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유산에 속하는 조선 왕릉의 한 곳, 파주 삼릉의 가을 숲길을 거닐다
왕릉은 왕과 왕비의 무덤을 일컫는데 파주의 삼릉은 공릉, 순릉, 영릉 총 3기가 함께 있는 왕릉이다. 파주 삼릉 뒤편으로 치유의 숲을 함께 걸을 수 있어 역사 속에서 사색과 명상을 하며 산책하기에 좋은 숲길이다.
총 42개의 조선 왕릉 중 북한에 있는 제릉과 후릉을 제외한 40개는 대부분 서울 근교 100리 거리에 자리해 있다. 도읍에서 멀지 않아야 현왕의 국정 수행에 무리가 없게끔 배려한 입지였을 것이다. 500년 역사를 지닌 왕조의 무덤이 온전하게 보존된 것은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거의 없다. 이러한 이유로 역사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은 조선 왕릉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기왕 온 김에 공릉과 순릉과 영릉, 파주에 있는 삼릉은 확실히 알고 가자
파주 삼릉은 경기도 파주 봉일천리에 있는 공릉恭陵·순릉順陵·영릉永陵의 세 능을 말한다. 각 능의 앞 글자를 따서 공순영릉恭順永陵이라고도 한다.
공릉은 조선 8대 임금 예종의 원비元妃인 장순왕후 한 씨의 능이다. 장순왕후는 상당부원군 한명회의 딸로 1460년(세조 6) 세자빈에 책봉되어 인성대군을 낳고 그 이듬해 산후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 후 인성대군이 즉위하면서 1472년(성종 3)에 왕후로 추존되었다. 비碑에는 조선국장순왕후공릉朝鮮國章順王后恭陵이라 새겨져 있다.
공릉은 당초 왕후의 능이 아닌 세자빈 묘로 조성되어 초석, 병풍석과 난간 등이 생략되고 양석과 둘레에 돌을 둘러 무덤을 보호하게 하였다. 봉분 앞에 상석床石과 8각의 장명등을 세우고 좌우 양쪽에 문인석 2기를 세웠으며 봉분 주위로 석마石馬, 석양石羊, 석호石虎 각각 2필씩을 두어 능 주변을 호위하고 있다. 능 아래에 정자각丁字閣과 비각碑閣, 홍살문이 있다.
순릉은 조선 9대 성종의 원비 공혜왕후 한 씨의 능이다. 공혜왕후도 한명회의 딸이자 장순왕후와는 자매지간이다. 1467년(세조 13) 11세에 가례를 올렸고 1469년(성종 원년)에 왕비로 책봉되었다가 1474년(성종 5) 후세를 두지 못하고 19세의 나이로 죽었다.
순릉의 봉분 아래 둘레에는 12칸의 난간석이 둘러져 있는데 조선 초기 무덤에 쓰인 석물의 특징을 잘 나타내고 있다. 봉분 앞에 상석과 8각의 장명등을 배치하고 양쪽으로 문인석과 망주석 2기를 두었다. 또 석양, 석호 각각 2필씩을 두어 능 주위를 호위토록 하고 있다. 능 아래에 정자각, 비각, 홍살문이 위치하고 있으며 비에는 조선국공혜왕후순릉朝鮮國恭惠王后順陵이라 새겨져 있다.
삼릉 중에서도 특히 순릉은 가장 왕릉다운 형태를 갖추었다. 성종의 원비 공혜왕후가 왕비의 신분으로 삶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영릉은 조선 21대 왕 영조의 맏아들로 사후 진종眞宗으로 추존된 효장세자와 부인 효순왕후 조 씨의 능이다. 진종은 1719년(숙종 45)에 태어나 1724년 영조가 즉위하면서 왕세자로 책봉되었으나 1728년 10세의 나이로 죽으면서 시호를 효장이라 하였다. 1762년 영조는 둘째 아들인 사도세자를 폐위한 뒤 사도세자의 아들인 왕세손(22대 정조)을 효장의 아들로 입적시켰다. 효장은 정조 즉위 후 영조의 유언에 따라 진종으로 추존되었고 능호도 영릉永陵이라 높였다. 효순왕후 조 씨는 풍릉부원군 조문명의 딸로 1727년 13세에 세자빈에 책봉되었으나 다음해 세자의 죽음으로 홀로 되었다가 1751년 37세의 나이로 죽으면서 효장세자와 함께 왕후로 추존되었다.
영릉은 왕릉과 왕비의 능을 쌍릉으로 하여 2기의 상석을 앞에 놓았으며 그 중간에 사각옥형의 장명등을 배치하고 문인석 2기와 석양, 석호를 각각 2필씩 배치해 능 주위를 호위케 하였다. 능 아래에는 영조의 명에 의해 옛날 방식으로 세운 정자각이 있고 비각과 홍살문이 있다.
132만 3,105㎡의 보호구역에 이르는 파주 삼릉은 1970년 5월 26일 사적 제205호로 지정되었으며, 파주삼릉 관리소에서 관리한다.
조선 역대 왕들이 걷던 그 숲길에 찬연한 가을이 내려앉았다
파주 삼릉 입구 정류장에서 1km쯤 들어가면 넓은 주차장이 있고 파주 삼릉 입구가 나온다.
삼릉 매표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공릉으로 가는 길목에 역사문화관이 있다. 여기에서는 간략한 조선시대 연표와 함께 삼릉에 대한 설명 등 사전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역사문화관 앞의 다리를 건너면 왕릉의 시작되는 재실이 나타난다. 재실은 능을 관리하는 능참봉들이 거주하던 곳으로 제사를 지낼 때는 제사 음식을 장만하고 제사의 전반적인 준비를 하는 곳이다. 이곳의 재실은 영릉의 재실이다.
재실을 지나 홍살문으로 가는 길은 여름이면 녹음이 우거진 울창한 수림이다. 우거진 수림을 찬찬히 음미하며 걸으면 홍살문과 함께 멀리 정자각과 비각이 눈에 들어온다.
홍살문은 능이나 대궐 등에 세우는 붉은 칠을 한 문으로 홍살문 안은 죽은 왕의 왕궁에 비견하기도 한다.
정자각 기와지붕 위에는 죽은 추녀마루 위에 놓는 장식 기와인 잡상을 볼 수 있다. 우리말로 어처구니라 부르는 잡상은 궁전에만 있는 것인데 용을 비롯해 다양한 동물 잡상이 있는 걸 보면 왕릉의 정자각은 역시 죽은 왕의 새로운 왕궁임을 실감하게 된다.
정자각 양옆에 수라간과 수복방이 세워져 있다. 제사를 지낼 때 필요한 음식 준비와 일을 하는 수복 나인들이 거처하던 곳이다.
공릉 뒷길 중 순릉 반대방향으로 조금만 올라가면 왕이 걷던 숲길이 펼쳐진다. 올해 확대 개방된 1.9km 길이의 이 길은 10월 31일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숲길 초입에는 두툼하고 푹신한 매트가 깔려있다.
진한 솔 향을 풍기는 빽빽한 소나무 숲길은 5분 여 경사 없이 평탄한 길이 이어지다가 구불구불하게 꺾이는 곳에서 비탈길이 시작된다. 10분에서 15분 정도 살짝 숨이 가빠올 즈음 다시 완만한 평지를 만나게 된다.
흙길 왼편으로 소나무와 팥매 나무가 이루는 초록 숲이 연결되고 그 오른편으로 철조망을 쳐서 숲길을 보호하고 있다.
경사로 이후 나무벤치가 있는 공터를 지나면 내리막과 평탄한 길이 연속된다. 1시간 남짓이면 충분히 돌아보고 원점 회귀할 수 있다. 짧은 시간이지만 평소 존경하던 조선의 임금과 함께 걸었음에 그 만족감이 길게 남았으면 좋겠다.
문의 및 안내
TEL. 031-941-4208
주소
경기도 파주시 조리읍 삼릉로 89
운영시간
매일 오전 9:00~오후 6:00
※ 마감 1시간 전까지 입장
관람료
- 대인 : 1000원
- 소인 : 500원
https://www.youtube.com/watch?v=KwQCkUpFRoM
'시기별·지역별 산행·여행지 > 지역별 명소, 절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거창 여행 1_ 거창 숲옛마을 갈계숲 (4) | 2022.10.23 |
---|---|
파주 여행 2_ 파주 율곡습지공원 (3) | 2022.10.20 |
담양 여행 2_ 울창한 대나무 숲 죽림욕장, 담양 죽녹원 (9) | 2022.10.02 |
담양 여행 1_ 담양 메타세쿼이아 랜드 (2) | 2022.10.02 |
철원여행 2_ 철원 역사문화공원과 소이산 모노레일 (4) | 2022.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