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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봄/ 도심의 자연생태 숲, 명품 진달래의 요람, 수리산

장한림 2022. 3. 10.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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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자연생태 숲, 명품 진달래의 요람, 수리산

 

경기도 안양시와 군포시, 안산시에 걸쳐 있는 수리산修理山은 2009년에 경기도의 세 번째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관악산, 청계산, 백운산, 광교산 등과 함께 광주산맥을 형성한다.

풍수지리상 큰 독수리가 두 날개를 펼치고 날아내리는 형상을 매우 귀하게 여기는데 이런 형상을 태을太乙이라 한다. 일출 무렵 수리산 최고봉이자 군포 1경으로 꼽는 태을봉에 올라 그 그림자를 내려다보면 커다란 태를 형상이 보인다고 한다. 삼림욕장이 있는 수리산은 2002년에 생명의 숲 및 산림청에서 주최한 제3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하였다.

 

          

수리산 전투의 격전지에 꽃향기가 가득 

    

이번 수리산행은 안양 8경 중 제7경으로 꼽는 병목안 산림욕장에서 출발하여 관모봉, 태을봉과 슬기봉을 올랐다가 수암봉의 네 봉우리를 모두 거쳐 원점 회귀하는 환 종주 코스를 택했다. 김포에서 부지런하게 서두른 태영이와 집이 수리산 아래 평촌인 노천이가 동행하였다.

 

“완주를 축하해.”

“기록도 좋았어. 축하해.”

“고마워.”

 

지난주, 동아 마라톤에서 풀코스를 뛰어 세 시간대에 결승점을 통과한 태영이에게 전하는 축하 인사다. 10년 이상 마라톤을 하며 대회에 나갈 때마다 거의 세 시간대를 유지하는 중이다. 태영이는 뛰면서 친구들에게 아직 충분히 젊다는 걸 일깨워주고 있다. 그런 친구가 있음으로써 새로움에 대한 도전의식이 생기고, 삶의 시너지를 받기도 한다.

 

“산에서는 내 뒤만 잘 따라와.”

 

병목안 시민공원으로 들어가 둘레길을 따라 산 쪽으로 걸어 야영장을 지난다. 병목안은 계곡으로 들어서는 입구가 호리병처럼 좁아지는 병목 형이기 때문에 붙여진 명칭이다. 병목안 산림욕장 입구에 세워진 두 개의 돌탑을 통과해 진달래 낙원으로 들어선다. 관모봉으로 오르는 길도 소담한 꽃길이 이어진다.

      

곱고도 고운 봄 빛깔일세

내내 오므렸다 기지개 켜듯 하니

살맛 나는 시절일세

비에 젖고 햇살에 마르다가

바람에 찢기었어도

산중 비탈진 언덕에서

피어나는 바이올렛이라

짙고도 아련한 

향기 물씬하구나 

    

봄기운 물씬한 진달래길을 걸어 오르기 시작한다

 

빛깔 고운 꽃길을 걸어 현충탑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면서 능선 평지 숲길을 걷는데 거기도 꽃향기 물씬하다. 산중에 피어나는 봄 향기는 생동의 시그널이다. 몸이 느끼고 마음마저 받아들이니 향내 맡는 이는 역동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미세먼지 사라지고 하늘빛까지 참하여 움츠러들었던 어깨가 펴지고 묵직했던 다리도 한결 가벼워진다.

금세 안양 시내의 아파트들이 발아래로 내려앉았다. 숲은 점차 연두색으로 변해가고 바위에도 온기가 가득 묻어나는 것만 같다. 적지 않은 등산객들의 옷차림이 밝고 가벼운 데다 표정은 마냥 화사하다. 봄을 맞은 주말 산의 분위기 그대로이다.

관모봉까지의 오름길은 굵고 짧다는 표현이 적합하다. 잠시 거칠어지는가 싶으면 어느새 정상(해발 426.2m)에 세워진 태극기를 보게 된다. 날 좋고 진달래 흐드러진 봄인지라 많은 상춘객이 관모봉을 메우고 있다. 보는 방향에 따라 벼슬아치들이 쓰는 관모冠帽의 형상을 하고 있어 그렇게 불린다. 

전망장소인 데크는 백패킹backpacking하는 이들의 야영 장소로 종종 활용되기도 하는데, 여기서 바라보는 야경이 일품이다. 야간산행을 하며 이곳을 지나쳤을 때가 떠오른 것이다.

 

“사람이 문명과 떨어지면 고생스럽긴 하겠지?”

“세상엔 고생을 낙으로 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태영이가 마라톤을 즐기는 것도 같은 이치 아니겠어?”

“야영의 낭만과 맛깔스러움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집 떠난다고 해서 다 개고생 하는 건 아니야. 문명을 벗어나 자연에 동화되다 보면 거기에 걸맞은 필요성을 깨우치곤 하지.”

 

그렇다. 때론 세상 소식 다 잊은 채 며칠이고 산속에 파묻혀 지내고 싶을 때가 있다. 그건 통상의 갖춰진 틀이 아닌 다른 세상에서 자신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자 함일 수도 있다. 그랬었다. 산에서 느끼고 깨달은 몇몇 새로움을 세상에 돌아와 현실과 접목한 경험이 있다.

 

“마라톤이 노상 고통이라면 그 누구라서 그걸 할까?”

“나한테 마라톤은 삶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어.”

 

충분히 이해된다. 싫든 좋든 생계를 위해 직장을 다니고 가정을 꾸려나가는 것처럼, 취미가 취미 생활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건 단지 흥미에 도취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의 다른 삶이 속에 와닿고 존중하게 된다.

 

“우리도 야간산행 후 야영 한번 하자.”

“노천이가 나서는데 콜이지.”

“마라톤은 해보지 않을래? 하하!” 

       

안양과 의왕시의 꽉 들어찬 도심 주변으로 청계산 만경대와 이수봉을 짚어보고 백운산에서 광교산으로 이어지는 선 뚜렷한 마루금도 바라본다. 투명한 봄날이라 불암산에서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과 북한산까지 서울 강북의 다섯 산을 바라보며 종주의 추억도 더듬어본다.

관모봉에서 편안한 능선을 따라 노랑바위 갈림길을 지나고 야트막한 오르내림을 잇다가 태을봉에 닿았다. 수리산 최고봉인 태을봉(해발 489m)은 관모봉만큼 조망이 좋지는 않아 광교산과 가야 할 슬기봉에 눈길만 주고 걸음을 옮긴다. 

태을봉 능선에서 수리봉 정상의 군부대가 시야에 잡힌다

 

수리산 능선에서 잠깐이지만 바위 구간의 묘미를 맛볼 수 있는 병풍바위를 건너 조금은 암팡진 내리막을 지나 상연사 갈림길에 이르러 살짝 고도를 추켜세우게 된다.

아래로 태을봉과 수암봉을 관통하는 외곽순환도로를 내려다보고 바위들이 뿔처럼 거칠게 솟은 칼바위 구간을 우회하여 슬기봉 표지판이 있는 위치에 다다르게 된다. 슬기봉 정상(451.5m)은 군부대가 차지하고 있어 이곳에 안내판을 세워놓았다. 

1951년 한국전쟁 당시 이곳에서 수리산 전투가 벌어졌으며 시흥, 안양, 수원 전투에서 수리산이 방어선 역할을 했다고 한다. 수리산은 영등포로 통하는 국도와 반월을 거쳐 소사 또는 인천으로 통하는 도로를 통제할 수 있는 중요한 고지였다.

전쟁터에서 방어 고지인 산이 뚫리면 도미노처럼 줄줄이 무너지게 된다. 마찬가지로 산을 점령하면 그 전투는 승리한 거나 다름없다. 근대사이건, 현대사이건 역사의 흔적이 가장 많은 곳도 산인 것 같다. 고궁이나 역사박물관보다 산에서 더 생생하고 실감 나게 흘러간 자취를 떠올리게 된다. 물론 슬픔이 진득하게 배인 흔적들도 그득하지만 말이다. 

임도오거리 갈림길을 거치고 슬기봉 사면에 설치된 데크와 계단을 지나면서 레이더 기지가 세워진 슬기봉 정상을 가까이 보게 된다. 

수암봉 가는 길 1.52km라고 적힌 날문을 통과해 포장도로를 내려서면 공터의 정자 좌우로 수리사 방향과 수암봉 방향이 나눠진다. 돌탑이 세워진 오른쪽 길로 들어서 부대 외곽의 울타리를 따라 걷는다.

 

“수리산에 몇 번 왔는데 수암봉은 처음이야.”

 

같은 산인데도 수암봉은 안산 쪽으로 동떨어져 있어서 마음먹고 가지 않으면 수리봉에서 하산하는 경우가 많다. 안산시 상록구 수암동으로 내려가는 갈림길을 지나고 안산 골재를 또 지나 헬기장에 닿으면 바위 봉우리 수암봉과 마주 섰다가 긴 계단을 올라 수암봉 정상 바로 아래의 전망대에 이른다.

태을봉에서 레이더 기지를 거쳐 이어지는 수리산 주 능선을 바라보고 안산시 일대와 하산 방향을 내려다본다. 수암봉(해발 395m)은 안산시에서 정상석을 세웠다. 위치상 관모봉에 안양, 의왕, 군포시민들이 많이 올라오지만 수암봉은 안산시민들이 사랑하는 봉우리이다. 

하산로는 바로 정상 아래로 이어지는 작은 바위 봉우리만 지나면 실크로드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산책로나 다름없다. 소나무 군락에 조성한 쉼터에 앉아 커피를 나눠 마시고 지장골과 창박골 갈림길에서 창박골 쪽으로 방향을 튼다.

 

“산에 오면 좋아서 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막상 내려가면 그런 생각이 사라지더라니까.”

“배낭을 머리맡에 놓고 잤다가 아침에 눈 뜨면 무조건 들고 나서야 해.”

 

산행 초기에 그렇게 시작했었다. 산행에도 익숙한 태영이가 덧붙인다.

 

“훌륭한 취미는 훌륭한 삶이기도 해.”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며 자성로 표지석이 세워져 있는 곳에서 병목안 시민공원 방향으로 걷다가 안락한 소나무 숲 길을 지난다. 등산로를 내려서서 도로를 따라 시민공원으로 진행하다 만남의 다리를 건너면 병목안 시민공원이 보인다. 

수리산의 진달래는 알아주는 명품 진달래인지라 봄을 즐기기에 흡족한 산행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집에서 가깝기는 하지만 관악산 뒷전에 있어 자주 다니지는 못하였다. 그러나 수리산도 산행의 별미를 느끼기에는 여느 산 못지않음을 잘 안다.

 

“노천이는 가까운 수리산부터 친해져.”

“우리나라에 좋은 산이 많다는 게 어느 순간 행복하게 느껴질 거야.”  

 

                  

때 / 봄

곳 / 병목안 시민공원 - 관모봉 - 태을봉 - 병풍바위 - 슬기봉 - 임도오거리 갈림길 - 수암봉 - 원점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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