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향기 그윽한 미술관, 한국 전통예술의 진수를 볼 수 있는 곳, 고풍스럽고 풍요하며 단아한 정원, 용인 호암미술관의 가을
1982년 4월 22일, 경기도 용인에 개관한 호암미술관은 삼성그룹 창업자인 호암湖巖 이병철 선생이 수십여 년에 걸쳐 수집한 한국 미술품 1,200백여 점을 바탕으로 개관하였다.
이병철 선생이 기증한 수집품을 기반으로 선사시대 유물부터 근대 미술품에 이르기까지 전통 한국미술의 다양한 영역을 광범위하게 포괄하여 계속 확충되고 있다. 소장품의 범위는 토기·도자기·금속·서화·목기·석물 등으로 총 16,000여 점에 달하며, 그중에서도 예술적 가치가 높은 도자기와 민화를 비롯해 희귀한 고려시대의 불화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삼성문화재단 소속으로 호암미술관은 한국 전통미술을 통해 미래에 대한 창조적 가치를 발견하고 역사와 미술사에 대한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마련하고자 설립·개관했다. 1층 전시실에서는 근대 유화 및 산수화를, 2층 전시실에서는 고서화 및 도자기류를 전시하며, 1만여 평의 정원에는 동서양 조각품 200여 점이 자리를 잡아 나름의 퀄리티를 평가받고 있다.
야외 전시장은 1997년에 한국 전통정원으로 개장한 희원 및 프랑스 조각의 거장 부르델의 대형 조각 작품들을 전시한 부르델 정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1983년, 1985년과 1987년 3회에 걸쳐 시대별로 주제를 달리한 민화 걸작전, 조선 백자전, 분청사기 명품전 등의 특별전시를 했었고 1986년 한국화 100년전, 1992년 근대 명품전을 개최한 바 있다. 1987년부터는 백자 특별강좌, 도자기 강좌 등의 미술 강좌와 유적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1992년 1월 호암갤러리를 인수하고 1998년에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 한국실을 개관했다.
경주 불국사를 떠올리게 하는 웅장한 외관을 지닌 호암미술관은 바로 인근의 에버랜드 당일 자유이용권이 있으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호암미술관은 자연미에 있어서도 여느 공원 못지 않은 풍광을 지녔다.
새벽 물안개가 자욱하게 드리우는 미술관 앞 호숫가는 오래전부터 사진작가들이 선호하는 촬영지이다.
주차장으로 들어서면 아름다운 자태의 공작새가 마치 제집에 방문한 손님을 맞이하듯 주인행세를 한다. 여유롭게 걸음을 옮기는 공작새를 따라가다 보면 한국 전통정원으로 꾸며진 희원에 들어서게 되는데 여기서 미술관 관람이 시작된다. 미술관은 가장 안쪽에 있지만 희원 곳곳에 돌담, 조형물 등 놓칠 수 없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산책하듯 정원을 지나 접하게 되는 호암미술관은 건축물의 터보다 한 층 높게 아치형 기단 구조로 지어진 2층 건물이다.
관람 코스에 붙여진 명칭도 이곳의 경관에 얼마나 신경썼는가를 의식하게 한다. 바깥마당과 정원을 연결하는 보화문保華門은 덕수궁의 유현문을 본떠서 만들었다. 인간의 예술품을 보존한다는 의미라 하겠다.
보화문을 지나면 매화나무 숲인 매림이 나온다. 담장 밖으로 호수가, 벚나무 가로수와 뜰 안으로 매화가 가득하다. 봄이 되면 꽃향기가 여기서 부터 진동하게 된다. 2만여 평의 드넓은 정원은 전통 기와 담장이 각각의 공간을 구분하는데 곳곳에 세워진 수많은 벅수도 볼거리 중 하나이다.
희원 곳곳에 전시된 100여 쌍의 벅수는 장승의 또 다른 이름이다. 보통 장승이 나무로 만들어지는 것과 달리 돌로 만든 벅수는 충청도, 전라도 및 경상도 해안 지방에서 찾아볼 수 있다. 대부분 남녀 한 쌍을 마을이나 사찰 입구, 성문 앞 등에 세워 경계를 표시하거나 수호신 역할을 하게 한다.
미술관에 소장된 명작 중 하나인 호작도虎鵲圖는 소나무 아래 호랑이가 웅크리고 있고 그 위에 까치가 앉아 호랑이를 향해 지저귀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마을의 수호신이 까치를 시켜 호랑이에게 신탁을 전달했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호랑이의 익살스러운 표정에서 옛사람들이 호랑이에게 가졌던 호감을 엿볼 수 있다.
수월관음도水月觀音圖는 화엄경에 등장하는 내용으로, 한 동자승이 여행을 하던 중 관음보살을 만나는 장면을 그린 것이다.
이어지는 공간은 ‘소원’이다. 작은 연못과 그 연못에 세워진 고풍스러운 정자, 관음정으로 이어지는데 창덕궁 후원의 ‘애련정’을 본떠 만든 이곳에 서면 옛 선비들의 한시를 읊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담장을 돌아서 나오면 저만치 미술관 중앙마당인 주정과 함께 호암미술관 외관이 모습을 드러낸다. 중앙에 자리한 1,200여 평의 넓은 마당에는 법연지와 정자, 작은 폭포, 돌과 나무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또 다른 정자인 호암정에서는 주정의 풍광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호암미술관은 미술품의 영구보존을 위해 온도와 습도의 자동조절 시설 등 세계적인 수준의 미술품 보존 설비를 갖추고 있다.
호암미술관 1, 2층에 각 두 개씩 있는 전시실은 기획 전시실, 금속공예·민속실, 목가구·목공예실, 고서화실, 불교미술·도자·서예전적실로 구성되어 있다. 1989년, 민간 사립기관으로는 처음으로 금속유물보존을 목적으로 하는 보존과학실을 설립하였다. 단아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풍기는 전시장의 국보급 유물들을 하나씩 눈에 담다보면 여긴 미술관이라기보다 박물관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2층 전시장에서는 500여 평의 잔디마당이 한눈에 잡힌다. 양대陽臺라 불리는 이곳은 전시와 국악 연주 등 다양한 공연과 행사가 펼쳐지기도 한다. 소나무와 대나무, 매화, 난 등 군자의 덕목을 상징하는 꽃과 나무들을 주위에 심어두었다.
미술관 양옆으로는 현묘탑과 다보탑이 미술관을 호위하듯 둘러싸고 있다. 당연히 원탑의 형상을 패러디한 모조탑이다. 현묘탑은 고려 초 고승인 지광국사 해린의 유골이 안장된 사리탑을 재현한 탑으로 원탑은 현재 경복궁에 전시되어 있다. 그 왼편으로는 경주 불국사의 다보탑을 재현했는데, 다보탑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거의 고스란히 옮겨놓았다.
4월부터 11월까지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가족 프로그램 ‘토요 아뜰리에 행복을 부르는 무늬’는 온가족이 모여 앉아 떡살로 떡에 무늬를 찍는 체험활동으로 유치원과 초등학생 자녀를 동반한 가족들이 대상이며 한 회당 다섯 가족이 함께할 수 있다.
문의 및 안내
TEL. 031-320-1801
주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에버랜드로 562번길 38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과 추석 연휴
이용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관람 종료 한 시간 전까지 입장 가능
https://www.youtube.com/watch?v=ywVYZZAzF1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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