하다.

오후 햇살 타고 흐르는 힘찬 기운들이

양지쪽 암벽 감아쥐고

성큼성큼 오르는 듯하다.     

가리왕산 내려와 다시 올려다보니 

거기, 그사이 봄이 도착하여

뻐꾸기, 진달래, 아지랑이……

제 식구들 불러 모은다.     

삶이 아름답단 걸 알려주는 멜로디

생기 넘치는 색감

활기찬 율동

묻어나는 것마다 봄

뿌려지는 것마다 봄     

혹독하기 이를 데 없던 추위

인고의 계절 보낸 헐거운 나목마다

연분홍 탄생의 모습

그 계절 긴 동면은 비록 혹독했을지언정

생생한 잉태의 시간이었다.

  

                  

때 / 겨울 

곳 / 정선 북평면 숙암리 - 숙암분교 - 오장동 임도 - 주목 군락지 - 중봉 - 장구목이 삼거리 - 상봉 - 이끼 계곡 - 장구목이 삼거리 – 장구목이골

 

 

 

https://www.youtube.com/watch?v=Aa-B2Aok6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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