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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시대에서 거듭 깨닫다 14_ 사족蛇足

장한림 2022. 5. 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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꽉 채우는 것보다는 여백의 미가 아름답다

 

 

“제사를 지내고 하인들에게 돌아온 술이 딱 한 사람이 마실 정도의 양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하인들은 먼저 뱀을 그리는 사람이 술을 차지하기로 하고는 각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지요. 그중 그림 솜씨가 뛰어난 한 하인이 먼저 뱀을 그렸는데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은 반도 그리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이 하인은 자기 솜씨를 뽐내고 싶어 발 네 개를 그려 넣었습니다.”

 

제나라 민왕의 사신으로 초나라에 온 진진이 초나라 재상인 소양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며 물었다.

 

“그 술은 누가 먹게 되었을까요?”

“그림 솜씨가 좋아 다리까지 그린 하인이 먹지 않았겠소?”

“뱀은 다리가 없어 그 하인이 그린 그림은 뱀이 아닌 게 되고 말았지요. 두 번째로 그림을 완성한 다른 하인이 술을 마실 수 있었습니다.”

 

전국시대 초나라 회왕 때 재상직에 있던 소양이 위나라를 쳐서 이기고 그 기세를 몰아 다시 제나라를 공격하려 하자 진진이 소양을 설득하고자 예시한 말이었다. 진진은 다시 소양에게 물었다.

 

“초나라에서는 전쟁에서 승리한 이에게 어떤 상을 내리십니까?”
“우리 초나라에서는 상주국의 벼슬을 하사하오.”
“상주국이라면 그보다 더 높은 벼슬자리는 재상뿐이지 않습니까?”
“그렇소.”

“재상께서 제나라에 쳐들어가 큰 공을 세운들 나라에서 받는 소득은 없겠군요.”

 

진진이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었다.

 

“초나라 최고의 벼슬자리에 계신 재상께서 이미 위나라를 무너뜨려 큰 공을 세웠는데 어찌 또 제나라를 공격하십니까? 전쟁에 이겨 공을 세운들 더 높이 오를 벼슬도 없거니와 혹여 전쟁에 패한다면 관직을 잃고 목숨까지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이야말로 뱀을 잘 그려놓고 다리까지 그리다가 낭패 보는 일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싸움을 멈추고 제나라에 은혜를 베풀어 화친을 도모하느니만 못합니다.”

 

소양은 진진의 말에 동감하여 군사를 일으키지 않았고, 진진은 약소국인 제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었다. 

진진이 소양에게 들려준 하인들 간의 술내기 일화에서 화사첨족畵蛇添足, 줄여서 사족蛇足이라는 말이 유래했다. 뱀을 그리고 발까지 그려 넣는 건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해서 일을 그르친다는 것이다. 

이미 완성한 것에 쓸데없이 덧칠을 하여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우를 범하지 말라는 것이 내용의 핵심으로 사기史記의 ‘초세가楚世家’에 기록되어 있다. 

비슷한 의미의 옥상가옥屋上架屋이라는 숙어는 지붕 위에 지붕을 씌운다는 뜻으로, 하지 않아도 될 공연한 수고로움을 나타낼 때 쓰는 말이다. 

군더더기로 인해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건 같은데 사족은 결과를 망친다는 의미가 강하고, 옥상가옥은 효율성이 떨어져 가성비를 낮춘다는 의미에 중점을 둔 말이다. 

현재에 이르러 사족은 이야기 끝에 뭔가 부족하고 미진한 사항을 덧붙여 보완하는 설명처럼 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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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의 디자인은 여백의 미를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지면을 채우려는 시도보다 줄여서 시각효과를 강조하는 게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말도 한마디 더 하는 것보다 한마디 줄여서 매듭짓는 게 좋을 때가 많다. 

지인 간에 시비가 붙어 언쟁을 벌였다가 화해를 하면서 사족을 달았다가는 더 큰 싸움으로 치닫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데, 그건 당신이 잘못한 게 맞아.”

 

화해의 악수를 나누면서 이런 말을 하는 건 뱀 다리가 여덟 개쯤 달린 왕사족이 될 수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LLLhFOrLeQ  

https://www.bookk.co.kr/aaaing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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