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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_ 도락산의 설중송雪中松, 설중두견雪中杜鵑

장한림 2022. 3. 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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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락산, 고행의 낙을 깨닫거나 편안함의 낙을 취하거나

 

 

충청북도 단양군 단성면에 소재한 도락산道樂山은 소백산과 월악산 사이에 형성된 바위산으로 현재 일부가 월악산 국립공원에 포함되어 있다.

 

“깨달음을 얻는 대는 나름대로 길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는 필수적으로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정통 성리학자인 우암 송시열의 철학에 의미를 부여하여 산 이름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퇴계 이황도 감탄한 절경

     

서울에서 아침 일찍 출발한 버스가 도락산 단양 탐방안내소에 도착한 건 세 시간쯤 지나서였다. 모교 동기생 32명이 내리자 주차장은 시끌벅적하다. 봄 산행으로 도락산을 찾은 이들은 우리 말고도 상당히 많았다. 이들과 함께 하는 단체 주말 산행에서 깨달음을 얻지는 못하더라도 안전하고 즐거운 길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들머리를 찾는다.

마을을 지나자마자 보이는 갈림길에서 왼쪽 제봉으로 향하는 길이 아닌 오른편 검봉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도락산은 등산로 양옆과 앞뒤로 아기자기한 바위들이 병풍처럼 이어지기 때문에 조망이 매우 좋은 편이지만 예전에 왔던 코스의 반대편으로 오름길을 택한 건 오르면서 볼 때 그 바위 절벽들의 풍광이 더 뛰어나다고 판단해서이다. 

콘크리트 진입로를 올라 흙길 등산로에 접어들면서 곧바로 고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천천히 사진을 찍으며 유람하듯 오르는 친구도 있고, 초반부터 숨을 몰아쉬는 친구들도 있다. 작은 선바위를 지나고 큰 선바위에 이르자 친구들은 반으로 줄었다.

1970년대 말 중국 개혁과 개방을 강조한 덩샤오핑이 흑묘백묘黑猫白描의 논리로 경제철학을 표방한 바 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되듯, 자본주의든 공산주의든 인민을 잘살게 하면 그게 최상의 정책이라는 것이다. 

이 상황에 그 논리를 패러디하는 게 생뚱맞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각자의 체력에 맞춰 산행코스를 정했으므로 전체가 일괄되게 걸음을 맞출 수는 없다. 그저 각자의 패턴대로 오늘 하루 안전하고 즐거우면 그만이다.

구름이 낮게 드리워 산 중턱부터 가려진 몇몇 봉우리들은 섬처럼 떠 있어 운해의 묘미를 맛보게 한다. 습한 오전이라 진달래도 축축하게 젖어 금세라도 꽃잎이 질 것만 같다.

바위 구간은 소나무 조경수 전시장이다. 암릉 바위틈에 솟은 청송은 숲을 배경으로 하여 멋진 산수화를 그려낸다. 몸을 비틀어 바위로 뿌리를 뻗은 건지 아니면 바위를 뚫고 줄기를 솟구친 건지 유연함과 강인함의 양면을 모두 보여준다.

 

암릉 바위 틈으로 많은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다

 

암벽과 암벽을 잇는 데크와 오름 계단이 거듭 이어진다. 빛 가림이 부실해 땀도 나고 힘이 들지만 반면에 조망은 일품이다. 월악산 국립공원 일대와 소백산이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이리저리 겹쳐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사할 것만 같은 나무들이 듬성듬성 서 있는데 아직도 팔팔하다는 양 뻗은 가지에 힘이 들어가 있다. 죽어서도 살아있는 듯, 죽음에 이르러서도 기운을 뿜어내는 건 자연에서나 볼 수 있는 의연함이다. 

널따란 마당바위에 서자 소소히 바람이 불어 힘들게 올라온 수고로움을 씻어준다. 먼저 도착한 친구들과 과일을 나눠 먹고 커피도 한잔 마시니 소모된 에너지가 재충전된다.

채운봉(해발 864m)에서 조망을 즐기며 잠시 기다리자 절반이 조금 넘는 18명이 왔고 도락산 삼거리에서 13명이 더 올라가기를 멈춘다.

 

“나름대로 깨달았으니 이쯤에서 멈출래.”

“점심시간 지났어. 일단 허기를 채우자.”

“그래, 여기서 먹고 쉬고 있어. 얼른 다녀올게.”

 

산행보다는 피크닉 위주의 모임인지라 정상 바로 아래의 삼거리까지 온 것도 대단한 거였다. 처음부터 정상을 염두에 두었던 세 명의 친구, 병소, 태영, 한수와 함께 네 명만 신선봉에 닿는다.

도락산에서 전망만큼은 으뜸인 신선봉은 거대한 암반에 노송들이 솟아있고 정면에 월악산이 버티고 서있다. 황정산, 작성산과 용두산이 연이어 높이를 다투고 있다.

조금 더 진행하여 도락산 정상(해발 964.4m)에 올랐다. 북으로 사인암과 서쪽으로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의 단양팔경 중 4 경이 인접해 있어 주변 경관이 더욱 아름다우니 단양군수를 지낸 퇴계 이황도 절경에 감탄했을 법하다. 

이황처럼 의젓하게 정좌하여 절경에 도취하자 청아하게 귓전 울리며 봄 오는 소리가 멜로디처럼 퍼진다. 꽃샘바람 물러가지 않고 풀 깨우고 나무 깨워 새롭게 희망 안아 식는 사랑 다시 펼치라며 사방팔방 분주히 넓은 오지랖을 펼치는 게 그려진다. 부쩍 푸르러진 하늘빛 뚫고 내리 뿜는 햇살은 더욱 너른 마음 지녀 모든 사물을 보듬으라는 전령이 된다.

 

산정 부근 전망 좋은 바위에 소나무가 뿌리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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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이었는지 오수였는지 잠깐 감았던 눈을 뜨고 정상에서 내려선다. 삼거리에서 잔류한 친구들과 챙겨 온 먹거리를 풀어놓으니 상차림이 입맛을 돋운다.

 

“다음에는 계곡이 있는 곳으로 가자. 물 없는 산은 처음 본다.”

 

산행만으로는 즐거움의 도락을 느끼지 못하겠다며 한 친구가 투덜댄다. 물 흐르는 계곡이 없어 여름엔 탐방객이 많지 않을 수도 있겠다. 바위산이라 조망은 트였어도 더위를 감수해야 하는 단점까지 있어 초보 산객들한테는 다소 버거운 산일 것이다.

사람 인人변에 계곡 곡谷자가 붙어 세상 풍속俗을 즐기게 되는 것이거늘. 초록 그늘이 태양을 가려주고 땀을 식혀주는 산중의 색다른 미각을 알려주기엔 친구의 입맛이 까다롭거나 내 요리 솜씨가 형편없이 부족하다.

 

“최대한 조심해서 내려가자.”

 

즐겁고 안전하면 최상 아니겠는가. 제봉을 지나 암릉 구간도 모두 무사히 통과하자 한결 마음이 놓인다. 하산로도 조망이 트였고 다양한 소나무들이 눈길을 끌어당긴다. 

지능선 갈림길에서 통나무 계단을 내려가고 돌길과 흙길을 지나니 주차장 버스 옆에서 쉬고 있는 친구들이 반긴다. 

 

                    

때 / 초봄

곳 / 상선암 주차장 - 작은 선바위 - 큰 선바위 - 범바위 - 검봉 - 채운봉 - 형봉 - 신선봉 - 도락산 정상 - 제봉 - 상선암 - 원점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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