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와 표범들이 몸을 숨기며 서식했던 경희궁이 궁궐로서의 면모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인가
서울특별시 종로구 신문로 2가에 위치한 조선시대 후기의 궁궐인 경희궁은 사적 제271호이다. 경희궁 자리는 원래 인조의 생부인 정원군(원종元宗으로 추존)의 잠저였는데, 여기에 왕의 기운이 서렸다고 하여 광해군이 빼앗아 궁궐을 지었다.
경희궁은 경복궁이 중건되기 전까지 조선 후기 정궁인 창덕궁, 창경궁의 양궐 체제하의 이궁으로써의 역할을 했다. 건립된 지 3년만인 1623년과 1624년 인조반정과 이괄의 난으로 인해 창덕궁과 창경궁이 연이어 전소되자 왕의 거처로 바뀌어 창경궁이 중건될 때까지 임시 정궁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광해군 재위 때 새로 지은 3궁(인경궁, 자수궁, 경희궁) 중 한 곳으로 인조 때부터 철종 때까지 이궁으로 기능했던 곳이다. 처음에 경덕궁慶德宮이라 명명했다가 1760년(영조 36) 경희궁으로 이름을 바꿨다.
조선 후기에 많은 왕들이 경희궁을 이궁으로 활용했는데 특히 이곳에서 태어난 숙종은 경희궁에 대대적인 개보수를 실시했고, 이후 영조는 재위 시 거의 절반을 경희궁에서 보냈다고 한다. 또한 정조도 여기서 즉위식을 거행하였다.
다만 19세기에 이르러 경희궁은 그 사용이 현저히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헌종과 철종은 재위 기간의 대부분을 창덕궁에서만 머물렀다. 그러다가 아래에 상술되어 있듯이 고종 즉위 직후 경복궁 중건 공사를 위해 5채의 전각을 제외하고 모두 철거되면서 사실상 궁궐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 전각 5채도 이후 사신 접대 등 행사 용도로 간간히 사용되었을 뿐이었다.
숭정전崇政殿·융복전隆福殿·집경당集慶堂·흥정당興政堂·회상전會祥殿·흥화문興化門 등 여러 부속건물이 있었으나 1829년(순조 29) 대다수 건축물이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1831년에 중건하였다. 그 후 일제강점기 때에는 숭정전·회상전·흥정당·흥화문·황학정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숭정전은 창살로 장식된 문들을 모두 떼어내 수원화성의 연무대(동장대)처럼 군사 사열이나 행사를 위한 목적으로 개조되기도 했다. 이 시기에 용도 폐기된 경희궁은 호랑이와 표범들이 몸을 숨기며 서식했던 곳이기도 하다.
일제는 1926년 동국대학교 구내로 숭정전을 이전하였고, 2년 후에 흥정당은 광운사光雲寺로 이건하였으며, 1832년에 흥화문은 일본 사찰인 박문사博文寺에서 매입하여 산문山門으로 이축되었다가 광복 이후 박문사 자리에 서울 신라호텔이 들어서면서 흥화문은 신라호텔의 영빈관 정문이 되었다.
1974년 서울시 지방유형문화재로 지정된 후 1988년 경희궁 복원작업이 시작되면서 경희궁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러나 원래 흥화문 자리에 구세군회관이 들어선 관계로 개양문이 있던 자리로 이건 되었다.. 황학정은 1922년 사직단社稷壇 뒤의 등과정登科亭 터로 이건 하였다..
조선 말엽 고종이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당시 황궁이었던 덕수궁 영역을 북서쪽으로 대대적으로 확장함에 따라 덕수궁과 경희궁 궁역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확장공사로 덕수궁과 경희궁을 연결하는 홍교가 세워졌다. 당시 경희궁 영역에는 전각 5개만 남아 있는 상황이었지만, 홍교로 덕수궁과 이어져 대한제국 시기에 경희궁에서 국가행사가 개최되기도 했다.
1907년(융희 원년) 고종이 강제 퇴위당하고 새로 즉위한 황제 순종이 창덕궁으로 이어하면서 덕수궁은 황궁의 지위를 상실했고, 경희궁 사용 빈도 또한 현저히 줄어들다. 일제는 신문로의 교통 흐름을 막고 있던 홍교는 1908년(융희 2년)에 철거했다.
이렇게 1930년대 초에 이르러 경희궁 전각은 완전히 원래 자리에서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일제가 경희궁 부지에 지은 경성중학교는 광복 후 서울고등학교가 되었고, 현재는 서울 역사박물관이 건립되어 현재 경희궁 복원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1980년 강남 개발계획에 따라 서울고등학교가 서초구로 이전하면서 서울특별시에서는 그 부지의 한켠에 서울특별시 교육청 신청사를 신축했으나, 나머지 부지는 서울 역사박물관이 들어서기까지 약 20년 간 공터로 방치되었다.
서울특별시는 ‘경희궁지 복원과 시민 사적공원 조성계획’을 수립하고 1985년부터 발굴조사를 시작했다. 발굴조사를 진행하면서 발굴 결과 및 문헌 고증을 거친 경희궁 전각 복원사업도 시작하여 1987년에 정문인 흥화문을 이전 및 복원했다.
1991년에는 숭정전을, 1998년에는 자정전과 회랑을, 2000년에는 태령전과 그 일곽을 각각 경희궁 내에 복원했으며, 2002년에 숭정전 주변부 복원을 완료하여 경희궁을 시민에게 공개했다. 그러나 이후로 2017년 현재까지 경희궁 복원사업은 상당히 지지부진하여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복원된 현재의 경희궁 부지는 조선시대 때의 궁궐 치고는 상당히 협소한 편이라 쉽게 둘러볼 수 있다.
문화재청과 서울특별시는 공동으로 2014년부터 다시 복원사업을 진행하기로 하고 예산도 국비 70%, 시비 30%를 투입하며 2023년까지 진행한다고 공식입장을 밝힌 바 있다. 서울특별시에서 제작한 종합정비계획안에 따르면 2035년 이후를 목표로 경희궁 전체 복원을 계획하고 있다.
우선 2016년 말에 경희궁 옆에 있었던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을 철거하여 그 자리에 서울 역사박물관의 주차장이 들어서고, 지금의 주차장 자리는 발굴을 통해 복원을 시도할 예정이다. 또한 방공호도 철거하고, 2025년까지 흥화문 등도 고쳐 짓는다. 그리고 서울 역사박물관 등은 2026년부터 장기계획으로 옮겨갈 예정이다.
문의 및 안내
TEL. 02-724-0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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