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어머니의 품이다

등산과 여행은 과거와 미래에서 지금으로 복귀하는 움직임이다

등산과 여행의 모든 것

명산·명소 탐방/100대 명산

겨울 산행_ 3도의 화합을 염원하며 폭설 민주지산을 누비다

장한림 2022. 12. 20. 21:53
반응형
728x170
SMALL

 

 

 

눈발과 강추위를 견디며 민주지산의 설원을 헤쳐 나가다

 

 

 

 

서울에서 일찌감치 출발해 충북 영동의 상촌면 물한리까지 왔을 때는 폭설로 시간이 지체되어 11시가 가까워져 오고 있다. 도착해서도 주차하기 힘들 정도로 펑펑 함박눈이 쏟아지는 중이다.

여러 산을 함께 다닌 두 달 먼저 태어난 외사촌 연준과 함께 겨울 민주지산을 택했는데 다행인지, 불행인지 판단이 어려울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린다.

 

 

 

 

나의 산행기_ 도서 정보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https://www.bookk.co.kr/book/view/135227종이책 산과 산을 잇고 또 나를 잇다 1967년 지리산이 우리나라 제1호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스물 두 곳의 국립공원이 지

hanlimwon.tistory.com

 

심하게 퍼붓는데 괜찮겠어?”

겨울에 눈 내리는 건 당연한 거잖아.”

 

한두 마디의 대화로 판단이 서고 곧바로 실행에 나선다. 충북 영동군과 전북 무주군의 경계에 있으며 다시 경북 김천시에 접하는 민주지산眠周之山은 사방이 급경사의 화강암으로 이루어졌다. 충북에서 소백산 다음으로 높고 옛 삼국시대에는 신라와 백제가 접경을 이루었던 곳이다. 나제통문이 있는 덕유산이 이곳에서 멀지 않으니 이 지역의 고산들을 경계로 신라와 백제가 서로 견제하고 대치했었다는 걸 유추해 볼 수 있다.  

 

 

반응형

 

 

혹한에 떨고 설경에 취하여  

 

오늘 산행의 들머리는 민주지산, 각호산, 석기봉, 삼도봉 등 해발 1100~1200m의 고봉들이 에워싸면서 20km의 깊은 골을 만들었는데 바로 국내 최대 원시림 계곡이라고 일컫는 물한계곡이다. 물이 차다는 한천마을의 상류인 물한계곡은 여름이면 많은 인파가 몰려 피서를 즐기는 곳이다.

 

 

 

지금은 꽁꽁 얼어붙어 단단한 얼음 위로 눈이 덮고 있다. 자그마한 사찰 황룡사를 지나 흔들 다리를 건너간다. 잣나무 숲이 황량하게 보인다. 숲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서면 계곡을 끼고 걷게 된다.

길은 유순하게 완만한데 덮인 눈 아래로 얼음이 언 곳도 있고 발 빠지는 낙엽도 있어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길게 늘어선 산죽들도 하얗게 덮여 잔뜩 움츠렸다. 좁은 오솔 숲길은 쌓인 눈 때문에 더 좁아졌다

 

 

 

각호산으로 갈 수 있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방향을 잡아 곧장 민주지산으로 향한다. 오늘은 임기응변으로 길을 늘릴 수 있는 기상 여건이 아니다.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눈발이 날리는데 다행히 대피소가 보인다. 민주지산 정상을 400m 남겨둔 지점이다. 눈발만 심한 게 아니라 보통 강추위가 아니다. 산이 험하고 길었으면 진행이 어려울 정도다.

 

조금 쉬면서 더 가야 할지 판단하자.”

 

 

 

 

대피소에서 따뜻한 커피를 한 잔씩 마시며 아예 설경에 취해본다.

 

날씨는 고약하지만 기막힌 설경이군.”

그렇지? 제대로 된 겨울을 여기서 보게 되네.”

 

민주지산을 겨울 산이라고 하는 건 오늘처럼 많은 눈이 내리고 설경이 아름답기 때문일 것이다. 눈이 많고 기온이 떨어지면 그만큼 눈꽃이 아름답고 상고대는 더욱 눈부시기 때문이다

 

 

 

그런 민주지산, 이곳에서 특전사 동사 사고가 있었다. 199841일이면 한파의 기승도 한풀 꺾일 즈음일 텐데, 어쨌든 그날 5 공수 특전여단 흑룡부대는 천리행군 도중 민주지산을 지나가는 중이었다. 이상저온에 체력 고갈로 인한 저체온증이 오면서 대위 한 명, 중사 한 명, 하사 네 명이 사망하였다. 특전사는 보통 한 달여 전술훈련을 하는데 천리행군은 훈련 막바지에 1주일 정도 진행을 한다. 하루 12시간 50km 정도의 행군으로도 2~3kg의 체중이 빠진다니  얼마나 고된 과정인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여기가 바로 그 자리야.”

묵념이라도 해야겠지?”

 

 

 

장순영의 부크크 커뮤니티

장순영은 이러한 책들을 집필, 발행하였습니다. <장편 소설> 흔적을 찾아서(도서출판 야베스,2004년) 대통령의 여자 1, 2권(중명출판사, 2007년) 아수라의 칼 1, 2, 3권(도서출판 발칙한 상상, 2008년)

www.bookk.co.kr

 

 

국방부에서는 그 이듬해 이 사고를 바탕으로 ! 민주지산이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제작하였고, 사고가 있던 그 자리에 대피소를 만들었는데 바로 거기서 지금 눈을 피하는 중이다오싹한 추위를 느끼며 10여 분을 보내자 조금씩 눈발이 잦아들기 시작한다. 상고대 위로 눈이 엉겨 붙었고 나무에 들러붙었던 적설은 부는 바람에 아무렇게나 흩날린다.

 

 

 

조망이라고는 전혀 없는 민주지산(해발 1241m)에 도착하였다. 정상에 오르면 각호산, 석기봉, 삼도봉을 비롯해 주변의 연봉들을 두루 굽어볼 수 있다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 단지 도마령과 각호산 쪽으로 조금씩 시야가 트이기 시작할 뿐이다.

 

 

 

이 겨울이 지나면 석기봉과 삼도봉으로 이어지는 주 능선은 진달래꽃길이 된다. 다른 산의 진달래가 무리 지어 군락을 이루는 데 반해 이곳은 능선을 따라 도열해 피기 때문에 진달래 무리의 환영을 받으며 행진하는 기분이 들게 한다

가야 할 삼도봉 쪽으로는 아직도 눈이 내리는지 여전히 흐릿하다. 진달래의 환영 대신 썰렁한 눈꽃 밭을 지나면서, 대신 막 햇살 받아 투명하게 빛나는 상고대를 즐기면서 석기봉으로 향한다.

 

 

 

속새골 갈림길에 다다르면서 눈은 그쳤지만 부족함 없는 심살 산행이다. 석기봉 뾰족 지붕이 열리는가 싶더니 길이 거칠어진다

석기봉을 50m 남겨둔 지점의 경사진 암벽에 삼신 상이 새겨져 있다. 민간신앙의 터전이 되어 전해 내려오는 삼신三神을 여러 산에서 보았으니 산에서만큼은 생명줄을 지켜줄 거라는 믿음이 생긴다.

 

 

300x250

 

꼿꼿하게 일으켜 세운 된비알에 설치된 밧줄을 붙들고 올라섰다. 이름처럼 바위 몇 개가 모인 석기봉(해발 1200m)에서 바라보자 1.5km 거리의 삼도봉 가는 능선은 눈에 덮였어도 편안해 보인다. 일직선처럼 이어져 꽤 가까워 보인다. 기상이 좋았으면 조망은 탁월할 장소인데 오늘은 열리거나 막힘이 큰 의미가 없다.

 

 

 

석기봉도 충북 영동군에 속한다. 정상석에 그렇게 적혀있다. 산 아래 내북마을 쪽으로 시야가 트이는 걸 보며 급하게 고도를 낮춰 내려선다. 물한계곡의 은주암골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왼쪽으로 두고 앞으로 나아가서 완만한 눈길을 천천히 걸어 헬기장을 지나 나무계단을 오른다

 

산꼭대기에 이런 걸?”

썩 보기 좋은 장식품은 아니군.”

 

 

 

넓은 데크에 충북, 전북, 경북의 3도를 상징하는 조형물을 거창하게 세워놓았다. 큰 거북 등위에 세 마리의 용이 검은 여의주를 이고 서로 방향을 달리 한 석상이다. 멋지게 보이기도 하겠지만 3도를 아우르는 분수령에 굳이 이처럼 요란한 조형물을 세웠다는 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어쨌거나 이곳은 북으로 대덕산, 남으로는 덕유산으로 연결되는 백두대간의 한 구간이다. 삼국시대에는 신라와 백제가 자웅을 겨루던 격전지이자 국경이며, 1414년 조선 태종 때 전국을 8도로 나누면서 충청, 전라, 경상도로 갈라지는 분기점이 되는 곳이다

 

 

SMALL

 

 

불현듯 197910,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고 그 이듬해 서울의 봄이 오면서 시작된 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의 이른바 3김 시대가 떠오르는 건 너무 뜬금없다. 1987년 직선제 개헌으로 재야에 은거했던 그들은 다시 정치 일선에 복귀한다.

 

거듭된 군사정권이 무너졌지만 다시 지역감정을 부추기기 시작하는 시절이었지.” 

정치에 환멸을 느끼기 시작하는 시대이기도 했어.”

 

 

 

독재의 사슬에서 벗어났어도 민주주의는 오랫동안 제자리를 못 찾고 갈팡질팡했다. 우리 정치사를 점철했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들의 출신지와 일치한다는 걸 알아채면서 회상하기 싫은 과거의 타임머신에 올라타고 말았다. 여기서 삼마 골재로 하산하여 황룡사를 지나 처음 올라온 곳으로 회귀하며 3도의 진솔하고도 영원한 화합을 염원해본다.  

 

 

    

혹한의 흔적 들러붙은 시린 바위벽

그러나 벼르고 별러 찾아온 민주지산

거친 눈길 풀잎처럼 가붓이 걸으며 

생의 한가운데인 양 옷깃 세웠을 때나

뼈가 삭고 피가 빠져 걸음 내딛지 못할 때라도

풍경마저 얼었는지 고요한 황룡사 

원시림 속 물한계곡

다시 봄 맞아 영혼의 맑은 소리

노상 들을 수 있으면 좋겠네.    

   

             

 

때 / 겨울

곳 / 물한리 계곡 - 황룡사 - 잣나무 숲 갈림길 - 속새골 갈림길 - 민주지산 정상 - 석기봉 - 은주암골 갈림길 - 삼도봉 - 삼마 골재 - 옥소폭포 - 황룡사 - 원점회귀

 

 

 

https://www.youtube.com/watch?v=mgSCG4iinyw 

 

경상도의 산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등산

www.bookk.co.kr

 

충청도의 산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등산

www.bookk.co.kr

 

강원도의 산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등산

www.bookk.co.kr

 

전라도의 산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등산

www.bookk.co.kr

 

경기도의 산

얼마 전 갤럽은 우리나라 국민의 취미 생활 중 으뜸이 등산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주말, 도봉산역이나 수락산역에 내리면 그 결과에 공감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처럼 많은 등산

www.bookk.co.kr

 

반응형
그리드형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